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년 전 지구에 나타난 인류는 불과 200만년 만에 문명을 이루었고, 마지막 100년간에는 그 발전 속도가 극에 이르며 지난 일만 년간 꿈에 그리던 고향 우주를 향해 출발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100년이 지나기 전에 그들은 지금껏 미지(未知)의 행성(行星)으로 남겨져 있던 태양계의 제 9행성카이퍼벨트(Kuiper belt)에서 발견했고, 그곳을 향한 탐사선을 보내서 지금껏 품어왔던 수많은 의문을 풀기위한 시도를 했다.

아직 정확한 이름조차 붙여지지 않은 제 9행성은 지구와 비슷한 크기의 고체형 행성임에도 그 질량은 지구의 30%에 불과했고, 여러가지의 분석 결과를 종합해보면 태양계의 다른 행성들과 구성성분비(構成成分比)가 판이하게 달라서 '혹시 외계에서 날아왔다가 중력에 포섭된 떠돌이 행성이 아니었을까'하는 의문을 가지게 했고, 1000년을 주기하는 타원궤도로 태양을 공전하고 있으나 자전과 공전 주기의 일치로 지구의 위성 달과 더불어 묘한 신비감을 주고 있었다.

마침내 탐사선은 제 9행성에 도착하여 무사히 표면에 착륙했고, 여러 의문을 풀기위한 실험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실험의 결과는 행성에 대하여 지금까지보다 더 많은 새로운 의문들을 던져주었고, 그로 인해 2차 3차에 걸친 정밀한 탐사가 이루어졌는데 그 결과를 놓고도 다시 많은 논쟁이 벌어졌다. 결국 몇년 후의 4차 탐사는 유인(有人)으로 진행되어 행성의 표면을 굴착하는 계획이 실행에 옮겨지게 되었다.


제 9행성은 인공적으로 만든 행성이 분명했다. 아니 만들었다기 보다는 행성의 내부를 완전히 비워내고 그 속을 개조한 것으로, 너무나 오랜 세월을 방치하다보니 그 흔적조차 거의 사라졌지만, 분명 추진장치(推進裝置)로 보이는 설비의 희미한 흔적이나 공학적으로 이루어진 완벽한 공간배치와 어마어마한 넓이로 존재했던 내부(內部) 바다의 흔적 등은 그 문명의 수준을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게 만드는 압도적인 것이었다. 행성은 내부에서 일어난 어떤 사건으로 어느 날 갑작스런 종말을 맞이한 듯했고, 그 증거가 지질층 곳곳에서 균일한 흔적으로 발견되고 있었다.

그런데 행성을 조사하던 중에 항상 태양 반대편에 있던 행성 외부 지표면 한 곳에서 알 수없는 강력한 신호가 발생했는데, 그것은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지하와 연결된 통로 입구에 세워진 방추형(方錐形)의 피라미드(pyramid)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사방 30m 가량의 작은 피라미드는 거의 온전한 형태를 지녔는데, 이것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최초의 신호가 발생했고, 이후에도 한 달 간격으로 같은 신호가 두 번 더 발생했지만, 그 후에는 더 이상 어떤 움직임도 없는 정적의 상태로 되돌아갔다.

행성에 치명타를 입힌 지질층의 연대는 놀랍게도 10억 년 전이었고, 그 피라미드는 후에 발견된 동일한 형태를 지닌 수백 개의 피라미드 중에서 운 좋게 10억년의 세월동안 수많은 우주의 재앙을 절묘하게 피해 살아남은 유일한 것이었다. 피라미드는 1m 두께의 암석으로 외부가 보호되어 있었고, 그 내부는 반투명한 금속으로 완벽하게 밀폐된 상태였는데, 어떤 미세한 틈도 없었기에 결국 그것의 일부를 절단해야만 했다.

내부는 없었다. 피라미드는 마치 기계를 통채로 유리 속에 담그어 굳힌 것처럼, 미지의 물질로 이루어진 하나의 덩어리였고, 그 덩어리는 특수한 기능을 수행하는 기계장치가 같았지만, 정확한 역할을 알아낼 수는 없었다. 다만 그 피라미드에서 발생한 신호는 1000광년 떨어진 여우자리(Vulpecula)아령성운(亞鈴星雲)을 정확히 겨냥하고 발사된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제9행성은 수많은 추측을 낳으며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되었지만, 곧 새로운 가치를 지닌 행성으로 개발되어 태양계 밖으로의 진출을 위한 훌륭한 보급기지로 개조되었다. 제9행성은 여러 면에서 인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우주에는 자신들 말고도 다른 문명이 존재한다는 증거였고, 이미 10억 년 전에 이만큼 발달한 문명을 지닌 미지의 종족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인류는 경각심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인류는 이제 한 단계 더 성숙한 가치관을 가진 문명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그리고 2천년이 흐른 후, 지구에서는 외계 문명에서 날아온 하나의 메시지를 받았다.

그 메시지는 언어나 패턴이 우리와 달랐지만, 영상(映像)을 무선으로 바꾼 신호였기에 쉽게 해석할 수 있었다. 영상에는 아령성운 근처에 위치한 하나의 행성과 태양계를 연결하는 선(線)들이 보였고, 그 선을 따라 움직이는 붉은 색의 점(點)이 있었다. 그 점 옆으로는 물리법칙에 따라 계산한 어떤 수치로 추정되는 문자들이 나타났는데, 원주율과 대비시켜 보여줬기에 쉽게 해석이 가능했다. 아마도 아령성(亞鈴星)과 태양계와의 거리와 점이 이동하는 속도를 나타내는 것 같았다. 계산을 해보니 그 점은 광속의 50%에 가까운 초속 15만Km의 속도로 움직이는 것이었고, 잠시 후에 점은 태양계에 도착했다. 그리고 영상은 정확히 태양계의 세 번째 행성인 지구의 궤도를 나타냈고, 그 궤도에 진입한 점에서부터 몇 개의 가는 선(線)이 방사(放射)되는 것이 보였다.

잠시 후 영상은 붉은 점에서 나온 선(線)들에 의해 행성이 완전히 파괴되는 장면으로 이어졌는데, 그 영상의 의미는 누가 봐도 명백한 것이었다. 지구에 대한 선전포고(宣戰布告)였다.

아령성인(亞鈴星人)이라고 명명(命名)되어진 그들은 이후에도 여러 번의 같은 메시지를 보내왔으며, 몇 년 후에는 실제로 자신들이 지닌 전투력의 일부를 담은 영상을 보내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 몇 년 후에 태양계를 향한 출발을 알리는 듯 한 내용의 영상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동일하게 수신되었다. 이제 인류는 상상도 못한 곳에서부터 시작된 위기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그들의 영상을 분석해 본 결과, 아령성인들은 메시지를 보낸 시점(時點)에도 현재의 지구보다 월등한 수준의 과학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사는 행성의 주기(週期)와 스스로를 소개한 정보(우월성을 알리려는 의도인 듯)를 비교해보면, 그들의 진화와 발전 속도는 지구의 두 배에 가까웠다. 즉 그들 입장에서의 시간은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흐르고 있는 것이었다. 아령성인은 천 년 전에도 이미 그 기술이 지구보다 우수하고, 정밀하게 다듬어져 있었으므로 현재를 기준으로 봤을 때, 그들이 평균적인 발전 속도를 유지해왔다면 우리보다 2천년 정도 앞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분명한 한 가지는 2천 년 전 발견된 제9 행성의 피라미드가 지구의 정보를 아령성으로 보냈고, 천 년 전에 그 메시지를 받은 아령성에서는 지구문명의 정도를 파악한 후에 어떤 이유에서 인지는 모르지만, 태양계를 향한 선전포고를 했다. 이미 천년 전에 침략의 진군을 했고 이제 500광년 거리까지 다가온 아령성인과 인류는 1000광년 거리를 둔 성간전쟁(星間戰爭)을 시작한 것이다.


- 성간전쟁(星間戰爭) 그리고  AD 4100년 -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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