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어느 날, 세계적인 과학자들인 엔리코 페르미(Enrico Fermi)와 에드워드 텔러, 허버트 요크, 에밀 코노핀스키가 모여서 점심식사를 하며 우연히 외계문명(ETC, Extra-terrestrial Civilization)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들은 외계 생명체가 존재할 것이라는 의견에 서로 동의하게 되었는데, 그때 엔리코 페르미(Enrico Fermi)가 갑자기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Where are they?"

그렇다면 그들은 어디 있는데..?

이 질문은 단순히 외계인이 없다는 것을 나타내는 말이 아니라, 외계인을 볼 수는 없지만 그들이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에 역설(paradox)이라고 할 수 있으며, 후에 이 질문에 대한 수많은 해답들이 제시되었고, 이를 페르미 역설(Fermi paradox) 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우주의 크기나 그 속에 존재하는 별의 수, 우주 탄생 후의 긴 시간 등을 고려할 때, 우리 이외의 외계문명이 존재하지 않을리 없으므로, 그들에 왜 지구에 오지않는지 혹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끝이 없습니다. 그래서 페르미 역설을 해결하는 것은 신과학이나 의사과학(Pseudoscience)뿐만 아니라 현대과학에서도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물론 '외계인이 없다'고 단정 지으면 페르미 역설은 역설이 되지 않을 수도 있으나, 이 경우 또한 왜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증명을 필요로 하게 됩니다.


본 블로그의 비과학상식이라는 카테고리 글을 보면 거의가 페르미 역설에 대한 대답으로 이뤄져 있으나, 아직도 그들이 어디 있는지에 대한 속시원한 해답은 찾기 어렵습니다. 이런 질문을 하게 된 이유는 그들을 볼 수 없기 때문이며, 그들을 볼 수 없는 이유는 나타나지 않거나 아예 지구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들을 볼 수 없는 것은 그들이 지구까지 올 수 없기 때문이거나, 지구를 발견하지 못해서거나, 발견했지만 올 가치가 없는 것이거나, 지구에 왔으나 일부러 나타나지 않는 것이거나,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으나, 근본적인 이유는 그들 스스로 공식적인 존재증명을 하지 않았거나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어디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해서는 수없이 많은 답변을 내 놓을 수 있습니다.
- 지구를 발견 못했다 / 했으나 올 수 없다.
- 지구를 발견 했다 / 방문할 가치가 없다.
- 지구로 출발했다 / 했으나 아직 도착 못했다.
- 지구에 도착했다 / 했으나 숨어있다.
- 지구에 모습을 드러냈다 / 그러나 인류가 인지하지 못한다.
- 지구에 도착했다 / 아직 문명이 태동하기 전이다.
- 지구에 도착했다 / 신호를 보냈던 인류는 이미 사라졌다.
- 등...

각 각의 답변에는 다시 무수한 이유들이 더해질 수 있습니다. 만약 어느 날 그들이 SETI를 통해서 또는 CNN뉴스를 해킹하여 공식적으로 자신들의 존재를 소개하는 특집방송시간을 마련한다면야 단번에 페르미 역설은 말끔히 해결이 될 것입니다만, 아직까지는 외계문명의 존재와 방문에 대한 그 어떤 명확한 증거도 없기 때문에 풍부한 답변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07년 1월 코펜하겐의 닐스 보어 연구소의 수학자 라스무스 비요크(Rasmus Bjork)는 복잡한 수학적 계산을 통해 페르미 역설의 해답으로 외계인에게는 아직 시간이 부족하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우리도 은하를 여행할 만큼의 기술력이 갖춰지면 분명 외계의 문명을 찾아 떠날 것인데, 비요크의 계산은 문명이 일반적인 물리법칙을 뛰어넘거나 새로운 물리법칙을 찾지 못하면 허무한 우주여행이 되리라는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그에 따르자면 하나의 ETC에서 광속의 1/10의 수준의 속도를 낼 수 있는 8대의 탐사선을 발사하여 다른 외계인을 찾아 나서고, 각각의 탐사선이 다시 소형 탐사선을 8대씩 발사한다고 가정하고 있는데, 지금부터 비요크의 가정과 계산을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8대의 탐사선을 보낸다.
실제 외계탐사의 여정은 수천년 이상의 탐사를 목표할 것이므로 탐사선의 규모는 대단히 방대해지게 되어 각 탐사선의 크기는 상상을 초월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각 탐사선에 필요한 인력이나 자원을 최소한으로 잡아도 너무나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게 되며, 탐사 자체가 돌아오지 못하는 일방통행의 여정이 될 것이므로, 단일 문명에서 8대 이상을 보내기에는 무리가 따르게 됩니다. 그러나 공간좌표상 다양한 지역을 탐사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6대 이상이 필요하므로 여력이 된다면 비요크가 설정한 8대가 적절하다고 생각됩니다.


8대의 소형 탐사선을 발사한다.
행성에서 일정한 거리를 벗어났을 때, 각 탐사선이 모함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45도 방향으로 8대의 소형 탐사선을 발사시키면, 많은 지역을 겹치지않고 탐사할 수 있게 됩니다. 소형 탐사선을 8대 이상 보낸다는 것도 역시 위와 같은 이유로 약간의 무리가 있습니다. 말이 소형이지 각각의 소형 탐사선들도 수백년 이상 재보급 없이 한정된 자원을 재순환시켜 사용할 수 있어야 하므로 규모는 지름 수십km에 무게 수십억톤에 달할 것입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64대의 소형 탐사선 행성에서 각기 발진시키지 않는 것은 우리가 대기권을 벗어나기 위해 다단계 로켓을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모선이 충분히 가속한 후에 소형 탐사선을 발사하면 대단히 경제적인 출발을 할 수 있습니다. 실제 임무인 외계문명을 찾는 목적을 수행하는 것은 소형 탐사선이며, 8대 이하가 적정하다고 봅니다.

탐사선의 최고속도는 광속의 1/10
우리는 막연히 미래가 되면 어떤 뛰어난 기술이 개발되어서 영화에서 본 것처럼 공간을 뛰어넘거나 단축하는 것이 식은 죽 먹기가 되리라고 예상하여, 비요크가 제시한 광속의 1/10정도는 수치가 너무 낮은것이라 의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1997년 지구를 떠났던 2.4톤 남짓한 나사(NASA)의 토성 탐사선 카시니(Cassini)를 초속 32km의 속도로 12억km의 거리의 토성까지 보내는 데도, 여러 경제성을 고려해서 7년 동안 그 거리의 3배인 35억km를 돌아가야 했습니다. 그런데 비요크의 탐사선은 광속의 1/10 , 즉 초속 3만 km까지 가속할 수 있는데, 최소 지름 50km의 우주선을 카시니의 천 배에 달하는 속도로 끌어올린다는 것은 수백년 이내에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게다가 탐사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감속과 정지, 출발과 가속을 반복해야 하므로, 소모되는 연료의 효율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우주선 무게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게 됩니다. 태양광 발전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우주에는 항성과 항성사이의 광발전의 효율을 기대하기 어렵운 지역이 대부분입니다. 그밖에 웜홀 등을 이용할 수도 있으나, 카시니 크기의 우주선을 웜홀을 통과시키는 데도, 웜홀의 생성과 유지와 통과 등에는 우리 태양계 전체보다 더 많은 질량의 에너지가 필요하므로 현실성이 없을 것입니다. 물론 언젠가는 가능할 수 있으나, 그 정도의 기술을 보유한 문명이라면 우주의 파동을 읽거나 정밀한 탐사 기술을 이용해서, 행성을 벗어나지 않고도 더 효과적인 방법으로 문명을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광속의 1/10은 유인탐사계획을 세운 문명이 보유한 적절한 기술적 한계치라고 생각합니다.

100억년의 탐사시간
라스무스 비요크의 계산대로라면 64대의 탐사선이 4만 개의 별을 탐사하는 데는 무려 10만 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4만 개의 별은 탐사방향에 놓인 모든 별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므로, 우리 은하계에서 실제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생존 가능 지역(Galactic Habitable Zone)만을 대상으로 할 경우에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됩니다. 하나의 항성과 몇 개의 행성으로 이뤄진 행성계(行星系) 가운데 생명체가 발생하고 존속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려면, 우리 태양계의 지구처럼 행성은 태양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여 온도가 적당하여 액체상태의 물이 증발되거나 동결되지 않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미국 프린스턴 대학 크리스턴 머누 박사 등 천문학자들이 지금까지 알려진 태양계 외부 행성계 중 85개를 대상으로 컴퓨터 역학 모델을 이용해 연구한 결과, 태양계 외부 행성계들은 태양과 같은 기능을 하는 각 항성과 너무 가깝게 궤도를 도는 행성들을 가진 경우이거나, 아니면 항성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타원형 궤도를 도는 목성형 행성들을 가진 시스템, 두가지 분류로 나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먼저 타원형 궤도를 가진 행성계의 경우, 생존 가능 지역에서 지구와 같은 행성은 항성과 충돌하거나 별사이 우주공간으로 내팽겨짐으로써 궤도를 이탈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목성형 행성의 경우 실제 생명이 탄생하기 어려우므로, 이들 두 시스템의 행성계에서 생명체가 살기에 적절한 궤도에서 지구 같은 행성을 유지하는 것이 반드시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어려운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비요크의 계산대로라면 현재 우리 은하계에서 생존 가능 지역에 위치한 태양계들의 수는 약 26만개이므로, 탐사선이 이 모든 곳을 뒤지는 데는 우주 나이의 3/4에 달하는 100억년이 소요됩니다. 결국 출발할때 은하 저편에 문명이 존재했다고 해도, 탐사선이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문명과 행성 자체가 소멸된 후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100개의 문을 하나씩 열어가는 경우에 반드시 마직막 문이 출구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며, 출구로 연결되는 문이 하나 밖에 없는 것도 아닐 것이므로, 그의 계산이 옳은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직접 탐사하지 않고 전파를 내고 있는 행성만 집중적으로 탐사한다면 더 빨리 존재를 확인할 수는 있곘으나, 실제적인 접촉하기 위해서는 수십만년을 항해하여야 할 것이고, 만남이 이루어지기 전에 어느 한쪽의 문명이 멸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현재의 우리 기술로는 가장 가까운 알파 센타우리에 문명이 있어서 전파를 보낸다고 해도, 거기까지 무인우주선을 보내는 데 4만년이 걸리므로 비요크의 말처럼 외계인이 나타나지 않는 것은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모든 우주의 문명이 일시에 개화한 것이 아니라면 지구의 나이보다 많은 50억년 전에 발생한 문명도 있을 것이고, 그들 중 일부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탐사선을 출발시켰을 수도 있습니다.

페르미가 던진 "Where are they?"라는 질문에 다수의 학자들은 '외계인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해답을 제시하고 있으나, 여전히 많은 과학자들은 '우주 어딘지는 모르나 외계인이 살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드레이크는 지구에 최초의 생명이 생겨 인간으로 진화한 과정과 그에 따른 여러 변수들을 정리해서 ETC가 존재할 확률을 구하는 드레이크 방정식을 만들어 해답에 접근했고, 어떤 사람은 외계인이 인류를 구원할 선지적 존재라고 묘사하고 있으며, 또 어떤 사람은 일반적으로 과학에서 크게 고려하지 않는 황당한 가설을 들어서 페르미 역설의 해답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저 역시도 이에 흥미를 느껴 비록 가능성이 낮지만 여러 가정을 엮은 포스트를 작성했었습니다.

그들이 우리 앞에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우주에 너무 많은 문명이 바글거려서 우리에게 신경쓸 여유가 없을 수도 있고, 우리가 50년 동안 보냈던 간절한 구애 메시지가 그들에게는 귀찮은 스팸 메시지일 수도 있습니다. 또는 우리를 발견했지만 문명의 간섭을 피하고 있거나 도덕적이 이유로 방해하지 않고 있는 것일 수도 있으며, 우리가 그들의 단순한 이용물이고 우리의 모든 활동에 의한 부산물이 그들의 자원이 되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혹은 동물원 가설(zoo hypothesis)처럼 지구는 은하계의 야생동물 보호구역일 수도 있고, 우리 인류가 외계인의 조작에 의해 만들어진 인공 생명체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경우는 그들 자신이 정체를 드러내지 않으면 증명이 불가능합니다. 간혹 그들이 선택된 특정인에게 스스로의 존재를 알릴 경우도 있겠지만, 거기에는 어떤 목적이 따를 것이고, 그 목적이 반드시 선의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수백 광년을 날아 왔다면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기대하고 있을 것인데, 그저 이웃 별과 교류하기 위함은 아닐 것이고, 관광차 놀러오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인류가 은하에 널린 백만 종의 생명형태 중에서 열성한 종족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뛰어나고 강인한 종족이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우리는 우주의 독특한 생물학적 인자를 배양하고 있는 숙주일까요? 그들이 오는 목적은 무엇일까요? 아니 그들은 어디에 있는 걸까요?
Where are everybody?



지금 우리는 외계인이 어디에 있는지, 왜 나타나지 않는지 의문을 품고 있지만, 그들이 지구에 와 있거나 오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면 "왜 오는 것일까?"라는 두려운 질문을 던져야 할 것입니다.
차라리 지금이 더 편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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