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K 딕의 사기꾼 로봇을 영화화한 임포스터(Impostor, 2002)는 십여년 동안 외계인과 전쟁중인 지구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스펜서 올햄은 뛰어난 정부 소속 과학자로 그의 최근 연구 결과가 지구를 지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는 외계인 스파이라는 혐의를 받아 전국적인 수사망의 표적이 되어버리며, 영웅적 과학자에서 하루 아침에 사회의 적으로 처지가 뒤바뀌어 버립니다. 관객은 올햄이 결국은 비밀 경찰에게 자신의 정체를 증명하고 인류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며, 그가 어떻게 자신이 누구라는 것을 증명해 낼 수 있을 것인가에 촛점을 맞추게 됩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진짜 올햄의 시체가 발견되고, 지금껏 자신이 올햄임을 믿었던 그가 스스로를 의심하는 순간 그는 거대한 폭탄으로 변해 지구에 치명적인 피해를 줍니다.



영화 6
번째 날(The 6th Day, 2000)에서는 고도의 발달된 사회에서 살고 있는 평범한 가장 아담 깁슨이 자신의 깜짝 생일파티를 준비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집안 거실에서 자신과 똑같은 생김새의 또 다른 아담 깁슨이 자신의 가족들과 함께 생일파티를 하고 있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광경을 목격합니다. 또 서기 2084년을 배경으로 한 영화 토탈 리콜(Total Recall, 1989)에서 광산일을 하고 사는 퀘이드는 자신이 오랫동안 화성의 독재자 코하겐의 오른팔로 일해왔던 하우저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토탈리콜은 일본 만화가 부이치 테라사와(Buichi Terasawa)의 작품 우주해적 코브라(Space Advanture Cobra)와 여러면에서 비슷한 설정을 지니고 있는데, 코브라는 자신의 기억을 봉하고 새로운 기억을 이식받아 평범하게 살면서, 오히려 우주를 누비는 모험적인 삶을 꿈꾸고 있습니다.

나와 똑같은 내가 있다면 내가 진짜 나임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요? 또 현재 자신이 진짜 자신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고 믿을 수 있을까요? 이런 류의 퓨전적인 SF는 여러편이 있는데, 공통적인 점은 스스로가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지 못하고 있으며, 현재의 자신이 진짜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 다는 것입니다. 사기꾼 로봇 스펜서 올햄은 자신 조차도 스스로가 안드로이드임을 몰랐기 때문에 수사관을 완벽히 속이는 거짓말을 할 수 있었으며, 만약 진짜 올햄의 시체가 발견되지 않았다면 그는 죽음을 당하는 순간까지도 자신이 안드로이드임을 믿지 않았을 것입니다.

포스트의 제목을 보고 여기까지 내용을 읽었다면, 이미 제가 하려는 이야기의 내용을 짐작하고 있으리라고 봅니다. 오늘은 명쾌하게 결론부터 내겠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모두 외계인입니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 아니 전부는 이 말을 들으며 코웃음을 치고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자신이 외계인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으므로, 그것은 당연한 반응입니다. 여러분은 자신이 지구인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한번도 의심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믿지 못할지라도 당신은 외계인입니다.

지구는 거대한 실험을 위해 마련된 실험적 행성이며, 불과 1,000년도 되지 않는 짧은 역사를 지니고 있을 뿐입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유구한 역사는 불과 몇 년 전에 당신이 이곳에 들어오기 위하여 주입받은 기억입니다. 지구는 은하의 다양한 종족의 특성과 융화를 연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공적인 행성으로, 이곳에 거주하는 백억의 인구는 모두 여러 행성에서 실험에 자원한 수억명 가운데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 외계인들입니다. 그리도 여러분 모두는 '지구 거주를 위한 선결 조건'에 의해 본래의 기억 대신 공통의 역사를 주입받았으며, 그로 인해 고유의 정체성은 봉인된 상태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기억은 종결의 순간까지 지속될 것입니다.



그리고 지구의 환경은 100년을 주기로 극적으로 변하게 되는데, 그때 마다 거주하는 종족의 대대적인 교체가 이루어집니다. 처음 백년간 지구는 불같이 뜨거웠고, 얼마 전 백년 동안은 먼거리에서 단일 항성을 공전하는 행성 거주 종족들의 공동 대응 의식을 실험하기 위하여 극단의 빙하기가 지속되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온도변화폭이 적은 상태의 행성종족들-현재 거주하고 있는 여러분-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 환경을 재현하기 위하여, 자전축과 항성과의 거리도 조절하고 대기의 분포도 제법 손을 대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몇 년 후면 이 환경도 종결되고 새로운 상태를 조성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지금 거주하고 있는 백억의 종족들은 기억의 봉인이 해제되며 정체성을 회복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전까지는 결코 자신의 진실을 깨닫지 못할 것입니다. 제가 이렇게 공개적으로 여러분의 정체를 밝힐 수 있는 것도, 그것을 아무도 믿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정보 공개 역시도 허가받은 실험의 일부입니다. 모든 행성들은 문명이 개방되는 초기에 항상 외계 문명에 대하여 배타적이고 공격적인 반응을 보여왔으나, 이러한 실험을 통해 우리는 쉽게 그들이 외계 문화를 수용하고 인정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방법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우리는 짧은 천 년의 실험이지만, 이 기간 동안 여러 가지의 놀라운 성과를 얻었습니다.

곧 여러분에게는 그동안 여러분이 믿지 않고, 인정하지 않았던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이질적인고 비현실적인 여러 형태의 문명이 출현하기도 하고, 굳건히 믿어왔던 많은 진실이 깨어질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때 여러분은 마음껏 두려워하고, 당황하고, 놀라시면 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그런 반응들을 면밀히 관찰하고 기록해 나가고 있으며, 그를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 우리는 더 발전한 미래상을 설계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종말도 올 것입니다. 비록 그 진실이 '지금까지 믿었던 진실이 깨어지는 각성'이지만, 각성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여러분은 여전히 지구인의 상태에 놓여 있으므로 극도의 혼란을 겪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각성이 완료된 여러분은 지구인으로서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상태일 것이므로, 이후부터 한결 풍성한 기억으로 성숙된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아주 드물지만.. 끝내 각성하지 못하고 지구인으로 남아, 자신의 행성과 고향의 친구들을 두려워하며 생을 스스로 마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실험에 참가했던 각양각색의 천억은 지구인일때를 좋은 추억으로 받아들이고, 시대별로 모임을 조성해 친목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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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스스로를 의심하고 그것에 대하여 심각하게 고민을 시작하는 순간 당신은 각성하게 될 것이고, 당신은 실험에서 조기 종결 처리될 것이므로, 가능하면 제 말을 믿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래야 나중에 더 많은 추억을 간직할 수 있으니까요.

- 가볍게 재미로 읽으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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