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표적 민예연구가 였던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는 일본 국보가 된 차사발인 기좌이몽 이도를 직접보고는 “이건 아주 평범한 물건이며 조선의 밥사발이다. 그것도 가난뱅이가 예사로 사용하던 아주 볼품없는 밥사발이고, 전형적인 잡기로 가장 값싼 물건이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또 개성도 없는 평범함의 극치며 너무나 흔해빠진 물건이 바로 대명물이며 천하의 명기로 이름난 일본 국보의 정체라고 했습니다.


일본의 국보가 된 기좌이몽 이도는 1592년 임진년에 시작된 일본의 조선 침략전쟁인 도자기 전쟁이며, 차사발 전쟁이라고 불리는 임진왜란 때 왜군이 전리품으로 가져간 것입니다. 왜군이 조선에 교두보를 확보한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김해 향교의 도자기 제기들을 모아 일본으로 보내는 일이었습니다. 당시 전리품을 받고 기꺼워한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그의 뒤를 이어 권좌에 오른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이도 차완(井戶茶碗)으로 알려진 조선 사발을 최고의 차도구로 쳤습니다.

가끔 TV의 골동품을 감정하는 프로그램을 보면 전문가라는 분들이 나와서 일본의 국보가 된 차사발을 막사발이라고 부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건 마치 우리나라를 저희나라라고 부르는 것과 같이 자국의 문화를 깎아 내리는 일인데, 야나기 무네요시의 “그 더러운 조선의 잡기에서 미를 발견하여 천하의 명물로 승화시킨 우리 일본인들의 심미안은 위대하다”는 식의 발언을 별 생각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것입니다.

명절이나 보름날 혹은 조상의 생일날에 간단히 지내는 제사인 차례(茶禮)
영호남 지방에서는 차사(茶祀)라고 하며, 차례는 원래 다례(茶禮)라고 하여 문자 그대로 다(茶)를 행할 때의 모든 예의범절을 뜻하는 말이었습니다. 일본이 가져간 차사발은 다례(茶禮)를 위해 도예가들의 파격적 창작을 통해 특별히 구워낸 명품인데, 평범함이 위대함이라거나 막사발이라는 것은 일본식 미학에 빠진 식민사관일 뿐입니다. 예를 중하게 여겼던 우리 조상들이 차례를 지내면서 막사발을 사용했을리 없습니다. 다행히 사기장 신한균님께서 이도 차완에 황태옥이라는 멋진 이름을 붙이고, 부친인 고 신정희선생의 대를 이어 황태옥 사발을 재현해 내고 있습니다.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 혹은 항다반사라는 차(茶) 마시고 밥을 먹듯 '
항상 있어서 이상하거나 신통할 것이 없는 일'을 뜻하는 말입니다. 즉 우리 조상들은 차(茶)를 물마시듯 늘 일상 속에서 즐겨왔는데, 요즘 차를 마신다고 하면 마치 특별난 취미나 예절이라도 되는 듯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차는 양반이나 마시던 전유물로 여기기도 하는데, 실제 우리가 자주 사용했던 엽차(葉茶)라는 말은 잎 엽(葉)자를 쓰며, 잎을 따서 만든 차나 그것을 달이거나 우려낸 물을 가르키는 말로 우리 조상들이 흔하게 물처럼 차(茶)를 마셔 왔던 것입니다.

차(茶)하면 대부분이 녹차를 떠올리는데 티백녹차에 익숙해져 있어서인지 떫은 맛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잎을 덖은 녹차는 결코 떫지 않으며 구수하고 달콤한 맛이 입안에서 감돌며, 그 향의 여운이 코로 넘어와 머리 뒤쪽까지 상쾌하게 전해집니다. 또한 잎을 언제 따느냐, 어느 지방에서 생산되었는가, 어떤 제다과정을 거쳤느냐 등에 따라 그 향과 맛이 천차만별이고, 가격도 100g에 몇천원에서 몇십만원까지 다양한 편입니다. 녹차는 티백만 있는 것이 아니며 매우 맛있는 차입니다.

그리고 차제구(茶諸具)인 다구(茶具)에 대해서도 거의가 중국이나 일본의 것이라고 여기지만, 근대에 플라스틱과 스테인레스가 도자기를 대신하기 전까지는 우리에게는 세계 최고의 다구들이 있었습니다. 조선은 16세기까지 중국과 더불어 당시 최첨단 기술이었던 도자기 생산 종주국이었으며, 고비키, 이라보, 하케메, 이도, 도도야 등의 이름으로 일본이 멋대로 분류하고 국보로 지정한 명품 조선 사발들을 만든 수많은 사기장(도공)들이 넘칠 만큼 있었습니다. 우리의 다구는 천하제일입니다.

어쨌든 차라는 것은 우리 생활과 밀접하고 일상 속에 녹아 있었는데, 지금은 차를 특별한 취미나 교양정도로만 여기고 등한시하고 있는 듯 합니다. 차를 마시거나 소개할 때 일본녹차가 좋다고 말하면 왜색이 짙다거나 친일사상을 가진게 아닌가 하는 눈초리를 보내기도 하는데, 전량을 수입하는 커피에 대한 거부감은 없으면서 유독 차에 대해서는 심한 오해를 하고있는 것 같습니다. 밥먹고 나면 차가 아니라 커피가 땡기고, 커피의 종류와 맛있게 만들고 마시는 법은 빠삭하면서도 우리 차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한 편입니다. 물론 그것이 잘못되었다기 보다는 아쉬움이 클 뿐입니다. 저 역시 차를 접하기 전에는 커피를 즐겼고, 지금도 커피를 제법 많이 마시는 편입니다.


마른 찻잎을 끓는 물에 부어 우려내거나 불전(佛前)이나 영전(靈前)에 차를 공양하거나, 상전이나 손님에게 차를 내주는 일을  점다(點茶)라고 하는데 일본에서는 보통 점전(お點前오테마에)이라고 부릅니다. 일본의 다도(茶道)는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건너가 임진왜란 이후에 급격하게 발전하였습니다. 저도 정통의 센리큐(千利休)식 다도를 배웠었는데 좁디 좁은 다실(茶室)에서 한시간 가량을 꿇어앉아 온갖 예를 치뤄야만 겨우 말차(抹茶:가루녹차) 한잔을 마실 수 있습니다. 이것은 아마도 거친 무사들을 다루기 위해서는 예를 중시하는 다도(茶道)만한 것이 없었기에, 차 앞에 몰입시키고 차를 맛보는 기다람의 시간을 길게 잡았던 것 같습니다. 그 발전과정을 봐도 초기와 달리 점차 복잡해지면서 후대에 가면 차를 마시는 것보다 마시기까지의 과정을 더 중시하는 식으로 귀족적인 감상과 유희로 변질되어 버립니다.

죽음으로 와비차(侘び茶)를 완성한 센리큐(千利休)가 일본에서 다성(茶聖)으로 추앙받고 있다는 것만 봐도 일본 다도에서는 정치적이고 살벌한 과정을 거쳐 발전했음을 알 수 있는데, 우리의 다도는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는 것 외에는 지나치게 복잡하지 않는 글자 그대로 일상다반사인 것입니다. -물론 초의선사(艸衣禪師)는 다선일미(茶禪一味)를 강조하여 차를 통하여 법희선열(法喜禪悅)을 얻는다는 심오한 철학을 펼쳐 차가 선비적이고 불교적인 색채가 짙어졌지만- 세작(細雀)이니 중작(中雀)이니 전차(煎茶)니 농차(濃茶)니 하는 차의 종류를 몰라도, 차는 보기 위한 것이 아니고 마시기 위한 것이므로, 차를 마시는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단 차(茶)에 대해 정확히 배우면 더 맛있게 마실 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차를 마시다보면 좋은 차에 대한 눈과 혀와 코를 가지게 되는데, 처음부터 잘못된 방법으로 차를 마시다 보면 차와 친해지기 어렵고, 차맛을 제대로 알기도 어렵게 됩니다. 실제 좋은 녹차는 차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 마셔도 절로 감탄을 연발하게 되지만, 잘못된 방법으로 우려낸 차는 아무리 마셔도 왜 차가 좋은지 모르게 합니다. 티백녹차를 마시면서 "무슨 맛으로 먹는거야?"라는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라 할 수 있습니다. 좋은 차와 슈퍼용 티백녹차는 지리산 나물과 잔디 만큼이나 맛과 향에서 차이를 보입니다(물론 티백녹차 중에 좋은 제품도 있습니다)


아무튼 차는 가리지는 않더라도 제대로 마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블코의 뉴스룸에 향긋한 차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할 "티블로그" 신장개업! 이라는 좋은 기사가 떴길래 가봤는데, 티블로그(TeaBlog)를 운영하는 (주)엔돌핀F&B라는 곳이 차를 생산하는 곳인지, 판매하는 곳인지, 혹은 차문화를 보급하는 곳인지 모르겠지만, 차에 대한 다양하면서도 재미있는 글들이 많이 있기에 잠시 소개해 보겠습니다.

몇 년 전부터 우리 사회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가 된 ‘웰빙’ 덕분에 몸에도 이로운 차가 더욱 각광받고 있는 추세입니다. 차가 몸에 좋은 성분들을 많이 갖고 있는 것이 널리 알려지면서 일상 생활 속에서 마치 약을 대신이라도 하듯 마시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단순히 몸에 좋다고 해서 가리지 않고 아무거나 마셔서는 차의 효능을 완전히 살리지 못합니다. 제대로 알고 마시지 않는다고 해서 독이 되는 건 절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내게 맞는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이야기인 셈입니다.

입에도 좋고 몸에는 더더욱 좋은 건강차. 상황에 따라 알맞은 종류를 골라 마신다면 우리의 건강과 삶이 더욱 윤택해지지 않을까요?  이러한 생각에서 출발하게 된 티블로그TeaBlog는 차와 사람의 이야기, 나아가 세상의 모든 차와 차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 블로그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뜨이는 것이 전차(煎茶, 센챠) 우리기에 관한 글입니다. 차의 유래와 소개를 하고 우리는 방법에 대해 나오는데 일부를 인용하겠습니다.

보통 전차는 1분 정도를 우려낸다고 하는데, 후카무시챠는 일반 전차보다 오래 쪄낸 차이기 때문에 더 짧게, 30초 정도가 알맞다고 하는군요. 차잎의 양은 약간 정보의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1인분에 2g 가량입니다. (사람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2g+입니다.)

저 역시 전차(달일煎, 차茶)를 약간 가지고 있기에 입맛이 땡겨서 마셔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물을 끓이고 찻잔과 숙우와 걸음망과 차관(茶罐=다관)을 준비합니다.



전차를 알맞게 떠서 다관에 넣습니다. 전차는 잘게 부숴진 가루가 많으므로 차시를 이용합니다.



일반 녹차보다는 뜨거운 물에서 우려내므로 물이 끓은 후 조금만 기다렸다가 붓습니다.



30~60초 가량 우려낸 후에 걸음망을 통해 숙우에 따릅니다.



연두색의 이쁜 차를 잔에 따라서 마십니다. 보통 5회 정도 우려낼 수 있습니다.


작은 애가 좋아하는 차입니다.

전차는 차잎의 원래 모양이 남지 않을 정도로 작은 조각과 가루투성이기 때문에 걸음망을 사용하지 않으면 너무 많은 찌꺼기가 생깁니다. 그러나 특유의 부드럽고 연한 맛이 있습니다.

전차를 끝내고 나니 입맛이 계속 땡겨서 녹차를 마시기로 했습니다. 지리산 청심사의 주지스님인 지담스님(초의선사 6대 다맥 전수자인)이 제다하신 작설차 중에서 문수(세작)를 선택했습니다.



돌돌 말린 자잘한 찻잎이 꼭 벌레같이 보입니다.



모든 다구를 바꾸고 물이 끓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구를 바꾸는 이유는 하나의 차관(茶罐)은 한가지 종류의 차(茶)만을 위해 사용해야 다른 차의 맛이 베이지 않아, 차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잔은 차가 바뀔 때마다 씻거나 바꿔주면 되는데, 저는 자주 마시는 것을 좋아하기에 작은 잔으로 바꿨습니다.



연한 노란색의 녹차입니다. 주인이 먼저 잔에 따라 맛을 살짝보고 괜찮으면 숙우에 따르는데 이것은 그냥 맛을 맞추기 편리해서 하는 것입니다.



녹차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3~7회정도 우려내면 더이상 차맛이 없는 맹물이 됩니다.


녹차와 전차를 우려낸후 비교해보면 큰차이가 납니다. 녹차는 작은 잎이 하나하나 살아나지만, 전차는 모든 잎이 떡이 된 것처럼 부숴지고 뭉쳐 있습니다.

차(茶)는 뜨거운 물에 우려서 마시는 것이지 끊여서 마시는 게 아닙니다. 차는 끓여서 먹는 보리차 등이나 다려서 먹는 인삼탕 등과는 엄연히 다릅니다. 보통 녹차의 경우 1인 기준으로 2~3g의 차에 뜨거운 물 50~150g을 붓고 1~2분가량 우려내어 마십니다. 같은 찻잎으로 3회이상 우려 내어 마실 수 있는데, 고급차일수록 그 횟수가 늘어납니다. 차를 우려내는 물의 온도는 같은 녹차라도 증제차(蒸製茶 찻잎을 쪄서 만든 녹차)는 70℃이하로 식힌 물을 사용하고, 가마에 덖어 만든 부초차( 釜炒茶)는 80~90℃의 물로 우려내며, 오룡차(烏龍茶)같은 부분발효차나 홍차(紅茶)같은 발효차는 끓는 물을 그대로 씁니다.

그러나 마시기는 결코 어렵고 번거로운 일이 아닙니다. 차마시기에 있어서는 격식을 따지거나 멋을 부리기보다 차(茶)의 향과 맛을 잘 우려내는 것이 우선입니다. 즉 맛있는 차를 만들어 마시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커피와 요즘 유행하는 '옥수수 수염차'니 '18차'니 하는 차(茶)도 간편해서 좋겠지만, 이렇게 집에서 가족과 함께 차(茶)를 나누며 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움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차(茶)를 마시는 것은 여유를 마시는 것이며, 행복을 나누는 것입니다.


우리 사발 이야기(사기장 신한균의) 상세보기
신한균 지음 | 가야넷 펴냄
사기장 신한균이 전해주는 우리 사발 이야기를 담은 책. 과거 일본에 빼앗긴 조선 사발을 최초로 완벽히 재현해 낸 도예가 신정희 옹의 큰아들인 저자는 조선 사기장의 후예로서, 15세기 도자기 종주국의 영광을 누렸던 한민족으로서, 일본으로 건너간 조선 사발의 신비와 사기장들의 드라마틱한 삶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은 사학자나 미학자가 아닌 도자기 기술자 사기장의 시각에서 재해석한 잊혀질 뻔한 우리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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