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은 왜 나타나지 않을까? 1 에서 이어집니다.

작은 백사장(白沙場)이 있습니다. 그 백사장은 작지만 그 안에는 일천억 개의 모래 알갱이가 모여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백사장에는 1천개의 사금(砂金) 알갱이가 섞여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그 백사장에서 모래 한줌을 찾아보았을 뿐입니다.



4. 우리를 발견하지 못했다.
우리 은하는 허블 분류법에 따르면 막대나선은하에 속하는데, 약 2000억에서 4000억 개의 항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지름은 약 10만 광년이고 두께는 3만 광년인으로 은하의 중심에서 우리 태양까지의 거리는 약 27,700 광년입니다.

사방 1km의 백사장은 300m의 높이로 모래가 쌓여있는데 우리는 백사장 어느 한 모퉁이에 서서 그 속에 있는 사금 알갱이를 찾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저 우주의 어느 지성체들도 우리처럼 문명이 존재하는 사금을 찾고 있습니다. 그 백사장에는 몇 알갱이의 사금이 있는지도 전혀 없는 것인지도 알 수 없으며, 있다면 그것이 표면 위에 놓여 있는지 저 깊숙한 어딘가에 묻혀 있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또한 우리와 같은 방식의 전파를 이용하여 찾고 있는지 그들만의 통신수단을 기반으로 찾고 있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그들의 과학 기술이 극에 달해서 비슷한 색깔의 모래 속에서 사금을 쉽게 찾는 법을 개발했다면 이미 한 차례 백사장의 표면을 훑어보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한줌의 모래를 겨우 탐색한 것이듯, 그들도 50억년 동안 모래사장의 표면만을 찾아본 것일 수도 있습니다. 바람과 파도에 의해 저 깊은 곳에 묻혀있던 모래가 뒤집히기 전인 50억 년 전에 그들의 탐색기가 지나쳤을지도 모릅니다. 그들이 지구를 탐색할 무렵의 우리는 300m 깊숙이 묻힌 상태였습니다.

백사장에서 멀리 떨어져 살피면 모래가 한 눈에 들어오지만, 그 속에 섞여있는 몇 알갱이의 사금은 눈에 뜨이지 않습니다. 이 광활한 은하에 흩어져 있는 모래 알갱이의 반짝거림 속에서 비슷한 빛을 내고 있는 사금을 쉽게 발견해 낼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지구는 모래와 구분가지 않은 정도로 덜 드러난 상태입니다. 바람에 표면이 깎이고 햇살을 받기 전까지 그 속에 든 사금(砂金)은 반짝이지 않습니다.



5. 자신들의 기준에 맞는 문명을 대상으로 찾고 있다.

한·미 연구팀인 마이크로-펀(micro-FUN), 미국·유럽의 OGLE, 일본과 뉴질랜드의 MOA, 미국 중심의 플래닛(PLANET)등의 그룹은 중력렌즈 현상을 이용하여 외계 행성계를 탐사하고 있는데, 지구와 같은 외계의 행성을 찾기 시작한 지 10여 년 동안 240여개 정도의 외계 행성계를 찾았습니다. 그들의 다음 단계 목표는 외계 생명체가 있을만한 제2의 지구를 찾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우리는 우리 기준의 생존 조건을 중심으로 외계를 탐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태양에서 적정한 거리에 위치한 적정한 크기의 '대기와 물이 존재하는 행성'에서 태어나 발전해 왔으므로, 외계 생명체도 우리와 비슷한 환경에서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진화의 과정에서 약간의 사소한 변수만 작용했다고 해도 현재의 주도적 생물은 인간이 아닌 파충류나 혹은 조류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것인데 우리는 여전히 영장류에 대한 환상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지구와는 판이한 환경의 행성에서 생명활동을 시작해 문명을 이룬 지성체가 있을 수도 있으며, 행성이 아닌 항성에서 코로나를 매개로 성장하는 지성체가 탄생했다고 해도 그것이 유기체보다는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환경의 생명체라면 지독한 자장과 전파의 폭풍 속에서 소리를 통해 의사소통을 하는 따위의 진화는 하지 않았을 것이고, 문명으로 성장하면서도 전파를 이용하는 통신수단을 발전시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들이 마침내 우주로 눈을 돌리게 되자, 그들은 자신들의 기준을 만족시키는 생존조건의 항성을 중심으로 생명체를 탐색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우리가 부지런히 여러 별들을 향해 안테나를 고정한 채, 이상한 소음이 잡히기를 고대하듯이, 그들도 자신들이 문명이라고 생각하는 기준에서 자연스럽게 발전하리라 예상되는 통신수단을 사용하는 항성의 잡음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시공간을 가로질러 빛의 속도로 퍼지는 중력파의 일렁임이 그들의 통신수단이기에, 그들은 자신들의 메시지를 파장이 다른 중력파로 변환해 우주 곳곳의 가능성이 있는 항성을 향해 띄우거나 수신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우리는 우주 저 멀리서 관측할 만한 강력한 질량 가속을 인위적으로 한 적이 없으므로 그들에게 우리 존재가 발견되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우주의 모든 문명은 백사장의 사금 알갱이처럼 고립되어 있을 가능성이 99.9999%인데 그들은 각자가 자신과 같은 조건에서만 생명이 존재할 것이라는 착각 속에 빠져있는 것이 아닐까요?



6. 우리보다 문명이 발전하지 못했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또 다른 착각 혹은 기대가 있다면 외계의 문명 중 일부가 우리보다 우수할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우리 인류의 역사를 돌아봐도 200만 년 전 인류의 조상이 갑작스럽게 출현하지 않았다면 앞으로 1000만년이 지나도 원숭이는 원숭이일 뿐이고, 고릴라는 고릴라일 뿐이므로 이 지구에는 문명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것입니다.

40억년의 생명 역사 중에서 오직 마지막 천년만이 문명의 시기인 것입니다. 인류가 나타나지 않았거나, 인류가 너무 일찍 -공룡의 시기- 나타났다면 지구는 생명체는 존재하나 문명이 없는 행성에 불과했을 것입니다. 또한 40억 년 전에 지구에 충돌했던 테이아(Theia)가 6500만 년 전에 충돌했다면 지금의 지구는 생명 없는 불모의 행성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우리 은하의 4000억 개 항성이 한 개씩의 행성만 가지고 있다고 해도 4000억 개의 행성이 있는 것입니다. 1억 개의 행성 당 하나의 행성에 생명체가 출현했다고 하면 4000개의 생명이 존재하는 행성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100억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 4000개의 행성이 같은 시기에 생명을 잉태시키지 않았고 10억년 마다 시기를 달리했다면 그 수효는 더 많을 수도 적을 수도 있습니다.

비교적 은하의 외곽에 위치한 우리 태양계에도 억년을 단위로 보면, 수없이 많은 거대 운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별들의 거리가 가깝고 밀집된 은하 중심부에 더 많은 생명의 별이 존재한다면, 그 곳에는 더 자주, 그리고 더 대규모의 운석충돌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운 좋게도 충돌이 없어 살아남은 행성은 몇 개나 될까요? 수많은 별이 모여 있어 생명이 존재할 확률이 높은 만큼 비례적으로 멸망할 확률도 높을 것입니다.

만약 10억년 동안 단 한 번의 충돌도 없이 자생한 생명체가 있다면 그들은 과연 문명을 이루었을까요? 우리 인류의 경우에 비교하지 않더라도 그 확률은 1억분의 1도 되지 못할 것입니다.  물론 그 가능성이 아무리 낮아도 우리 인류가 어느 날 갑자기 문명으로 발전했듯 순식간에 고도의 문명을 이룩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필연적인 멸망의 순간은 다가옵니다.

지구가 1000년 안에 달 크기의 혜성이나 운석과 충돌할 확률은 100%이면서 0%입니다. 우리가 만약 그 사실을 지금 안다고 해서 멸망을 피할 수 있을까요? 지금과 같이 초고속의 기술발달이 뒤따른다고 하여도 확신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만약 거대한 우주선을 타고 다른 별을 향해 출발한다면 살아남을 수 있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화성의 지하에 숨어서 산다면 살아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폐쇄된 공간에서의 자원 순환의 한계로 1000년을 넘지 못하고 전멸하게 될 것입니다. 만약 지구와 비슷한 환경의 행성을 찾아내어 떠난다고 해도 1000년 이내에 도착할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여러 이유로 지구를 포함한 모든 우주 생명체가 멸망하지 않고, 우주의 재앙을 극복할 수 있는 문명으로까지 발전할 가능성은 0%에 가깝습니다. 결국 같은 시대에 우리와 비슷하거나 우리보다 발전한 문명을 유지한 외계문명이 존재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한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쯤 우주 저편 어딘가에서 석기시대를 마감하고, 연한 금속을 발견해서 주변 부족을 압도하고 있는 외계 문명이 시작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외계인은 왜 나타나지 않을까? 3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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