고충진 - 염, 그리고 다도회, 그리고 여유

지난 달 늦여름밤에 있었던 작은 음악회에 가족과 함께 참여했었다.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에 몸담고 계시는 박용란선생의 거문고 연주로 시작된 음악회는 말차(抹茶) 다도 시연과 녹차 시음회등 편안한 순서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피리연주가 김용우선생의 영상회상 중 상영상을 피리독주는 너무나 감동적이어서 국악을 모르는 나조차도 두눈을 감고있는 채, 전율을 느낄 수 있었다. 평소 다양한 음악들을 좋아해왔는데 우리 음악이 선율이 가락이 이렇게 아름답다는걸 왜 몰랐을까?

서로 같은 높이의 자리에 앉이 연주하고 듣는 자리이다 보니 백여명의 관객도 편안하고 가깝게 음악을 감상하며 차(茶)를 즐길 수 있었다. 다시 말차대학 선다원의 초의교수님의 점전으로 말차시연이 시작되었다.  차 한잔을 마시는데왜 저리 복잡한 절차가 필요할까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절도와 예절이 베어나오는 작은 동작들이너무나 아름답고 고결하게만 보였다.

평소 명성만 들어왔던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는데 그중에 가장 반가운 분이 보였다.클래식기타를 한번이라도 잡아봤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흠모하는 고충진님의 독주 순서..이 전에도 개인적으로 몇 번 연주를 들을 영광을 누렸었는데... 그날은 새로운 곡을 연주해주셨다.

[염] 이라는 곡인데 처음 듣는 곡이었지만 어떤 염원의 느낌과 약간의 비애감이 전해져왔다.

급히 촬영을 시작했지만...구형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촬영하다보니 음질이나 화질이좋지못하다..또 녹화도중 전화가 오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 뒷부분이 짤려버렸다(ㅡ,ㅡ;)

아래는 인터넷에서 찾은 고충진님의 약력중

고충진 : 독일 라이프찌히 국립음대를 졸업하고 귀국, 클래식 기타 음악의 보급을 위해 다양한 연주활동을 펼치고 있는 클래식 기타리스트 고충진

제2회 대전일보사 주최 전국 클래식기타 콩쿠르에서 대상을 수상한 고충진은 독일 라이프찌히와 베를린에서 독주회를 가진 것을 비롯 독일 알고우 심포니오케스트라, CBS오케스트라와의 협연무대, 플루트와 기타 듀오콘서트, 부산문화회관 화요해설음악회, 가람 화요음악회, 금정 수요음악회 등의 무대를 통해 음악애호가들과 만나왔다.

공식적인 행사가 끝나갈 무렵 기타와 피리의 협연으로 몇 곡이 이어졌다. 전혀 어울릴것 같지 않은 클래식기타와 전통악기 피리..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으로 시작하는 섬집아기는 아직도 그 선율이 그대로 남아있다

모든 일정이 마쳤지만 사람들은 일어설줄 몰랐고 몇번에 걸친 앵콜을 친절히 받아주셨다. 사람들이 거의 돌아간 후에도 다과를 들며 보이차를 마시며 음악을 감상고.. 서로 담소하며..

 

주병선의 칠갑산을 비롯해 많은 곡들을 들었고..

언제들어도 좋은 로망스..

음악과 차와 사람 모두가 감동을 준 아름다운 날로 내게

오랫동안 기억될 하루였다..

 

그 날 이후 몇몇 소수들이 모여 차를 마시고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들으며, ..그러다 필이 오면 연주 한곡..

 

며칠 전에는 도예가인 불곡선생도 같이 모이게 되어서 오카리나로연주하는 불인별곡도 들을 수 있었다. 김용우 선생의 상영상도 다시 들을 수 있었는데 그 느낌은 전과는 판이해서 꿈꾸듯 평안했다. 그리고 고충진 선생의알함브라궁전의추억.. 배워보고 싶지만.. 손가락이 보이지도 않는 트레몰로주법이란.. 휴~~ 포기!!

 

새벽이 될 무렵.. 대부분의 손님이 돌아간 뒤 내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분과 좋은 차를 마실 수 있었다. 녹차에서 시작해서 보이차, 무이암차, 대홍포, 여복, 철관음, 말차,.... 그것도 극상품의 차들을 꺼리낌없이 주셨는데.. 그 맛 향 느낌이란..  그리고 곁들여지는 주옥같은 말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가슴 깊숙히 열정이 올라왔다. 너무 바쁘게, 너무나 힘겹게, 생존하고 살아가고 있는 내게, 스스로에게 여유라는 보상을 주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