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깅에서 나를 가장 즐겁게 하는 것은 교류를 통해서 다양한 정보와 생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같은 주제를 놓고도 블로그마다 그 생각과 의견이 다르고, 같은 의견이라고 해도 표현하는 방법이 블로거마다 독특한 것 같습니다. 완만하게 표현하기도 하고 독설로 날카롭게 비판하고 지적하기도 하고, 때로는 역설하면서 그 속에 숨은 뜻을 은은하게 비추기도 합니다. 그건 마치 요리와 같아서 밀가루라는 같은 재료를 가지고도, 어떤 요리사는 수제비를 어떤 요리사는 국수를 만들고, 같은 국수임에도 어떤 요리사는 물국수를 또 어떤 요리사는 비빔국수를 만드는데, 같은 요리라고 해도 요리사 마다 독특한 양념과 조리비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블로깅을 하면서 이렇게 다른 맛이나는 요리를 구경하고 먹는다는 건 나를 아주 유쾌하고 즐겁게 해주기에, 구독기를 열때 마다 오늘은 어떤 요리가 나올까 하는 기대감으로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오늘도 새로운 재료와 신선한 요리법으로 만들어진 맛있는 포스트를 맛보며 기웃거렸습니다. 포만감에 행복해 하면서도 한편으로 느끼게 되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습니다.



신선한 것. 싱싱한 것만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가는 집마다 모두 새롭고 신선하고 싱싱한 재료만으로 음식을 한다면 그것은 이미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재료의 선택은 요리사의 마음이지만 많은 요리사들이 같은 재료만 가지고 요리를 구상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오늘의 인기검색어와 이슈를 통해 구입한 방금 출고된 재료만이 최고의 재료는 아닙니다. 가끔이라도 시래기 나물이나 묵은 된장같은 음식도 먹어야지, 방금 잡은 팔딱 거리는 생선과 잎이 살이 숨쉬는 배추만 먹고 살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다양한 메뉴보다 한가지 맛있는 요리를 먹고 싶습니다.
메뉴수에 집착하다보면 요리가 엉망이 됩니다. 성공한 음식점 중에는 메뉴의 가짓수는 적지만 한가지 요리에 뛰어난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있는 요리 한가지만 밀고나가도 그 요리를 맛본 손님은 다시 오게 되며, 다른 많은 미식가들도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게 됩니다. 이게 횟집인지 한정식을 하는건지 분식집인지 구분이 안가는 특색없는 음식점들이 있습니다. 차라리 종합뷔페라면 모를까 이도 저도 아닌 메뉴의 다양화보다는 자신있는 하나의 요리에 주력해 준다면 나는 더 맛있는 된장국과 스테이크와 냉면을 먹을 수 있어 행복할 것입니다.

편식하고 있지 않습니까?
아무리 우리집 밥상이니 내가 알아서 차린다 해도, 맨날 그 나물에 그 밥만 내놓으면 질리게 됩니다. 일식을 엄청 좋아하는 사람도 어떨 땐 짜장면이 먹고싶을 때가 있는 법입니다. 매일 같은 밥 김치를 먹더라도 주말에는 외식을 합시다. '내가 끓이는 된장국은 일품이야'며 자신한다 해도 매일 된장국만 먹고 살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가끔은 안먹던 전골요리도 해봅시다. 이럴 때 인기검색어라는 새로 나온 유행하는 요리를 찾아 먹어보는것도 좋지 않을까요

이웃이 좋아하는 음식도 생각해 주세요.
블로깅은 열린 이웃을 방문하고 대화하고 음식을 나누는 것입니다. 포스트를 발행하는 것은 음식을 만들어 이웃을 초대하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어떤 이웃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만 잔뜩 차려져 있습니다. 이건 내가 먹지 못하는 건데.. 하며 발길을 돌려야 할때도 종종 있습니다. 굴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먹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신있는 분야의 요리라고 해서 그것만 잔뜩 만들고 이웃을 초대하는 것은 굴을 못먹는 이웃에게 내가 만든 굴요리의 맛을 평가해달라는 것과 같습니다. 이웃을 초대할때는 요리중 한 두가지 정도는 이웃의 입맛을 고려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리고 음식보다 후식으로 나오는 아이스크림에 민감한 저같은 이웃도 배려해 주세요.



음식을 대접받았다면 평가를 해주세요.
내 입에 맞던 안맞던 요리를 한 요리사는 재료선택에서 조리와 장식까지 많은 정성을 들였습니다.  그 요리를 먹었다면 그에 합당한 댓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맛있게 먹었다는 한 마디의 평가가 요리사에게는 최고의 댓가입니다. 아무리 재료가 남아돈다고 해도 댓가없는 요리를 계속 만들고 싶은 요리사는 없을 것입니다. 우리의 정당한 댓가 지불은 새롭고 깊이있고 맛있는 요리를 계속 먹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줍니다. 아낌없는 평가를 해주세요.

정확한 평가는 더 맛있는 요리를 개발하게 해줍니다.
맛없는 요리를 먹고도 '정말 맛있어', '이렇게 맛있는 요리는 처음 먹어봐' 이런 평가를 하는 것은 그 요리사의 장래를 망치는 것입니다. 정확하게 그러나 상처입지 않게 평가해주세요. '이거 왜이리 맛없어'보다는 '고추가 약간 더 들어갔으면 더 맛있었을 거야' 이런 정확한 평가가 그 요리사에게는 가장 큰 도움이 됩니다. 이웃이 만든 요리라고 거짓의 평가를 계속하게 된다면, 풀코스 블로깅을 할때 마다 맛없는 요리를 먹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내 입맛에 안맞다고 음식에 침뱉지 마세요.
자신의 입맛에 맞지않는 음식을 발견했다고 해서 '누가 이딴걸 만들었어. 이런 걸 먹는 사람들은 위장 구조가 다른거 아니야?' 아주 가끔이지만 이런 경우를 보게 됩니다. 사람마다 자신이 선호하는 요리가 있게 마련입니다. 또 같은 재료라도 요리사에 따라 전혀 다른 요리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굴을 못먹으면 먹지 않으면 되는 것이고, 밀가루 요리중에 국수를 더 좋아하다면, 수제비를 먹지 않으면 됩니다. 왜 자신이 생각한 음식이 아니라고 해서 침을 뱉는지 모르겠습니다. 요리사는 평가를 바라는 것이며, 악평도 평가이지만, 음식을 못먹게 하는것은 바라지는 않습니다. 서툴거나 엉뚱한 결과의 요리라고 해도 그 속에는 정성이 들어가 있습니다.



대한민국 식객요리: 겨울별미 편 상세보기
허영만 지음 | 라이프김영사 펴냄
허영만 만화 식객의 감동, 대한민국 제철요리로 만나다! 소금간 잘 밴 안동 간고등어, 향긋한 겨울 생굴, 마블링 고운 소고기 입안 가득 퍼지는 계절 별미의 향연! 만화 '식객'의 요리를 담은『대한민국 식객요리 : 가을별미 편』. 이 책은 허영만의 만화 '식객'에 소개된 요리 중 겨울에 맛볼 수 있는 진미 80가지를 소개한다. 만화 '식객'의 주인공 성찬이 공개하는 좋은 재료 고르는 방법과 진수의 요리 맛 보는 노하우도

블로깅은 이웃의 음식을 맛보고 요리법을 배우고 평가하면서 맛을 개발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뷔페와 같습니다. 나와 내 이웃의 솜씨가 발전한다면 가장 큰 이득은 나에게 있습니다. 맛있는 요리로 가득찬 뷔페를 블로깅할 수 있으니까요.

덧붙이자면 훔쳐온 요리에는 댓가를 지불할 필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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