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영화 속에서 여러 형태의 다양한 외계 생명체를 볼 수 있습니다. 지적이고 이성적인 외계인에서부터 영악하고 이기적인 외계인이나 포악하고 호전적인 외계인까지 수많은 상상하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외계인이 확실히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경우는 한 번도 없습니다. 일부에서는 사적인 납치나 만남을 기록하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은밀한 경험이기에 회의론자에게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존재가 일반적인 인정을 받으려면 외계인은 공식적이고 대중적인 채널을 통하여 일정 시간이상 그리고 예고되는 반복적인 출현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다수의 다양한 집단들이 관찰하고 확인할 수 있게 해야만 가능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기 전까지는 아무리 많은 개인적 접촉이 있다 할지라도 자신의 눈으로 보지 않는 것을 쉽게 믿지 않는 인간의 본성에 의하여 결코 인정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대규모 접촉이 단 한 번도 없었음에도 ‘외계인은 절대로 없다’고 확신을 하는 사람도 드물어서, 상당수의 사람들은 인정하지도 부인하지도 않는 어정쩡한 반신반의의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단 '외계인이 확실히 존재한다'고 가정을 한다면 그들은 왜 우리 앞에 나타나지 않는 것일까요?


1 우리가 발견하지 못하는 것이다.
얼마 전 NASA가 창립 50주년을 맞아 40년 전 비틀즈에 의해 녹음된 노래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를 스페인과 미국에 있는 초대형 전파 망원경 3대를 통해 북극성을 향해 동시에 전송했습니다. 이 신호는 431년 후인 서기 2439년 북극성에 도착하는데, 누군가가 이 노래를 듣고 우리의 존재를 인식해 주기를 바라는 소망이 담겨져 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외계인이 있고 그들이 우리처럼 다른 외계문명의 존재를 찾기 위하여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이라는 가정을 하고, 그 신호를 포착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것이 SETI 프로젝트입니다.

SETI@home은 1999년 5월에 시작되었습니다. 초기의 SETI 프로젝트에서는 대량의 데이터 해석을 하기 위해서 전파 망원경 근처에 설치한 특수용도 슈퍼컴퓨터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1995년에 David Gedye가 다수의 컴퓨터를 인터넷으로 연결하여 가상 슈퍼컴퓨터를 사용해 전파에 의한 SETI의 계산 처리를 하는 것을 제안했고, 이를 위하여 SETI@home 프로젝트를 조직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주의 잡음 속에서 확실하게 지성적인 존재가 보냈다고 판단된 전파를 수신한 기록은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는 왜 하필 우주공간에 난무하는 전파 중에서 일부러 보내오는 전파를 골라내려고 하는 것일까요? 행성계의 대기를 가장 잘 뚫고 지나간다는 주파수 1㎓(10억㎐)∼10㎓의 전파 내에는 90억 개의 채널이 있는데, SETI에서는 이중에서 외계생명체가 통신에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 특정 주파수를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파수를 찾아내려는 노력을 역으로 이야기하면 우리와 비슷한 수준의 문명을 찾으려 한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왜냐면 외계의 문명이 우리와 같은 형태의 발전과정을 통해 통신수단으로 전파를 사용하고 있다는 전제 하에서 이러한 노력을 하는 것인데, 그들이 일정 수준을 넘어 전파를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면 헛수고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인류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불과 200년 전까지는 유선이나 무선의 통신은 발명되지도 않았기에 가장 빠른 통신수단은 봉화(烽火)였습니다. 무선을 이용한 통신의 역사도 아직 한 세기에 불과한 정도인데, 앞으로 1천년 후에도 무선을 가장 빠르고 뛰어난 통신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을까요? 우리에게 누적된 -현대적인- 짧은 과학문명이 우주의 모든 법칙과 진리를 설명한다고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100년 후에는 100년 후의 물리법칙이 있을 것이고, 1000년 후에는 그에 맞는 과학이 있을 것인데, 지금 시대가 '모든 것을 발견했고 모든 것을 완벽하게 설명하는 과학의 극점에 도달했다'고 샴페인을 터트리는 과학자는 한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지금시대에 가장 확실하고 발전된 형태의 관측과 통신수단으로 인정되는 전파도 시대가 지나면 봉화처럼 잊혀진 통신수단으로 전락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시대를 이미 거쳐 간 문명이라면 우주에 풍부한 암흑물질(dark matter)과 암흑에너지를 이용한 통신과 관측수단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우주의 4%에 불과한 일반 물질의 특성과 작용을 이용하는 전파보다는 우주에 골고루 퍼져있는 암흑물질계의 진동이나 법칙을 이용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고 빠를 것이므로 그들에게 전파란 구시대의 기록 속에나 존재할 것입니다.

우리는 우주 저편의 봉우리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길 기다리는 것이 아닐까요?


2. 그들은 우리에게 관심이 없는 것이다.
은하 중심부에서 우리와는 다른 형태로 진화를 해온 문명이 있다면 그들은 주변에 풍부한 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문명이란 항상 발전을 하는 단계에서 주변의 다른 문명에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그 문명이 성숙할수록 그 영향의 범위는 넓게 확산되며, 다수의 이차적인 아류 문명을 낳게 됩니다. 은하 중심부의 한 별에서 발생한 우주 문명은 긴 시간이 가기 전에 주변의 상대적 원시문명의 행성들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었을 것입니다.

만약 1000년 전에 우리에게 고도로 발달한 외계 문명이 도움을 주었다면 우리는 자체적으로 성장한 현재보다 훨씬 많은 발전이 있었을 것인데, 아마도 우리에게 영향을 준 문명에 거의 필적하는 수준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영화에서는 악의에 찬 외계 생명체가 그려지기도 하지만, 실제로 문명이 특정한 단계로 발전하면서 자멸하지 않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도덕성이 있어야만 가능하므로, 문명적인 외계 지성체의 지구를 정복한다거나 멸망시키려는 도발행위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그리고 지구인이 특별히 위협적인 존재라는 발상 역시 문명의 발전 과정에서 겪는 도덕적 미성숙일 뿐이기에, 외계인이 우리에게 접촉해 온다면 과학기술의 전수보다 사회적 사고력과 수학적 심리학을 먼저 전수해 준 후에 도덕성이 수준에 도달하면 과학적인 평준화를 시도할 것입니다.

그들은 문명이 발전해 우주를 여행하기 시작하면서 -우리처럼- 가장 먼저 주변의 행성부터 탐사할 것이고, 점차 그 범위를 넓혀갈 것입니다. 그리고 주위에서 미성숙된 문명을 발견한다면 도움을 줄 것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거주행성을 늘려갈 것입니다. 만약 외계인이 있다면 은하의 외곽보다는 중심부에 있을 확률이 더 높을 것이므로 그들은 다수의 외계 종족을 발견했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지적인 능력을 충분히 전수하여 자신들만의 연방(문명이 더 발전해도 정부 형태의 조직이 있다고 하면)을 이루고 상호 교류 발전하며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을 것입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저 까마득한 변방에 관심이 없을 것입니다.


3. 그들은 이미 모든 것을 초월했다.
지금 우리의 과학이 추측하는 우주 나이 150억년이 정확하다면, 지구에 인류가 45억년 만에 나타났듯, 우주 어딘가에서는 이미 100억 년 전에 고도의 문명종족이 발생했을 것입니다. 그들은 99억 년 전이 되었을 무렵, 전 은하계를 정밀하게 측정하여 지도를 만들었고, 광속보다 빠른 혹은 공간을 초월하는 우주선을 타고 자신들 외에 존재할지 모르는 외계 문명을 찾아 다녔을 것입니다.

다시 10억년이 지나자 그들은 우주의 모든 비밀을 밝혀내고, 생명의 유한성을 극복했지만 그 한없는 지식과 끝없이 광대한 지혜로도 어쩔 수 없는 고독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어떤 문명과 조우했을 수도 있을 것이지만, 다시 10억년이 가기 전에 그 새로운 문명에게도 전수자들과 동일한 고독이 찾아왔을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고독 속에서 10억년이 지나기 전에 그들은 자연적으로 이루어졌던 진화와 다른 지혜와 기술을 통한 최종적인 진화를 하기로 했을 것입니다. 그들은 하나의 집단 지성을 이루며 물질에 의존하지 않는 상태로의 전환을 시작했고, 그들의 자아는 그대로 순수한 에너지가 되었습니다. 수십억 년을 거치며 이루고 발전한 그들의 오묘한 진리는 무한의 용량을 가진 그들의 기억에만 기록되어 있기에 그들의 진화와 함께 그 모든 우주의 비밀도 고독한 우주와 하나가 되어 새로운 별과 우주를 탄생시켰을 것입니다.

문명이 어느 단계에 이르면 외형적인 탈피를 하게 됩니다. 지금 우리는 문명을 건축물로 이루어진 도시나 거대하고 정교한 기계와 기술을 상대적으로 따지며 평가하고 있지만, 조금 더 발전한다면 기록하는 문명이 아닌 적용하는 문명으로 전환되어 갈 것입니다. 구조물이나 기계의 도움과 문명의 흔적은 사라지고, 개인의 객체발전 정도가 문명의 척도가 되어 집단에서 개인으로 발전하다가 결국에는 개인에서 집단으로의 발전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 지구 위에는 온갖 인공 구조물이 들어차 있으나, 인류의 문명이 이 상태로 자멸하지 않고 1만년만 더 발전한다면 지상에는 단 하나의 인공적인 흔적도 남아있지 않는 고도의 문명으로 전환되어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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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세이건 지음 | 사이언스북스 펴냄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은 소녀 엘리는 밤마다 모르는 상대와의 교신을 기다리며 단파 방송에 귀를 기울인다. 천체물리학자가 된 엘리는 사막의 관측소에서 우주로부터 오는 단파 신호를 수신하던 어느 날 직녀성으로부터 정체모를 메시지를 받게 된다. 수신은 계속되고 급기야 그 메시지의 의미를 해독하여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그리고 해독된 메시지의 내용은 은하계를 왕복할 수 있는 이동 수단의 설계도임이 밝혀진다. 이

외계인은 왜 나타나지 않을까? 2편으로 이어집니다.

덧)요즘에 너무 바빠서 답글도 답방도 어렵습니다.
그러다보니 포스트도 계속 초안을 그대로 올리게 되는군요.
어색하고 산만스럽더라도 부디 이해해 주시고 즐겁게 봐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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