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계인은 없다. 2편에서 이어집니다.

N = N* × fp × fpm × ne × ng × fi × fc × fl × fm × fj × fme

fc (complex metazoans)
fc는 복잡한 생명체가 등장한 행성의 비율을 나타내는 항입니다. 우리 지구의 경우도 미숙하게라도 분자를 스스로 복제하기 시작한 이래 그것에 익숙해진 미생물 수준의 생물이 나타나기까지는 얼마의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그로부터 40억년 가까이는 그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즉 5억 4200만 년 전에 캄브리아기의 대폭발이 일어나 다양한 종류의 동물이 갑작스럽게 출현한 일대의 사건 이전까지, 지구 나이의 80% 가량은 원시적인 생물만이 지구를 대표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실제 우주에는 이런 상태의 미생물들을 보유하고 있는 행성은 상당히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그 다음 단계인 복잡한 상태를 가진 생물이 출현한 행성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고, 성별(性別)이라는 장치를 고안하거나 더 복잡하고 우수한 형질을 전수할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고등생물로 발전한 생명이 살고있는 행성은 더 더욱 드물 것입니다. 그래서 와드와 브라우니는 이 항의 값이 매우 작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f
l (planet lifetime)
fl은 행성의 전체 수명 중 후생동물(後生動物, Metazoa)이 살아갈 수 있는 기간이 차지하는 비율입니다. (*후생동물 즉 복잡한 생명체는 1개체의 동물이 1개의 세포로만 이루어지는 원생동물을 제외한 다른 모든 동물의 총칭으로 보통 각 개체는 다세포동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명이 살아가는 데 있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에너지원입니다. 행성 거주가능성 가설에 따르면 어떤 천체에 생명체가 생겨나려면 다양한 지구물리학, 지구화학, 천체물리학적 조건들이 동시에 만족되어야 하는데, NASA는 생명체가 태어나기 위한 기본적 조건을 “복잡한 유기 분자가 결합되기에 적합한 조건인 액체 물이 존재함과 동시에, 신진 대사를 가능케 해 주는 에너지원을 공급받을 수 있는 곳.”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지구의 모든 생물의 에너지원은 태고적부터 지구를 따듯하게 비춰주고 있는 태양입니다.

그러나 태양도 영원한 것은 아닙니다. 복잡한 생명체가 영원히 살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어머니 항성이 뿜는 에너지의 양이 항성이 진화하면서 서서히 증가하고, 언젠가는 항성이 주계열을 이탈하여 적색 거성이 되며 생물권에 있던 모든 행성들을 잡아먹기 때문입니다. 우리 태양의 나이는 핵우주 연대학 및 항성진화 컴퓨터 모형에 따르면 45억 7천만 년으로 중심핵에서 수소를 태워 헬륨으로 바꾸는 핵융합 작용을 하는 주계열성 단계의 중반부에 접어든 상태입니다. 우리 태양은 질량이 작아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지 못하는 대신, 50억 년에서 60억 년이 지나면 적색 거성으로 진화할 것이므로 약 9억 년 내로 지구는 인간이 살 수 없는 환경으로 바뀔 것입니다.

우주에는 우리 태양처럼 친절하게 생명이 진화하고 유지해나갈 시간을 충분히 주는 항성이 그리 흔하지는 않을 것이므로 생명을 품은 행성은 많지만, 복잡한 생물로 발전할 여유를 가진 행성은 희귀할 것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충분하게 주어질 경우에도 모든 행성이 복잡한 생명체의 파멸적인 멸종을 피할 수 있지는 않습니다.

f
m (large moon)
fm은 생물권 내에 존재하는 행성 중 거대한 위성을 지니고 있는 행성의 숫자입니다. 지구의 위성인 달의 생성을 설명하는 가설 중에 현재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은 거대충돌 가설, 빅 스플래시(Big Splash)로 약 40억 년 전 원시 지구와 화성 정도 질량의 테이아(Theia) 또는 오르페우스, 헤파에스투스라고 불리는 물체가 충돌하여 달이 생겨났다는 것입니다.

이 가설에 따르면 테이아(Theia)는 지구와 같은 궤도를 공유하면서, 지구에서 60도 전후 위치의 라그랑주점(Lagrangian point)에서 생겨났으며, 원시 행성 테이아가 화성 정도 질량까지 자라나면서 더 이상 라그랑주 점에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없게 되어, 점차 접근하다가 끝내 약 45억 3천 3백만 년 전에 충돌하게 되었습니다. 테이아는 지구에 비스듬한 각도로 부딪쳐서 테이아 본체는 산산조각났으며, 테이아의 맨틀 대부분 및 지구 맨틀 상당량은 우주 공간으로 분출되었고, 테이아의 중심핵은 지구 중심핵으로 가라앉았습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의하면 우주 공간으로 분출되어 지구 주위에 고리를 형성한 물질들은 테이아 질량의 2퍼센트 수준이었으며, 이 중 절반 정도가 100년의 기간에 걸쳐 뭉쳐 현재의 달을 형성했다고 합니다.

충돌 이전 지구의 자전 및 황도경사각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고려하지 않을 경우, 충돌의 여파로 지구의 자전 주기는 5시간으로 빨라졌으며 지구의 적도는 달의 궤도와 거의 일치할 정도로 기울기가 바뀌었습니다. 만약 지구가 테이아와의 충돌이 없었다면 현재의 달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고, 기울기도 지금과 달라서 극단적인 온도변화가 발생하므로 생물이 살기 어려운 환경이 되었거나, 아주 일부 지역에서만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을 것입니다.

물론 달의 기원에 대하여서는 동시 생성설도 있고 포획설이나 분리설 등이 있지만, 우주에는 지구와 달의 비율과 같은 상태의 거대한 위성을 지녀서 다양한 간섭과 영향을 받아 진화를 촉진할 수 있는 행성은 흔하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거대충돌 가설이 옳다면 fm항의 값은 매우 작을 것입니다.



f
j (Jupiter)
fj는 질량이 큰 가스 행성이 있는 행성계의 비율인데, 목성과 같은 거대한 가스 행성이 생물권 근처에 있을 확률은 비교적 큰 편입니다. 목성은 과거에는 생명체에게 필수적인 물질들을 지구에 공급해 주는 역할을 했고, 지금은지구를 소행성 폭격에서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만약 우리 태양계에 선량한 목성이 없었다면 지구에 생물이 번성했다고 하더라고 수백년에서 수천년마다 지상의 모든 생명을 불태우는 충돌을 피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목성과 같은 거대한 가스 행성이 생물권 근처에 돌고 있는 곳에 위치한 행성은 많을지 몰라도, 큰곰자리 47의 경우처럼 생물권보다 안쪽을 돌지않거나, 반대로 고니자리 16처럼 주성에 대한 반성의 궤도가 주성의 생물권을 통과하는 경우 생명체가 항성계에서 태어나기는 매우 어렵게 됩니다. fj의 값이 높다고 해도 이러한 조건을 모두 만족시킬 확률은 높지 않습니다. 만약 먼 미래에 목성에서 생명체가 발견된다면 우리를 보호하느라 스스로의 진화 기회를 놓친 그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해야 할 것입니다.

f
me (extinctions)
fme는 멸종 사건을 겪지 않은 행성의 비율로 여러 원인에 의한 대규모 재앙으로 전 생명체가 완전히 멸절되지 않을 확률입니다. 우리도 과거 수차례에 걸쳐 대멸종을 경험하였으나, 다행히 일부의 종이 살아남아 새로운 진화를 성공적으로 이뤄내며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만약 6천5백만년 전에 공룡이 멸종하지 않았다면 현재 지상의 주인인 포유류는 공룡과의 경쟁에서 도태되어 화석으로만 남아있는 고대 생물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주의 모든 행성이 지구처럼 운이 좋아 대멸종을 피하지는 못할 것이고, 재앙은 복으로 삼아 새로운 종족으로 발전할 것이라고도 볼 수 없습니다.

현재의 우리도 위험하고 살벌한 우주의 본성으로 하루아침에 멸종해버릴 가능성은 항상 지니고 있습니다. 와드와 브라우니도 어떤 외계 행성이 지구처럼 오랜 기간 동안 생명체가 절멸할 사건을 겪을 확률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이 외에도 존 크래머(John G. Cramer)는 화성이나 눈덩이지구이론(snowball Earth)과 판구조론(plate tectonics) 등의 다양한 변수의 작용으로 현재의 지구에 고등한 생물이 번성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N = N* × fp × fpm × ne × ng × fi × fc × fl × fm × fj × fme

N의 값이 얼마가 나올지는 계산 할 수 없으나, 이미 지구라는 하나의 별에는 고등한 생물이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래어어스 방정식의 모든 항의 값을 가장 보수적으로 잡는다고 해도 그 값은 0 이 되지 않습니다. 백억 분의 1 혹은 백조 분의 1이라고 해도 넓고 무한한 우주와 그 속에서 빛나고 있는 무한한 별의 숫자를 생각할 때, 방정식을 구성하는 모든 항의 값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별이 반드시 존재하고 있을 것입니다.

세계적인 수학자 이안 스튜어트와 잭 코헨(Jack Cohen)은 그들이 쓴 책 외계생명체의 진화(Evolving the Alien)에서 생명체 거주가능영역 개념을 두 가지 이유를 들어 비판했습니다. 첫째는 외계 생명체들을 지나치게 지구 본위로 가정했다는 것이고, 두번째로 생물권 밖에서도 생명체는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목성의 위성 에우로파의 경우 얼음 표면 밑에 지구와 비슷한 액체 물의 바다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 바다는 지구 생명체와 비슷한 것들이 살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구상에 극한환경미생물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에우로파가 비록 HZ 바깥에 존재하기는 하나, 생명체가 살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줍니다.

피터 와드(Peter Ward)와 도널드 브라우니(Don Brownlee), 존 크래머 등이 가정한 Rare Earth는 글자 그대로 희귀한 지구일 뿐입니다. '외계인이 없다'는 것은 지구인이 거주할 수 있는 환경에서 탄생한 외계인이 희귀하다는 것이지 우리와는 전혀 다른 상태에서 태어나고 발전한 외계인이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우주에는 우리가 도저히 생명으로 인정할 수 없는 극단적인 형태의 외계인이 지구식 외계인 보다 훨씬 많을 수도 있고, 그들에게 있어 우리는 전혀 고등생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칼 세이건은 목성과 같은 가스 행성 자체에서도 생명체가 살 수 있을 것으로 믿었지만, 지구적인 배타주의에서 본다면 칼세이건의 생각은 황당한 상상에 불과합니다. 만약 지구적인 생물이 살 수없는 이런 환경에 살고있는 생명체가 발견된다면, 이는 기존의 외계 생명체 이론이 지나치게 보수적임을 입증하는 증거가 될 것입니다.

결국 래어어스는 외계인의 존재확률을 구하는 방정식이 아니라 우주에서 지구인이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의 행성의 수를 찾는 방정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끝-



- 용어 및 일부의 내용은 위키백과
에서 인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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