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로 해서 안되는 일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해결되는 경험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떠오르지 않던 해답이 어느 순간 저절로 생각나는 경우도 있었을 것입니다. 밤새워가며 한일인데 한숨자고 일어나 다시 보니 헛점투성이라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시간이라는 기한에 쫓겨서 서두른 일은 늘 빈틈을 남기고, 오히려 그르친 결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은 이런 일상의 경험에서 나온 격언이기도 하지만 매우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시작과 끝을 연결하는 최단거리의 직선보다 끝지점에 더 빨리 도착하는 사이클로이드(cycloid)더 긴 거리를 지닌 곡선입니다.

사이클로이드는 신비로움과 놀라움을 가진 곡선으로, 파스칼이 사이클로이드를 연구하며 고통스러운 치통을 잊었다는 일화가 있을 만큼 이 곡선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사람이 많습니다. 사이클로이드는 바퀴라는 의미의 그리스어에서 나온 말로 회전하는 바퀴상의 한 점의 궤적을 나타냅니다. 아래 그림에서와 같이 바퀴의 외부에 한 점을 찍고, 그 바퀴가 굴러감에 따라 점이 높아졌다 낮아지는 궤적인 파란색 선을 싸이클로드라고 합니다.



성당에서 예배를 드리던 갈릴레이가 천정에 매달린 진자의 주기가 진폭에 상관없이 일정하다는 ‘진자의 등시성’을 발견했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합니다. 후에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호이겐스는 진자가 호(弧)가 아니라 사이클로이드를 따라 움직일 경우에 진자의 궤도가 등시곡선(tautochrone)이 된다는 것을 증명했는데, 등시곡선은 정점에 도달하기 위해서 곡선 상의 어떤 점에서 출발하더라도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같게 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래 그림에서와 같이 사이클로이드에서 미끄럼을 타는 아이는  P, P1, P2 어느 지점에서 출발해도 가장 낮은 지점인 L까지 도착하는데는 같은 시간이 걸리는데, 이것이 등시곡선(tautochrone)입니다.



P에서 L까지의 최단거리는 직선입니다. 그러면 P에서 출발해서  L에 가장 빨리 도착하는 경로는 직선, 사이클로이드, 원호(圓弧) 중 어느것일까요?  직선 경로가 길이가 짧아서 가장 짧은시간에 L에 도착할것 같지만, 답은 신기하게도 사이클로이드입니다.

사이클로이드에서는 직선보다 중력가속도가 줄어드는 정도가 작기 때문에, 초기에 충분한 중력가속도를 얻어 빠르게 P1, P2 지점을 통과하고, 완만한 지점에서는 관성으로 밀어 붙입니다. 이런 이유로 사이클로이드는 직선보다 더 먼거리를 돌아가지만 가장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는 최단강하곡선입니다.



더 멀리 돌아가는 원호는 사이클로이드보다는 느리지만, 직선보다는 빠릅니다. 사이클로이드는 급하게 질러가지도, 그렇다고 너무 돌아가지도 않는 가장 이상적인 길(道)인 최속강하선(brachistochrone)입니다. 수학자들이 종종 사이클로이드를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되었던 헬렌의 아름다움에 빗대어 기하학의 헬렌(The Helen of geometry)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사이클로이드에는 돌아감미학이 숨어 있습니다.

독수리는 들쥐를 잡을때 곡선을 그리며 하강하는것은 그것이 빠르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누구나 목표를 세웁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목표는 더 나은 방향으로 수정되거나 조금씩 변해갑니다. 우리는 그 목표를 향해서 조금도 옆길로 빠지지않고 최단거리인 직선의 길을 걷고싶어 합니다. 목표점 L의 좌표가 변해가므로 결코 직선이 될 수 없기도 하지만, 직선은 단조로움으로 나를 매너리즘(mannerism)에 빠게 합니다. 자로잰듯 하루에 2개의 글을 발행하는것보다는 어느날 10개의 발행도 해보고, 어떨때는 며칠을 쉬므로 포스트가 쓰고싶어 손이 근질거리게 하는것이 좋습니다. 우리가 가장 빠르다고 여기는 눈에 보이는 직선은 목표점을 더 멀게 할 수도 있습니다.  목표와 문제에서 한발 물러나서 보면 돌아가는 길이라는 새로운 해답이 보일지도 모릅니다.

태풍속에서 나비가 날개짓하는 것은 날기위한 것이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정보가 쏟아지면 한가지도 재대로 이해하지 못하게 됩니다. 현란한 조명과 귀따가운 음악과 지독한 악취 속에서 차분히 책을 읽으려고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자신이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도 잊어버리고, 그저 이 상황에서 탈출하고 싶어집니다. 무조건 뭔가를 해결해 보려고만 합니다만 이미 무엇을 하려했는지 잊어버렸습니다. 침착하게 그리고 천천히 생각해서 우선 내가 목적했던 것이 무언지를 발견해야 합니다. 책을 읽으려고 했다면 책에만 집중을 하던가, 집중이 안된다면 책을 읽을 만한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음악을 끄고, 조명을 조절하고 창문을 열어 환기하면 됩니다. 그 다음 내가 하려고 했던 책읽기에 몰두하면 됩니다.

아이디어 고갈로 힘들어 할때가 있을것입니다. 한때 주변의 모든 일과 사물이 포스트와 연관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무엇을 봐도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이럴때는 너무 많은 꺼리를 하나씩 제거해나가고, 가장 평범한 주제로 돌아가 보세요.  소재가 휘몰아치는 태풍은 아무런 정보를 주지 못하기도 하므로, 내 날개가 힘이 없어 날수 없다고 한탄 할 필요도 없습니다. 내가 왜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떠올려 보세요. 태풍속을 날수 없다면 태풍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면 됩니다. 왜 날개짓을 시작했던가요? 그것은 날기위함이지 반드시 태풍속을 날기위함은 아닙니다.


다른 나비는 하늘을 메우고 있는데 나는 풀잎에 붙어 있다.
이미 날고 있는 나비떼와 아직 날개가 젖어 풀잎에 붙은 나를 비교하며 자책할 필요는 없습니다. 더 늦게 날든 빨리 날아올랐든 나비에게는 자신의 계절이 있습니다. 모시나비는 6월까지만 날수 있지만, 아직 날개도 없는 은판나비는 여름과 가을하늘을 날 수 있습니다. 자신의 계절까지 참고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합니다. 성급하게 가을에 날아오른 네발나비는 자신의 계절인 겨울이 오게전에 죽고 맙니다.

막 시작한 블로그가 무조건적 대량포스트와 속전속결의 펌질이라는 성급함으로 성공까지의 최단거리를 질주하려는 모습을 자주 봤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이 오래지 않아 질타와 자괴감이라는 마찰력을 만나므로 중력가속도가 줄고, 스스로도 감당못한 포스트의 무게로 결국에는 목표점 L에 도착도 못하고 멈춰 버렸습니다. 우리에겐 먼저 날아오른 나비에 대한 질시보다 나의 계절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인내가 필요합니다.


시속 240마일로 나는 조나단도 날아오를땐 날개를 퍼덕거려야 한다.
연인으로 발전해나가는 과정에서 많은 남성들의 실수중 하나는 당장 연인이 되려는 점일 것입니다. 당장 손을 잡고 포옹해 주고싶고, 입을 맞추고 싶겠지만 이런 성급함은 발전의 방해요소가 되고, 경계와 불신으로 이어집니다.

블로거들도 이런 실수를 합니다. 이미 성공한 블로거의 모습만을 목표로 단숨에 시속 240마일로 날아가길 원합니다. 성공한 블로거도 날아오르기 위해서 오랫동안 날개짓을 했습니다. 그리고 비상한 후에도 끝없는 퍼덕거림으로 가속도를 붙여나갔습니다. 그후에도 고도와 풍향과 풍속을 계산해 최소의 힘과 날개짓으로 속도를 유지하는 유연함을 익혀야 했습니다. 지금의 날개짓이 부끄럽고 쓸데없는 짓처럼 느껴지는 가요?  조나단 리빙스톤 시걸도 최초로 날아오를때는 퍼덕거렸습니다. 비록 먼길처럼 느껴질지라도 날개짓과 가속도가 중력과 마찰력보다 커지고, 기류와 관성이 작용할때까지의 끈질긴 노력이 필요합니다.


모든 직선은 추락한다.
많은 연인들의 사소한 다툼이 이별로 이어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다툼의 원인은 정말 사소한 일인데 그 원인을 해결하는 방법은 매우 직선적이 었습니다. 원인이 발생한 이유와 그 이유를 이해하기 위한 기다림도 없었으며, 상대방이 이해를 구해도 당장 원인을 알고 싶어하는 급박함이 넘쳤습니다. 하루만 돌아가면 도착할 화해의 지점을, 몇시간 더 빨리 가려하다가 결국 영원히 도착할 수 없는 파탄의 지점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블로깅을 하다보면 다양한 원인으로 맥이 빠질때가 있습니다. 너무나 좋은 정보로 가득찬 블로그와의 비교로, 또는 방문객이 미어터지는듯한 블로그에 갔을때, 허접한 글에 스크롤의 압박을 주는 댓글을 보았을때 등등.. 그런 곳은 넘어야할 목표일 뿐입니다. 비교는 절망을 줍니다. 절망감은 모든 의욕을 꺾으며 자신감을 내동댕이 칩니다. 그리고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숨에 이르지 못하는데서 오는 절망감이 더 큽니다. 서두르지 마세요. 지면을 향한 모든 직선의 도착지점은 지면과의 충돌지점이 됩니다. 급하게 서두르면 반드시 추락하게 됩니다.

독수리가 들쥐를 잡을때 곡선으로 하강하는 것은 다시 상승하기 위함이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도 슬럼프를 겪기도 합니다. 어떤 경우 슬럼프가 곧 블로그 폐쇄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슬럼프는 추락이 아니라 도약을 향한 하강곡선일 뿐입니다. 이왕의 슬럼프라면 최단강하곡선으로 지면에 근접하여, 가속도와 관성을 얻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속도 그대로에, 최고점을 향한 퍼덕거림을 보태고, 기류를 타기시작하면 시속 240마일로 다시 날 수 있습니다. 직선과 달리 사이클로이드를 연정하면, 지면과 가장 근접한 지점을 통과 후에는 하강할때의 곡선과 동일하게 상승하고 있는것을 볼 수 있습니다. 추락을 두려워말고 가장 이상적인 추락방식을 찾아 상승의 기회로 삼으세요.

정체된 파워블로그 - 블로그의 등시곡선!!
지금 일부의 막강한 블로그들 중에는 내면의 갈등이나 자원고갈과 같은 마찰력을 극복하지 못하고 거의 멈춰선 상태로 유지되는 곳도 있습니다. 시덥잖은 글을 보태며, 지금까지 가꿔놓은 묘목의 과실들로 연명해나가는 멈춰선 블로그를 보고 부러워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그들이 간 거리를 보고 영원히 따라잡지 못할것 같은 절망감을 느낀적이 있는가요? 지금 출발하면 됩니다. 지금 출발하는 KTX는 대전에서 정차중인 무궁화호보다 먼저 부산에 도착합니다. P, P1 , P2 어느곳에 있다고 해도 먼저 출발하면 L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것이 등시곡선 싸이클로이드입니다.



안전벨트를 착용해 주세요!
지금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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