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명체는 무기물과 여러 면에서 뚜렸하게 구분되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거의 모든 생명체는 외부적으로나 내부적으로 끊임없이 움직여 물질대사를 하고, 성장하여 자신과 닮은 새로운 개체를 생산해내면서, 외부 자극에 반응하여 자신이 살아있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생명체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활동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이 모든 활동이 항상 개체 자신의 상태를 최적으로 유지하기 위하여 행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흔히 항상성(恒常性, homeostasis)이라고 하는데, 살아있어도 자발적으로 항상성을 지속하지 못하는 경우라면 이미 죽음과의 경계에 놓인 것이거나, 부수적인 생명체 또는 낱생명일 뿐이라고 해야할 것입니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항상성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에너지와 물질을 필요로하고 있으며, 태고적부터 모든 생명체의 종은 더 나은 체계로의 전환을 모색하며 이상적인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 진화라는 도구를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까마득한 옛 조상이 유기체를 선택한 것도 그것이 지구의 환경에서 생명활동을 유지하는 행위, 즉 생존에 가장 적합하였기 때문이고, 항상성을 지속하는데 필요한 재료를 손쉽게 구하고자 함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초기의 단세포 생물들이 모여 세포들의 집합체가 되어 세포마다 고유한 역할을 가지게 된 것도, 다른 개체와의 경쟁을 물리치고 항상상을 유지하는 재료를 유리하게 차지하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낱생명들이 모여 단일 생명을 가지게 되었으면서도, 공동의 목적인 항상성 유지를 위해 독특한 체계를 이루게 되었고, 수억년이 지나는 사이 낱생명과 그것을 존속시키는 보생명들의 영구적인 동맹체인 온생명으로까지 진화하여 생명활동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도구와 방법들을 모색하여 실험하였고, 마침내 현재와 같이 어느 정도 안정된 상태의 종(種)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외부의 물질을 자기 자신 속으로 변형시킴으로써 그 작동의 산물이 곧 자신의 조직이 되게 하는 40억년된 체계를 고스란히 계승발전시켜, 물질을 이용하는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비록 그 기관이 하나의 물질을 온전히 흡수하여 사용할 수 있는 고효율의 성능을 가지고 있지 못하지만 그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는 듯합니다.

물론 지구와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들을 조합하여 우리가 필요로하는 에너지를 얻는데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것이지만, 그보다는 오랜 옛날 동료이며 경쟁자였던 다른 종의 생명체들과 에너지를 공유하기 위한 배려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나의 물질에서 취하는 자양분이 각각의 종마다 다른 것도 이와 같이 물질에 대한 종끼리의 사용 영역을 고루게 분배하기 위한 것이리라 봅니다. 같은 식물을 섭취해도 사람이 취하는 부분과 미생물을 비롯한 다른 생물이 취하는 부분이 다른 것도 그런 것에서 연유했을 수도 있습니다.

자원이 한정적이라면 생물들은 자원 쟁탈을 통해 생존하며 더 많은 자원 차지를 위해 경쟁할 것이지만, 거기서 살아남은 무리들은 결국 어느 정도의 공존이라는 방식을 선택하게 됩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도 무한하게 외부세계와 물질의 교류가 일어나는 '열린 계'라고만 볼 수 없으며, 지난 역사를 돌아봐도 자원을 독식했던 생물은 늘 절멸했으며, 공존을 선택한 종들만이 더 정교한 영역을 분할하면서 성공적인 진화를 이룩해 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모든 생물은 자신이 처한 환경으로부터 물질과 에너지를 끊임없이 끌어내어 항상성을 유지해야 하므로, 지구처럼 고스란히 우주에 노출되어 있지 못하는 경우라면 자원을 급격히 소모하고 번성하는 생명체는 그 결말이 뚜렷하게 정해져 있는 것입니다.



슈뢰딩거(Schrodinger)의 말처럼 모든 생물은 주위환경으로부터 자유로운 에너지 즉, 음의 엔트로피(negentropy)를 섭취함으로써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주의 질서(cosmos)엔트로피(entropy)의 적절한 증가와 조화입니다. 즉 우리가 행하는 모든 생명활동은 우주의 질서 유지를 방해하는 행위이므로, 생명활동을 유지하는 자체가 우주의 질서를 거스른다는 모순적인 말이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음의 엔트로피를 흡수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존재이므로, 코스모스를 거스르는 항상성이라는 활동을 지속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만약 우리가 우주를 운영하는 시스템의 버그나 바이러스라면 우주는 생명체에게 매우 적대적일 것이지만, 우리가 시스템에 의한 인위적인 결과라면 우리에겐 목적과 임무가 주어져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충분히 성장하지 않는 우리가 그 의지를 감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더 시간이 지나 스스로 문명화 되거나, 다른 발전된 외계 문명의 선지자들을 만났을 때에야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거대한 우주적 관점에서 보자면, 전 우주에 존재하는 무한종의 생명체들에 의해 일어나는 질서의 변질이나 변화, 또는 조작과 변경의 정도는 미미할 뿐이지만, 어쨌든 생명을 잉태시킨 것은 우주이므로 생명체의 생멸에 대한 책임은 우주에게 있으며, 아무리 작은 생명이라도 그 생명활동에는 반드시 목적이 있을 것입니다. 하등 생물일수록 목적은 생존과 번성 그 자체에 있으나, 종이 진화함에 따라 그 목적은 원래 우주가 계획했던 의지에 가까워지게 되고, 언젠가는 수많은 부품으로 이루어진 우주라는 구조물의 마지막 톱니바퀴의 기어비(gear ratio)를 조정하는 정밀한 도구의 역할을 수행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생명체가 살아있는 동안 하는 역할 보다는 죽음 이후의 역할이 더 다양하고 중요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하나의 생명이 죽으면 자신이 살아가며 유지해왔던 집합체을 해체하게 되고, 이어서 자신이 보유하고 축적했던 대부분의 에너지를 자연에 환원하게 되지만, 끌어들여 변환했던 자신의 전체는 그 상태를 고스란히 다른 개체들에게 물려주게 됩니다. 그러나 그 개체가 살아있고 성장하는 과정 자체를 생명이라고 부르지만, 생명은 대사활동보다는 그 생명 속에 깃든 자아를 보육하는 것이 진정한 생명의 역할이라고 해야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생명은 살아서 보다는 죽음의 경계를 넘는 순간 본래의 임무를 수행하기 시작하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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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 영혼은 같은 하나였지만 생명이 끝을 맺는 순간 영혼은 새론운 눈을 뜨며 분리되어 완전히 다른 상태가 되는데, 생명의 상태를 통해 얻고 받아들이던 감각은 사라지고, 요동하는 에너지를 딛고 빛의 바람을 타고 활동을 시작하게 됩니다. 충만한 에너지는 순수한 의지의 간섭에 의해 방향을 결정하므로 생명의 항상성을 물려받은 영혼은 에너지를 받아들여 항상 순수함을 유지하여 우주를 질서있게 움직여 나갑니다. 영혼은 빛의 속도로 활동하며 그에 따라 시간의 인지력은 생명과 달리 무한대로 커지므로, 우리가 현실이라 부르는 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상태에 이르러 우리와 겹치지만 우리와 일치하지 않는 시공간의 영역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의 순간이 영혼의 무한이 될 수도 있고, 생명의 무한이 영혼에게는 순간에 지나지 않게 되기도 할 것입니다. 시간의 괴리는 생명과 영혼이 서로를 인지하지 못하게 하지만, 영혼의 활동이 없다면 우주의 질서는 엉키고 무너져 자유는 사라지고, 진정한 의미의 혼돈으로  치닫게 될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영혼이라고 부르는 것이 우주가 계획하고 수확하려는 '알곡(목적)'이며, 생명은 그것의 성장 과정에 지나지 않아 영혼을 위한 잎이고 뿌리이고 줄기일 뿐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우주는 곳곳에서 수확한 생명의 결과물인 다양한 알곡들을 주식으로 삼아 살아가고 활동하고, 늘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 여러 생명 품종에 대한 실험을 게을리하고 않고 있습니다. 문명과 문명이 만나고, 서로 다른 문명이 섞여 더 다양한 패턴의 생명이 잉태되고, 다시 그 포자들이 바람을 타고 새로운 문명을 일으키고 번성하는 것, 그것이 우주가 행하는 방목이고 농사법일 것입니다.



지금도 우주 어딘가에서는 성공적으로 개발된 품종의 외계 생명체들이 잘 정리된 은하 농장에서 획기적인 수확량을 거두며 경작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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