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진 아나운서는 지난달 31일 밤, 음주 상태로 생방송 스포츠 뉴스를 진행하다 혀가 꼬여 발음을 제대로 못하고 마지막 멘트도 빼먹어 물의를 일으켰는데, 음주 방송 이후 인터넷 게시판에는 MBC 아나운서의 잇따른 방송사고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결국 지난 1일부터 임경진 아나운서는 뉴스에서 하차하고, 김정근 아나운서가 대타로 투입되었고, 뉴스 시작 전 시청자들에게 사과를 표명했습니다.


게시판에는 “정확하고 사실보도를 해야 할 앵커가 술 먹고 국민이 지켜보는 카메라 앞에 설 수 있나.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졌다" 는 등의 질타가 대부분이 었습니다만, 저는 애교로 봐주고 싶습니다. 물론 뉴스라는게 신속 정확한 보도가 생명이라고 하지만, 누구나 마시고 취할 수 있는게 술이고, 방송직전에 마신게 아닌데도 술이 약하다가 보니 늦게 깼고, 그러다보니 술이 덜깬 상태로 진행해야 했을 것입니다. 잘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까짓것 애교로 봐주고 싶습니다. 회식자리에서 얼마나 열 받았겠습니까?

술에 취한게 아니면서도 만취한 척 여론과 의견을 고스란히 씹어 버리고, 천문학적인 돈을 엉뚱한데 쏟아 부으려는 모습을, 현장의 제1선에서 지켜보고 보도해야하는 아나운서들이 어찌 취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차마 맨 정신으로는 그 꼬라지를 볼 자신이 없었기에 술의 힘을 빌린건지도 모릅니다. 스포츠 뉴스를 진행하다보면 더 더욱 분통터지는 일이 많을 것입니다. 외국에 나가서 피땀 흘려가며 싸워서 국위를 선양해 봤자, 나라 안에서 제나라 글도 팽개치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화가 났겠습니다. 더구나 쉽고 재미있게 올바른 우리말을 배우는 프로그램 우리말 나들이를 진행하면서 한글을 사랑하는 마음이 컸을 것인데 그 분노가 오죽했겠습니까? 1971년생이면 애들도 어릴건데 치솟는 대학등록금을 보면서 느꼈던 절망감이, 못하는 술을 한 잔 더 마시게 했는지도 모릅니다.



독 작(獨 酌)
 - 이태백

하늘이 만일 술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주성(酒星)이 하늘에 있지 않았으리라.

땅이 만일 술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하늘에 주천(酒泉)이 없어야 하리라.

하늘과 땅이 이미 술을 사랑하였으니,
술을 사랑함이 하늘에 부끄럽지 않아라.

이미 들었노라.
맑은 술은 성인에 비한다고.

또한 이르되,
탁한 술은 현자와 같다고.

성현 같은 술을 이미 마셧으니,
어찌 반드시 신선을 구할 것인가.

석 잔을 마시면 대도(大道)에 통하고,
한 말을 마시면 자연과 하나가 된다.
(三盃通大道, 一斗合自然)

다만 취중의 아취(雅趣)를 얻으면 그 뿐,
깨어 있는 자에게 전할 생각을 말아라.

공인이 그러면 안된다고요? 누가 아나운서를 공인이라고 공인해 줬습니까? 뉴스를 보도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공인이라면 블로거도 공인입니다. 음주 블로깅을 허용한다면 음주 방송도 한번 쯤은 애교로 봐줍시다. 조금만 더 있으면 9시 뉴스의 아나운서도 맨정신으로 방송 못할 소식들이 수두룩 할건데, 미리 살짝 보여줬다고 갈아치울 필요있겠습니까? MBC 관계자 여러분 한번 봐줍니다.

-웃자고 쓴 글이니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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