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번쯤은 멋진 사진작가를 꿈꾸어 왔으리라고 본다.
20년도 더 된  이야기지만 나도 그런 작은 소망을 가진적이 있었다. 중학생 무렵이었으니  디지털 카메라가 나오기 전이었고 돈이 있을리도 만무했다. 그래도 당시에는 사진관에서 필름을 사고 얼마의 돈을 맡기면 자동카메라를 빌려주었었다. 그렇게 나름대로 주말이면 카메라를 빌리고 단 한 통의 필름을 가지고 버스를 타고 야외로 돌아다니곤 했었다. 배운적도 그렇다고 따로 공부해본 적도 없었지만, 내가 직접 찍은 사진들을 맡기고 현상되기를 기다리는 며칠의 시간이 얼마나 흥분되었던가?

방학 내내 아르바이트를 하여 처음 장만했던 10만원짜리 중고 야시카 카메라가 기억난다. 소중한 보물처럼 끼고다니며 몇 년을 나와 함께했었다. 친척의 결혼식장마다 반드시 나와 함께했고, 그것이 오래된 고물취급을 받으며도 내게는 가장 소중한 재산 1호였었다.

그러나 점차 시간이 흐르고 세월속에서 그 꿈은 접히고 잊혀지고, 간편한 소형디지털 카메라가 딸아이의 재롱잔치나 친구의 결혼식의 동반자가 되어버렸다. 꿈을 찍는 카메라가 아니라 현실을 추억하는 기록만의 의미가 되어버렸다. 그나마 그 카메라도 5년이 지난 지금은 구닥다리가 되어버렸고, 여행이나 방문길에는 휴대전화기가 그 기능을 대체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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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보령에 방문할 일이 있어 그곳에 있는 무량사라는 절에 갔었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가운데 이곳 저곳을 둘러보다가 발견한 감나무 한 그루..
까치밥이라고 남겨둔 주황색의 감이 달려있었다. 문득 이 아름답고 고즈넉한 풍경을 담고 남겨두고 싶어졌다. 그래서 평소처럼 휴대전화기를 열고 10 여 컷을 찍었다. 경험상 300만 화소급이라고 해도 막상 확인해보면 밝은 곳에서 찍지 않으면 10 장 중에서 1 장도 재대로 나온 사진을 건지기 힘들다는것을 알기 때문에 이렇게 여러컷을 찍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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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고 느꼈던 그 풍경이 그 분위기가 아닌 엉뚱한 사진이 나와버렸다.
그저 흐리고 쓸쓸한 풍경이 되어 버렸다. 원래 내가 받은 느낌은 평화롭고 따듯한 것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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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작 더미다.. 어릴때 저런 장작을 하러다녔었다. 아니 장작은 집에서 만드는 것이다. 낫과 톱을 가지고 산으로 가서 싸리나무나 소나무등을 한짐해서 산 아래 두고온 리어커에 싣고, 태풍때 쓰러진 나무라도 발견하면 짧게 잘라 여러번에 걸쳐 지고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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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집에서 시간이 날때마다 적당히 자르고 도끼로 잘게 쪼개는 것이다. 마당 한켠에 그득 쌓인 장작을 보면 뿌듯해지곤 했었다. 저 장작이 바달을 보일 무렵이면 봄이 오는 길목에 다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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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사 입구에 있는 부여군의 향토문화유적인 무량사 부도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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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군 보다는 바닥에 쌓여서 흙속으로 스며들 준비를 하는 낙엽에 눈길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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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라고 해야하나?  빗속에 젖어가면서도 밟으면 사그랑 사그랑 소리가 난다. 낙엽밑에 숨어 추위를 피해가는 풀잎이 새롭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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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큰 절은 아니고 주변에 부속건물도 여럿이 있다. 대웅전을 제외하면 현대식 건물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운치가 있다. 풍산개 두 마리를 키우고 있었는데 사람이 낮선지 끊임없이 짖는다. 암수 한쌍으로 무량이와 무진이라고 했다.

촉촉하게 젖은 탑과  주변에 맨들맨들한 자갈 밟는 소리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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