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택견 5

2007/11/27 21:52



오랜만에 동이택견 동영상을 올려봅니다. 아시아러브판판 공연장면을 기본으로 해서 기타 TV에 나온 장면을 합쳐서 구성을 되어있습니다. 원본이 워낙 먼곳에서 찍은것이라 화면의 포커스를 모두 다시 조절하고 확대한 관계로 선명하지 못한 장면이 많습니다.


무림고수를 찾아서 - 40년 입산내공 `파죽의 飛脚術`

고수 찾기는 참 행복한 일이다. 무예하는 사람들이 항상 바라마지 않는 일이지만 어찌 무술대가(大家)를 두루 만난다는 게 말처럼 쉬운 것이겠는가. 게다가 주워들은 풍문은 많아서 ‘이것도 해봐라, 저것도 보여달라’고 ‘생떼’를 쓸 수 있는 입장이다보니 고수 만나는 재미가 더 쏠쏠해지는 것이다. 고수의 기예를 보고, 살아온 얘기를 듣다보면 왠지 오랫동안 알고지내온 사람처럼 전해지는 따듯한 감동은 또 무엇일까. 그래서 무림일가(武林一家)라 했던가.

설렘을 안고 강원도 홍천을 찾았다. 산 좋아하는 이들이 홍천 팔봉산(八峯山)을 ‘도사’가 살만한 명산이라 일컫더니, 그곳에‘비각귀(飛脚鬼)’ 박성호(46)씨가 살고있다. 그의 무술은 동이무예택견으로 알려져있다. 산사람. 7세 때 칡 캐먹으로 고향 충남 아산 영인산에 올랐다가 백발의 도인을 만난다. 마을서 3시간쯤 올라야 되는 먼 산중에 토담집이 한 채 덩그러니 있었는데, 웬 노인 하나가 손질, 발질을 해대는 게 꼭 학(鶴)같은 움직임이었다. 임태호 선생. 박성호는 그 모습에 매료돼 13년간 임 선생의 기예를 전수받는다. 마지막 5년간은 아예 약초 캐고, 물지게 지며 선생과 함께 살았다.

“‘수밝기’라고 하셨죠. 나중에 세상에 나와보니 택견이란 것이었지요. 동이무예택견은 후에 내가 붙여낸 이름이고요.” ‘수’는 천지도수(天地度數)요, ‘밝기’는 이치를 밝힌다는 뜻이란다. 도교에서 말하는 ‘하늘의 이치를 밝히는’ 무술이 곧 스승의 무예였다. 택견도 지방마다 다르다. ‘동이무예’는 평안도 지방의 무예 특색을 드러내기 위해 생각해 낸 말이다.

처음 만났을 때 임 선생 나이가 98세. 나중에 천수를 다했음인지 표연히 사라지셨을 당시엔 이미 111세였단다. 임 선생은 100세의 나이에도 얼르기(그는 택견 ‘품밟기’를 이같이 표현했다)를 매일같이 하고, 날아차는 비각술(飛脚術)도 간간히 수련하는 정력적인 모습이었다. 순 거짓말일까. 맑은 공기, 깨끗한 물 마시고 생식을 했으며, 산을 돌아다니며 운동도 충분히 했다니 모든 장수 조건이 갖춰진 것은 아닐까. 그렇게 믿을 수도 있는 일이다.

. 박성호는 ‘내가 떠난 지 5년 안에 하산하라’는 선생의 말을 좇아 4년6개월만에 세상에 나왔다. 대나무 자르기. 발질(발차기)로 대나무를 격파한다고? 그런데도 ‘격파’보다는 보검으로 베듯하는 ‘자르기’가 더 어울린다는 것이다. 홍천 내려가는 차안에서 가슴을 연신 콩닥거리며 어떻게 가능할까하고 궁리했던 일이다. 박성호가 택견하면 ‘허접’(?)한 궁둥이 춤으로 오인되는 세태가 안타까워 마지못해 짜낸 격?캬珦潔駭? 죽은 나무와 돌을 차대면 뼈와 근육이 다친다는 얘기를 하면서도, 기자처럼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 속물들을 일깨우기 위한 방법이었다.

‘빠각’. 경쾌한 파격음. 너무도 쉬웠다. 수련생 하나가 어른 팔뚝 3분의 2쯤 되는 굵기의 대나무를 세워 잡고 있자니, 박성호가 쓸어차듯 몸을 휘둘러 냅다 발질을 해댄다. 오호, 이런 것이었구나. 그야말로 귀신같은 솜씨다. 놀라울 뿐이다. 탄성이 대단한 대나무를 아무일 없듯이 잘라내는 폼이라니. 더군다나 그 표면이 예리한 칼날로 쳐낸듯 말끔하게 ‘싹둑’ 잘려나간 것이다. 그렇다고 대나무 마디를 잘라낸 것도 아니다. 미리 잘라놓거나 물에 푹 불려놓은 대나무는 아닌지 기자가 몰래 땅에 쳐보고 했던 대나무였다.

자세히 보면, 어렴풋이 나마 그 비술의 비밀을 풀어볼 수도 있다.. 먼저 체중을 몽땅 발질에 싣는다. 이 때문에 디딤발은 발차기 뒤에는 한발짝 앞으로 나가게 돼있다. 속도는 최대한 빨리 찬다. 또 대나무와 90도 각도로 부딪치는 발 면적을 최소화한다. 박성호는 발목을 안으로 당겨 굽혀 마치 ‘낫’처럼 만들어가지고는 발질을 한다. 이 상태에선 발목 인대와 뼈 조직이 마치 칼날처럼 뻣뻣하게 융기함을 알 수 있다. 방법을 안다고 흉내낼 수 있다면 어찌 비술이라 할 수 있겠는가.

기자도 호기롭게 대나무를 차봤다. 차마 수련안된 발목으로 차지는 못했고, 발등으로 대나무를 부러뜨리려 시도했다. ‘퍽’하는 소리와 함께 대나무가 꺾여나가기는 했다. 그러나 대나무는 결대로 쪼개지면서 터져 부러져나갔을 뿐이다. “따로 격파 단련을 한 것은 아니예요. 오랫동안 수련하면서 응축된 힘이 다리와 몸에 자연스레 쌓이게 된 거죠.” 야구 배트를 부러뜨리는 발차기라도 박성호 처럼 대나무를 난도질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느 고수가 이같은 발질을 해내겠는가.

수련의 기본은 얼르기에 있다. 고(故) 송덕기 옹이 ‘품밟기가 택견의 전부’라 했듯이 박성호도 얼르기를 강조한다. 동이택견의 보법은 크게 4개지로 나뉜다. 삼수, 디듣자, 품자 보법이 있는데 그중 ‘갈지자(之) 얼르기’가 핵심이다. 몸을 앞으로 전진하며 다리를 눌러 밟듯이 한다. 골반은 전진 방향을 향하되 허리를 반대로 크게 틀어댄다. 고관절과 무릎, 오금과 허리 근력을 키우는 데 그만이다. 또 호흡법을 같이해 숨이 고르고 깊어진다.

비각술은 또 어떤가. 그의 택견은 특히나 공중에 몸을 날려 차내는 발질로 유명하다. 박성호가 몸을 날린다. 휘몰차기. 머리를상대 앞으로 쭉 밀듯이 나가는 동시에 땅을 힘차게 차내며 위로 솟구친다. 곧 머리는 땅쪽으로, 허리를 심하게 틀어대는 힘으로 몸을 홱 돌리며 발을 쭉 뽑아 찬다. 공중 발차기인데 참 묘하다. 몸을 던지듯 체중을 고스란히 실어내는 모습이 뛰어나다. 허리 회전력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마치 높은 데서 뛰어내리며 상대를 밟는 듯한 파괴력이 터진다. 축구 오버 헤드킥을 연상시키는 난간차기 등 비각술 모두가 같은 특징을 보인다. 30여가지에 달한다는 비각술. 다른 무술에서는 찾아 보기 힘든 기술들이었다.

“장전한 총알을 쏘는 데 맞추지 못할 생각으로 격발할 수야 없는 일이죠. 몸의 탄력을 이용한 발질이기 때문에 곧바로 바른 자세를 잡을 수도 있어요.” 혹시 동작이 크거나, 발차기 뒤에 흐트러진 자세로 역습을 받을 우려는 없는 지 궁금해 물으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힘이 들지 않아요. 반면 한두 달만에 그 효과를 볼려고 하면 배울 수 없는 무술입니다. 한 30년쯤 고련을 거쳐야 고수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겠지요.” 헉 30년이란다. 얼르기는 그냥 걸어다니면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수련이다. 반면 다리에 공력이 쌓이고 발질의 묘를 살려내려면 세월을 기다려야 한다.

“산에 있으면 항상 푸근해요. 그래서 산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거구요.” 그는 여지껏 산과 함께 살아왔다. 어릴 적 양친의 재가로 산속 생활을 시작한뒤 산과 더불어 해온 인생이다. 지금 집도 팔봉산 자락에 다소곳이 홀로 얹혀있다. 마을과는 거리가 꽤 있다. 한발은 산에 담그고 다른 한발을 세상에 걸치고 있다. 사회생활이 쉽지는 않았다. 전수관을 몇 개 내고 제자를 키운뒤에는 다시 산으로 돌아갔다. 동이무예택견 회장이지만 본업(?)은 심마니란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강원도 산을 헤메며 산삼과 약초를 캔다. 사부로부터 산세 읽는 법을 깨쳐서 이 일엔 이골이 났다. 산삼을 찾으면 좋고, 못찾아도 그만이다. 다리 수련했다고 생각하고 허허로운 웃음을 지으며 터벅터벅 산을 내려오는 것이다.

평생 산을 돌아다니며 기인을 두엇 정도 만났다고 했다. 축지법 쓰는 사람도 봤단다. 한번은 70쯤 돼 보이는 노인을 마주쳤는데, 도통 걸음을 따라 잡을 수가 없었다는 거다. 보폭이 2m쯤 돼 보일 정도로 엄청났고, 일반 사람들이 걷는 11자 걸음이 아니라 두발을 나란히 일자로 놓으며 물위를 미끄러지듯 산을 탔다. 한참 을 쫓다가는 발걸음을 돌렸다. “내 것(수밟기)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남의 것을 배우려해서 뭣 하겠는가”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산에서 종종 허송세월하는 사람들을 마주치곤 한다. 안타까웠다. 원체 배운 무술이 미천한데 산에만 들어가면 하늘도 날 것처럼 생각하고 입산했으니, 그 결과가 오죽하겠는가.

박성호 주장은 혼자만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사부 임태호 선생 등 대부분 얘기가 세상에 알려진 바가 없다. 그 진위를 가리기 힘든 까닭이다. 그러나 이것만은 확실하다. 그는 자기 무술에대한 엄청난 애착을 가지고 평생을 수련해왔고, 그래서 경지에 올랐다는 것이다. 그는 아마도 평안도 택견의 유일한 전수자일거다. 설령 그게 아니라도 굉장한 무술 천재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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