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수백억년 동안 매순간마다 발생하는 수억 가지의 가능성들이 서로 복잡하게 뒤엉켜 생멸하면서, 혼돈과 질서 속에서도 서로가 반목과 융화와 구분을 이루며, 조합의 숫자만큼 어지럽게 반전해가고 있으나, 그 모든 것에는 반드시 최초(最初)라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천억의 천억 배보다 많은 별에서 우주유일의 생명을 지닌 별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지만, 백억 종의 생물이 공존하는 지구에서도 반드시 최초의 생명은 있었을 것이기에 우리가 있는 것이고, 한때는 그 최초의 생물이 지구 유일의 생물이었을 것이듯, 우주 최초의 생물에게는 그가 우주 유일의 생명이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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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후 우주에는 무수한 생명들이 여러 별에서 태어났으나, 새로운 상황에 부딪혔을 때에 발전 과정에서 고정된 본능적 방법에 의하지 아니하고 지적인 사고에 근거하여 그 상황에 적응하고 과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생명, 즉 최초의 지적 생명체가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우주에서 반드시 있었을 최초의 지성(知性)을 지녔던 존재는 언제 나타났을까요? 또 그 최초의 지성적인 존재는 어느 은하, 어느 별에서 태어났으며, 어떤 과정을 거치며 만들어졌고, 마침내는 어떻게 발전하며, 주변에는 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요? 그리고 그들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이미 사라졌을지 아니면 끊임없는 발전을 거듭하며 살아남아, 지금도 어느 곳에선가 우주를 반짝이는 눈으로 살피고, 우주의 경이로움을 찬양하고 있는 것일까요?

지성(知性)은 지각된 것을 정리하고 통일하여, 이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인식을 낳게 하는 정신적인 작용으로,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거나 갓 태어난 생명이 어미의 젖을 빠는 것처럼 어떤 생물 조직체가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동작이나 운동 등의 본능(本能 : 본래부터 능한)과는 뚜렷하게 구분되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지성을 지닌 존재는 다른 생명체가 선천적으로 감정이나 충동을 억누르지 못하는 것과는 달리, 경험이나 교육, 훈련 같은 후천적인 학습을 통해 본능을 제어하며 지각력, 직관력, 오성 등의 새로운 지적 능력을 향상 발전시키며, 스스로 지적인 존재의 집단을 만들어 나가며 공동의 미래상과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자아실현의 욕구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성을 지닌 존재는 최초에 어떻게 해서 본능 이외의 욕구인 지적 호기심을 새로운 본능으로 삼고, 그 유전 기질을 2세에게 물려줄 수 있었을까요? 또 어떤 방식을 통해 지성을 복제할 수 있는 것일까요?

여기서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인간이 지성을 복제하는 메커니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사람은 근본적으로 동물과 크게 다르지 않는 설계도를 지니고 있어서, 태중(胎中)에 있을 때 기본 설계도 대로 성장하므로 출산 이후에 보이지 않는 꼬리가 나타나고, 심리적으로도 원시의 구조를 그대로 반영한 설계를 따르게 되지만, 자신의 모체가 지닌 유전적 명령에 의하여 여러 부분에서 설계를 변경하여 다른 생물과는 구분되는 사람의 상태로 성장하게 됩니다. 즉 사람의 유전자는 자기 자신을 구성하는 요소와 2세를 제어하는 요소를 동시에 지니고 있으나, 하나의 개체에 의해서는 두 가지의 요소가 동시에 작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자신을 구성하는 요소는 본능이고, 다른 하나는 2세를 제어해서 지성이 되도록 하는 요소입니다. 사람은 사람의 태중에서 자라지 않을 경우, 모체로부터 공급되는 절반의 유전요소를 이어받지 못하므로, 외형에서 내면적인 부분까지 온전한 지성을 지니지 못하게 되거나, 무사히 지성을 갖추게 되었을 지라도 단 세대 개체가 되고 맙니다.



사람이 이렇게 복잡하게 지성을 복제하게 된 이유는 두 세대를 통하지 않고는 지성을 복제할 수 없게 하는 것, 다시 말해 독립된 지적 생명을 인위적으로 생산하지 못하도록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만약 어떤 존재가 사람의 완전한 유전자를 얻어 배양할 수 있고, 정자와 난자를 합쳐 수정된 접합체(zygote)를 만들고, 이 접합체의 세포분열과 분화를 촉진해서 배아(embryo)를 만든 후에 성장시켜 하나의 개체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해도, 그것은 지성을 갖춘 존재가 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는 어떤 경험을 통해 새로운 본능(지적 본능)을 본능적으로 유전자에 직접 각인시키지 않고, 태중에서 심리적인 연결고리를 통해 모체의 영향을 받았을 때에만 원시적 유전 형질을 강압하고 억제시켜 지성이 복제되도록 하는 방법을 택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쳐 지성을 복제해야만 하도록 한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우리가 지구 최초의 지성체임과 동시에 은하계 최초의 지성체이며, 우주 최초의 지성체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우리 이후에 우주에 나타난 2천 4백 7십 2억 5천 3백 3십 5만 9천여 종의 지성체들 보다 우주의 시간 개념으로 볼 때, 간발의 차이로 먼저 지성을 갖춘 존재이며, 우리 은하에 있는 3천 7백 4십종의 지성보다 최소 20만년을 앞서 스스로 불을 만들어 사용했던 존재이며, 반경 천 광년 이내에 있는 487 종의 지성체 중에서 가장 먼저 고향 행성을 벗어났고, 또 이웃 행성에 흔적을 남긴 지성체입니다. 사실 우주는 137억년 동안 각종 재료를 혼합하여 끓고 있던 스프였기에, 어느 시기에 도달하면 자연히 그 재료들이 일제히 익게 되는 것이므로, 원래부터 재료를 익히기 위한 촉매의 용도로 첨가된 부수적인 재료가 아니라면, 언제까지 생명이 태어나지 못하고 지성이 나타나지 않는 별이란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많은 재료들 중에서 하나가 가정 먼저 익는 점에 도달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며, 비록 우주라는 냄비를 골고루 가열하고 있을지라도 그 중 가장 늦게 익는 재료도 있는 것입니다.

어쨌든 우리는 우주에서 가장 먼저 생명체를 싹틔운 별은 아니지만, 가장 먼저 지성체를 만들어낸 별에서 태어난 '최초의 우주 지성체'의 후예입니다. 우리보다 불과 며칠의 시간 차이로 최초가 되지 못한 지성체만 해도 1만 여종에 달하고, 일 년 이내에는 십만 여종, 백년 이내에는 3억종 이상이나 되지만, 우리는 우주최초라는 타이틀을 획득한 자랑스러운 종족입니다. 비록 최초의 문명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우리가 최초의 지성을 이루었다는 것은 영원히 변할 수 없는 기록입니다. 우리보다 50 억년 먼저 생명을 만들었음에도 우리보다 늦게 지성을 만들고, 아직도 문명에 도달하지 못한 종족도 있으며, 우리보다 30억년이나 늦게 생명을 탄생시켰으나 우리보다 10만년 먼저 우주로 진출한 종족도 있고, 우리보다 근사한 시간차로 지성체를 탄생시켰음에도 그 지성체를 지키지 못해 다시 지성이 사라진 별로 돌아가 버린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문명으로의 연결이 성공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우리는 최초의 우주 지성체였고, 78시간 34분 51초 동안은 지구가 우주에서 유일하게 '지성체를 지닌 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우리는 매우 독특한 특성을 지닌 지성체가 되었습니다. 아직 쪼개지지 못한 우주의 의식이 그 최초의 지성체에게 78시간 34분 51초를 고스란히 머무는 동안, 우주 최초의 지성체가 우주 최초로 느낀 감정은 '우주에서 오직 자신뿐'이라는 깊고 철저한 외로움이었고, 그때의 감정은 그에게 그대로 고정되어 버렸습니다. 이후에 우주의 의식은 새로 나타나는 지성체의 숫자만큼 나눠지며 그들에게 깃들어 다른 지성체들이 서로의 존재를 찾고, 호감을 가지게 하는 본래 역할을 하게 되었고, 최초의 지성체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유전자의 첫 코드로 입력하였습니다. 그들 이후에 나타난 그 어떤 종족도 최초의 지성체가 지녔던 그 고독함은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2천 4백 7십 2억 5천 3백 3십 5만 9천여 종의 지성체 가운데 유일하게 인류만이 이성이 아닌 본능에 의한 그리움이라는 이름의 동족애(同族愛)를 지니고 있습니다.

인류는 독특한 상태의 감정에 지배를 받으며 사는 존재입니다. 수많은 지성체들이 우리보다 먼저 문명을 이루고, 숙명처럼 우주의 의식을 받들어 이웃의 별의 지성체를 찾아 나서고, 종래에는 최초의 지성체라는 전설을 확인하기 위해 지구를 방문했는데, 그들이 발견한 것은 우주에서 유일하게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바탕으로 존속하는 인류와 그 감정으로 인해 우주의 의식이 심어주는 사명감을 뛰어 넘어, 다른 지성(외계지성)보다 같은 종족인 서로에게 더 애잔함을 느끼고 있는 인류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인류가 받은 놀라운 선물(?)에 두려워하고 때로는 질시하기도 하고, 또는 짙은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100만년 전부터 지금까지 지구를 방문했던 7백 여 외계 종족들이 모두 인류를 대상으로 많은 실험을 하고, 샘플을 채취하고, 복제하기 위한 노력을 했으나, 단 한 번도 성공한 적은 없습니다. 그 이유는 그들이 익히 알고있는 인류의 특성인 인류만의 감정 '외로움' 때문이었습니다.

우주 대부분의 종족들은 공동보다는 개인을, 집단보다는 개체를 중시하고, 아예 집단 의식체로 서로의 개성과 자아를 통합해 사회를 구성하는 것이 보편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인류는 개체를 수집할 경우, 모아둔 개체의 숫자가 적을수록 생존시간이 급격히 줄어들고, 개체가 일정한 숫자가 넘지 못할 경우 몇 세대가 지나기도 전에 생체는 치명적인 유전적 결함이 나타나고, 정신은 사고력이 극한 상태까지 저하되면서 결국 종결되어 버렸고, 강제적으로 지성을 복제할 경우 세대를 넘기지 못하거나 아예 소프트웨어가 없는 하드웨어만 복제되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인류가 그렇게 된 것에는 외계 종족들인 그들도 큰 기여를 했습니다. 인류는 스스로 느끼지는 못하지만 외계 종족들의 실험이 진행 될수록 그에 영향을 받은 동족들의 심리와 원격감응하면서 견고한 시스템으로의 진화를 성공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인류만이 가지고 있는 지성 복제 시스템인 모태(母胎)를 통한 2차 지성 복제인 것입니다.



아무튼 현재까지 그 많은 다양한 종족들이 서로의 지식을 공유하며 인류를 연구해 왔지만, 그들은 태생적으로 자신들에게 존재하지 않는 상태, 즉 외로움이라는 감정의 비밀을 영원히 풀지 못할 것입니다. 어쩌면 그들이 바라는 것은 외로움이라는 감정의 비밀이 아니라, 최초가 되지 못한 것에 대한 복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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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계인 마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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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2.17 12:1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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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틴님에게 진심어린 박수를 보냅니다.
    덕분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네요.
    • 2009.02.17 19:54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부족한 글을 늘 좋은 시선으로 봐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늘 발행하고 나면 후회스럽고 부끄럽게 느껴지곤 하지만
      이렇게 좋은 댓글을 읽으면 금방 즐거운 마음이 됩니다.

      꽤나 추워졌네요. 건강 유의하시고 즐거운 저녁보내세요.
  2. 2009.02.17 20:4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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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를 고통스럽고 힘들게 만들지만 인류에게 가장 소중한 감정이 "외로움"이라는 결론이 다시한번 인간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어 주는거 같습니다.
    • 2009.02.18 17:1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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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없다면
      우리는 아마도 지금처럼 사회를 이루지도 않을 겁니다.
      사람을 다른 동물과 구분하는 감정의 첫째가 외로움이라고 생각되네요.
  3. 2009.02.17 21:33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흔하지 않은 과학 블로그 군요..
    댓글따라 왔습니다.
    좋은 글 보고 갑니다.
    • 2009.02.18 17:1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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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아이님 반갑습니다.
      뭐...과학블로그라기 보다는...^^
      자주 뵙겠습니다.
  4. 2009.02.18 03:01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1번글부터 두 번 이상씩은 본것 같습니다. ^^
    마틴님의 우주관, 참으로 변화무쌍하면서도 질서정연해서 놀라울 따름입니다.
    경험한 미래를 담담히 풀어내시는 것을 보면서 SF소설가이자 미래학자로 더 많은 이들에게 빛을 전해주시게 될 그날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낍니다.
    • 2009.02.18 17:1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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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분한 칭찬이지만 즐거운 말씀이네요. ^^
      그리고 혼자만의 공상임에도 한빛님처럼 봐주는 분이 있다는 자체가 좋습니다.
  5. 2009.02.18 08:47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외로움ㅡ 요즘들어 부쩍 심하게 느끼고 있었는데;;;
    우주최초의 지성이 제 몸에 살아숨쉬고 있군요 :D
    • 2009.02.18 17:1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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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습니다.
      인류 말고 외로움을 느끼는 존재가 또 어디 있겠습니까?
      그들은 외로움이 없기에 우리를 찾지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6. 2009.02.18 19:5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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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스커버리나 네셔널지오그라피에서 우주관련 다큐볼때가 젤 잼나더군요..잼있게 관심있게 보고갑니당^^
    • 2009.02.22 17:1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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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 관련 다큐를 보다보면 어느새 우주의 경이로움에 압도당하게 되죠.
      저도 매우 매우 좋아하지만 요즘은 볼 시간이 없네요.
  7. 성야
    2009.02.20 00:10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외로움이라...

    수험생이라 그런지 유난히 와닫는 말이네요.

    언제나 좋은 글 읽게 되서 다행입니다.
    • 2009.02.22 17:19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아..성야님은 수험생이셨군요.
      한참 외롭고 힘들겠지만 힘내세요.
      그래서 이십년후 지구인 대표가 되어서 외계지성과 만남을 주도하시길..^^
  8. L.R
    2009.04.24 21:53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굉장히 호기심을 자극하는 재밌는 글이네요.
    제가 생각하는 고도로 발달된 문명일수록 감정적 기폭이나 이념간의
    대립을 최소한으로 억제해야할 필요성을 느꼇을 것이라 생각듭니다.
    최소한으로 억제된 감정과 욕망이 억제된 문명의 시점으로 바라본
    인류는 지극히 관심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할꺼라 여겨집니다.
    참으로 독특하고 종족이라고 말이죠. 또는 그들 스스로도 자각하고
    있을지도 모르죠. 문명의 발달을 위해 거쳐야 할 수순이라고...
    • 2009.05.03 15:03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지성체라는 단어에는 단순히 기술적인 문명의 완성뿐만 아니라 글자 그대로 지성적인 성숙을 포함하는 듯 합니다.
      어줍잖은 글임에도 관심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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