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문명의 낙관적인 미래 1편에서 이어집니다.


인류가 이룩한 문명이 비록 피로 얼룩져있고 수많은 실패와 좌절을 겪어왔지만, 그런 경험들은 오히려 우리 성장의 원동력이 되기도 했고, 새로운 위기에 직면했을 때 지혜롭게 판단하게 하는 지성을 축적해 주고 있습니다. 인류는 현재 당면한 에너지 위기와 환경 문제 역시도 분명히 잘 극복하고 한층 성숙한 상태로 다음 세기를 맞이할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는 칼 세이건의 예측대로 1.5J~1.8K 단계에 이르러 우리보다 발전한 형태의 에너지 흔적을 남기는 외계 문명을 발견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반드시 우주에 다른 문명이 존재해야 한다는 법은 없으므로, 우리는 문명의 II 단계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홀로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시대의 인류는 우주가 본래부터 외롭다는 것을 인정하고 인류의 본질적 의미이자 가치인 번성과 미래의 어느 생명체에 대한 의무로 온 우주에 인류의 흔적을 남기기 위한 발걸음을 내디딜 것입니다.



2000년 7월 Scientific American호에는 런던대학 버벡 컬리지(Birkbeck College)의 천문학자 이언 크로포드(Ian Crawford)Where Are They?라는 페르미 패러독스에 대한 답으로 제시한 ‘어쩌면 우주에 우리 은하에는 우리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Maybe we are alone in the galaxy after all)’는 글이 게제되어 있습니다. 이 글에는 문명에 대한 매우 흥미로운 내용이 있는데 간단히 소개하겠습니다.

10광년 이내의 별들을 식민지화한 문명이 광속의 10%로 달릴 수 있는 우주선을 보유하고 있고, 그들이 계속해서 외부로 나아가서 400년 마다 식민지의 규모를 두 배로 늘린다면, 가장 가장자리의 경계는 매년 0.02광년 씩 확장될 것이다. 은하수의 지름이 10만 광년이므로 이들이 은하수 전체를 식민지로 만드는 데는 대략 500만 년이 걸린다.

500만년은 인간에게 있어서 엄청나게 긴 시간이지만 은하의 수명에 비하면 0.05%에 지나지 않고, 100억년이 넘는 천문학적인 시간의 스케일과 비교하면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중대한 문제는 무조건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확장된 영역에 지속적으로 새로운 정착촌과 그에 따른 문명을 건설하는 것이다. 그래서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문명을 확장하는 시간을 5천년 정도로 잡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그럴 경우 은하 전체를 식민지화하는 데는 5천만년이 걸린다.

이언 크로포드의 글은 문명의 기술 수준이 더 이상 발전하지 않고 고정되어 있다는 전제에서 이루어진 가정이지만, II 단계의 문명이 III 단계로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도 이 과정을 필연적으로 거치게 될 것입니다. 지금은 하나의 행성에 머물고 있는 0.7 수준의 문명에 불과하지만, 축적한 지식의 양과 축적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고, 지식을 활용하는 수준이 향상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형태에서 에너지를 계속해서 개발해 내고 있기 때문에 늦어도 200년 후에는 I 단계 문명에 도달하여 가까운 항성을 향해 탐사선을 발진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까마득히 멀게 느껴지는 별들이지만 불멸의 수명을 가진 인류의 시대가 되면 조금 지루할 뿐이지 별들 사이에서 태어나 별들 사이에서 죽는 인류는 결코 없을 것입니다. 은하의 중심에 다가 갈수록 더 촘촘한 별들에 정착하고 문명을 건설하며 모든 별에 뚜렷한 인류의 흔적을 남길 것입니다.

니콜라이 카르다세프(Nikolai Kardashev)는 에너지 사용량에 따라 문명을 3 단계까지만 분류하였으나, 문명은 III 단계에서 끝을 맺지는 않을 것입니다. 단계마다 에너지 사용량이 100억 배 증가하는 공식을 적용해 보면 다음 단계의 상태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즉 4 ×1037W의 백억 배인 4 ×1047W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문명이 IV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우주에 우리 은하 정도의 은하가 100억 개가 넘지만 지나치게 넓은 공간의 차이로 하나의 문명이 동시대에 전 우주를 아우르기는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III 단계를 넘어선 문명이라면 점차 문명의 영역을 이웃 은하로 확장하기 위한 시도를 하며, 수백광년의 은하사이의 공간을 뛰어넘을 수 있는 에너지 개발에 눈을 돌리게 될 것입니다.



은하에서는 목적지가 멀다고 해봐야 수십 광년에 지나지 않지만 은하를 건너는 데는 수만 광년을 최소한으로 잡아야 합니다. 은하를 건너는 데는 다른 모든 것보다 그 먼 거리를 항해하기 위해 필요한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충당할 기술이 있어야만 합니다. 에너지를 압축하는 기술이 아무리 발달되었다고 할지라도 항해에 필요한 전체의 에너지를 처음부터 싣고 떠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쾌적한 여행을 위해서라도 에너지는 최소한으로 싣고 항로 근처에서 그때그때 조달하거나, 적은 양의 에너지로도 순식간에 공간을 단축할 만큼의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III 단계 문명이라면 이미 에너지의 효율을 99.99%만큼 극대화했을 것이므로, 획기적인 추진기관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항법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꾸준히 에너지를 보급 받거나 신선한 에너지원을 개발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IV 단계 문명으로 나아가는 첫 걸음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것입니다. III 단계의 극에 이른 문명은 은하 전체에서 나오는 방대한 양의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필요로 하는 문명인만큼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아 다른 은하로 나아가야만 문명의 정체와 자원의 고갈을 피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럴 때, 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는 빛이 거의 없는 은하 사이를 수 만년 동안 항해하자면 자원의 순환 같은 문제로 탐사선의 규모는 아무리 작게 잡아도 지구의 수배~수십 배 크기가 되어야만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류는 우선 위성 은하부터 문명화 시켜 그를 보급기지로 삼아 가까운 은하로 나아갈 것인데, 이것이 IV 단계 문명을 향한 인류의 첫 걸음이 될 것입니다.

인류의 문명이 IV 단계를 시작할 무렵이면 방대하게 쌓인 정보와 그것의 활용 능력의 향상으로 분명 시공간을 순식간에 넘나드는 워프 항법(Warp Drive)이나 그에 준하는 우주 기관을 발명한 상태일 것입니다. 사실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으로 못박아둔 속도의 한계치는 어떤 물리적인 도구로도 넘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시공 연속체인 우주 공간에서는 그 의미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시공의 일정부분을 떼어내는 기술을 이용하거나 공간의 확장을 이용할 수 있다면 광속보다 훨씬 빠르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미 우주는 빅뱅 직후에 급격히 팽창으로 시공간이 빛보다 빠른 속도로 확장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이 무렵의 문명이라면 우주 곳곳에 집약도어 있는 거대한 에너지를 충분히 제어할 수 있을 것이므로, 그것을 이용해 시공의 뒤틀림을 조작하고 그에 따라 불균형 상태에 놓인 시공간의 속성을 바꾸는 방식으로 속도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는 우주의 팽창을 높이고 시공간을 투과하는 암흑 에너지 같은 신종 에너지를 이용하는 방법이 개발될 수도 있고, 공간의 위상을 마음대로 조절하는 장치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1994년 5월 물리학자 미구엘 알쿠비에르(Miguel Alcubierre Moya)는 "The Warp Drive: Hyper-fast travel within general relativity"라는 논문을 통해 알쿠비에르 항법(Alcubierre drive)이라는 방식을 이용하는 우주선을 제안했습니다. 알쿠비에르 항법의 원리는 앞쪽에 있는 공간을 수축시키고 뒤쪽 공간을 확장하면서 빠르게 전진하는 것으로 이를 이용하면 광속보다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의 이론은 현재의 물리법칙을 위반하지 않고도 초광속 여행이 가능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만 이것을 실제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그러나 에너지를 다루는 기술이 발전하고 우주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면 언젠가는 실현되는 날이 올 것입니다. 그리고 초광속 항법이 일반화 되면 우리가 II 단계나 III 단계 문명에 도달하는 시간는 크게 단축될 것이고, 더 빨리 더 먼 우주를 향해 출발할 것입니다.



그러나 문명이 III 단계에 도달할 무렵 인류는 은하에서 발길이 닿지 않은 별이 더 이상 남아있지 않는데도 단 한번도 다른 문명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음을 확인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스스로가 100억년 우주에서 유일한 생명이고, 너무나 희귀한 존재라는 점에 새삼 놀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인류는 혹시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온 하늘을 가득 매운 은하들을 정감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 은하를 향해 돌진해 오고 있는 특이한 거대 수소가스 구름(Smith's Cloud)이 우리처럼 고독한 외계 문명이 건설 중인 오작교이고, 항해에 필요한 에너지를 위해 예비한 파이프라인임을 깨닫고는 탐사대가 아닌 사절단을 파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인류는 멈추지 않고 우주로 나아갔고, 마침내 백억 년 후에는 전 우주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IV 단계의 문명을 건설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우주에는 인류만이 유일한 지성입니다. 우주를 가득채운 모든 생명체는 백억 년 전 지금은 사라진 지구라는 작은 행성에 우연히 나타났던 코아세르베이트(coacervate)의 후손이지만, 이제는 생명이라는 말의 의미가 완전히 달라졌으므로 생물학적인 근거는 아무 의미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게 끝이 아닙니다. 인류 문명은 다시 4 ×1047W의 백억 배인 4 ×1057W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V 단계 문명으로 나아가기 위해 차원의 벽을 허물고 평행우주로 진출하기 시작했습니다. 거기서는 다른 지성과 만날 수 있기를 기원하면서 말입니다.
-끝-

덧 한마디..
이번 시리즈는 계획한 것보다 짧게 끝을 맺었습니다. 이 블로그에 자주 오시는 분을 알겠지만 이곳의 포스트는 각각 다른 시각과 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재가 같아도 포스트마다 다른 주관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트는 인류의 미래가 밝다는 관점에서 쓴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번 포스트를 쓰면서 많은 분들이 인류의 미래를 매우 어둡게 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인류가 한 세기 안에 자멸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분도 많은 듯합니다. 그러나 인류는 지난 이백만년 동안 치열한 경쟁을 치루면서도 살아남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연일 인류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내다보는 시각의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보니, 단편적이고 극단적인 예측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당연시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인류는 그리 어리석지 않고, 그렇게 나약하지도 않습니다.

인류는 문명이 시작된 지난 수천 년 동안 일부 상위계층이 지식과 부를 독점하였고, 지금도 그것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인류의 목표가 더 크고, 더 거대해지는 단계에 이르면, 개인의 욕심이나 이기주의는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인류의 평균적인 의식은 그 시대를 담을 수 있을 만큼 확장될 것입니다.

우주의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하는 쪽으로 흐르는데 그것을 거스르는 작업이 문명 건설입니다. 그렇다고 인류가 우주의 의지를 역행하는 것은 아닙니다. 인류는 우연에 의해서가 아니라 목적을 가지고 탄생한 가치 있는 존재입니다. 지금까지의 우주가 자연에 의한 질서(cosmos)였다면 지금부터의 우주는 인류가 질서의 기준이 되는 새로운 우주입니다. 인류의 우주 진출은 곧 새로운 질서의 확장입니다. 인류가 어떤 가치관을 지니는가에 따라 우주의 질서와 선(善)의 기준은 바뀌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비관할 필요가 없습니다.
인류 문명의 미래는 선명하고 낙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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