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온 우주가 뜨겁게 빛나고 아름답고 성결한 에너지가 요동치는 그 때, 그 곳에서 태어났습니다. 모든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수의 개체들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았지만, 각각이 지성을 지닌 개성이 강한 존재이었고, 미세한 자극에도 섬세하게 반응하는 감성적인 존재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극히 짧은 한정적인 수명만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개체들의 죽음을 지켜보며 쉽게 슬픔에 잠기고, 두려움에 떨었으며, 그로 인한 고통과 한탄이 우리의 수명을 더욱 빨리 갉아 먹게 되었습니다. 비록 삶의 끝이 의식의 종결이라고 해도, 한 개체의 죽음은 그 개체가 지닌 개성을 빼 닮은 우주의 한 속성으로 변화하기에, 개체가 지녔던 개성의 흔적은 우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으나 직접적인 소통이 중단된다는 것은 우리를 아프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개체의 수명이 다하기 전 다른 개체에 흡수되거나 서로 병합하면, 개체의 삶이 연장되며 각각의 개체가 지녔던 경험, 지식, 사념을 비롯해 개성까지도 고스란히 보존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흡수나 병합한 개체들은 더 강한 자아를 가진 개체가 새로운 병합체의 의식을 지배하게 되지만, 두 개체의 능력, 속성은 그대로 유지되며 수명은 비약적으로 증가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원래 개체들이 지닌 강한 개성은 모난 부분이 되고, 원색이 되어 더 눈에 띄고 주변과 구분되지만, 모두가 그렇게 다른 모난 모양과 강렬한 색상을 지니다보니 무리가 섞여 있을 때는 개성 없는 회색의 둥근 존재처럼 비치기도 했으며, 두 개 이상의 개체가 섞인 경우 두 가지의 속성을 지니면서도 전혀 다른 새로운 형태의 모양과 색상을 가진 개체가 됩니다.

우리는 이후에 더 이상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친밀한 개체들끼리 병합하며 성장하게 되었으나 그것을 진화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본래부터 우주와 함께 태어난 존재들로 우주의 속성을 결정하는 역할을 지니고 있으며, 부분적인 몇 가지를 제외하면 완전하게 태어났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부족하거나 불필요한 특성이 없어, 더 진화할 부분도 없는 것입니다. 모든 우주에는 우리와 같은 수천 억 개의 모든 개성 인자가 포함되어 있지만, 우주가 탄생하고 1초도 되지 않는 시간 사이에 얼마나 많은 개성 인자가 죽음을 맞이하느냐에 따라서 발현된 개성이 달라지므로, 모든 우주는 동일한 상태를 이루는 경우가 전혀 없으며, 비슷한 경우도 드물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 우주에서 빛이 세 가지 색상으로 구성된 것은 빛의 속성 중 색상에 관여하는 백만의 개체들 가운데 단 셋 만이 죽어 태초의 우주에 녹아들었기 때문이며, 다른 우주에서는 백만 가지 색을 기본으로 하는 빛도 있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된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 지금은 우리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 가겠습니다.

하나의 사건을 경험할 때에도 최소 단위의 개체가 얻는 느낌과 병합된 개체가 얻는 느낌은 서로 다른 것이므로, 병합된 개체는 같은 사건에서도 세 가지 이상의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고, 타고난 기억체계로 그 모든 경험은 완전한 상태로 간직되었기에, 40억년을 살아오며 천억 개의 개체가 지녔던 경험을 고스란히 간직한 우리는 이미 불멸하는 수명과 강건한 정신과 끝없는 지식과 완전에 이른 철학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병합된 개체는 더 많은 개체들이 모이며 점차 모나고 두드러지는 개성들이 사라진 둥글고 평범한 색의 노숙한 통합사념체를 이루었으며, 원한다면 어느 특정 개성을 발현한 상태에 이를 수도 있었으나, 우리는 그저 우주의 한 부분으로 우주의 한 상태로 우주를 관찰하며 감성을 즐기고, 찬란하게 빛나는 우주를 경이롭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다시 10억년이 지나자, 우주를 누비던 우리들도 스스로에 대한 심한 회의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50억년을 함께한 우주는 더 이상 경이롭지 않았고, 우주에는 더 이상의 신비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이미 못 본 것이 없고, 경험하지 못한 가능성이 없었으므로, 이제 우주에서 새로운 정보를 얻을 가능성은 다른 병합체가 지니고 있을 지도 모를 경험의 공유뿐이었습니다. 천억 개체의 병합체들은 서로의 교감에 의해 일제히 다른 병합체와의 거대한 병합을 시작했고, 백억 개나 되었던 병합체는 3억년이 지나기 전에 서로가 서로를 통합하여 그 수는 불과 2 억에도 미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병합으로 미진한 정보가 보완되었기에, 이 후에도 그런 병합은 지속되었으나, 남은 병합체의 수가 많지 않았으므로, 그런 대병합은 수십만 년에 한두 번 정도 일어나는 것이 고작이었지만, 얼마 되지 않는 개체수를 감안한다면 우리에게는 특별한 사건이라고 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60억 살이 넘었을 무렵에는 더 이상의 병합이 무의미해졌고, 우주와 무한한 삶에 권태를 느낀 몇 몇의 통합사념체의 의식이 그를 구성한 천억 개체에게 까지 전달되며, 우주 최초로 병합체의 분열이라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그 분열의 결과는 의외의 사건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원래 초기의 우주에서는 한 개체의 죽음으로 우주에는 새로운 속성 하나가 발현되었습니다. 그런데 병합체의 임의적인 분열로 수명이 짧아진 기본 단위 개체들이 순식간에 죽음에 이르고 우주에는 천억 가지의 새로운 속성이 추가되며 혼란해질 것이라고 기대했건만, 완전한 정신을 지닌 개체들은 결코 죽음에 이르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순식간에 우주 곳곳으로 개체를 흩어버린 병합체였던 개체들이 우주 구석구석까지 퍼지는 순간, 본래의 감성을 급격히 회복하며 권태를 잊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그를 지배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개체들과 멀어지며 퍼진 개체들은 60억년 동안 경험하고 공유했던 지식을 바탕으로 생존하기 위한 길을 모색했고, 우주의 모든 장소에 정착하며 그 환경에 적응해 나가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들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던 특별한 경험을 맞이하면서 환경과 속성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지만, 자신을 복제하는 기이한 방식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유지하며 생존하는 법을 찾아내었습니다. 즉 번식이라는 놀라운 개념을 창조해낸 것입니다. 유한했던 우리가 병합을 통해 무한한 삶을 보장받았듯, 그들은 자기 복제를 통해 더 많은 동질성을 가진 개체를 생산해서 병합하며 수명을 늘리고, 그럼에도 유한한 삶은 세대를 잇는다는 더 복잡한 방식을 통해 연장하게 된 것입니다. 물론 완전에 가까운 대병합체에 비할 수야 없겠지만, 그들은 나름대로 혼자가 아닌 다수의 복제된 자신을 늘려가면서, 불완전함으로 인해 오히려 권태롭지 않으며, 완전하지 않음으로 위험해진 우주에서 치열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아직도 안착할 곳을 찾지 못하고 우주를 떠돌고 있는 개체들도 있지만, 그들 역시 온전한 정신으로 인해 죽음에 이르지 않는 것을 보면, 우주의 모든 존재는 원래가 영원한 것인데, 오염되고 불안정한 정신이 삶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어쨌든 그 떠돌이 개체들은 정착하여 번식하고 있는 개체들이 불완전해지므로 영적인 교통이 어려워지자, 수십만 광년을 떨어진 개체들 사이의 메신저 역할을 하며, 활기차고 새로워진 우주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한 개체의 후예들이 진화라는 특별한 도구를 계발하여 성공하자 십억 년이 지나기도 전에 그 정보는 우주 곳곳에 온전하게 전해 질 수 있었고, 지금도 어느 한 개체가 독특한 생존방식을 만들어 내면, 그 정보는 여과 없이 그대로 다른 개체에게로 전달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개체의 조각들은 세대를 이어가고, 복제된 개체수가 늘어갈수록, 서로의 감응력이 감소하고 범위가 줄며, 각인된 정보의 손실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게 됩니다. 그로 인하여 태초에 하나도 같지 않는 개성적인 존재이었기에, 서로의 다름을 사랑하던 우리들의 후손들이 우연히 만나게 되면, 서로가 원래 하나의 병합체였음을 전혀 감응하지 못하고, 오히려 다르다는 것에 심한 거부감을 가지고 서로를 적대시하기도 했습니다. 만약 한 생명종족의 모체가 되었던 개체가 감성을 살려 유전정보를 기입했다면, 그 후예 역시도 병합하여 하나였던 상태를 그리워하며, 다른 개성에 끌리게 되겠지만, 대부분의 개체들은 그 보다 생존에 대한 정보를 더 강하게 각인시켰기 때문에, 서로 다른 개체의 후손들이 만나면 거의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게 됩니다.

그러나 우주는 확실히 풍성해졌습니다. 우주가 탄생하고 1조분의 1초 동안 살다간 많은 형제들의 천억 가지 개성을 지닌 우주에 다시 천억 가지 개성을 지닌 생명체들이 번성하고 있다는 것은 관찰하는 우리에게는 축복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확연히 구분되는-개성을 지닌 존재들이 바글대는 우주로 인해 이미 권태는 사라져 버렸습니다.


- 외계인 마틴 2편으로 이어집니다.
- 이 시리즈는 가끔 연재하는 것입니다.
- 이미지 출처 : http://www.sgeier.net/fracta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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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계인 마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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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ㅎㅔ헷
    2009.02.27 20:42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일등이닷~!!!즐겨찾기해놓고 한달에 한 번씩 들려서 마구 읽는데

    너무 재밌네요~~
    • 2009.03.05 23:24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감사합니다.
      이번 시리즈가 바로 제 정체성을 밝히고 돌아보는 이야기죠 ^^
  2. 2009.02.28 00:36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헉, 글 읽다보니 정말 대단한 우주. 존재, 개체..이 방대한 지식에 또 한번 놀라고..짝짝짝.
    아, 마틴님 갑자기 생각난 건데 지구가 우주의 몇 번째 별인가요? 누군 세번째라고 하고 누군 4번째라고 하니 헷갈리네요.
    • 2009.03.05 23:27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지구는 5조9천7백8십2만3천3백9십번째 별인데..
      항성을 제외하자면 더 빠른 순위를 차지합니다.
      다만 행성을 분류하는 기준을 은하대백과사전의 구분법을 차용했을 경우랍니다 ^^
    • 2009.03.06 03:10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크. 엄청난 순번의 별이군요;;;
      답변 감사해요 ㅎㅎ
  3. 2009.02.28 03:50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오~마틴님은 아무래도 과학계 박사님이신거같아요^^
    좋은글 잘봤습니다 자주들를께요
    • 2009.03.05 23:2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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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고님 감사합니다.
      저는 과학에 대해서 개인적인 약간의 취향만 가졌을 뿐이고
      전문적인 지식은 거의 없습니다. ^^
  4. 2009.02.28 06:50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헛.. 외계인 사진보고 움찔... ㅎㅎ 놀랬습니다 첫 화면에
    • 2009.03.05 23:28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널리 알려진 이미지죠 ^^
      그래도 참 깔끔하고 정감있는 외계인이죠?
  5. 2009.02.28 15:14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철학적이면서 재미있는 글입니다 ^^
    • 2009.03.05 23:29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훗... 고맙습니다.
      글은 재미있고 봐야한다는게 지론이지만..
      글발이 딸려서 실패할 경우가 잦네요 ^^
  6. 2009.03.02 12:34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마틴님.....
    진짜 외계인 맞죠.... ㅡ.ㅡ;;;;
  7. 2009.03.02 15:34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분명히 어딘가에 고등 생물체가 있다는 생각은 드는데요. 이미 우리 곁에 있을지도 모르겠고요..
    • 2009.03.05 23:30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그렇죠.
      서로 붙어있으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세상에는 종종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죠.
  8. 2009.03.02 16:26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마틴님 메인 사진이 바뀌었네요.
    움직일까 하고 보고 있었는데 안움직여서 서운해요. ㅎㅎ
    • 2009.03.05 23:3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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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움직임이 없습니다. ^^
      다만 인류의 시각적 한계가 상승한다면 매우 크게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만...
  9. 2009.03.03 17:45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첫번째와 마지막 사진이
    신비스럽습니다.
    • 2009.03.05 23:32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작가가 영감이 뛰어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른 작품도 보고 있으면 큰 감동이 오더군요. ^^
  10. 2009.03.03 22:57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저두 마지막 사진 좋아요. 특히 하트모양 ^^
    이론은 잘 모르지만 카오스가 무질서함을 뜻하는 건 아닌가봐요.
    혼란스러움 속에서 질서정연하게 피어오르는 하트의 행렬을 보니,
    전지구적 혼란 속에서 더 큰 사랑이 꽃을 피울 수 있음을 확신해보게 됩니다.
    역시나 좋은 글, 감사히 보았습니다.
    • 2009.03.05 23:33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한 장에 그림에 많은 느낌을 집어 넣은 듯.. 심오한 현기가 느껴집니다. ^^
  11. 2009.03.04 01:20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상큼하게 생겼네요 ㅋㅋ 쟤 ㅋㅋ
  12. 우와
    2009.03.08 00:21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마틴님안녕하세요 우주에 관해 알고싶은게 너무나도 정말정말 많은 올해 고1된는 학생인데요 핸드폰 번호좀 알려주세요 궁금한게 너무 많아요ㅠㅠ
  13. 강민석
    2010.03.21 13:10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외계인은 왜 있을까?
  14. 2010.05.01 16:49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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