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여행을 했습니다. 처갓집이 제주도(제주특별자치도)에 있는 관계로 종종 가는 편이지만, 애들이 방학이 아닌 시기에 가는 것은 애들이 아주 어려 뽈뽈 기어다녔을 때 이후 처음입니다. 요즘은 어떤 목적이 있는 여행을 할 경우에는 학교에서도 결석처리를 하지않기 때문에 평일을 며칠 끼워서 일정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공부하기를 싫어하는 큰 딸은 보름전부터 일정을 꼼꼼히 체크하는 저에게 하루라도 더 놀고싶다는 자신의 간절한 마음을 숨기며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빠른 출발과 늦은 귀가를 저에게 종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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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히 제주에 도착해서 학교에 제출할 자료로 공항에서 사진 한 장을 찍었습니다. 이하의 모든 사진은 얼마 전에 획득한 아르고폰(LG-LH2300)으로 찍은 것인데, 2GB짜리 외장메모리를 가진 덕분에 고화질로 200여장의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나중에 인화할때 장당 200원의 비용때문에 당황하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사진이 꽤 잘 나왔기에 만족스러웠습니다.

처갓집이 서귀포에 있는지라 도착한 날 저녁에는 살살 걸어서 천지연 폭포를 방문했지만, 너무 어두워서 사진은 남기지 못했습니다. 천지연폭포를 여러번 갔었지만 밤에 가보는 건 처음이었는데, 보이지 않는 어두운 먼곳에서 들려오는 폭포소리는 색다른 느낌이었고, 10월임에도 무더운 제주였는데도 폭포와 가까워질수록 서늘해지더니 폭포아래에 이르렀을 때는 소름이 돋을 만큼 공기가 차가웠습니다. 큰 애는 한살이 되기전까지 일년의 반을 서귀포에서 보냈는데, 하도 심하게 울어서 장모는 애를 업고 하루 세번 천지연폭포까지 2~3km를 왕복했다고 합니다. 뭐 그런말을 해줘도 큰 딸은 시큰둥합니다. 기억나지 않는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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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라는 지명의 유래는 중국의 진(秦)나라 때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진의 시황제의 명을 받고 불로초를 찾아나선 서복(徐福)은 영주산을 찾아 정방폭포 해안에 닻을 내리고, 한라산에 올라 불로초를 구하였다는 설화가 전하여 내려옵니다. 사기에 따르면, 서복이 불로장생을 바라는 시황제에게 바다 건너 봉래산(蓬萊山)과 방장산(方丈山), 영주산(瀛洲山)이라는 삼신산(三神山)에 신선이 산다고 글을 올렸다는데, 한라산이 바로 영주산이라고 합니다.


서복은 이곳을 떠나면서 정방폭포의 암벽에 서불과지(徐市過之:서불이 이곳을 지나가다)라는 글귀를 새겨 놓고 서쪽으로 돌아갔다고 하는데, 여기서 서귀포(西歸浦)라는 명칭이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또는 서불과차(徐不過此)라고 세겼다고도 하는데 실제로는 세겨진 글은 찾지 못했습니다. 위의 사진에 붉은 글씨가 바로 서불과지(徐市過之)인 듯한데, 한자를 거의 모르는 관계로 읽기가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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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복전시관은 이러한 설화에 기초하여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에게 문화적 볼거리를 제공하기위해 정방폭포 인근에 건립되었으며, 중국과 일본의 역사를 잇는 구비문화유적으로서 자원적 가치가 높습니다. 전시관에는 서복전시실(불로불사의 꿈·서복의 여정·영주산 시로미 등 서복문화전시)과 영상물(에니메이션+실사) 상영관, 서귀포시역사관(자연·역사·문화사료전시)이 있으며, 주변해안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와 쉼터 등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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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황릉에서나 보임직한 진시황제의 청동마차와 병마용갱(兵馬俑坑)의 실물 복제품이 전시되어 있는데, 제주에 중국의 고대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는 것과 전용 전시관까지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 특이한 느낌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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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를 관광하다보면 어디를 가나 이런 작은 공원이 많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서복전시관에도 본 전시관의 몇 배가 되는 공원이 있는데, 이 한 곳에서만도 하루를 보낼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답고 아늑하게 꾸며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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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복전시관에서 정방폭포로 이어지는 길가에는 서복의 행로를 아름답게 부조한 벽이 있고, 그 끝이 정방폭포의 입구와 이어져 있습니다. 정방폭포는 천지연폭포, 천제연폭포와 더불어 제주도의 3대 폭포 중의 하나이며, 우리나라에 하나밖에 없는, 물이 바다로 직접 떨어지는 폭포입니다. 높이 23m의 두 줄기의 폭포가 까만 절벽에서 떨어지면 내는 장쾌한 폭포음과 시원한 바다가 어울려 멋진 풍광을 연출합니다. 게다가 폭포 주위의 수직절벽과 노송들이 더해져 옛부터 이 경관을 `정방하폭(正房夏瀑)`이라 하여 영주십경 중의 하나로 꼽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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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방폭포를 보고 계단을 오르다가 잠시 그늘에 쉬는데, 숲사이로 보이는 바다와 멀리 떠있는 섬이 아름다워 한컷 남겼습니다. 물이 맑아서 높은 곳에서 보면 바닥이 훤히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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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호텔 산책로입니다. 호텔에 머문것은 아니지만 호텔의 공원이나 산책로 등은 누구나가 이용할 수 있기에 제주에 올때마다 몇몇 호텔을 둘러봅니다. 상당히 넓은 공원에는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데 심어놓은 나무 한그루 한그루가 모두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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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딸이 외할머니와 걷고 있습니다. 아무리 말해도 자연스러운 포즈를 취하지 못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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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칼호텔에 있는 공원인데 아름다운 연못이 있고, 그 안에는 물위에 지은 정자가 있고, 연못 속에는 금빛 은빛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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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안덕면에 있는 소인국 테마파크입니다. 이만여 평의 부지에 세계 각국의 유명 건축물들을 엄선하여 제주 국제 공항, 불국사, 자금성, 샤크레퀘르, 타워 브릿지, 피사의 탑 등 30여 개국 100여 점의 미니어처와 제주의 돌 문화, 민속신앙, 공룡화석등을 야외전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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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인국테마파크에서 100여장의 사진을 찍었는데 그 중에서 몇 가지만 올렸습니다. 애들이 가장 좋아한 것은 이런 미니어처가 아니라 영화에 등장하는 각종 캐릭터였습니다. 도라에몽이나 슈퍼맨, 배트맨, 서유기 등등.. 역시 애는 애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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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가 소암(素菴) 현중화(玄仲和)를 기리는 소암기념관입니다. 처갓집에서 100m 거리에 있는데 개관한지는 열흘도 지나지 않았기에 처음 방문했습니다. 소암기념관은 1,903㎡에 건축연면적 1,523㎡, 지하1층 지상2층으로, 상설전시실2곳과 기획실, 세미나실로 이뤄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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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암(素菴) 선생은 30·40대 ‘일본시기’에 체득한 육조해를 50·60대 ‘국전시기’에 행초서로 재해석해 한국서단 ‘이채(異彩)’로 자신만의 서예세계를 열었고, 이를 토대로 70· 80대 절정기인 ‘서귀소옹시기’를 맞아 야취(野趣)와 고전미가 물씬한, 가히 ‘소암체’(행초서)를 완성했습니다.


소암(素菴) 현중화(1907~1997)는 제주도에서 활동한 지방 작가 정도로 알려져 있는 것은 1950~ 60년대 국전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다가, 1979년부터 타계할 때까지 근 20년 간 고향 제주를 떠나지 않고 자연과 술을 벗해 글씨만 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는 한ㆍ중ㆍ일 현대 서예의 큰 흐름이 된 중국의 육조 해서를 일본에서 익혀 1950년대 국내에 처음 소개했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독자적 세계를 이룬 큰 작가입니다. 특히 말년에는 꼬냑이 없으면 붓을 들지 않을 만큼 취필을 즐겼는데, 거침없이 붓을 달린 글씨가 가히 속세를 벗어난 듯한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예컨대 송강 정철의 한글가사 <장진주사(將進酒辭)>, 도연명의 <음주> 시, 술이 모자란다는 뜻의 <주부족(酒不足)> 등의 글씨는 취선(醉仙)의 것입니다. (출처:젤마노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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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암전시관에서 5분거리에 있는 화가 이중섭의 거주지입니다. 6.25중에 서귀포에서 피난 생활을 하며 그림에 대한 열정을 불태운 천재화가 이중섭을 기리기 위해 피난 당시 그가 거주했던 곳 일대거리를 이중섭 거리로 지정했습니다. 서귀포시의 문화 예술의 중심이 되고 이 곳에 계란형으로 만들어진 추모포석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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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이 피난생활때 거주했던 집에 들어서면 불우한 시대를 살았던 그의 비극적 삶과 예술혼이 가슴 깊이 사무쳐 옵니다. 아기자기한 부엌을 지나면 작은 쪽방이 있는데 딸애들이 이런 데서 어떻게 살았지 할 정도로 한 평도 되지않는 좁은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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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촬영을 위해 마련된 모작 앞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이중섭 거주지 옆에는 그를 기념하는 공원이 있고 그 위에는 이중섭미술관이 있습니다. 불운한 시대의 천재화가로 일컬어지는 대향 이중섭은 서귀포시에 거주하면서 서귀포의 아름다운 풍광과 넉넉한 이 고장 인심을 소재로 하여 서귀포의 환상 등 많은 작품을 남겼습니다. 미술관 1층에는 이중섭의 작품과 생전에 썼던 편지 등이 전시되어 있고, 2층에는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작품 등 여러 이름난 화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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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서귀포 체류는 짧았지만 그 기간은 대향 이중섭 예술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를 향한 제주 사람들의 애정도 깊어서 이렇게 미술관과 공원을 마련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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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에서 이중섭의 높은 창작 열의와 불멸의 예술성을 후대에 기리기 위해 지정한 이중섭거리입니다. 낮은 언덕을 따라 이루어진 거리의 캐노피 벽면에는 작은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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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거리 입구에 있는 서귀포관광극장입니다. 이미 문을 닫았지만 오래된 영화의 포스터와 간판을 아기자기하게 붙여서 관광자원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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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의 중문관광단지 옆의 대포동에 있는 약천사입니다. 약천사는 조선초기의 불교건축 양식으로 지어졌으며, 12만㎡ 대지에 지상 30m, 연면적은 3,305㎡로 단일사찰로는 동양 최대라고 합니다. 내부 정면에는 국내 최대인 높이5m의 주불인 비로자나불이 4m의 좌대 위에 안치돼 있고, 좌우 양쪽 벽에는 거대한 탱화가 양각으로 조각되어 있습니다. 법당 앞 종각에는 무게가 18톤이나 되는 범종이 걸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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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천사라는 이름은 봄부터 가을까지 물이 솟는 샘물과 사철 흐르는 약수가 있는 연못 때문에 붙여졌다고 합니다. 1960년 김형곤이라는 학자가 신병 치료를 위해 조그만 굴에서 100일 관음기도를 올리던 중 꿈에 약수를 받아 마신 후 병이 낫자 사찰을 짓고 포교에 전념하다가 입적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1981년 주지로 부임한 혜인에 의해 불사가 크게 일어나 1996년 단일 사찰로는 동양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대적광전이 세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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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적광전은 조선 초기 불교건축 양식을 띤 콘크리트 건물로 일반 건축물 기준으로 8층 높이지만 지하 1층, 지상 5층이 통층으로 되어 있고, 법당에는 1만 8000불이 모셔져 있습니다. 또한 조선시대 임금인 문종과 현덕왕후, 영친왕(李垠), 이방자 여사 등 4인의 위패가 모셔져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역시 이국적인 느낌입니다. 일반적으로 보아왔던 사찰과 달리 이국적인 나무들이 즐비하고 정원 곳곳에는 밀감이 주렁주렁 달린 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제주도는 정말 특별자치도이며, 한국속의 이국이라 불릴만 합니다.

며칠을 보내며 여기에 사진으로 남긴 곳 말고도 많은 곳을 다녔지만, 아주 일부만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주도를 재대로 구경을 하려면 최소한 한 달은 잡아야 된다는 말이 실감납니다. 연일 계속되는 다양한 축제와 행사들도 참여해보고 싶고, UNESCO 세계자연유산인 만장굴과 김녕사굴을 비롯한 여러개의 자연동굴도 가보지 못했으며, 갈때마다 생각만하는 한라산 등반을 못해본 것도 아쉽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끝이자 시작인 마라도와 하늘에서 보면 바다에 점점이 떠있는 이름모를 아름다운 섬들과 영화 “시월애”, “인어공주” 를 촬영했던 서정적인 우도의 우도팔경인 낮과 밤(주간명월, 야항어범), 하늘과 땅(천진관산, 지두청사), 앞과 뒤(전포망대, 후해석벽), 동과 서(동안경굴, 서빈백사)도 오감으로 느껴보고 싶으며, 크고 작은 99개의 석봉이 성곽처럼 둘러쳐져 있다는 성산에서 경이로운 해돋이도 보고 싶습니다.



천천히 느긋하게, 그리고 여유있게, 아름답고 신비로운 제주를 돌아보다가, 마음에 드는 어느 한 곳에 집을 짓고 살 수 있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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