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성(性)이 두 가지로 나눠져있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지만, 그것은 번식과 진화에 가장 유리하기 때문에 나눠진 것입니다. 유전자를 섞기 위해서 반드시 암수의 구분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성별을 분화할 경우 서로의 우성적인 유전정보에 끌려 상호의 유전자와 배합되고 싶도록 생식 욕구를 원초적으로 자극할 수 있으며, 무성의 경우보다 더 빠르고 쉽게, 다양한 유전자의 조합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1. 유성생식(有性生殖)
인간을 비롯한 대부분 생물이 성(性)을 결정하는 X와 Y 염색체를 가지게 된 것도 그것이 생존과 진화에 유리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부모로부터 자식에게 물려지는 형질을 보관한 인자를 만들어 내고, 배열된 그것을 복제함으로써 다음 세대에 특성을 그대로 이어가는 데는 전사(transcription)나 번역(translation)같은 복잡한 발현(expression) 과정이 필요하지만, 그만큼 고품질의 정보가 손상없이 안정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만약 무성의 세포가 자기 복제를 통해 생명을 지속해 나간다는 가정을 했을 때, 생존 환경에 극적인 변화가 오면 그에 대한 적응을 쉽게 하기 위해서 정보의 온전성을 포기하고 적응력만을 향상시키는 형태로 발전을 해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즉 자신이 가지고 있는 유전정보에 새로운 환경 적응요소를 추가해서 진화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환경에만 적합한 상태의 새로운 종으로 돌연변이를 일으켜야만 하는 것입니다.


거의 모든 생물의 유전자(遺傳子 gene)를 이루는 물질은 DNA지만, 일부 바이러스(virus)의 경우에는 아직까지도 RNA의 형태로 유전자가 보존하며 30억년의 RNA 세상(RNA world)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DNA는 한 세대동안 변하지 않을 정보를 안정적으로 보관하지만, RNA는 DNA보다 화학적으로 불안정하기에 변이가 쉽게 일어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엄청나게 빠르게 변이하는 감기 바이러스를 정복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런 빠른 변이는 바이러스와 같이 세대가 짧은 경우에는 유리할 수 있으나 일반적인 동식물과 같이 긴 세대 주기와 수십억 개의 다세포로 구성된 생물의 경우, 수만 종의 다른 역할을 담당하는 세포를 동일한 역할을 하도록 지속적으로 복제하기는 어렵게 됩니다. 즉 같은 유전정보를 가지고도 역할에 따라 눈, 코, 혀, 장기, 근육, 혈관 등을 생산해내고, 그 세포가 노화하거나 손상되면 동일한 복제를 변함없이 해야 하는데, 화학적으로 불안한 상태로 유전정보를 저장했을 경우, 수십 만 번의 복제과정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의 경우 남자의 염색체에는 22쌍의 상염색체성염색체(性染色體 sex chromosome)인 X염색체와 Y염색체를 가지고 있으며, 여자는 22쌍의 상염색체와 두 개의 X염색체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 여자는 X 염색체의 난자만 가지고 있으므로, 정자가 지닌 성염색체의 종류에 따라 2세의 성이 결정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인간을 비롯한 동식물의 암수의 구분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데, 2세를 복제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구분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것이 더 효과적인 결과를 낳기 때문에 성의 분화를 택한 것입니다.

즉 유전자가 매 세대마다 뒤섞임으로써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고, 유전적 다양성이 커지면 한 가지 유전자만을 가지고 있는 무성생식 번식에 비해 수많은 유전자를 동시에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환경 변화에 따른 적응이 수월하게 됩니다.  동질의 종이 서로 다른 성을 가지고 서로의 유전정보를 서로 교환을 한다면 조금 더 쉽게 개체의 진화를 이룰 수 있으며, 한 개체가 진화를 했을 경우 다른 개체와의 생식으로 진화한 새로운 개체를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도 있게 되는 등 성의 분화는 다양한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어쨌든 지구상의 동식물의 대부분은 성별을 분화하여 상호간의 새로운 유전자를 받아들여 섞고 있습니다. 이런 생식과 새로운 유전정보 교환에 대한 의지는 모든 생물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생존본능인 것입니다.


인류뿐 만아니라 모든 동물과 박테리아와 세균을 비롯한 식물까지도 번식의 본능을 지니고 있으며, 그 본능은 어떠한 조건에서도 그것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왜 이런 치열한 생존과 번식의 본능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요? 태곳적부터 극악한 환경에서 탄생한 세포가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지키고 복제해야 했던 그 의지의 연장인 것일까요? 아니면 처음부터 생물을 비롯한 모든 자연 원소들은 동질의 상태에 대한 지속과 유지와 결합하려는 순리를 부여받은 것일까요?


어찌되었든 지구의 생물은 끓어오르는 원시 수프 속에서 겪었던 기억을 비롯해 수십억 년을 변화했던 고대의 환경과 그에 적응하며 당했던 수많은 멸종의 순간들과 생존을 위해 투쟁했던 정보와 멸종한 형제 종들에 대한 기억까지 고스란히 축적하며 유전자 속에 각인해 왔습니다. 그러한 생존에 대한 치열한 욕구가 결국에는 환경에 적응하도록 진화시키는 거대한 힘의 원동력이었으며, 그 결과가 지금의 생물들입니다. 이런 생존욕구의 힘은 아주 거대합니다.

혹자는 지구의 온도나 기후, 공기의 비율이나 농도가 현 생물의 생존범위를 벗어나면 지구의 모든 종이 사라질 것이라고 하고 있지만, 그 변화의 시간이 지나면 수십억 년 동안 생물을 살게 했던 진화의 힘은 그 환경에 적합한 유전자 조합을 만들어 낼 것이 분명합니다. 실제로 지구의 고대에는 수차례에 걸쳐 일어났던 종의 대규모 멸종이 있었지만, 곧 그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이전의 정보까지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한 단계 더 진화한 생물 종들이 폭발적으로 나타났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하등 생물로 여기는 곤충이나 식물에게도 수십억 년의 경험을 기록한 경험의 정보가 축적되어 있습니다. 지난 2001년 2월12일 인간게놈지도 초안이 공식 발표됐을 때 생명과학자들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고등생물이며 만물의 영장이라던 인간의 유전자 수가 10만개 이상을 예상했던 수치보다 너무나 적었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는 약 3만개 정도를 예상했었지만 최근에 휴먼게놈 31억 염기 가운데 해석 가능한 29억 염기를 99.999%의 정밀도로 배열한 결과, 인간 유전자 총수가 겨우 2만1787개임을 계산해냈습니다.


결국 인간의 유전자는 꼬마선충 1만9,000개와 과실파리가 1만3,600개와 별로 큰 차이가 없고, 3만2,000~5만6,000개의 유전자를 가진 쌀보다는 오히려 적은 숫자인 것입니다.  고등생물일수록 유전자 수가 많다는 것은 속설에 지나지 않으며, 상대적으로 유전자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세대를 거치며 충실히 정보를 누적해 왔고, 이후에 일어날 환경적인 압력에 적응할 수 있는 다양한 변이 가능성을 비축했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인간이 유전적으로 우수하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게놈의 역설처럼 97~98%를 차지하는 junk DNA를 단순한 쓰레기 DNA로 보지 않고, 고등동물로 진화한 인간의 유전자가 왜 식물보다 더 적으며, 쓸모없다고 알려졌던 유전정보(junk DNA)로 가득찬 것인지를 밝혀내야 할 것입니다.


최초의 생물 ‘나’는 성이 없었고, 계속 ‘나’를 나누어 복제했기에 수천 세대를 복제해도 ‘나’와 똑같은 복제품이 생산되므로 결국 ‘나’는 죽지 않는 무한한 수명을 지닌 존재였습니다. 그런 ‘나’가  '나‘가 아닌 ’너‘라는 다른 개체를 복제하기 시작한 것은 무한의 수명을 포기하고 유한의 수명으로 전환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진화는 무한의 생명과 바꿀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보상을 주었기에 그것을 선택한 것입니다. 그리고 지구의 생물이 2개의 성을 가지고 있는 이유도 그것이 환경의 압박에 의한 것이라고 해도, 진화의 과정에서 우연에 의해 발생했다고 해도, 그 결과가 적응과 번식에 가장 효과적이고 유리하다는 것을 체득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10억년이 지나 지구의 환경이 지금과는 판이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면 우리는 어떤 길을 선택하게 될까요? 만약 우리와는 다른 환경의 요소에서 태어나 다른 형태의 압박을 받으며 역발상적인 진화를 선택해야 하는 생물이 있었다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먹이가 넘치고 모든 것이 풍부해 경쟁이 필요 없는 완벽한 환경이라면, 진화의 과정에서 경쟁과 투쟁이라는 요소 자체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모든 기본적인 생존의 조건들이 보장되는 환경에서 진화한 외계인이 있다면 그들이 어떤 형태의 성(性)을 지니고 있고, 그들의 세대 복제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 외계인의 성별(性別) 2편으로 이어집니다.
- 중학교 수준의 지식으로 유전자나 성별에 대한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모순되지만 외계인의 성별을 다루기 위해 무리하게 서론을 펼쳤습니다. 당연히 오류들이 많을 것이지만 전개상 필요한 부분이므로 이해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free counters
BLOG main image
樂,茶,Karma by 외계인 마틴

카테고리

전체 분류 (386)
비과학 상식 (162)
블로그 단상 (90)
이런저런 글 (69)
미디어 잡담 (26)
茶와 카르마 (39)
이어쓰는 글 (0)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website stats



Total :
Today : Yester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