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후년부터 전국의 모든 고등학교에서 영어 과목은 영어로 수업하는 방안을 추진하려는 인수위의 정책에 상당수의 반대가 있는듯 합니다. 어제부터 이 소식을 들었는데 놀라운 뉴스가 하도 연속해서 나오기에  조금 멍한 기분이 되었습니다. 이제야 약간 정신을 차리고 뉴스의 골자를 정리해서 읽어 봤습니다.

-2010년부터 모든 고교의 영어수업은 영어로 한다.
-영어 이외 과목도 영어로 수업하는 것은 연내에 농어촌 지역 고교에서 시범사업으로 실시한다.
-당장 모든 교과목에 적용하지 않고, 수학이나 과학, 예체능 과목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영어로 수업하는 과목을 전국의 초·중·고교로 점차 확대한다.

그리고 이를 최대한 빨리 실시하기 위해서, 2013학년도 대입에서 도입되는 영어능력평가시험(일명 한국식 토플·토익)을 치르는 학생들이 고등학교에서 공부한 것만으로도 충분하도록 2010년부터 교육과정과 교과서, 교사제도를 전면 개편한다는게 골자군요.

현재 전국의 초·중·고 영어교사는 3만 3천명 정도고, 그중에서 영어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교사는 절반정도라고 하는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영어수업이 가능한 교사를 매년 3000명씩 대대적으로 양성한다는 부분은 감동적이기까지 합니다.

3만 명이 넘는 영어교사들은 영어교사가 되기위해 꽤나 오래 영어를 공부하고 가르쳤을 것이고, 그렇게 했는데도 영어수업이 안되는데, 불과 1년사이에 3000명씩 양성한다는건 정말 대단합니다. 만약 그럴수만 있다면 저는 무조건 영어수업을 지지하겠습니다. 수십년 배우고도 영어수업을 못하는 영어교사와 학생들이 저렇게 많은데, 일년만에 영어로 학생을 가르칠수 있는 자질있는 교사를 그만큼 양성하는 능력이라면 우리 아이들을 보다 쉽고 효율적으로 이끌어 주리라고 보여집니다.

일단 대다수(혹은 일부)의 교사들은 반대를 하는듯 보이는군요. "어학은 수단일 뿐이고, 국제적인 경쟁력은 창의력과 다양성에서 나온다"는 의견도 보이고, "영어로 일반과목까지 가르치다보면 수업내용보다 영어에 더 관심을 가질것"이라는 등 여러 반대의견들이 보입니다. 그밖에도 사교육비 증가나 한글의 굴욕 등 많은 근거를 들며 반대하고 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META MAN님이 말하는 이유가 가장 수긍이 가는군요.

내아이는
이순신 장군을 Commodore Lee로 세종대왕은 King Sejong으로 배워 올것이다.
King Sejong은 세종대왕님이 아니고, Commodore Lee도 이순신 장군님이 아니다.

그러나 반대로 영어에 자신있는 교사의 경우 자신의 능력을 양껏 발휘할 기회이므로 찬성을 하기도 할것입니다. 또한 불황에 빠져있던 사교육업계나 유학원 쪽에 몸담고 있다면 대대적인 환영을 할지도 모르겠군요. 그래서인지 이런 가운데서도 '영어로 진행하는 영어수업 활성화를 위한 영어수업발표회'가 열려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고 합니다.

일부대학교(혹은 대부분)의 영어교육 관련학과에서도 환영하는 분위기인 모양입니다. “장기적으로는 교사양성기관이 모든 교과의 예비교사들에게 영어교육을 강화한 뒤 이들이 영어로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건 결국 지지를 한다는 뜻이니까요.



이왕에 한다면 화끈하게 해보는건 어떨까요?

-모든 TV 프로그램은 영어방송을 의무화한다.(어차피 외래어가 엄청 많이 사용되는중)
-모든 공문서는 영어를 기본으로 한다.(공무원들 모두 영어시험 치고 들어갔으니까 쉬울듯)
-전국민에게 영어식 이름을 가지게 한다.(영어학원에서 영어이름을 사용한다더군요)

물론 이런 일이야 없겠만, 인수위에서 무리해가며 진행하려는 영어 공교육 강화 방안의 최종 목표는 기러기 아빠의 퇴출이라고 합니다. 기러기 아빠는 자녀를 외국으로 유학 보내면서 뒷바라지를 위해 아내가 아이와 함께 떠나 홀로 한국에 남게 된 남편을 일컫는 말입니다. 그런데 인수위에서는 기러기 아빠가 되어가면서 자녀의 영어공부에 치중하는 이유를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어 답답합니다. 영어의 교육을 강화하기 보다는 영어교육을 대폭 축소하는 것이 진정한 해결책이 된다는것을 전혀 모르고 있는듯 합니다.

도대체 영어가 뭐 그리 중요하다고,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대학교도 모자라 유학까지 시켜야 하는 것인지 모르고 있습니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실제 영어가 필요한것이 아니라 정부에서 영어를 강요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국제화시대에 국제화 기업이나 IT산업등에서는 영어가 필요하겠지만, 왜 영어와 무관한 직종까지 영어를 요구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영어룰 필요로 하는 분야가 얼마나 된다고 개인당 수십년을 영어공부에 매달리게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차라리 영어교육을 대폭축소시켜 고등학교부터 기본적인 문법과 회화를 가르치고, 대학교에서 지금의 고등학교 과정을 심화해 가르치는것이 효율적이 않을까요? 그래서 영어에 소비하던 시간을 인성과 창의력을 기르는데 투자를 한다면 이 사회는 더 맑고 경쟁력있는 사회가 될게 분명합니다. 그리고 영어를 쓸 일도 없는 공무원 시험부터 영어를 과감하게 없애서 필요한 능력개발에 더 많은 투자를 하게 해야할 것입니다.

우리나라보다 영어가 더 서툰 일본이 국제경쟁력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영어때문에 발생하는 천문학적인 사교육비를 차라리 기술교육에 투자한다면 우리는 일본을 능가하는 국제경쟁력을 지닐게 분명합니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영어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만 줄어들어도 훨씬 밝고 건전한 세상이 될 것입니다.

혼자서 혼자의 생각을 떠든다고 달라질게 뭐 있겠습니까? 이날 이때까지 영어회화를 못해도 크게 불편함이 없었고, 솔직하게 외국인 만나서 대화라도 해보려해도 아는 외국인이 없습니다. 가끔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외국인이 길이라도 물어보길 바라지만, 잘만 돌아다니더군요. 그리고 어쩌다 물건을 사는 외국인을 보면, 어디서 우리말을 배웠는지 에누리해달라고 간절한 표정을 지으며 흥정만 잘하더군요. 우리도 외국에 나갈일이 있으면 알아서 필요에 의해 스스로 배우게 될것인데, 뭣 때문에 그 어린 애들한테 매를 들어가면서까지 가르치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이건 경쟁력을 키우려는것인지 사교육계를 배불려주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정말 하나같이 놀랍지 않는게 없습니다.
이렇게 떠들어대는 주체는 인수위인데, 인수위는 정권 인수를 위한 시한부 기구일 뿐이며 인수위=새정부도 아닙니다. 어차피 새정부가 모두 책임질것도 아닌 정책이나 발언을 인수위는 무엇때문에 무차별적으로 발표해서 국민들의 가슴을 떨게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또 2MB은 인수위가 던진 미끼들중에 국민들이 어디에 호응하는가를 두고보자는 의도로 이런 인수위를 그냥 두고 보는것인지....
알 수 없는 미궁입니다.    

내일부터 뉴스를 끊어야 하는건지...
아니면 영어공부 때려치우기를 하루속히 만들어야 하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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