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눈을 뜨면 - 1에서 이어집니다.

그들이 조절한 회합주기로 인해 제2행성은 제3행성의 근지점(近地點)에 이르러 있었다. 불과 약 4000만 km거리였다. 우주적으로 보자면 아주 미미한 힘이었지만 충돌시 발생한 파장은 그들이 시도하는 계획을 수행하는데는 큰 힘이 되어주었다. 제2 행성이 지니고 있던 위성 2개중 난디(Nandi)는 그 충격파의 영향으로 약간의 진동으로 살짝 위치가 변하며 제2행성과 제3행성의 직선상으로 이동했고, 그순간 태양과 제2행성과 제3행성과 나머지 한개의 위성 VE68 또한 일직선에 놓였다.

그리고 난디(Nandi)는 내부에 설치된 장치에 의한 대폭발을 일으키며 수많은 잔해들을 제2행성의 표면으로 폭사시켰다. 그 과정에서 나머지 한개의 위성 VE68은 기조력의 변화와 태양의 섭동으로 궤도를 이탈했지만, 그 역시 그들의 계산속에 포함된 일이었다. 다만 자전축의 변화는 그들이 계획한 것보다 약간 작아 2.6도에 불과했지만 그리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들은 계산에서 제외되었던 한가지가 제2행성의 내부에서 발생했음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훨씬 나중의 일이지만 그때까지 20시간이던 자전주기는 이때의 계산착오로 225일인 공전주기 보다 길어졌고, 그로인한 파급효과는 후에 그들의 종족운명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한 일의 결과를 오랜시간을 두고 관찰하였고, 오차를 계산하고 수정한 후에, 제2차 계획을 시작하였다. 위성개조계획(衛星改造計劃)은 제3행성이 그들의 생존에 적합하도록 변화시키는데 촉매적 역할과, 미래에 있을 새로운 개조작업시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하는 작업이었다. 우선 표면이 완전히 식기전 무거운 물질을 분리해서 가공했으며, 1차계획의 과정에서 위성내부에 만들었던 장치들을 확장시켜야 내부를 공동화(空洞化)를 통해 위성의 크기를 확대해 나갔다.완벽한 개기일식(皆旣日蝕)을 위한 위성의 크기는 태양과 위성과 제3행성의 거리변화를 향후 50억년까지 계산한후에 가장 적절하게 결정되어졌다.  그리고 서로의 중력도 50억년후까지 치밀하게 계산하고, 위성의 부족한 질량을 행성으로 부터 조달했고, 한세대가 가기전 그들은 5만년 후를 목표로 자전주기와 공전주기를 일치시키는 설비를 완성하고 가동시켰다.

그런데 그들도 예상치 못한 일이 제3행성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암석과 마그마로부터 방출된 기체들이 중력으로 묶이면서 만들어진 원시대기에서, 마그마바다가 식으며 고체화된  행성의 바닥으로 수증기가 응결하며 비가되어 내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원시 바다에서 그들은 상상치도 못한 형태의 자생체(自生體)가 탄생한 것을 발견했다. 해저의 열수분출공을 중심으로 기이한 현상이 나타났을때 그들은 이 생소한 화학적 반응에 묘한 흥분을 느꼈다. 여기서 일어나는 고에너지의 화학반응은 매우 특수해서 마치 자신들과 같은 생명체처럼 보이기도 했다. 끈임없이 자신을 복제하고, 성장하고, 변이해나가는 모습은 분명 자신들 외에는 없다고 결론내렸던 생명체와 비슷했다. 다만 자신들처럼 물질과 열원을 이용해 몸체를 재구성하는 것과 달리 열원자체를 에너지원으로 하고 있지도 않았고, 물질중에서 특정 요소만을 선호하고 있었다.

또한  생명체라고 하기에는 그 분화의 주기가 너무나 짧았다. 그런데도 그들이 유기체라고 이름붙인 그 활동체는 무서운 속도로 번식하며 퍼져나갔고, 놀라울 정도로 짧은 주기에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있었다. 처음에 동일하던 유기체는 2만년이 지나지 않아 확실히 구분되는 5종류로 나눠져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동일한 형태의 원시조상에서 지금과 같은 종을 이루기까지 몇 억년동안 10 번도 안되는 종의분화를 거쳤다는 사실을 상기하고 몹씨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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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여기서 중요한 결정을 하게되었다. 유일한 우주지성체인 자신들이 어쩌면 더 이상 외롭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 것이었다. 이 조그마한 유기체는 연약한 구성임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환경을 빠르게 극복하고 있었으며, 엄청난 번식력으로 원시바다를 뒤덮는 중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계획을 일부 수정했다. 제1의 거주지로 예정되었던 제3행성을 잠시 두고, 제2의 거주예정지인 제2행성의 환경을 먼저 개조하기로 한 것이다. 물론 우선순위가 다르다고 해도 결국 개조가 시작될것이지만, 새로운 유기체를 관찰할 시간은 벌 수 있는 것이었다.

그들은 제2행성의 개조하기위해 지각활동을 조작하여 다량으로 존재하던 물를 증발시켰고, 화산활동을 촉진시키며 이산화탄소의 발생율을 현격하게 상승시켰다. 대기중으로 들어간 수증기와 이산화탄소로 인해 온실효과가 폭주되었지만, 대류의 순환이 활발해지며 비(雨)와 증발이 반복되고, 구름층이 두껍게 만들어지며 태양광을 차단하자, 점차 그들의 생존환경에 적합한 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후 행성의 표면온도가 600도까지 내려가며 대기중의 수분이 사라지고 안정을 되찾았다. 기압이 제3행성의 100 배에 이르렀지만, 그들에게 압력은 몸체의 구조만 약간 변이시키면 되므로, 큰 지장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느끼지 못하고 있었지만 불행이 다가오고 있었다.

제3행성에서는 광합성이라는 독특한 작용을 하는 유기체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태양광을 곧바로 자신들의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활동은 신비했으며, 광합성의 결과로 생긴 산소가 바다에 녹아들어가면서 엄청난 양의 산화철을 만들었고, 바다에 퇴적되었다. 이상태로 간다면 앞으로 10억년이 지나지않아 바다는 산소로 포화될것이 분명했다. 그들은 이 행성에 너무 많은 산소가 생성되는것을 바라지 않았다. 자신들이 산화철을 이용한 자화로 기억을 저장하고 몸체의 변이를 주도하고 있지만, 너무 높은 농도의 산소는 독약과도 같은 것이 었다. 그래서 그들은 아직 미완성인 위성의 궤도를 조금 조정하기로 했다.

10억년 후에나 불변의 안정된 궤도를 유지할 것이고, 그에 맞춰 최적화된 크기였지만, 지금의 공전궤도라면 현재의 크기에서도 충분하다는 것이, 이미 수십회에 걸쳐 일어났던 자연적 결과로 확인된 상태였다.  5분 동안 이루어지는 자연현상과 달리 그들은 인위적인 조작을 통해 10여분 동안 그 현상을 유지시킬 수 있었다. 제3행성에서는 완전히 태양을 가린 위성때문에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개기일식이 일어났다. 그리고 20년 후에 다시 만들어진 개기일식은 20분간 지속이 되었으며, 점점 개기일식이 발생하는 주기가 길어졌지만, 일식의 지속시간도 길어졌다. 그리고 1만년이 지났을때 행성은 1년간 지속된 개기일식으로 꽁꽁 얼어있었으며, 그 많던 유기체들도 모두 거의 멸종하고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일부의 샘플만 채취하고는 인위적 말살을 추가적으로 실시했다.

위성이 원래의 공전주기를 회복하는데는 다시 1만년이 걸렸다. 그리고 그동안 그들이 바라는대로 새로운 유기체는 더이상 자연 발생되지 않았다. 우주의 우연이란 그리 흔지 않는것이다. 제2행성의 개조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고 있었고, 제3행성의 위성도 완성되었다. 이제 위성은 행성에 비해 정확히 23%의 크기로 태양직경의 395분의 1이 되었다. 그리고  태양과의 거리도 행성과의 거리보다 395배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위성은 행성에서 조금씩 멀어져 곧 그들이 계산한 안정된 공전궤도에 자리 할것이다. 그것은 곧 최적화가 이루어졌다는 뜻이며, 자신들이 원하면 언제든지 일식을 통해 행성의 일조량과 온도를 조절할 수 있게되었다는 뜻이었다. 또한 필요에 따라 태양빛은 위성의 반사판을 조절하여 행성의 반대편까지 훤하게 밝힐수도 있게 되었다. 모든 계획은 계산대로 이루어졌으며, 이제 시간이 모든것을 해결해 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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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행성은 이제 표면온도가 그들이 생존하기 적당한 400도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안정된 두꺼운 대기층이 열의 발산을 막아 냉각시간을 지체하고 있었지만, 그건 먼 미래를 볼때 오히려 덕이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충돌때의 여파로 시작된 행성내부의 핵대류가 활발해지며, 다이나모(dynamo)의 자기장은 강력한 힘을 발휘해서 코로나와 알펜파에 의한 태양풍을 효율적으로 차단하고 있었다. 이제는 시간이 모두 해결해 줄것이다.

이미 자신들의 고향행성은 태초의 활력을 잃은 상태였다. 굳어버린 규산염질 맨틀에 둘러 쌓인 핵은 더이상 활동을 하지않았고, 다이나모가 멈춘 지금 투자율이 높은 광물에 남은 잔류자기 정도로는 태양풍을 막을 수도 없었기에, 태양풍은 전리층을 직접 휩쓸고 지나며 대기를 조금씩 벗겨내고 있었다. 고향별은 이제 아무런 생명활동이 없는 죽은 별이었다. 그들은 제2행성의 지각을 뚫고 건설한 거대한 구조물로 이주했고 공유의식체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를 했다.  몇세대를 이어온 계획은 이제 완성된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앞으로 5억년만 지나면 완벽한 환경의 거주행성 두개가 완성되어 있을 것이다. 그들은 더이상의 개체분화를 바라지도 않았고, 이런 대역사를 이루어놓고 결과도 못본채 스스로를 소멸시고 싶지도 않았기에, 5억년동안 동면하자는 의견에는 모두의 의식이 일치되었다. 서로의 기억을 완벽히 공유하며, 의식을 감소시키고 눈을 감았다. 이제는 시간이 모든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었다.

한번 일어난 일은 다시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것이 우주의 법칙이었다. 그들도 그 불규칙성으로 완전히 계산하지 못한 소혹성대를 지나던 혜성, 그들이 이미 과거에 발견했던 그 혜성이 소혹성과의 충돌하며 궤도를 이탈했고, 그 단주기의 작은 역행혜성은 제3행성의 대기권으로 진입하며 불탔고, 지면과 대충돌을 일으켰다. 테이아(Theia) 만큼은 아니지만 대기와 원시바다와 지각은 뒤집혔고, 식어가던 행성은 다시 살아난듯 활발한 화산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원시바다의 내부에서는 이미 한번 발생한 적이 있던 유기체가 우연처럼 다시 나타났고, 그들이 계산했듯 10억년이 지나자 바다는 산소로 포화되었고, 계속되는 광합성은 산소를 대기중으로 방출시키며 오존층을 형성했다. 원시유기체는 단세포에 원핵생물이었으나 점차 서로 합쳐기거나 새로운 변이를 거치며 한층 복잡한 진핵생물로 진화해고, 1억년이 지나지 않아 진핵생물이 서로 군집한 다세포 생물이 되어있었다.

그들이 행성의 기후를 조절하기 위해 만들었던 위성은 그들의 계획대로 정확한 주기를 지키며, 자전과 공전을 거듭했고 그것은 행성의 생명체의 주기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고, 결과적으로 종의 다양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5~7억년을 주기로 소행성군이나 혜성과의 충돌이 있었는데, 이는 죽음의 사자(使者)가 아닌 생명의 씨앗과도 같은 존재였다. 이런 충돌이 있을때마다 기존의 생명체는 멸종에 가까운 위기를 맞았지만 곧 이전의 몇 배가 넘는 새로운 종이 나타나는 경이로운 진화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대륙지각이 충분히 형성된 후부터 수억년을 주기의 꾸준히 발생한 혜성충돌은 행성표면의 대륙들을 흩어지게 하는 힘의 원동력이 되었기에 초대륙에 발생한 다양한 종의 분화를 더 활발히 변화시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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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행성의 자전주기는 원래 20일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계산하지 못했던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위성충돌때 발생했던 내핵과 외핵의 대류현상이 일시적인 진동에 불과했다는 것이었다. 자전축 변경에 오차가 발생한 근본적인 이유도 핵의 구성물질의 비중차이 때문이었다. 철과 니켈이 주성분인 전도성 액체인것은 맞지만 그 비율은 그들의 계산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제 2 행성은 너무 빨리 식었기에 내부핵의 회전과 대류도 그들의 계산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처음 그 차이는 아주 미미해서 몇년동안 자전주기는 1초도 차이나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확연한 차이를 보이기 시작했다. 제2행성의 자전주기는 1억년이 지났을때 이미 200일을 넘기고 있었고, 2억년이 지나며 243일로 안정되어 있었다. 이제 더이상의  지각변동도 없었다. 자전축의 회전률을 계산해서 5억년을  동안 동면하려고 한 그들은 이미 39억년의 시간을 아무것도 모른채 행복한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제3 행성에는 몇번의 초대륙이 탄생하고 흩어졌고, 마침내 거대한 생명체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과거 그들이 셋팅한 대로 7억년을 주기로 이루어지는 위성의 대규모 개기일식은, 행성을 스노우볼로 만들어 많은 종의 멸종을 초래하기도 했지만, 이미 행성에 골고루 퍼진 생명체 전부를 멸종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거대한 생명체가 5년의 개기일식과 유성으로 사라져갔고, 그들이 잠든지 39억년이 지났을 무렵, 행성에는 두발로 걷고 두뇌가 발달한 도구를 사용하는 종족이 나타났다.

정말로 짧디 짧은 시간동은 그 종족은 눈부신 발전하더니, 200만년이 지났을 무렵 그 종족은 자신들의 행성밖으로 물체를 보내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들은 처음 자신들의 위성에 대한 의문을 품었고, 그곳에서 의문을 더하가는 수수께끼를 발견했고, 얼마후 더 먼 외계로 향했다. 그리고 화성이라 부르는 제4행성에서 고대문명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백년이 지나지 않아 모든 수수께끼의 해답이 금성이라 부르는 제2행성에 있음을 깨닫고 그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들은 금성에서 결코 자신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뚜렷한 문명의 흔적이 지하 깊숙히로 이어져 있음을 발견했다.

그대로 있었다면 1만년을 더 번성했을지 모르는 그들은, 자신들의 행성인 지구가 지켜보는 가운데 첫조우의 순간를 맞이하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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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짧은 단편하나에도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도 알았습니다. 제가 쉽게 읽었던 많은 이야기들이 힘든 선택과 결정과 고뇌속에서 만들어졌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읽는다고 고생하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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