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Edward Norton Lorenz)는 당시의 원시적인 컴퓨터를 이용해서 수식을 간결화시키며 기상모델을 시뮬레이션하던 중에 결과의 출력물이 기존과 크게 달라진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진공관의 고장이라고 생각하였으나 곧 그것이  더 빠른 결과 값을 얻기 위해 자신이 반올림 해 버린 숫자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무시해도 좋다고 생각하고 반올림했던 1/1000 단위 이하의 입력 수치는 갈매기의 날개 짓 정도에 불과한 조건으로 결과에 별다른 변화를 주지 못할 것이라고 여겼지만, 그로 인해 몇 달 후에는 완전히 다른 날씨가 되어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초기 값의 미세한 차이에 의해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현상을 나비 효과(Butterfly effect)라고 하며, 이 말은 1972년 로렌츠가 미국 과학부흥협회에서 실시한 강연 “브라질에서 한 나비의 날갯짓이 텍사스에서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도 있는가(Does the flap of a butterfly’s wings in Brazil set off a tornado in Texas?)”로 유명해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비효과는 다시 작은 변화가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낳는 것처럼 안정적으로 보이면서도 안정적이지 않고, 안정적이지 않은 것처럼 보이면서도 안정적인 현상들을 설명하려는 카오스 이론(Chaos Theory)의 발판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50년대와 60년대에 들어서면서 혼돈 이론 외에도 우주와 현상을 설명하는 다양한 이론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흥미를 끄는 것은 여러 조건에 의해 갈래가 나눠진 우주가 있고, 각각의 우주에는 서로 다른 일들이 진행되고 있다는 다우주 이론입니다. 우주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 있다는 다우주 이론은 이후에 여러 가지 새로운 시각에서 검토되고 이용되면서 다양한 방향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다우주 이론을 지지하게 된 이유는 이것이 양자론의 여러 역설적인 상황에 대한 재미있는 상상을 가능케 해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평행우주가 존재할 경우 타임머신을 만들어도 시간에 의한 역설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평행하게 진행하는 우주는 어떤 식으로든 관측할 수 없다면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할 수 있고, 관측할 수 없는 우주는 어디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방향을 잡을 수가 없으므로 그곳으로의 여행 또한 불가능합니다. 증명하길 좋아하고 증거가 없으면 믿지 않는 현재의 과학이 어째서 점점 다세계에 의지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이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양자의 세계는 위기에 직면할 것이 분명합니다. 결국 상자를 열어보기 전에는 그 안에 든 고양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확인할 수 없고, 죽어있다고 해도 그것이 관찰자인 나의 영향을 받아서 죽은 것인지 원래부터 죽은 것인지에 대한 해결책은 모든 가능성을 조합한 만큼의 우주가 존재한다는 다우주에서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다른 우주가 존재한다면 과연 어떤 형태로 존재하고, 우리 우주와는 무엇이 다르며, 또 얼마나 다른 상태일지가 궁금해집니다. 무심코 동전을 던졌을 때, 우주는 앞면이 나오는 우주와 뒷면이 나오는 우주로 갈라지게 되고, 다시 각각의 우주에서 주사위를 던지면 우주마다 각기 다른 여섯 개의 결과를 반영한 우주들로 갈라집니다. 그리고 모든 변수들이 가지는 각각의 확률이 조합 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의 수만큼 다양하게 나눠진 우주는 갈리는 순간 완전히 다른 세계가 되며 서로에게 영향을 줄 수 없게 됩니다. 게다가 전 우주는 갈리는 순간 결과만 다를 뿐이고 동일한 질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우주의 총체적인 질량이 언제나 동일하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우주는 태초의 순간부터 무수히 많은 갈림길에 서있었습니다. 우리 우주는 빅뱅 후 어느 정도 온도가 낮아지자 양자에너지에 의해서 물질과 반물질이 생기면서 서로 충돌하며 사라지기 시작했는데, 50억 개 당 1개 정도 비율로 물질만 남아서 지금과 같은 상태가 되었습니다. 만약 이때 다른 확률에 의해 10억 개 당 1개의 물질이 살아남았거나, 반대로 반물질이 풍부하게 살아남았다면 그 우주는 우리 우주와는 판이하게 다른 우주가 되었을 것입니다. 또 인플레이션(inflation)이 일어나지 않거나 미묘한 문제 때문에 다시 특이점으로 돌아가 버린 비운의 우주도 있을 수 있고, 불가사의한 선택에 의해 핵력보다 중력이 우세한 우주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시간이 별도로 분리되지 못해 멈춰 버린 우주, 지나치게 빠른 시간을 가져 이미 빅크런치에 도달한 우주, 영원히 팽창하는 우주, 개방되거나 폐쇄된 우주 등등 무수한 우주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주는 서로가 평행을 달리면서도 서로에게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만약 서로에게 작은 부분에서라도 간섭을 하게 되면 가벼운 우주는 무거운 우주에 의해 위기를 맞이할 수도 있고, 서로 다른 시간에 의해 미래와 과거가 엉켜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갈라진 이 많은 우주가 완전히 독립적으로 존재하려면 우주에는 반드시 이 모든 우주를 수용할 만큼의 더 큰 상위의 우주가 있어야만 하고, 각각의 우주가 지닌 힘을 한정시킬 수 있는 더 거대한 힘이 있어야만 합니다.



사실 겹쳐있다는 것은 우리 시공간을 기준으로 볼 때의 기준이므로 그 개념을 이해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즉 탁구공 열개를 같은 시공간 상에 겹친다는 것은 우리 우주에서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더 고차원에서는 다른 개념으로 시공을 바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3차원의 그림자가 2차원이듯 우리 우주가 더 높은 차원의 그림자라면 우리 우주는 2차원의 그림자처럼 아무런 부피도 질량도 가지지 못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주가 아무리 무한하게 나뉘고 겹친다고 해도 고차원의 세계에서 그림자와 같은 우리 세계는 아무런 모순을 만들지 않습니다. 아무리 많은 우주를 겹쳐놓는다고 해봐야 백만 개의 그림자에 의해서 질량이나 부피가 증가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 것입니다.

하나의 물체를 놓고 적외선을 비추거나 X선을 비추면 필름에는 서로 다른 상이 나타날 것입니다. 이와 같이 모든 가능성에 의해 무한하게 갈라지는 우주는 하나의 원본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각각의 가능성은 광원이 되고 그에 의해 필름에 나타나는 상은 각각의 현실이 되어 겹쳐지고, 서로는 동일한 면에 놓여있으나 필름의 종류에 따라 하나의 속성만 반영되고, 우리 서로 다른 필름이 되어 그중 하나의 상을 인지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우리 우주는 같은 원본을 놓고 광원에 따라 다양하게 투영되는 그림자를 지켜보려는 관찰자의 실험에 의해 만들어진 일시적인 현상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보다 상위의 존재나 의지에 의해 매순간 관찰되고 있는 것일까요? 원래 모든 다세계 이론은 ‘물리계의 시간에 따른 진화를 내부의 관찰자 없이 나타내는 방정식들로도 관찰자를 포함하는 계를 묘사할 수 있다'는 공통된 정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갈림길에서서 왼쪽으로 갈지 오른쪽으로 갈지를 선택하는 것이 자유의지일 수도 있으나, 내가 왼쪽으로 가는 순간 이미 하나의 우주에서는 내가 오른쪽 길로 들어서고 있으므로, 나는 자유의지를 가진 것이 아니라 모든 선택을 하는 여러 개의 ’나‘중에서 왼쪽으로 들어선 나를 선택한 것일 뿐입니다. 어쩌면 선택의 순간 나는 두개의 자아로 나눠져서 서로 좌우로 가는 두 명의 ’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처음 선택에 의해 갈려진 우주는 아주 비슷할 것이나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아주 사소하던 차이는 엄청난 변화를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로렌츠의 관찰보다 더 미세한 조건, 예를 들어 수소원자 하나의 위치가 바뀐 것에 의해서도 천억 년 후의 우주는 극적인 변화를 맞이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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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이 없어 편자를 잃었다네.
편자가 없어 말을 잃었다네.
말이 없어 기수를 잃었다네.
기수가 없어 전투에 졌다네.
전투에 져서 왕국을 잃었다네.

우리 우주는 초기조건에 민감한 의존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한사람의 작은 손짓뿐만 아니라 생각할 때 나타나는 혈류나 기분에 의해서도 완전히 다른 우주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누군가의 웃을 때 만들어지는 좋은 공기 한 모금이 나비효과를 일으켜 시간의 도미노를 무너뜨리기 시작하면 원래 비슷하게 출발했던 두개의 평행우주가 먼 미래에는 천국과 지옥으로 변모하게 될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당신의 사소한 말 한마디에 의해 먼 미래의 우주는 사랑이 보편화된 우주와 증오가 넘치는 우주로 갈려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결국 자유의지는 없는 것이므로 우리는 갈림길에서 두 가지를 동시에 선택하는 수밖에 없고, 그 순간 우주는 나눠져 버립니다. 이 순간에도 우주는 끊임없이 갈라지고 있고, 그 우주들은 곧 폭발적인 나비효과를 일으키며 이질적인 우주로 변화할 것이고, 그것이 곧 관찰자가 바라는 환경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느 쪽 길로 가는 자신을 선택했느냐'는 현재의 자신의 의지입니다. 우리는 매순간의 그 복잡한 선택의 과정에서 같은 길을 선택하여 같은 우주를 누리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지금 이 순간에도 으로 갈라지고 있는 우주에서 우연히 1/10∞
의 확률로 같은 길을 선택한 동행인 것입니다. 물론 순식간에 우리는 서로 다른 우주를 선택하게 될 것이지만 또 다른 우리의 우연한 동행 또한 영원히 지속될 것입니다.

-그림 출처 : 위키백과http://web.org.uk/personal/art/
-모두 즐거운 휴가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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