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후의 순간은 어떻게 시작될까? 1편에서 이어집니다.

실제 혜성 충돌은 언제든 일어날 수는 있지만, 그 확률이 너무 낮아서 영화상으로나 만나 볼 수 있는 하나의 상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확실하게 한 세기가 더 지나기 전에 인류를 절멸 시킬만큼 강력한 시나리오가 여기 있습니다.

슈퍼버그(superbug)
원래 슈퍼버그(슈퍼박테리아)는 여러 가지 난분해성 물질을 분해할 수 있는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는 미생물을 선발해 각각의 유전정보를 하나의 미생물에 주입시켜 톨루엔·나프탈렌·옥탄 등을 동시에 분해시키도록 육종한 초능력미생물을 뜻하는 말이지만, 의학용어로는 박테리아의 일종으로서 항생제 반코마이실린에 면역이있는 금색 포도상구균을 일컫기도 합니다. 일단 이 박테리아에 감염되면 이 것과 싸워 이길 만한 항생제가 아직까지는 없기 때문에  대단히 높은 사망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발표된 보고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메티실린에 내성을 가진 포도상구균인 MRSA(methicillin-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로 인한 사망자 수가 에이즈 사망자 수보다 더 많다고 합니다. 미국의사협회(AMA)가 발표한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매년 9만명이 항생제 반코마이실린에 면역이 있는 슈퍼버그(superbug)에 감염되는데, 2005년 9개 대도시에서 추출한 통계 결과를 바탕으로 계산해 낸 수치를 보면 감염자의 수는 인구 10만명당 32명에 달합니다. 당시 5287명이 슈퍼버그에 감염됐는데 이를 미국 전체로 확대해 계산하면 감염자 수가 9만4360명에 이르며, 표본 집단 가운데 988명이 사망했으므로 이를 전체 인구 비율에 대비해 환산할 경우 매년 1만8천650명이 목숨을 잃는다는 결론이 도출 됩니다. 실제로 2005년 에이즈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1만7011명이므로 MRSA에 의한 사망자 수는 에이즈 사망자수를 추월하고 있습니다.

인류는 불과 수세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흑사병을 비롯하여 결핵, 콜레라, 폐렴 등, 한 시기에 수천에서 수십만명이 몰살시키는 전염병의 창궐을 항상 두려워해 왔였습니다. 그러다가 1920년대에 들어서며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이 개발되면서 전염병과의 인류의 오랜 전쟁이 끝이 나는 듯 보였습니다. 페니실린은 인류가 발견한 최초의 항생제인데, 알렉산더 플레밍(Sir Alexander Fleming)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던 중 황색 포도상구균을 배양하다 그것의 배양접시를 오염시킨 푸른 곰팡이(Penicillium notatum)가 항균 작용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고, 이후 연구를 거듭하여 푸른 곰팡이가 분비하는 물질이 항균 작용의 원인 물질이고, 푸른곰팡이의 배양물을 800배로 묽게 하여도 포도상구균의 증식을 방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 물질을 페니실린이라 명명하였습니다.

이렇게 발견된 페니실린(penicilline)은 세계 2차대전 당시 수 많은 부상병의 세균감염을 막거나 치료하고, 나아가 전세계인을 구하는데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그리고 60년대 이후부터 본격적인 항생제 개발이 이루어지며 결핵이나 말라리아, 홍역 등 세균성 감염질병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며, 인류가 마침내 세균성 감염질병을 완전히 정복하는 듯 보였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페니실린에 내성을 가지는 세균인 포도상구균이 등장하면서 전염병의 반격이 시작되었습니다. 인류는 다시 이 새로운 균을 정복하기 위해 1960년대 메티실린이라는 항생제를 개발하며 승리하는 듯 했지만, 70년대에 메티실린에도 내성을 보이는 황색포도상구균인 MRSA가 등장하며 인류와 전염병 사이의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인류는 MRSA에 대응하기 위해 초강력 항생제인 반코마이실린을 새롭게 개발했지만, 1997년 일본과 1998년 한국에서는 반코마이실린에 대하여 부분적 내성을 보이는 포도상구균 VISA가 출현했고, 얼마지나지 않은 2002년 미국에서는 마침내 반코마이신을 완전히 무력화시키는 포도상구균 VRSA가 발견되어 우리를 충격과 공포속으로 몰아 넣었습니다. 결국 최초에 개발된 1세대 항생제인 페니실린(penicilline) 이후 인류는 각 작용기전 계열별로 2세대, 3세대 항생제 등을 계속 새로운 항생제들을 개발하였고, 제 3,4세대 cephalosporin계열을 개발하면서 슈퍼버그는 더이상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 여겼으나, 최근에는 이 마저도 무너져서, 5세대 항생제가 다시 개발되고 있는 중입니다.

인류와 전염병은 인류의 개발 속도와 슈퍼버그의 진화 속도의 싸움인데, 인류에 의해 새로운 항생제가 만들어지면 곧 이에 적응하여 변종된 항생제 내성균(다제내성균)이 다시 출몰하고, 이어 또 새로운 항생제가 개발되어져 나오는 끊이 없이 반복되는 싸움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찌보면 이렇게 슈퍼버그가 진화하도록 도운 것은 우리 인류에게 책임이 있는지도 모릅니다. 일반적으로 환자들은 처음부터 새로운 신종의 항생제약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하는데 이것은 아주 잘못된 생각입니다. 새로운 약을 계속 사용했을 때, 일정 시기가 지나면 완전히 다 죽지 않고 남은 균들이 내성이 생기게 되고, 그러면 더 이상 그 항생제를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감기만 걸려도 한방에 나을 수있는 독한 약을 선호하고, 특히 면역력이 약한 어린아이들에게 가벼운 감기 증세만으로도 여러 항생물질이 들어있는 약을 먹이는 것도 문제입니다. 100마리의 세균에 페니실린을 투여할 경우 살아남는 세균의 개수를 항생제 내성율이라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에서 폐렴을 일으키는 폐렴사슬알균의 페니실린 내성률은 80%를 넘었고, 폐렴구균의 페니실린 및 에리스로마이신 내성률은 51%로, 베트남의 71%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얼마 전 정부가 항생제 오남용 병원을 공개하면서 항생제 내성에 대한 위험성이 잠시 사회문제로 대두되기도 했는데, 우리나라의 MRSA균의 내성률은 네덜란드(0%), 영국(5.5%), 미국(32.6%)에 비해 매우 높은 무려 70%에 달합니다. 즉 항생제 메티실린을 투여하면 100마리 중 70마리가 살아 남는다는 것인데, 그 원인이 단순히 병원의 처방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 자신이 너무 쉽게 약을 남용하는 데에 문제가 있습니다.

가급적 가벼운 증상에는 1세대 항생제부터 순차적으로 사용하고, 같은 세대의 항생제라도 이것 저것 다양한 종류의 약들을 사용하지 말고, 그중에 자신에게 맞는 한 가지만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어떤 약이라도 치료가 완벽하게 끝날 때까지 반드시 규칙적이고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자기 몸 안의 세균들이 내성을 지닌 채 살아남지 않도록 하는 최선의 방법일 것입니다. 한 때 결핵을 앓았던 친구의 말을 빌자면 처음 약한 약을 먹다가 잠시 중단을 하는 바람에 더 독한 약을 처음부터 다시 먹었다는데, 만약 그런 일을 반복했다면 더 이상 어떤 항생제도 듣지않는 슈퍼버그로 변신한 결핵으로 인해 죽을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세균(細菌, bacteria)생물의 주요 분류군으로 세포소기관을 가지지 않은 대부분의 원핵생물이 여기에 해당하며, 크기는 0.5μm부터 0.5mm까지 다양한 편입니다. 원핵생물 중에서 고세균이 세균과 다른 계를 이루고 있는데 이를 엄밀하게 구분하기 위해 진정세균(眞正細菌. eubacteria)이라는 말을 쓰기도 합니다(별로 중요하지 않는 이야기^^). 세균은 지구의 모든 생명체들 중에 가장 번성한 생물이며, 흙, 물속과 같이 환경 외에도 동물의 위나 장과 같이 다른 생물의 안에서도 살기도 합니다. 세균에 따라서는 인간의 신체중에 어느 부위에 존재하느냐에 따라 병원균이 되기도 하고 병원균이 아닐 수도 있는데, 피부, 구강, 대장, 질 등에 존재하는 균들 중에는 인간과 공생하면서도 병을 일으키지 않는 것도 다수 있습니다.

세균과 달리 그 크기가 10 ~ 1000 nm 정도인 바이러스(virus)는 DNA나 RNA로 이루어진 유전 물질과 단백질로 이루어진 감염체를 말하는데, 스스로 신진대사를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바이러스는 자신의 DNA나 RNA를 다른 세포 안에 침투시킨 뒤 침투당한 세포의 소기관들을 이용하여 이들을 복제하고, 자기 자신과 같은 바이러스들을 생산하며, 이로 인해 대개의 경우 숙주 세포는 파괴됩니다.
바이러스는 자기 자신을 복제할 수 있기에 생명체로 분류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세포의 도움 없이는 복제가 불가능하고 또한 스스로 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무생물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가장 잘알려진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은 감기와 후천성 면역 결핍 증후군(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으로 불리는 에이즈(AIDS)입니다. 그리고 인플루엔자(influenza)는 독감이나 유행성 감기라고 불리지만 감기와는 다르며, 오르토믹소바이러스과에 속하는 RNA 바이러스에 의해 생기는 질병으로, 계절에 따라 유행하며, 때론 세계로 퍼져 수백만명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합니다. 에이즈는 1981년 6월 5일 미국 질병관리예방센터에서 남성 동성애자이던 치명적인 폐렴 환자 5명을 보고하면서부터 알려졌는데, 현재까지 전세계적으로 2800만 명을 죽음으로 내몰았으며, 짐바브웨와 보츠와나 같은 나라의 경우, 전체 인구의 25% 이상이 감염되어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일부 국가에만 감염자가 한정되어 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전세계로 확산되었고, 인도나 서남아시아의 여러 국가들, 특히 중국에서 HIV의 감염자 수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에이즈는 일종의 칵테일 요법인 고활성 항바이러스 요법 HAART(highly active anti-retroviral therapy) 질환의 진행을 늦추고 생존기간을 연장시키는 데에 획기적인 성과를 나타내면서, 에이즈는 죽음에 이르는 병이 아닌 조절 가능한 만성 질환으로 인식되게 해주었지만, 아직 완치시킬 수 있는 방법은 개발되지 못했습니다. 다른 질병의 치료제가 비교적 짧은 시기에 만들어지는 것에 비해 에이즈의 치료제가 개발되기 어려운 이유는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의 변종이 자주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에이즈 바이러스인 HIV는 숙주 세포에 침입하여 자신의 RNA를 DNA로 역전사 한 후, 숙주 세포의 DNA에 끼여 들어가 증식하는데, 역전사 과정을 일으키는 역전사효소는 일반적인 DNA 복제 효소와는 달리 오류정정기능이 없기 때문에 많은 돌연변이를 일으키게 되어 매우 쉽게 변이하게 됩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에이즈에 감염된 환자에게 여러가지 변종의 HIV를 한 몸에 지니고 있는 경우가 자주 보고되고 있는 것입니다.

인류의 영원한 동반자인 감기나 독감 역시 꾸준히 변종을 내놓고 있으며, 에이즈를 비롯한 각종 전염성 질병 역시 우리가 만든 새로운 신약에 대항하여 끊임없이 내성을 길러 진화하므로 숙주와의 전쟁을 끝없이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질병의 초기단계에서부터 다량의 강도 높은 항생제를 마구 사용하다 보니 세균들이 내성이 생겼기 때문이며, 결국 강도 높은 항생제를 사용해도 제거되지 않는 슈퍼버그는 우리 스스로가 만든 것입니다.

현재 인류는 슈퍼버그를 이길 수 있는 슈퍼 항생제를 개발하고 있지만 그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만약 모든 항생제에 대하여 내성을 지닌 슈퍼버그가 전세계로 확산되고 창궐하게 된다면, 우리는 간단한 찰과상만으로도 며칠 내에 목숨을 잃게 되는 참극을 맞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속도가 인간의 신약 개발 속도를 뛰어 넘는다면 불과 몇 년이 지나기 전에 인류의 90% 이상이 죽음을 맞이할 것이고, 신약이 개발되었다고 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신종의 슈퍼버그는 인류를 향한 반격을 시작할 것입니다.

사람의 유전자 깊은 곳에는 수십억년의 진화과정에서 겪은 사건에 대한 정보와 해결책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대부분의 기존 질병에 대해서 다양한 대응법을 가지고 있기에 이질적인 적이 침입하면 신체는 자연스럽게 그에 반응하고 스스로를 정화시키려고 합니다. 불과 반세기 사이에 진화한 새로운 슈퍼버그는 그 모든 것을 뛰어넘을 만큼 강력하며 우리의 모든 방어체계를 무력화 시키고 있는데, 오로지 새로운 항생제 개발만으로 이를 극복하려 한다면 우리는 슈퍼버그와의 영원한 전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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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은 새로운 항생제의 개발이 아니라 기존 항생제 오남용을 줄여 그들의 내성이 증가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인류가 본래 가지고 있는 병원체에 대한 대항력을 높일 수 있는 본질적인 내성을 촉발시키는 것이 어쩌면 신인류를 향한 위대한 진화의 첫걸음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인류 최후의 순간은 어떻게 시작될까? 3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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