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소리 3

2008. 9. 11. 18:33



-나팔소리 2편에서 이어집니다.

나팔소리 3
지금 지구는 태풍의 눈에 위치한 것이다. 지구는 전 우주에 걸쳐 일어난 폭풍의 중심에서 홀로 고요한 상태이며 그 눈의 지름은 청색편이를 보이지 않는 가장 먼거리의 항성까지의 거리인 20파섹(parsec) 즉 66광년을 조금 넘는 정도였다. 그러나 이미 그 거리에서 수축이 시작되었다고 해도 당장에는 알 수 없는 것이리라. 태풍의 중심을 향해 다가오는 별들은 지구와의 상대거리에 비례한 시기에 수축을 시작했는데, 거리와 시간의 비율은 정확히 광년 : 광속으로 일치하고 있었기에 기묘한 경외감을 주었는데, 100광년 거리의 별은 100년 전 극적인 방향전환을 시작한 것이다. 다시 말해 300 광년 떨어진 폴라리스(Polaris)는 300년 전에 수축하기 시작했고, 큰개자리 에타는 3200년 전에 지구를 향해 출발했으며, 우주의 지평선에 있는 천체들은 130억년 전에 팽창을 멈추고 일제히 수축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림출처 : Sky Blue Hope

결국 모든 별들이 지구 또는 지구가 지금 있는 위치까지 도착하는 것은 비슷한 시기가 되는 것이지만, 그 정도로 우주가 압축된다면 이미 지구를 비롯한 어떤 별도 제 모양을 유지하고 있지 않을 것이다. 지구는 현재 우주의 중심에 서있고 우주에 널리 퍼졌던 모든 질량과 네 가지의 힘은 무섭게 수축하고 있으며, 지난 몇 년간 관측한 자료를 토대로 분석을 해보면 역행을 시작한 모든 별들이 짧은 시간만에 무지막지한 가속을 하고 있었다. 나팔소리는 우주의 지평선에서 시작된 빅크런치의 범위가 수백 광년도 안되는 범위까지 확대되며 압축을 하자 그 속에 갖힌 공간이 찌그러지며 지른 비명이며, 공간이 강압적으로 합쳐질 때 에너지와 질량사이를 오가는 힘들의 진동이었고, 광속을 넘어서기 시작한 압축의 파동들이 너울거리며 밀어낸 시공간의 충격파였던 것이다.

남은 시간을 계산해 봤지만 정확한 값을 계산할 수는 없었다. 만약 100광년 밖에 있는 멀어지던 물체가 10년에 걸쳐 감속후 역행하여 광속으로까지 가속을 시작했다면, 지구에서는 그 10년 동안의 흔적만 볼 수 있다. 이미 대부분의 물리법칙이 깨어졌다고는 하지만 상대성이론대로 어떤 물체라도 광속보다 빠른 것은 없다고 가정했을 때,
특수상대성이론(Special Theory of Relativity)의 속도 불변의 원리에 따라 광속으로 달려오는 별에서 출발한 빛도 관측자가 보는 입장에서는 그 별의 속도 즉 광속을 넘을 수 없게 되므로, 지구에서 그 별이 관측되는 것은 10년의 가속하는 기간의 상태 뿐이다. 그리고 그 가속이 절정에 이르러 별이 광속에 도달했음을 확인하는 그 순간 이미 그 별은 우리의 코앞에 도착해 있는 것이다.

다행히 상대성이론이 들어맞아 별이 광속의 99.9999..% 까지만 가속을 했다면, 적어도 우리는 그 별이 지구에 도착하기 얼마 전에 그 별이 원래있었던 위치와 지구의 중간 정도에 이른 상태를 관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제로 그 무렵의 그 별은 이미 태양계가 눈앞에 보이는 곳까지 도달했겠지만, 그러기 한참 전에 다른 무수한 별과 은하들과 합쳐지며 중력붕괴(gravitational collapse)를 일으켜, 이미 별이 아닌 우주 역사상 가장 거대한 -광속으로 달리는- 블랙홀이 되어 있을 것이기에 일체의 빛도 발산하지 않을 것이고, 광속으로 가속을 완료한 시점인 90년전 전후에 자신이 쏘아올렸던 광자조차도 모조리 흡수했을 것이다.

5㎥의 공간에 수소 원자가 겨우 1개 존재하는 정도로 희박하기만 하던 우주의 평균밀도는 광속으로 달려드는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에 밀리며 어마어마한 밀도로 압축되어 우주 내부를 향한 충격파를 보낼 것이지만, 그 메아리도 곧 흡수되며 지평선과 기존 우주 사이는 완벽한 무의 공간을 만들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충격의 파도에 밀린 일부의 물질들이 압축되고 서로 충돌하며 만들어낸 고압 고온의 상태는 블랙홀보다 한발 앞서 우주를 뜨겁게 불태우고 잘게 부수어 놓을 것이기에 지구 최후의 순간을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 한 것이다. 아마도 최후의 순간이 되면 지구에서 외부로 향하는 모든 방향이 일제히 빛나며 순식간에 모든 것을 덮쳐 버릴 것이지만, 아직은 약간의 시간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가까운 항성들은 여전히 청색편이를 보이지 않고 있고, 카이퍼 대(Kuiper Belt) 바깥에서 있는 우주망원경도 이상없이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입자의 물결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림출처 : Sky Blue Hope

그렇지만 잔여 시간이 아무리 길다하여도 신인류를 위로할 수는 없었고 위안을 줄 수도 없었다. 앞으로 백년의 시간이 있다 한들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초우주적인 이 경이로운 현상은 공간적인 이동으로는 막을 수도 없고, 피할 수도 없는 것이기에 그 최후는 완벽한 종말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지구뿐만 아니라 인류나 인류가 이룩한 위대한 문명의 흔적도 마침내는 6개의 쿼크(quarks)와 6개의 렙톤(leptons)과 4개의 보존(bosons), 그리고 힉스 입자(higgs 粒子)로 쪼개지고 뭉쳐져 특징이 전혀없는 특이점이 될 것이다. 어쩌면 소멸의 과정에서 일부는 반입자와 입자로 나눠졌다가 무(無)로 돌아갈 지도 알 수 없는 것이리라.

나팔소리는 글자 그대로 심판의 날을 앞두며 울린다는 천사의 나팔소리였지만, 어떤 구원의 메세지도 담지 않은 오직 경고를 위한 나팔소리일 뿐이었다. 신인류에게는 더 이상 희망도 삶의 의지도 사라졌지만, 나팔소리로 인한 인성의 개조 때문인지 그것이 그리 큰 혼란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너무나 완벽한 종말 시나리오에 압도되어서 경이로운 시선으로 우주의 주체이며 절대자인 '우주의 의지'가 행한 일을 살피며 기적과 같은 현상에 놀라워 했지만, 오히려 이미 결정된 자신들의 운명에 대해서는 담담해질 수 있었다. 일말의 희망도 없기에 쉽게 체념할 수 있었고 그렇기에 그들은 우주의 마지막을 조금 더 세밀하고 냉철하게 살필 수 있었다. 기록해 둔들 의미가 없는 것이지만 그들은 그 모든 전조들을 상세히 관찰하고, 사건의 본질을 진실성있게 파헤치며 정직하게 기록해 나갔다.

아주 오래 전이지만 인류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며 하늘 저편 끝에는 장막이 쳐져있고 거기에는 별이 촘촘히 박혀 지구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믿었었다. 그러다가 망원경이 발명되고 전파가 발견되며 별들의 움직임을 관측하면서, 우주는 137억년 전에 대폭발로 탄생되었고 팽창하고 있으며 태양도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하나의 별에 불과하며, 지구는 지극히 작아 태양과 은하에 끌려다니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때까지의 모든 진실은 깨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모든 진실은 다시 한 번 깨어지고 있었다.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었고, 우주 끝 지평선은 수없이 많은 별들을 촘촘히 끌어들이고 있었고, 그 모든 별은 지구를 향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왜 하필 지구가 중심인가는 알 수 없었으나 우주는 원래부터 미지의 세계인 것이고, 빅뱅이 던진 주사위에서 지구가 될 운명의 물질이 그 중심에 있었던 것이고, 우리는 무작위로 추출된 생명일 뿐이었다. 빅뱅 때 이미 곡률항과 물질항의 값이 결정되었기에 팽창의 한계점은 정해져 있었고, 빅뱅은 부메랑을 던진 사냥꾼의 능숙한 손길처럼 던지는 힘속에 이미 그것을 회수(回收)하는 힘까지 교묘하게 숨겨 두었던 것이다. 빅뱅 초기의 강한 에너지는 소립자가 만들어지기에도 지나치게 강한 에너지상태라서 시간이 한참 지나 온도가 낮아 졌을 때 비로소 양자에너지에 의해 물질과 반물질이 생기게 되었는데, 반물질과 물질은 서로 충돌을 하면 즉시 사라져 버리므로 이 세상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아야 한다. 그럼에도  50억개당 1개 정도의 비율로 물질만 남아서 지금과 같은 물질의 우주가 완성되었는데, 그렇게 우연처럼 물질이 살아남았던 것은 이유가 있었던 것이리라.


그림출처 : Sky Blue Hope

물질만이 살아 남은 것이 아니라 살아 남은 물질의 50억 배가 넘는 사라진 힘도 사실은 숨겨진 힘으로 그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던져진 부메랑을 마찰시키고 회수(回收)하는 역할을 하는 숨겨진 힘은 우주 구성의 99.999..%를 차지하고 있는 우주의 대기(大氣)인 에테르(ether)였던 것이다. 이미 오래전 검증을 통해 에테르의 존재 가능성은 폐기되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압도적인 우위의 에테르 세계에서 가장 희박한 상태로 떠있는 물질계이었기에 오히려 그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고기가 바닷속을 헤엄쳐 다니면서도 그 물의 존재를 알지 못하듯, 우리는 수학적으로 기술되는 네 가지의 힘만으로 우주를 고찰했기에 우주에 떠 있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대기속에 밀려다니고 있으면서도 그 존재를 느끼지 못한 것이다. 물질계는 에테르를 느낄 수 없을 만큼 낮은 역치값(threshold value)을 가졌고, 그 범위 내에서만 반응해 왔기 때문에 우리는 검출할 수 없는 에테르를 부정해야 했던 것이다.

중력자(graviton)의 질량이 압축과 스핀으로 3을 넘어서며 중력자의 방출, 전달, 흡수에 의한 중력상호작용(gravitational interaction)은 네 가지 상호작용 가운데 상대적인 크기가 가장 약한 작용에서 가장 큰 작용으로 돌아섰고, 중력의 균형이 파괴된 우주는 외부에서부터 스스로의 중력에 의해 수축하며 중력붕괴를 하고 있다. 우주는 바람을 잔뜩 넣은 풍선과 같은 상태로 물질의 대부분은 풍선 표면에 모여 있으며, 지구는 그 한 가운데에 떠 있다. 에테르는 그 속에 흩어진 모든 물질을 한 곳으로 모으며 스스로도 하나의 점으로 모이고 있으며, 그 외압에 의해 통채로 압축되고 있는 우주라는 풍선이 그 속에 담긴 기체와 함께 좁쌀보다 작아지는 순간이 빅크런치(big crunch)가 완료되는 시점이 될 것이다. 그 시점이 언제일까?

차분해진 신인류는 불가능할 것 같은 그 계산을 의외로 쉬운 방법으로 찾아낼 수 있었다. 우주의 지평선이 균일하지 않다면 어느 한 곳에서 가장 먼저 시간적 차이를 두고 수축을 시작했을 것이고, 그에 의한 파동도 -지구와의 거리에 비례한 수축시작이라는 가설이 맞다면- 가장 먼저 지구를 지났을 것이다. 그리고 지구 주변 반지름 20파섹 정도의 공간이 우주의 핵을 이루고 있다면 그 파장은 핵을 통과하며 최초의 진동을 일으켰으리라. 그것이 최초의 나팔소리였지만 상대적으로 미미했기에 전 인류에게 영향을 주지 못했다. 그리고 그 최초의 파동은 지구를 통과한 후에 지구를 중심으로 정확히 반대되는 지점인 우주의 대척점(對蹠點, antipodes)에 도착했을 것이다. 그리고 도착할 즈음 이미 대척점도 지구에 가까이 접근한 상태일 것이고, 거기에 반사된 파동이 다시 지구에 도착을 하게 된다. 그 최초로 반사된 특이한 파동과 핵에서 난반사된 파동을 찾아내고 시간차를 계산하면 빅크런치의 수축 속도와 완료 시점을 알아 낼 수 있다.

물론 이 훨씬 전에 우주에는 어떤 생명체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지만, 그들에게 할 일이란 그것 밖에 없었다.


그림출처 : Sky Blue Hope

- 나팔소리 4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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