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파도심기(腦波盜心機)



영화 원초적 본능 두 편에서 샤론 스톤은 여러 명의 남자를 살해하고도 앞뒤가 완벽하게 들어맞는 치밀한 거짓말로 법망을 유유히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거짓말 탐지기까지 속여버리는 그녀의 완벽한 자기제어를 보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말이나 행동을 통해서 그 사람의 생각을 짐작할 수는 있지만, 사람은 자기자신도 스스로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를때가 있습니다. 게다가 자신조차 속이는 마인드 컨트롤로 자신의 거짓기억조차 사실로 받아들여 버리거나, 생각과는 상반된 말과 행동을 하기도 하므로, 남의 본래의 생각을 훔쳐 본다는 것은 순전히 경험과 평균에 의한 추측을 한다는 의미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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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에 보면 여러가지 질문을 하며, 상대의 눈동자를 살피므로 리플리컨트(복제인간: Replicants) 여부를 가려내고 있습니다. 복제인간이면서도 자신이 복제인간인지 조차 모르고 있다고 해도 심리적인 반응이 눈동자를 통해서 표현되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미래 사회에서도 사람의 생각을 훔쳐낸다는 일이 쉽지는 않는듯, 오랜 시간의 질문과 답변을 통해 블레이드 러너의 경험을 의지한 판단으로 구분해내고 있습니다.

거짓말 탐지기(Polygraph)검사관(Polygraph Examiner)이 피의자에게 질문을 하고, 답변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각증세와 심적 변화에 따른 자율신경계의 각종 반응을 이용하여 진술의 진위성을 판별하는 장치입니다. 사람이 고의로 거짓말을 할 때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로 인해 호흡이나 혈압, 맥박 등의 변화가 일어납니다. 그리고 이러한 심리적, 신체적 반응은 뇌의 작용에 의해 일어나는 반응이므로, 결국은 뇌의 활동을 정확히 판별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의 생각을 훔쳐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것은 거의 불가능한 상상일 뿐이며, 뇌파의 극명한 차이가 있을 경우만 생각(상태)의 구분이 가능한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론적(물론 제 개인적 이론)으로는 결코 불가능하지 않으므로 이제부터 뇌파를 이용한 도심기(腦波盜心機)를 만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뇌파(brain wave, 腦波)는 뇌의 사고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전기적 리듬으로, 1875년 영국의 생리학자 R.케이튼이 처음으로 토끼·원숭이의 대뇌피질(大腦皮質)에서 나온 미약한 전기활동을 검류계(檢流計)로 기록하였으며, 사람의 경우는 1924년 독일의 정신과 의사인 H.베르거가 처음으로 기록하였습니다. 뇌파는 외부로부터 받은 자극이나 신체의 상태, 움직임 등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며, 뇌의 기능에 따라 발생되는 뇌파도 각각 서로 다른 파형을 나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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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적으로 이런것을 알아야할 필요가 없으므로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α파는 사람 뇌파의 대표적인 성분이며, 보통 10Hz 전후의 규칙적인 파동이며 연속적으로 나타납니다.
α파보다 빠른 파동을 속파(速波)라고 하는데, β파라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α파보다 늦은 주파수를 가진 파동을 서파(徐波)라고 하는데, 4~7Hz의 것을 θ파, 그 이하의 것을 δ파라고 합니다. 우리는 뇌파의 1차적 명령을 받아서 화학적 전기적인 2차 반응으로 그 명령을 신체 각부위에 전달하고 실행합니다. 어쩌면 이 네가지의 뇌파 리듬이 우리의 생각이며, 마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변화로 인해 뇌파가 발생한다 vs 뇌파로 인해 변화가 발생한다 이런 논쟁은 그 결과가 이 위대한 도청장치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 생략하겠습니다. 어느것이 먼저든 결과적으로 둘 중 한가지만 읽고 판독한다면 어차피 생각을 엿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운 선율의 이 곡은 Recuerdos de la Alhambra라는 유명한 기타 연주곡입니다. 우리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들으면 왜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일까요? 지금 스피커의 진동을 통해 발생한 소리는 주변의 매질(주로 공기)을 통해 종파의 형태로 전달되는데, 공기 중의 분자들이 밀려나감에 따라 주변보다 압력이 낮아지는 압력차가 발생하고, 이것이 사람의 귀에 도달하면 공기의 압력 변화가 고막을 진동시킵니다. 그 다음엔 이소골을 통하여 달팽이관으로 전달되고, 달팽이관 안에서 파동을 일으키는 음파를 코르티기의 유모세포에서 전기적 에너지로 바뀌어 뇌로 전달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전기적인 에너지를 분석해서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청각을 통하는 소리뿐만 아니라, 시각적, 촉각적, 미각적 신호들도 모두 비슷한 과정을 통해 뇌로 전달 될때는 전기적인 신호로 바뀌어 있습니다. 우리의 뇌는 이러한 신호의 특성을 구분해서 이거는 소리고, 이것은 색이고, 이것은 맛이며, 이건 뜨겁다는 상태도 구분해 내고 있습니다. 만약 이러한 전달과정이 없다면 우리는 맛을 보기위해서는 음식을 뇌에 직접 갖다대야 할것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화학반응에 의한 전기적 신호의 변화를 가지고 오감(五感)을 받아들이고 판단해 내고 있습니다. 만약 이 신호가 엉킨다면 달콤함을 보면서 파란색을 듣고, 넓은 냄새를 맡게 될지도 모릅니다. 어쨋든 우리의 뇌는 이런 신호의 차이를 명확하게 구분해 내고 있습니다. 그에비해 우리가 구분하는 네가지의 뇌파(α파, β파, θ파, δ파)라는 것은 이러한 감각적 구분이 아니라 상태적인 구분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신호마다 다른, 너무나 다른 오감(五感)의 차이는 구분하지 않고 있기에, 엉뚱한 오해와 판단를 하고 있는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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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그림은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입니다. 저 그림을 보면서 과연 저것이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라고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분명히 같은 곡이 맞는데도 완전히 다릅니다. 소리를 소리로 전달했을때와 소리를 그림으로 전달했을 때의 차이는 이와 같이 극명합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근본적인 실수를 범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임상의학면에서 뇌파는 주파수나 진폭 외에 위상(位相)·파형·파동량·분포·연속성 등에 대해서 세밀하게 검토되고 있습니다. 1000분의 1초까지 정밀하게 기록하고 분석하며, 상태에 따라 정상뇌파와 이상뇌파를 구분짓기도 합니다. 뇌파에도 개인차가 있고, 지문(指紋)과 비교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하며, 그렇기 때문에 뇌파만으로 의학적 상태를 판단하는 것은 어렵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범위를 기준으로 잡고, 종류와 상태를 구분짓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활동이나 명상이나 수면 상태에 따른 뇌파의 구분이 아니라, 감각에 따른 구분이 시도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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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들을때 전달하는 과정에서 최종적 신호와 그 신호를 판단할 때를 체크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소리가 전기적 에너지로 바뀌어서 전달되는 순간을 기록하고 그 기록을 정확히 역순으로 재생해 낸다면 우리는 생각을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시각이 전달되는 순간을, 맛과 냄새와 촉각이 전달 되는 매순간을 정밀하게 기록할 수 있다면 그 기록을 바탕으로 생각을 재생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소리는 소리로 구분해 해석해야 하는데, 소리를 그림으로 해석한다면 엉뚱한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그리고 더 발전을 거듭한다면, 실제 사건의 기록만을 재생하는 것을 넘어서, 사고(思考)하는 순간을 재생해 낼수도 있을 것입니다. 경험을 바탕으로한 가상의 생각(思惟)조차 기록하고 재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생각이란 무엇일까요? 생각은사람이 머리를 써서 사물을 헤아리고 판단하는 작용이며, 어떤 사람이나 사건 따위에 대한 기억이며, 어떤 일을 하고 싶어 하거나 관심을 가지는 일이며, 그런 일을 하려고 마음을 먹는 일이며,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하여 상상하는 것입니다. 즉 기억과 상상하는 뇌의 작용이지만, 기억을 바탕으로 유추해나가는 전기적 신호의 결과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오렌지"지라는 생각을 하면 당신은 순간적으로 색상과 신맛과 모양을 모두 떠올리게 됩니다. 이미 뇌에서는 과거의 기억에서 오렌지에 대한 전기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즉 사물을 보는 현재의 유입되는 감각만이 아닌, 눈을 감고 상상중인 생각도 훔쳐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인체에 무해한 초소형의 기록장치를 태아 단계에서 수천개 이식하고, 그 사람의 뇌파를 영역별로 구분해서 평생동안 완벽하게 기록할 수 있다면, 우리는 사물의 인지과정에서부터 언어의 습득과정과 사고가 확장되는 과정까지의 모든 데이타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빌딩만한 기록장치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그를 분석해 낸다면, 사람의 생각을 훔쳐내는 프로그램을 완성할 수 있을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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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그림도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입니다.  우리는 지금 뇌파를 저 그림과 같이 보고, 저 그림을 통해서 생각을 상태를 분석하고 이해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음의 높낮이나 음량이나 리듬을 어느정도 유추해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코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수는 없습니다. 저 그래프를 재대로 이해하려면 윈엠프와 미디어플레이어와 제트오디오가 필요하듯이 뇌파를 그대로 재생해내는 기계가 필요합니다. 우리 뇌에서 발행하고 있는 RSS를 코드가 아닌 그림과 음악과 텍스트로 보여줄 구독기가 필요합니다.

불가능해 보이지만 기술의 발전과 더블어 인간과 사물과 현상을 더 자세히 이해하는 철학의 발전이 지속된다면 이러한 마음을 훔지고 엿보는 기계는 가능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 누군가의 대화를 도청하는 장치 대신에 초고감도의 수신장치를 갖춘 위성을 통해 상대의 생각을 입체적인 영상과 사실적인 음향으로 기록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자신조차 모르는 자신의 마음을 기록해서 재생하며 내가 이런 생각을 했구나 놀라게 될지도 모릅니다.

단순히 생각을 기록하고, 재생하는 수준을 넘어서, 아픔을 당한 사람에게 타인의 행복한 기억을 이식해 치료하는  날이 올수도 있습니다. 영어공부 때려치우기의 바벨피쉬를 대신해서 언어와 기술이나 사고영역만을 잘라내어 이식하는 서비스가 등장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입니다. 간접경험이라는 교육을 받는 학교가 아니라, 선인의 기억을 이식받아 자기기억화 하는 직접적 교육으로, 10살 짜리 꼬마가 달인이 되는 날이 올수도 있습니다.  이로인해 수명이 짧아 세대를 넘어 전해지지 못했던 많은 기억과 질문들이 쉽게 전이되어, 인류는 비약적 발전을 이룰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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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룡점정(畵龍點睛)... 눈을 그려넣기전에는 단지 그림에 불과했던 용이었습니다. 불가능한 상상이지만 뇌파도심기(腦波盜心機)가 완성된다면 미완성으로 남아있는 인류의 해탈에 대한 그림이 완성될 지도 모릅니다. 뇌의 저 구석에 남아있는 진화의 비밀지도를 해석해 낼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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