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오래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기에 개봉후 가능하면 조용한 시간대를 택해서 보았습니다. 미래전쟁의 시작이라는 이상한 제목은 새로운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기 위해 맘대로 붙였는듯 한데, 원제는 Terminator Salvation입니다. 터미네이터4는 개봉 3일만에 100만명을 돌파했고, 7일만에 200만명, 12일째인 6월 1일 관객 30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터미네이터4는 여러 평론가와 관객에게 혹평을 받거나, 그저그런 B급영화로 취급받기도 하고, 일부에서는 매우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기도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터미네이터4를 보는 115분 내내 잠시도 지루할 틈도 없이 아주 재미있게 봤으며, 여러 장면에서 고전적 향수와 동시에 신선함과 기발함에 감탄을 했습니다.



만약 터미네이터4를 '리얼리티를 강조한 액션'과 '인류의 정체성에 대한 철학적인 심오한 스토리'를 기대하면서 봤다면, 나 역시도 많은 실망을 했을지도 모르지만, 오히려 식상하고 누구나 예상하고 있던 그러한 예상들을 과감히 떨쳐버리고, CG를 정교하게 활용하여 거대하면서도 사실감 넘치는 장면을 만들고, 관객이 이미 알고있으며 전편의 영향으로 버릴 수 없는 타임라인이나 인물의 구도를 더 복잡하게 하지 않고 직선적으로 단순화시켜버린 점 등이 영화에 몰입하게 해주였습니다.

그리고 지나치게 암울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미래에 살아남은 저항군들은 무서울 정도로 집요한 터미네이터들과 싸우면서도 어느 정도 여유를 가지고 있으며, 순전히 절망하기 보다는 구원에 대한 은근한 희망을 지니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1984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저예산으로 만들었던 터미네이터Terminator에는 이미 이후에 천문학적인 제작비를 투입하여 만들어질 시리즈들이 가지게될 모든 메시지와 철학을 담고 있으며, 전체적인 스토리도 모두 정해놓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터미네이터(1편)는 그만큼 잘 짜여지고 잘 만들어진 영화였던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아무리 많은 새로운 시리즈들이 나온다고 해도 1편의 영향에거 결코 벗어날 수 없을 것이 뻔합니다.

그래서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이런 기본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기 보다는 사라 코너와 카일 리스와 존 코너, 이 셋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되어야 하며, 거기에 1편에 일어난 사건에 따라 시간을 적절히 배치할 수밖에 없습니다. 1991년의 터미네이터 2 - 심판의 날(Terminator 2 : Judgment Day)은 그 구도를 충실히 따랐기에 관객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었으나, 3편에서는 억지스럽게 '케이트 브루스터'를 끼워넣었고, 이번 편에서는 존 코너가 되어야할 '마커스 라이트'를 실컷 주인공처럼 부려먹다가 죽여버렸습니다.



2003년, 1억 5천만불을 투입해 12년 만에 돌아왔던 터미네이터3 - 라이즈 오브 더 머신 (Terminator 3: Rise Of The Machines)이 실패했던  근본적인 이유는 기본적인 이야기 구조를 벗어나보려고 새로운 스토리를 설정하면서 주인공 존 코너는 어리버리해졌고, 그 속에다가 지나치게 무언가 메시지를 넣으려 했기에 영화의 곳곳에는 지루함과 실망스러움이 베어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의 터미네이터4(Terminator Salvation)는 3편에서의 무리한 시도를 과감하게 버리고 1편과 묘하게 닮은 듯한 구조로 만든 후, 모든 장면에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며 철저한 오락영화로 변신을 하였습니다. 거기에 성공한 1편과 2편의 인상적인 도구와 장치들을 적절히 끌어들이므로 터미네이터를 고대하던 팬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새로운 세대의 관객을 이해시키며 앞으로의 전개를 자연스럽게 예상할 수 있게 도와, 스토리를 굵고 선명하게 만들어 몰입감을 주고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사전에 누출된 정보를 만회하려는 시도에 의한 '뜻밖의 결말'보다는 차라리 뻔한 이야기를 그대로 이어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럼에도 터미네이터4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고, 다음 시리즈에 대한 흥분되는 기대를 불러 일으킵니다. 이전 시리즈에서 볼 수 없었던 Hydrobot같은 새로운 살인기계와 거대로봇 Harvester! 그리고 Harvester에서 Moto Terminator이 분리되어 나오는 장면을 보면서는 장태산의 만화를 보는 듯한 신선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또한 Hunter Killer에서 인류를 수집하는 모습은 마치 트랜스포머의 변신장면 같아서 재미있었으며, 터미네이터이터의 초기모델인 T-600의 둔중함이나 이후로 점차 발전해가는 로봇의 형태 등으로 눈이 즐겁지않는 장면이 없었습니다.



앞서도 말했듯이 무언가 잔뜩 기대를 하고 본다면 터미네이터4는 분명 실망스러운 영화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터미네이터4는 이전 시리즈와 매트릭스, 아이로봇 등 이런 류의 많은 영화들이 보여주었던 비슷하고 반복되는 메시지를 적당히 경계하고, 미래 세계에서 발전된 기술로 만들어진 첨단의 독특한 로봇과 무기, 비행선 등으로 화끈하게 싸우는 시원 시원한 장면들로 무장하고 있습니다.

누가 뭐래도 터미네이터4는 3편으로 죽어버렸던 터미네이터를 다시 구원하고 있습니다.


영화보는 내내 어디서 본듯한 친숙한 얼굴이라 궁금했었는데 문 블러드굿은 한국계 배우였군요.
에이트 빌로우에서는 잘 몰랐었는데 여전사로 분장하니 정말 매력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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