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으로 우주에 산재한 문명의 수는 각 은하마다 다르지만, 총체적인 항성의 숫자와의 비율보다는 하나의 은하에서 새로운 항성이 탄생하는 속도와 적절하게 비례하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새롭게 항성이 탄생한다고 해도 그 주변에 다시 행성계가 형성되고, 유입된 수십만 종의 우주 포자들 중에서 행성의 환경에 성공적으로 적응한 실질적인 생명체가 발아하기 까지는 최소 3억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지만, 이미 나이가 50억년이 넘어가 중년을 맞은 별들은 새로운 생명체를 위한 격정적이고 싱싱한 활력을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명이란 것은 별과 함께 태어난다고 해야 하는 것입니다.



물론 일 년에 십여 개씩 새롭게 나타나는 항성이 모두 생명을 잉태하는 것은 아니며, 100개의 행성계가 생성되면 그 중에서 1~2개의 행성계만이 겨우 성공적으로 생명을 태동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생명은 우주의 재난을 잘 피하거나 극복하며 끊임없이 진화해야만 복작하고 다양한 생물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데, 보통 안정적이고 호기심 많은 지적 생명이 나오기까지는 20억년 정도가 걸립니다. 불과 7억년이라는 아주 짧은 시간에 전 우주를 통틀어서 가장 빨리 진화에 성공하고 문명을 이룬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현재 우주가 생성된 초기에 복잡하고도 활동적이던 자유롭던 에너지들의 상극점이 절묘한 우연으로 겹쳤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지, 그 이후에는 아무리 빨라도 자연 상태에서는 15억년은 되어야만 생명체다운 생명체가 탄생하고 있습니다.

최초의 우주 문명도 역시 7억년 만에 완전한 진화에 성공한 그들에 의해서 만들어졌는데, 그들은 무려 10만개가 넘는 은하들과 그 속에 포함된 10억 개에 가까운 행성들의 문명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쳤으며, 스스로 최종적인 진화를 이룩하기까지의 90억년 동안 모든 우주의 구석구석을 누비며 우주의 모든 비밀에 가장 근접했던 전설 속의 문명이었습니다. 고대의 기록에 의하자면 그들은 우주와 완벽하게 하나가 되었다고 하는데, 이미 40억 년 전에 있었다는 그 이야기는 명확히 증명할 수도 없기에 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으며, 모두 그런 문명이 실존했다는 것보다는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정체기(停滯期)를 맞고 있는 수많은 문명들이 만들어낸 우주적인 하나의 신화이자 전설로만 회자되고 있을 뿐입니다.

문명의 극에서 몇 백만 년을 정체중인 일부의 권태로운 의식체들의 일부는 그들에 대한 전설을 하나의 종교와 같이 해석하기도 하는데, 그에 따르면 그들도 종의 수명이 유난히 길었지만 결국 문명의 힘으로도 종말을 피하지 못하자 스스로를 에너지화 하여 우주의 힘이 출발하고 최후에 다시 모이게 될, 우주의 무게 중심인 에너지의 대척점(antipodes)에 흡수되어 먼 미래에 새로운 우주가 시작될 때, 활력을 얻어 부활하려고 한다고 합니다. 그것은 관찰과 고찰, 예측과 검증을 통해 이론적으로 그 가능성을 미력하게나마 증명할 수 있지만, 격변하는 우주에서 수시로 변하는 절대지점을 찾아낼 확률이라는 것은 동일한 시각에 동일한 절대 장소에서  두개 이상의 특이점이 동시에 대폭발하는 것만큼이나 현실적으로 일어나기 어려운 것입니다.

어쨌든 우리 은하의 경우 매년 10개의 항성이 태어나는 만큼 거기에 보유하고 있는 총 항성의 수와 은하의 수명과 문명의 존속기간 등을 대입하면 이 시간 현재 대략 700 여개의 개별적 문명이 있으며, 문명들의 연합체는 크게 8개 정도가 있지만, 아직까지 독립된 소규모의 단일 문명을 유지하는 행성도 300여개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이미 이웃 문명과 교류를 하고 있거나 문명 연합체와 지속적인 협상을 하고 있는 경우도 있으나, 아직 충분히 성장하지 못해서, 차단되고 고립된 인큐베이터(incubator)에서 양육되며 영아기를 거치는 문명의 숫자도 만만치 않은 상태입니다.



우주에는 우리가 보편적으로 문명이라고 말하는 수많은 우주적 문명(Universal Civilization)들이 있으나 그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비문명과의 구분을 위해 문명이라고 이르는 말입니다. 즉 일반적으로 말하는 문명이란 생명체 또는 지적인 능력을 가진 생명체들과 그 보단 더 진화하여 기술과 지식의 축적을 통해 고유한 문화를 형성한 집단을 구분하는 말인 것입니다. 우리가 문명이라고 통틀어 말하고 있으나 우주적 문명끼리도 극명한 수준의 차이를 지니고 있습니다.

생명체와 고등한 생명체가 다르듯, 문명에도 전파를 사용하며 걸음마를 시작했지만 행성을 벗어나지 못한 문명도 있고, 아직도 고향항성의 영향권에 머물고 있는 우주문명도 있으며, 더 먼 곳까지 나아갔으나 여전히 인큐베이터를 벗어나지 못하여 이웃 문명과 만나지 못한 오지문명도 있으며, 다른 문명과 교류했으나 비슷한 수준으로 인하여 걸음마를 떼지 못하고 있는 문명도 있으며, 기술적인 성장을 충분히 하였으나 정신적인 진화가 따르지 못해 지적장애를 겪고 있는 문명도 있습니다. 우주에서는 문명, 다른 문명의 성장을 돕지 않습니다. 문명은 성장을 조장할 수 없으며 억지로 급성장시킬 경우 반드시 일시에 몰락하게 되므로 문명은 문명을 보호하고 지켜볼 뿐입니다.

그리고 은하 사이를 누비고 다른 문명들을 수없이 만나서 교류하는 고도의 우주적 문명이라고 해도 근본적인 차원에서 진정한 우주 문명(the Civilization of the Universe)이 되지 못한다면, 언젠가는 종의 수명이 다하거나 권태에 의하여 혹은 존재가치의 상실로 인하여 허무하게 종말을 맞이하게 되거나, 영원히 그 상태로 머물게 될 뿐입니다. 문명이라는 것은 생명력 있는 하나의 생물과 같아서, 원시적인 단세포에서 다세포가 되고 다시 더 복잡한 유기체로 진화하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끊임없이 변하는 우주의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생명의 목적인 우주에 대한 이해로도 근접하지 못하므로 존재의 의미가 퇴색되어 버립니다.

문명이 진실 된 문명으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련과 인내와 성찰을 필요로 합니다. 진실한 문명이란 단순히 보편적 문명의 진화형이 아니라 전혀 다른 상태로 변화하는 탈바꿈이자 현재에서 벗어나는 해탈이며, 한 단계의 발전이 아니라 최후의 형태를 갖추기 위한 첫 걸음이며, 기술적 철학적 진보가 아닌 우주에 대해 새로운 인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명이 발전함에 따라 지식과 기술과 시각과 가치는 끝없이 증대하면서, 의식을 가진 모든 존재들은 우주의 문명을 구성하며 같은 목표(또는 특성)를 향해 진화하게 되지만, 그것은 지식과 기술의 진보이며, 시각과 가치관의 확대일 뿐이지 결코 우주가 내포하고 있고 우주가 지향하고 있으며 우주가 알려주려고 하는 진실을 향한 접근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현재의 우주가 시작되고 나서 지금까지 우주에는 백억 개가 넘는 문명들이 나타났으나, 그들 중에서 99.999...%라는 절대 다수는 우주문명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한정된 경계(limitation)를 벗어나지 못한 채 우주적 문명(Universal Civilization)으로만 머물다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물리적 우주로만 바라보고 있는 우주의 자아(自我 ego)는 철저히 비밀에 싸여있지도 않고, 진리를 철저히 숨긴 채 알려지는 것을 꺼리는 것도 아니며, 태초부터 끊임없이 참된 진리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으며, 모든 생명체는 우주의 자아와 근본적으로 닮아서 생명의 깊숙한 내면을 들여다보면 거시적 우주의 모습이 완벽한 형태로 담겨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의식 있는 모든 존재들이 너무나 일반적이고 환하게 보이는 것을 믿기보다는 큰 진리는 항상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있으리라는 근원 없는 보편성을 믿고 있기 때문에, 이미 발견했고 이미 알고 있고, 이미 숨 쉬고 있는 우주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결국 우주에서 문명의 척도는 기술과 지식으로 구분할 수 있지만 그것의 한계(limitation)를 벗어나지 않는 이상 진실한 우주문명이라 될 수 없으며, 나아가지 못한 그 문명의 주체가 되는 의식하는 존재 역시도 영구적인 존재가치를 형성하지 못하므로 언젠가는 멸망의 길을 걸어야 합니다. 진정한 우주문명은 우주의 본질을 깨달음으로 시작되는데, 그를 통해 우주의 의식을 발견하여, 우주와 사념을 공유하며, 나아가 우주와 자신으로부터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인정받으므로 스스로의 존재를 통제할 수 있는 우주일체의 상태인 것입니다.

현재 우주에는 우리의 능력으로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문명이 존재하고 있으며, 그 문명들 사이의 기술과 지식의 축적 정도는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미 중력의 비밀을 풀어 무한의 에너지를 개발한 문명도 많고, 의식의 인지력 차이에서 기인하는 시간의 원리를 응용해 속도의 한계를 극복한 문명도 있으며, 공간의 성질을 밝혀내어 순간이동을 하거나 차원을 넘나드는 문명도 있으며, 물질의 근본을 파헤쳐 에너지를 재구성할 수 있는 문명도 있습니다. 굳이 지구의 수준을 따지자면 중간정도는 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발전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매우 효율성이 높은 에너지원을 개발할 것이고 다시 얼마 지나지 않아 그를 이용하여 인큐베이터를 벗어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문명의 정도 차이가 아무리 심하다고 해도 모든 문명은 시간이 필요할 뿐 끝내는 지향하는 지식의 한계점까지 도달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보편적 문명은 포자와 발아시기가 다를 뿐 성장한 후에는 비슷한 형태의 비슷한 크기와 비슷한 수명을 가진 고목이 되어 비슷한 결말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다만 문명의 절정기에 이르렀을 때, 우주의 계절과 날씨가 이상적으로 따라주고, 주변에 흡수할 자양분이 풍부하고, 문명 내부에서 뻗어 나온 우주에 대한 경외와 동경이라는 뿌리가 길고 튼튼하다면, 그 문명은 정체하지 않고 성장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운이 좋다면 40억년 만에 새로운 전설과 신화를 만들어 낼 것입니다.

그리고 살짝 알려드리자면 지구는 운이 아주 좋은 편입니다.


- 몇 번 방문하신 경우라면 아시겠지만, 이 포스트는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쓴 픽션입니다.
- 결코 채널러도 그 흉내를 내는 것도 아니며 종교와도 무관합니다.

'비과학 상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2년 운명의 날(2012 Doom's Day) 3  (46) 2009.01.02
2012년 운명의 날(2012 Doom's Day) 2  (10) 2009.01.01
2012년 운명의 날(2012 Doom's Day) 1  (16) 2008.12.31
태초의 우주 전쟁  (18) 2008.12.29
외계 문명과의 충돌 그 이후  (26) 2008.12.23
우주전쟁의 시작  (26) 2008.12.14
가장 희귀한 종족  (14) 2008.12.06
외계인은 없다. 3  (15) 2008.11.27
:
free counters
BLOG main image
樂,茶,Karma by 외계인 마틴

카테고리

전체 분류 (386)
비과학 상식 (162)
블로그 단상 (90)
이런저런 글 (69)
미디어 잡담 (26)
茶와 카르마 (39)
이어쓰는 글 (0)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website stats



Total :
Today : Yester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