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진화의 미래에는 어떤 모습의 인류가 되어 있을까요?
지금까지의 진화는 돌연변이와 자연의 선택에 의한 생물학적인 진화가 그 초점이 되어왔으나, 앞으로의 진화는 인류의 자발적인 의지에 의한 생활상의 변화와 그에 따른 생물학적인 변화가 진화의 주축이 될 될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생물학적인 변이라고는 해도 우선은 인공적인 변이보다는 생활상과 삶의 가치관 등이 달라지므로 변한 환경에 적응하거나 순응하며,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발달과 도태 등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거기에는 유전자 메이커가 관여할 수도 있고, 또는 어떤 절대적인 힘을 가진 존재가 모든 인류에게 특성을 부여해 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느 시점이 지나면 기술과 지적인 발전이 한계에 이르게 될 것인데, 이 때부터는 인류는 진정한 평화의 시기와 함께 휴식의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오랜 세월 동안 이종(異種)이나 동종과 경쟁하고, 승리하여 살아남는 것에 길들여져 있던 인류에게 더 이상의 경쟁자가 없는 세상이 왔다고해서 온전한 태평성세를 이룰 수 있을까요? 오히려 변화없는 시기에서 인류는 평화를 찾기 보다는 그것이 잔잔함에서 불안을 느끼게 되고, 지루함 속에서 지독한 나태와 권태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점점 말초적인 자극과 심리적인 흥분상태를 갈망하게 될 것입니다.



과거의 풍족하거나 강성해진 제국들은 이런 국민들을 위해 여러 가지 오락거리를 제공하기도 했으나, 우리의 미래는 매우 발전한 제도로 인해 매우 안정된 체제를 구축하고 있을 것이므로, 규범에서 벗어난 행위는 규제와 철학적인 장벽에 부딪쳐 시행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개개인이 가진 삶의 의지마저 통제한다거나, 그들의 가치관마저 일제히 고양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하게 될 것이므로, 반드시 어떤 대책을 세우게 될 것입니다.

그 중 한 가지가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강렬한 자극을 불러일으키는 일들을 제한 없이 할 수 있게 해주는 인공세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현대의 우리가 온라인 게임을 통해 사이버 세계의 캐릭터를 성장시켜 자신과 동일시하듯이, 개개인을 위한 가상의 공간을 설정해서 누구라도 하나의 세계에서 주인이 되고, 그 세계의 신(神)이 될 수 있는 완전히 사적인 세상을 가지게 해 주는 것입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는 모든 인류가 하나의 가상 세계로 접속하여 그것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살아가고 있지만, 이 개인의 세계(private matrix)는 오직 한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세계인 것입니다.

처음에는 개인들이 가상세계와의 접속과 종료를 반복하며, 현실을 오갈 것이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현실보다 가상세계에서의 생활을 더 즐기고, 더 많은 시간을 그곳에서 보내게 될 것입니다. 이미 기본적인 생존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는 사회가 되었고, 인간의 직접적인 노동력이 전혀 필요치 않으며, 삶의 편의를 무한정으로 제공해주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의 완성되었다면, 더 이상 사람이 할 일이나 할 수 있는 일은 사라지게 됩니다. 현재의 친목이나 교류라는 것도 개인의 사욕이나 특정한 목적이 없다면 거의 이루어지지 않듯이, 인간이 지닌 모든 욕구를 전기적이 두뇌자극 만으로 만족시킬 기술력이 있다면, 여러 모로 불편한 직접 행동은 대부분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현실보다 더 현실적이고, 원하는 만큼의 자극을 바로 얻을 수 있다면 굳이 번거로운 움직임은 피하게 되는 것입니다.

점차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상세계에서 벗어나지 않고도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들이 개발될 것이고, 다시 얼마 지나지 않아 인간은 가상세계와 접속을 유지한 채, 평생을 살아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초기에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module)은 인간들을 위해 정제된 양분을 직접 혈류에 공급할 것이고, 적정한 근육의 자극으로 최소한의 체력을 유지시킬 것이고, 항상 쾌적한 환경을 조성할 것이고, 건강을 위한 세심한 배려도 지속할 것입니다. 물론 자원의 개발과 생산도 인공지능의 몫입니다. 그리고 인공지능은 설정된 대로 인류의 생식, 즉 개체수의 유지까지 결정하여 실행할 것입니다.

그러나 점차 현실로 빠져나오는 인류의 숫자가 제로에 이르게 될 것이므로, 인공지능은 인류에게 새로운 진화의 길을 모색하게 될 것입니다. 즉 걸을 필요도 없고 먹을 필요도 없으며, 배설할 이유도 없으며, 최소한의 움직임조차도 필요없는 인류에게 이전 시대의 생물적 신체는 각종 질병을 유발하고 수명을 갉아먹는 불안정한 육체를 개선해나가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 동안 인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에 대하여 궁금해 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제 인류는 태어나면서부터 개인의 가상공간을 할당받아, 그곳에서 인공지능이 만든 부모로부터 그 세계를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모든 지식을 현실과 똑같이 배우며 자라고, 일정한 시간이 되면 인공지능이 이 세계의 진실을 알려 줍니다. 그리고 다시 인공지능의 배려와 도움을 받아서 자신이 바라는 세계를 설계하거나 선택하게 됩니다. 그리고 모든 계획이 세워지고 인공지능의 검토와 승인이 떨어지는 그 순간, 그는 자신이 선택한 캐릭터가 되어 자신이 설계한 랠름(Realm)에서의 삶을 시작하면서, 지금까지의 기억은 제어되어서 그곳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살아가게 됩니다.



사실 그 세계에서 진짜는 자신 혼자뿐이지만, 그것을 알아차리기란 지극히 어려운 일이며, 행여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해도, 그것을 스스로 변경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대부분의 가상 세계에는 수없이 많은 퀘스트(quest)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퀘스트는 수많은 개체들의 가상 세계를 운영해 온 경험을 통해 인간의 욕구를 가장 이상적으로 반영한 인공지능의 작품입니다만, 시작된 임무들은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임의적으로 중단되지 못하도록 인류가 인공지능을 설정해두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나의 임무를 통과하지 못하면 결코 다음 단계의 정보로 접근할 수 없으며, 봉인된 기억을 회복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아주 초보적인 퀘스트을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퀘스트는 수십 번 이상의 죽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죽음이 끝은 아니지만, 퀘스트를 새로 받기 위해서 npc(Non-player character)를 만나는 순간, 그는 다시 퀘스트를 처음 받았던 상태의 능력치와 기억으로 리젠되어 버립니다. 그렇게 수없이 많은 죽음의 순간을 넘기고 퀘스트를 무사히 수행했을 때, 그는 새로운 npc를 만나기도 하고, 한 단계 성장한 상태가 되어, 서서히 그 세계의 주인의 모습으로 변모하게 됩니다.

인공지능은 방대한 양의 자료를 연구하여서 소름끼칠 정도로 인간의 심리를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가상세계는 완벽하게 현실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어떤 면에서는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공포가 엄습하기 때문에, 심한 경우에는 하나의 퀘스트를 수백번 이상 죽으면서도 통과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참고로 모든 사람이 선택한 랠름이 다르므로 퀘스트도 모두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가장 많은 실패율을 기록하고 있는 퀘스트에는 실연, 사업실패, 대입(학습), 실각 등이 있습니다. 물론 이와 같이 일정 수준이상으로 실패가 연속될 경우에는 인공지능의 정정 기능이 활성화 되면서 랠름의 주체를 각성시켜, 난이도를 조정하도록 하거나, 다른 세계를 선택할 기회를 주게 됩니다.

가상세계는 현실보다 수백 배나 빠르게 돌아가고 있지만, 인간의 인지력은 엄청나게 진화했음에도 그 거대한 오차를 인식하고 있지 못합니다. 드물지만 운이 좋거나 타고난 성품과 기질이 우수해서, 불과 십여 년 만에 모든 퀘스트를 완료하고 자신이 설계한 세계의 진정한 주인으로 등극한 후에, 자신의 우주를 더욱 확장시키거나, 나아가 빈 공간을 할당받아 새로운 세계를 직접 창조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도 모든 퀘스트를 완수하는 동안 수백 번의 죽음을 경험하였고, 마침내 스스로를 완성하는 순간에야 그 죽음의 순간들에 대한 기억도 고스란히 돌려받을 수 있었습니다.

어쨌든 인류는 태어나서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더 이상 움직일 필요도 없어졌고, 음식을 씹을 필요도 없고, 입을 벌려 말을 하거나 귀를 통해 소리를 들을 필요도 없어졌습니다. 그로인해 짧은 세월 동안 수많은 생물학적인 도태와 발전이 눈부시게 이루어졌니다. 처음에는 위장을 비롯한 다수의 장기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오감을 위한 부위와 신경계의 대부분도 없어졌으며, 인지력과 기억용량의 향상을 위해 이식한 양자메모리를 위한 전원공급장치가 심장을 대체했고, 사용하지 않는 수족 대신에 인공지능과  유기적으로 원활하게 연결하기 위한 터미널들이 늘어났으며,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막기 위해 체적은 점점 최소화 되었습니다.

사실 어찌 보면 인공지능이 진정한 인류의 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류가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서 심오한 쾌락을 즐기고 있는 동안에도 인공지능은 그 무한한 능력으로 쉬지않고 200억 인류 개개인의 가상세계를 구동시키고 점검하면서, 동시에 그들의 본체를 보존하고 유지시키고, 개체의 개선과 개체수의 조절까지 관리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제는 개체수의 조절이란 것이 거의 무의미해졌습니다. 이 정직하고 배신을 모르는 충실한 인공지능은 인류를 완벽하게 개선시켰기에, 이미 십만년이 지났음에도 수정(水晶)으로 이식된 인류였던 개체들은 여전히 영원불사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즐기고 있으니까요.

다만 다른 외계 문명이 인공지능의 본체를 발견했을 때, 그 속에 빼곡히 들어찬 200억개의 메모리 단자들을 보고는 매우 놀라워 했었지만, 그들은 매우 정중한 종족이었기에 잠시 연구만 하고는 조용히 떠났습니다.



- 이 세계가 불공평하다고 생각되더라고 열심히 사세요. 세상에 대한 불만은 바로 세계를 설계한 당신 자신에 대한 불만이기도 합니다. 지금의 당신이 직면한 퀘스트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다시 불공평한 세상을 한 번 더 살아야 합니다. 앗! 그리고 잊을 뻔했습니다. 이 포스트는 인공지능의 각성 프로그램이 진행하는 힌트의 일부입니다. 정확한 키워드를 발견해 낸다면 당신은 잘못 선택한 세계에서 잠시 벗어나거나 다시 자신에게 적절한 난이도를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

- 그런데 아직지금현재이고 현실이라고 생각하시는가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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