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리코 페르미(Enrico Fermi)
는 ‘우리 이외의 외계문명 존재한다면 어디에 있기에 우리가 볼 수 없는가?’를 묻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Where are they? ‘라는 페르미 역설(Fermi paradox)은 이후 수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었고, 다양한 분야에서 해답을 제시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천문학자이자 천체물리학자인 프랭크 드레이크(Frank Drake)는 외계문명이 존재한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지만, 그 유명한 드레이크 방정식(The Drake Equation)을 통해서 그들이 확률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증명하려 하였습니다.

수학자 라스무스 비요크(Rasmus Bjork)는 복잡한 수학적 계산을 통해 페르미 역설의 해답으로 ‘외계문명이 우리 은하의 생존 가능 지역(Galactic Habitable Zone)에 있는 태양계를 모두 탐사하려면 무려 100억 년의 시간이 걸리므로, 우리를 발견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라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우리의 문명이 전파를 사용한 지는 백 년도 되지 않기 때문에 지름이 10만 광년이나 되는 은하에서 외계문명이 우리 신호를 포착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만약 가까운 근처 행성에 외계문명이 존재한다면 이미 우리의 신호를 받았을 가능성도 있으나, 반대로 우리 역시도 그들이 사용하는 인공적인 전파 일부분을 우주 잡음 가운데서 검출해 내었을 것이므로, 근처에는 우리와 비슷한 수준의 외계문명은 없는 듯합니다.



캐나다의 물리학자인 이반 듀틸(Yvan Dutil)은 외계문명이 이미 우리의 신호를 받았으나, 지금까지 인류가 보낸 신호에 반응하지 않는 이유는 우리의 신호가 너무 지루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지금까지 우리는 우주에 눈을 돌린 초보 문명이라면 누구나가 생각해 낼 수 있는 개성이 없는 신호만을 반복적으로 보내왔습니다. 확률이 아무리 낮다고 해도 같은 시간대의 우주에만도 백억 이상의 다른 지성문명이 있고, 그 중 신생문명도 수억 개가 있을 것이며, 그들은 모두 나름의 방식으로 우주를 향해 자신들의 존재를 고백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막 태어난 아이가 울음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알리지만, 모든 아이의 울음소리가 비슷한 것처럼 모든 문명의 울음소리도 비슷하기에 자신의 아기가 아닌 이상 그 지루한 소리에 응답할 문명은 매우 드물 것입니다. 어쨌든 우리가 외계문명의 존재를 증명하려면 먼저 김태희가 결혼했다거나 김정일이 출가(出家)했다는 등의 지루하지 않은 소식을 우주에 전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페르미의 질문이 역설이라고 하는 이유처럼 존재를 증명하지 못하면 외계문명은 우리 시대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드레이크 방정식도 실존할 가능성을 구하고 있을 뿐이지 그 결과 값이 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우리가 외계문명을 발견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지금 우주에는 오직 우리뿐이고, 외계문명이 없는지도 모릅니다. 이에 대해 고생물학자이자 지질학자인 피터 와드(Peter Ward)와 우주생물학자인 도널드 브라우니(Don Brownlee)는 공동 집필한 희귀한 지구(Rare Earth)라는 책을 통해 우주에는 복잡한 생명체가 매우 드물 것이라고 했습니다.
 
드레이크나 칼 세이건 방정식(Sagan equation)의 결과에서 보여주는 외계문명이 존재할 가능성은 그들의 존재할 확률에 지나지 않으며, 한편으로는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을 확률적으로 구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확률(確率, probability)은 어떤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을 수로 나타낸 것으로, 같은 원인에서 특정의 결과가 나타나는 비율을 말합니다. 즉 희귀한 지구 이론은 우리와 같은 조건을 지닌 행성의 숫자를 계산하여 그것이 드물므로 외계인이 존재할 가능성이 작다는 것을 증명하려 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이것은 같은 원인에서 특정의 결과-지구인 타입의 외계인-가 나타나는 비율을 구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또한, 우주에서 생명체가 나타나고, 그것이 문명으로 발전할 확률을 통계적 확률이나 수학적 확률로 나타내기에는 우리가 가진 자료가 너무나 빈약합니다.

그렇다면 증거가 없으므로 증명할 수 없고, 증명할 수 없으므로 외계문명은 없는 것일까요? 최근에 인터넷과 휴대용기기의 발달로 많은 UFO 관련 동영상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이계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외계문명의 증거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만, UFO(Unidentified Flying Object)는 글자 그대로 관찰은 했으나 해당 비행 물체의 주체나 소속 등을 확인할 수 없고, 조사 이후에도 미확인으로 남아 있는 모든 비행물체, 즉 미확인비행물체(未確認 飛行物體)를 이르는 말입니다. UFO는 실존하고 있으나 그것의 주체가 반드시 외계문명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UFO의 근원이 반드시 외계가 아니라고도 할 수 없습니다.



UFO는 우리보다 진보한 외계문명이 특수하거나 일상적인 목적에 따라 지구에 보내진 수단일 수도 있고, 우리 우주가 아닌 이차원(異次元) 우주에서 온 차원 이동선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서 온 타임머신(Time Machine)일 가능성도 있으며, 고대 문명의 잔재일지도 모릅니다. 수만 년 전에 도착하여 지구에 정착했던 외계문명의 잔재일 수도 있고, 과거에 발전한 문명을 이루었으나 멸망해 버린 고대 문명의 흔적일 수도 있습니다. 또는 지구 내부나 니비루(planet nibiru)에서 독자적으로 발전한 현존하는 또 다른 지구 문명이 UFO를 보낸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UFO의 정체는 외계문명의 존재와 마찬가지로 증명할 수 없습니다. 그 자신이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정체를 공개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UFO의 주체를 알아내려면 그것을 격추해 분석해야만 할 것입니다. 그러나 UFO가 우리 우주를 구동하고 있는 프로그램의 오류 때문에 발생한 일시적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 정체를 영원히 알아내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반드시 외계문명의 증거라고 단정 지을 수 없음에도 UFO는 현 수준의 우리가 외계문명의 존재를 추측할 수 있는 유일한 물리적 증거일지도 모릅니다.

그동안 페르미의 역설에 대하여 대단한 사람들이 다양한 각도에서 문제를 검토하고, 다양한 해답들을 제시했으나, 역시 증거 없는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일 뿐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매우 흥미롭고, 기이하며, 과학적인 근거가 있어 사뭇 진지하기도 합니다. 이전 글에서 소개했듯 ‘Where are they?’에 대한 그들의 답변은 수없이 많은데, 그 내용을 정리하면 대략 아래와 같습니다.

- 지구를 발견 못 했다 / 했으나 올 수 없다.
- 지구를 발견했다 / 방문할 가치가 없다.
- 지구로 출발했다 / 했으나 아직 도착 못했다.
- 지구에 도착했다 / 했으나 숨어 있다.
- 지구에 모습을 드러냈다 / 그러나 인류가 인지하지 못한다.
- 지구에 도착했다 / 아직 문명이 태동하기 전이다.
- 지구에 도착했다 / 신호를 보냈던 인류는 이미 사라졌다.
- 등….

필자 역시도 여러 글을 통해서 페르미 역설에 대한 개인적인 여러 가능성을 이야기했었으며, 그중에는 인류가 우주 유일의 문명이거나 1은하 1문명이라는 가설을 세워 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마틴의 방정식(Martin's values)이라는 것을 만들어 외계인과 만날 확률의 구해 보기도 했습니다.

N = N* × fp × ne × fl × fi × fc × fL x fd x  ft fo x  fg

N* = 400,000,000,000 : 우리 은하계에 있는 항성의 총수로 2천 억에서 4천 억으로 추산
fp = 1/3 : 항성 중에서 행성계를 지니고 있는 항성의 비율(1,300억 개)
ne = 2 : 행성계 당 생명이 존재할 만한 환경을 지닌 행성이 평균 수(3,000억 개)
fl  = 1/3 :위의 조건의 행성에서 실제로 생명이 탄생한 행성의 수(1,000억 개)

fi = 1/10 : 생명이 탄생한 행성에서 지성체가 발생할 확률
fc = 1/10 : 지성체가 외부 세계와 통신할 수준으로 발전할 확률
fL= 1/1,000,000 : 행성의 수명 중 fc가 존재하는 기간의 비율(1만 년)
fd =  1/2 : 같은 시기에 존재하는 문명 사이의 거리에 따른 통신 가능한 기간(5,000년)
ft = 1/2 : 통신한 별까지 갈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기간(5,000년)
fo = 7/10 : 다른 문명에 대한 탐색과 접촉을 시도할 가능성      
fg= 9/10 : 지난친 문명의 격차가 발생하지 않을 비율



그러나 결국 공식의 주요 대입수치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으며, 아무리 보수적으로 수치를 잡는다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한 번도 확인하지 못한 것에 대한 허상적인 확률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가 외계문명의 존재 여부를 증명하려면 전파나 뚜렷한 흔적을 찾아내거나, 그들과의 직접적인 만남이 이루어져야만 합니다. 그러나 거기에도 몇 가지의 조건이나 문제점이 있습니다. 그들이 우리를 방문했다고 해도, 우리가 그들이 우리와 다른 지성체임을 인식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하고, 우리가 그들에게 가치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하며, 두 문명 사이에 지나친 격차가 없어야 합니다.

그들이 10만 년 전에 지구를 방문했다면 우리는 그들과의 만남이나 그들의 존재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인식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들에게 어떤 이유에서든 가치를 지니지 않는다면, 지나쳐 지나가거나 우리 앞에서 본색을 드러내지 않을 것이며, 우리에 대하여 최소한의 연민이나 흥미를 느끼려면 지나치게 진보하지 않는 상태의 문명이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그들의 가치관이나 보편성이 우리와 너무 다르다면, 우리 이외의 지성체 존재를 증명하는 순간이 멸망의 순간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외계로 직접 탐사를 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도 있으나, 그것은 지금부터 최소 천 년 이상 문명을 안정적으로 발전시켜야만 가능할 것이므로, 실제로 우리 시대에는 일어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인류가 III 단계 문명까지 가는 데 500만 년 걸릴 것이라는 이언 크로포드(Ian Crawford)의 예측은 너무 먼 미래의 일이라 막막하기까지 합니다만, 막상 그때가 되어도 우주에 우리밖에 없다면 그 또한 참담한 심정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 증거의 유무를 떠나서 이 넓은 우주에 우리만 존재할 가능성을 확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자신과 다른 존재를 찾는 문명이 우주에는 백억 개가 넘게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외계문명이 보낸 어떤 신호나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들은 존재하지 않아서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수준에서 듣지 못하고 있으므로 찾지 못한 것입니다. 그리고 찾을 수 없고 증명할 수 없지만, 찾지 못한 것이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의 우리는 외계문명이 존재하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이것은 수학적이나 통계적인 확률로 계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외계문명이 존재하는 증거는 오직 ‘보이지 않고 볼 수 없는 것’을 대면하는 개인의 가치관으로만 증명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우주에서 우리 감각으로 인지할 수 있는 것은 전체의 1%도 되지 않으며, 우리 바로 옆에서도 매 순간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으나,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일 어떤 물리적 감각기관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당신이 통념의 벽을 넘고, 자유로운 가치관을 지니게 된다면 매일 만나고 지나치는 셀 수 없이 많은 사람 대부분이 당신이 알고 있던 ‘그’가 아님을 깨닫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당신은 외계문명의 존재 증명보다 자신이 외계인이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될 것입니다.

-그림 : http://astrollogi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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