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으로 관광을 가거나 혹은 사업자로 갔을때 그곳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은 같은 남측 사람이 아니라면 네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가 그 곳에서 현대아산에 채용되어 근무하는 중국교포(조선족)로 주로 버스 운전이나 편의점, 면세점 등에서 판매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현지 주민으로 직접적으로 만날 기회는 드물며 버스안에서 스쳐기나거나, 네거리의 초소 뒤에서 자전거를 타고 관광객이 지나갈 때까지 군인들에게 저지당한 채 기다리는 모습 등을 볼 수 있습니다. 가끔 서로의 눈빛이 얽히기도 하는데 우리 농촌에서 볼 수 있는 매우 순박한 모습이며, 저녁 무렵에는 논밭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몸빼차림의 아줌마나 가방을 메고 흥얼거리며 걷는 초등학생이나 냇가에서 노는 아이들도 볼 수 있습니다.

셋째는 안내원이나 포장마차에서 장사를 하는 북측의 파견 근무자들인데 대화를 해보면 남측 사람과의 접촉이 잦다보니 어떤 말을 건네도 능글맞게 대응해 옵니다. 그리고 그런 점을 사전에 대비한 듯 출신성분등을 보고 뽑는다고 들었으며, 철저한 교육을 받았는지 그들(대부분 그녀)은 매우 당성이 투철하며, 정치적인 부분의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접촉(?)할 수 있는 부류는 군인입니다. 군인들은 다시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관광객이 자주 다니는 도로 근처에서 근무하는 부류와 보이지않는 먼 곳에서 관광객이나 현지인 등을 경계하는 부류입니다. 첫 부류는 어쩔 수없이 관광객의 눈에 자주 띄는 위치에 있으므로 비교적 키가 크고 출신성분이 좋은 군인들을 배치한다고 들었는데 그렇다고 그들이 친절한 것은 결코 아닙니다. 관광객의 경우 그들과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다보니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자세로 관광객을 대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 길이 없습니다.


사업자(금강산 구역에서 사업자라면 보통 구조물이나 건축물 등의 공사를 담당하기 위해 남측에서 파견한 사람)의 경우 종종 군인들과 만나거나 대화를 하기도 하는데 그 경우도 대부분 군인 중에서도 꽤 높은 간부들입니다. 일반 병들의 경우는 군기가 바짝 들어있으며 특히 초소에 근무하는 군인들은 철저하게 원리원칙대로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가끔 초소 근처에서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걸어가거나 가방을 뒤로 삐딱하게 매는 등의 불량한 행동을 보이거나 통제구역을 침범하면 호각을 불어 경고하고 두세번의 경고를 듣지 않을 경우 총을 겨누고 위협을 합니다. 그래도 시정하지 않을 시(몰라서 시정하지 않는 경우도 포함) 상부에 보고하고 남측의 담당자가 와서 협의를 끝낼때까지 머리에 총을 겨눈 고등학생 정도되는 군인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보통 2~4시간 정도 걸립니다. 작년 6월 고(故) 박왕자씨와 같은 장소에서 산책하다가 북한군인들에게 억류되었다가 20분만에 풀려난 김홍술목사의 경우는 운이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해금강호텔과 주유소 사이의 해변은 여름한철 해수욕장으로 개방을 하지만 그 외의 시기에는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통제구역처럼 철조망을 치지지 않으며 경고문도 곳곳에 설치하지 않고 있습니다. 원래는 그곳이 개방되어 있었는데 관광객들이 남긴 음식 쓰레기나 낚시 쓰레기 등으로 오염이 심해져서 금지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떠도는 이야기로는 겨울철에 출입금지된 것을 모르고 해변으로 내려가면 멀리 떨어진 바다 건너편에서 위협사격을 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들은 군인 중에서도 두번째 부류로 내부 자체적으로 상당한 사상교육과 반한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짐작됩니다. 이번에 있었던 피격사건도 그 부류에 의한 것인듯 한데, 자세한 내막이나 위협사격이었는지 아니면 조준사격이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과잉대응이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2004년 1월 체결된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지구 출입 및 체류에 관한 합의서의 기본원칙인 제2조 2항에는 북측은 인원의 신변안전을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여기서 인원이란 북한에 들어간 남측 주민뿐만 아니라 해외 동포 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또한 신변안전보장을 다룬 10조 1항은 북측은 인원의 신체, 주거, 개인재산의 불가침권을 보장한다고 되어 있으며, 2항에는 인원이 지구에 적용되는 법질서를 위반했을 경우 북측은 이를 중지시킨 후 조사하고 대상자의 위반 내용을 남측에 통보하며 위반 정도에 따라 경고 또는 범칙금을 부과하거나 남측 지역으로 추방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이번처럼 고(故) 박왕자씨가 명백히 군사통제구역을 침범했다하더라도 그 행위를 중지시키고 조사한 뒤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또 남북이 합의한 엄중한 위반행위라고 해도 쌍방의 별도 합의로 처리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 예로 과거 일부 사업자들이 음주운전으로 북측의 군인들에게 중상을 입히기도 하고 사망사건도 있었지만 그들은 합의서에 따라 조사가 끝난 후에 남측에서 처벌을 받았습니다. 이번의 박왕자씨에 대한 북측의 총격은 신체의 불가침권을 위반한 것이자 추방 이상의 조치이기 때문에 과잉 대응이 명백한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모든 협의서는 북측이 개방과 허용을 한 한정된 구역에서만 해당될 수도 있기에 북측이 주장하는 대로 군사통제구역은 합의서상의 불가침 보장 지역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북측은 이번 사건을 침입자에 대한 자위권 행사 차원의 불가피한 대응이었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명확한 통제선을 표시하고 출입을 막는 시설물이 부실했다면 그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는 있었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측이나 북한측 모두 보이지 않는 선을 그어놓고는 여기서부터는 출입금지라고 했던것인데, 그 덕분에 한사람의 무고한 생명이 처참하게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모든 법칙은 아주 간결한 수식이나 짧은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지만 그 법칙을 사용하고 응용할 때에는 그 세세한 경우의 행동지침이나 특이한 상황에 대한 탄력적인 응용이 필요합니다.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여러 이유를 짐작할 수 있지만, 앞으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관광객에게 북측(특히 군인) 사람들이나 상황에 대한 성실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처럼 서울까지 가서 몇시간의 교육을 받지는 않는다고 해도 최소한 남측출입사무소(ICQ)에서 대기하는 동안 별다른 안내도 없이 볼테면 보라는 식의 비디오를 틀어놓는 교육방식은 반드시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이번 사건에 대한 정확한 원인과 과정을 파악해서 두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할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우리의 입장에서만 생각해서 북측의 군인들도 우리에게 우호적일 것이라고 함부로 짐작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금 궁지에 몰려 혹은 위기에 처해 심리적으로 절박한 상황일 수도 있으며, 그에 따른 정치적, 사회적 여파가 최전방에 배치된 군인들에게 어떤식으로 미치고 있는지도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끝으로 초소의 위치나 거리 시간대 등에 대해서는 의문점들이 많고 나름대로 추측할 수 있는 부분도 많지만 자칫 엉뚱한 오해를 일으킬지 모르므로 이쯤에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사건 후에 늘 따르는 책임회피와 시선돌리기, 기억에서 희석시키기 등이 어찌 전개될지도 궁금합니다. 부디 국민의 피해를 정치적 이득 챙기기로는 연결시키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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