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키(trekkie)
를 영어사전에 찾아보면 TV 시리즈 스타트렉의 열성적인 팬이라는 풀이를 하고 있는데, 요즘으로 치자면 'oo폐인'이라는 표현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1964년의 스타트렉의 첫번째 에피소드가 제작되었고, 오리지널 TV시리즈(The Original Series)는 1966년 9월부터 방영되기 시작했는데, 대단한 인기를 누리면서 3년 뒤 방송사가 제작비 부담때문에 시리즈의 종영을 예고했다가 트레키들의 항의로 어쩔 수 없이 종영을 연기해야할 정도였습니다. 결국 방송사는 트레키들을 피해서 기습적으로 마지막회를 방영했다고 합니다.



70년대에는 에니메이션으로 22개의 에피소드가 제작되었으며, 1987년부터 방영되기 시작한 스타트랙: 그 다음 세대(Star Trek: the Next Generation)은 178개의 에피소드를 담고 무려 7년간 방송을 이어가므로 더욱 많은 트레키를 양산하게 되었습니다. 이후에도 세 번째 시리즈인 스타트랙 : 딥 스페이스 나인(Star Trek: Deep Space Nine)이 1992년부터 7년간 이어졌고, 기존의 스타트랙과는 다른 시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스타트랙 : 보이저 (Star Trek : Voyager) 등의 시리즈도 제작되었습니다. 물론 자연스럽게 극장판 스타트랙이 제작되었는데, 1979년부터 지금까지 모두 십여개가 상영되어 트레키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었습니다.

나 역시도 스타트랙의 여러 시리즈를  TV나 비디오, DVD등을 통해 섭렵해왔었는데, 지금도 여러 인상적인 장면들이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스타트랙을 보면서 나는 우주에 대하여 경이로움과 신비감, 그리고 수많은 상상을 하고는 했습니다. 귀환한 보이저를 보면서는 인간의 정체성과 문명의 궁극에 대한 기이한 감동을 받아 며칠 밤을 뜬눈으로 보냈었고, 행성 제네시스를 보고서는 생명의 순환이나 우리의 과거사에 대한 야릇한 의문으로 여러 억측들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어쩌면 지금 이 블로그의 '비과학상식'과 관련된 모든 포스트도 스타트랙을 보며 느꼈던 감정들을 연장하여 표현한 것이라고 해야할 것입니다.
  
스스로 트레키까지는 아닐지라도 SF의 팬임을 자처하고 있었는데, 못내 아쉬움이 있었다면 여러 고전 시리즈들이 비긴즈를 제작하면서 극장에서 만날 수 있었음에도, 스타트랙은 네메시스 이후에 대형화면에서 볼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다행히 스타트랙 비긴즈의 소식을 듣고는 오랫동안 기분좋은 두근거림을 느끼면서 하루하루 개봉날만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누가 감독하고 누가 주연을하고 누가 무엇을 담당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런 정보들은 선입견을 만들어 작품을 어떤 틀에 고정해버리게 할 수도 있고, 심도있는 몰입을 방해할 수도 있습니다. 일부러 영화의 대한 평이나 예고편, 줄거리 등의 모든 소식을 일체 거부하면서, 상영날짜를 기다렸습니다. 스타트랙 만큼은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온몸으로 직접 체감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평일 밤 12시 35분을 잡았습니다. 한산한 극장에서도 가능하면 주변에 사람이 없는 좌석을 차지하고 앉아 영화의 시작을 기다렸습니다. 지루한 광고들이 끝나고 시작된 스타트랙은 정말 첫 시작부터가 압도적인 장면이었으며, 감상하는 내내 충분히 몰입할 수 있는 절묘한 구성으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126분이라는 시간이 짧게 느껴질 만큼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어 나중에는 영화가 끝나면 어쩌나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했습니다. 어린 시절 수없이 보아왔던 거대 함선 USS 엔터프라이즈호를 타고 별을 넘나들고, 전송을 하고, 총격전을 벌이는 익숙한 장면들도 역시 TV가 아닌 극장에서 보니 그 느낌부터가 달랐습니다. 어느새 영화는 끝이 났지만, 한동안 멍한 기분으로 자리를 떠나지 못했습니다.

최근의 다른 SF들에 비해 CG나 스토리 면에서 미흡한 점이 있었으나, 스타트랙 더 비기닝은 SF팬이라면 결코 놓쳐서는 안되는 영화입니다. 기존의 스타트랙에 비해 직선적이고 직접적인 스토리를 가지고 있음에도 스타트랙 더 비기닝은 진정한 스페이스 오페라의 서막을 보여주고 있으며, 우주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앞으로 도래할 불확실한 미래와 필연적으로 겪어야 할 대사건들을 예견하며, 그에 대한 다양한 영감을 주고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스타트랙에 대한 향수가 없는 세대라면 이 작품을 보며 어떤 느낌을 받을지 알 수 없으나, 스타트랙 더 비기닝에서는 분명 매트릭스나 스타워즈 등에서 받을 수 없는 묘한 여운들을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 나는 스타트랙 12번째 극장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더 길게 쓰려고 했으나 어떤 말도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로 이어질 수 있어서 생략했습니다. 만약 스타트랙 더 비기닝을 볼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 아무런 정보없이 보는게 어떠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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