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들이 보낸 전파를 받은 것은 정말 우연이자 행운이라고 할 수 있었다. 노후되어 폐기를 눈앞에 둔 인공위성을 정부로부터 무상 대여받은 어느 대학교에서 월면 반사를 이용한 전파 통신을 실험하는 과정에서, 마침 소용돌이치며 밀려든 태양풍(solar wind)의 영향으로 의도치 않게 주파수가 데시밀리미터파의 한계치인 3THz까지 오르내리면서, 특정 영역의 위성 통신망(satellite network)을 교란했을 때, 그 노후된 인공위성으로부터 수신된 신호에는 다소 황당한 정보가 잡음처럼 거칠게 스며들어 있었다.



처음 그들은 그것이 증폭되거나 변질된 TV 신호의 일부라고 여겼다. 기묘한 외형을 지닌 생물들이 환상처럼 일렁거리는 하늘 아래서 독특한 모양의 비행체를 타고 있는 모습이라던가, 행성 사이를 연결하는 견고해 보이면서도 아름다운 이동 장치라던가, 별들 사이에서 그 위치를 표시하는 입체적인 시뮬레이션 등은 한단계 발전된 CG(computer graphics)를 이용한 SF 시리즈 같았으니까 말이다. 모두들 웃어 넘겼음에도 평소에 SF에 남달리 관심이 많았던 한 학생만이 그 놀라운 그래픽에 매료되어, 그런 장면을 연출한 TV 프로그램을 찾으려는 시도를 했고, 며칠 동안 검색을 했음에도 찾을 수 없자 자신의 블로그에 영상의 일부를 업로드하여 공개적으로 그것을 찾기 시작했다.

불과 20초도 되지 않는 짧은 영상이었음에도 그 영상에 담긴 압도적인 상상력과 공학적으로 완벽에 가까운 정교한 설정 등은 블로거들을 들뜨게 하였고, 불과 며칠이 지나지 않아 그 포스트는 전세계 10만개 이상의 블로그로 복사되었다. 그러나 수백만개의 댓글과 트랙백에도 불구하고 그 영상의 출처는 끝내 밝혀낼 수 없었고, 그나마 가장 신빙성있는 의견은 누군가가 실험적으로 만든 영상일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며칠이 더 지나자 그 영상을 편집하거나 패러디한 수많은 영상들이 나돌았지만, 다시 얼마 지나지 않아 그도 시들해졌고, 일부의 UFO신봉자들이나 SF 마니아들 사이에서만 여전히 주목 받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그 영상에 숨은 새로운 비밀이 밝혀졌다. 그 영상에 흥미를 느낀 아마츄어 천문학자가 영상에 교묘히 숨겨진 메시지를 해독하면서 발신 위치를 계산할 수 있었고, 그 발신 범위 안으로 전파망원경을 고정하고는 주파수를 데시밀리미터파(decimillimeter wave) 대역으로 맞췄다. 그리고 그는 일주일 후에 너무나 선명한 영상을 수신할 수 있었다. 무려 30분 가까이 지속된 영상은 정말이지 엄청나다고 할 수밖에 없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기존에 나돌던 20초짜리 영상은 그 영상의 일부분에 해당하는 것이었고, 원본의 전반부는 하나의 행성계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를 소개하고 있었으며, 중반부는 그 행성계의 위치와 방문할 수 있는 경로 등이 상세하게 나왔으며, 후반부는 ... 정말 놀랍고 놀랍게도 자신들과 교신하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었다. 물론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였으나 -친절하게도 다중채널을 통해 여러가지 언어로 동시 발신중임을 알 수 있었다. 지구를 위한 언어가 없다고 해도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것을 이해하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그그리고, 그도 역시 그 영상을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전세계에 공개했지만, 불과 30분만에 의문의 사나이들의 방문을 받았고, 그의 블로그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며, 그의 블로그에서 동영상을 퍼 나른 모든 블로그들도 해킹을 당했다. 또한 그 영상을 다운로드 받았던 모든 사람들의 컴퓨터도 해킹과 지독한 바이러스로 인해 순식간에 포맷되어 버렸기에, 블로고스피어에선 다시 음모론을 주장하는 포스트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소동도 잊혀지게 되었다.

그리고 10년 후, 미국은 행성간을 연결하는 새로운 이동수단이나, 기후제어 시스템, 우주 엘리베이터, 동시 통역기 등의 획기적인 기술들을 발표하며 순식간에 지구의 기술 수준을 반세기 이상 끌어올렸다. 또 우리 은하계 전반에 대한 정밀한 크기와 질량 계산에서부터 상세한 지리정보까지 다른 어떤 나라도 넘볼 수 없는 정보를 공개하며 자국의 위상을 높였는데, 전세계 모든 나라들은 정보 공개에 배타적인 미국이 이 정도의 정보를 댓가 없이 공개했다면 공개하지 않는 기술과 정보가 엄청날 것이라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두려움을 느꼈다.

그렇다. 나사의 수뇌부는 그 영상의 마지막 정보를 해독하고는 수년째 고심하고 있다.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외계와의 통신에 성공했으며, 그들은 매우 친절했다. 그 친절한 외계인은 지구인과의 용이한 통신을 위해 새로운 통신기술을 위한 설계도를 제공했으며, 지구인들이 궁금해하는 정보를 망설임없이 제공했기 때문에, 그를 통해 외계의 발전된 기술의 일부를 얻을 수 있었으며, 아직 지구에서 밝혀내지 못한 물리적인 현상이나 법칙의 비밀을 풀 수도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정보에 대한 요구를 하자, 그 친절한 외계인은 이번에도 역시 아무런 망설임없이 그것을 제공했고, 그들은 그 제공된 설계도 대로 충실히 그것을 만들었다.

무려 50년이 걸렸다. 그나마 정보의 일부를 다른 나라에 공개해서 기술의 발전을 촉진한 것이 주효했기 때문에, 그들은 응용된 그 기술들을 취합하므로 원래의 계획을 10년 이상이나 단축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마침내 달의 티코 크레이터(Tycho crater)에는 지름 22km의 거대한 구조물이 만들어졌고, 지금 백만대 일의 경쟁을 뚫고 선택된 두 사람의 우주여행가이자 도전가이며, 지구 대표인 그들은 주전송실 근처 대기실에서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그리고 드디어 수년째 고심만 해 오던 나사의 수뇌부가 핫라인을 통해 인가를 얻은 후, 최종 문서에 서명을 하였고, 그 문서는 소형 전송장치를 통해 먼저 먼 외계로 전송되었다. 잠시 후 긴장하는 그들에게 익숙한 그 외계인의 환영 메시지가 도착했다.

그리고 전세계 150억 인류가 지켜보는 가운데 두 사람은 외계로 전송되었다.



2.
그들이 지구에 전파를 보낸 것은 정말로 우연이라고 할 수 있었다. 10조개가 넘는 모든 채널에 무차별적으로 기사를 포스팅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이미 수천년 전에 사용이 중단된 채널에 대한 범위 제한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최신형 기계를 이용해 매순간마다 무작위로 선정된 은하계 2만개의 지역에 10조개의 무선채널로 정보를 송신하고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초보라고 해야했다. 전문가들은 자신이 직접 만든 프로그램에 자신의 경험을 반영하여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확률적 선정해서 정보를 송신하기 때문에, 초보자에 비해 상당히 높은 피드백을 받고 있었고, 그 덕분에 상당한 고수익을 얻고 있었다.

이미 너무 알려진 뻔한 수법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이 방법은 먹혀들고 있었고, 상대적으로 정보가 늦은 많은 수의 변방 문명들이 그 대상이었다. 은하 중심으로 진출하지 못한 변방이지만 나름대로 일정한 수준의 문명을 이룩하고 있다면, 그들의 정보를 수신할 것이 분명했다. 또 점차 그들의 정보를 걸러내는 시스템이 일반화되고 있으나, 그들의 수법도 교묘해져서 포스팅하는 기사를 언뜻 봐서는 결코 스팸이라는 것을 알 수 없을 정도였다. 하루에 발송되는 기사의 양만도 천만건이 넘고, 그에 대한 항의나 추가 정보 요구, 구매의사 표시 등의 답신도 수만건에 이른다. 물론 이것은 문제가 안된다. 이번에 큰 맘먹고 구입한 정보발송기는 뛰어난 인공지능을 갖추고 있어서, 이런 답신에 대하여 동시에 1억건까지 설정된 값대로 적절히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운이 좋은 것이다. 최근에 은하 연방에서 대대적인 단속이 시작되어 전문가들의 상당수가 사라져 버렸기에 이런 고수익의 일거리가 그들같은 아마추어 손에까지 떨어질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물론 실수로 허용 범위 이하의 문명에게까지 기사가 전송되어 버렸지만 상관없다. 그들 역시 잠재 고객이며, 고객의 수준이 떨어진다면 그들의 수준을 끌어 올려주면 되는 것이다. 아무튼 은하연방은 그들을 스패머(spamer)라며 마치 범죄자인냥 취급을 하고 있지만, 그들의 생각은 다르다. 이번 실수의 경우를 보더라도 그들은 스스로를 문명의 전도사라고 생각하고 있다.
 
다만 문명을 전수하는 것에는 혹독한 댓가가 따르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 댓가라는 것도, 자칫 영원히 높은 수준의 문명에 도달하지 못하고 자멸할 수도 있는 별을 순식간에 일정 수준으로 끌어올려준 것에 비하면 그리 부담스럽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또한 강매한 것도 아니고, 상품의 특성상 정해진 기준가격도 없으며, 서비스 전반에 대한 모든 옵션을 원격 제공하고 있기에 연방법상 문제될 소지도 없다. 저들에게 보냈던 문서에는 법이 정한 모든 조항이 -비록 애매하지만- 표시되어 있고, 그들은 동의한다는 서명을 했으니까 말이다.



이렇게 계약이 성사될 때마다 그들은 보람을 느낀다. 물론 향후 지구가 생산할 자원의 백년치를 댓가로 지불한 것도 모른 채, 어리벙벙한 표정을 지으며 패키지 행성 여행을 하고 있는 저 원시인들을 보면 조금 우습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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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계인 마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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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2.18 16:51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뭐, 신대륙 개척의 역사는 자본주의와 산업의 역사이기도 했지요.
    좋은 말로 하면 시장 개발, 나쁜 말로 하면 식민지 근대화.
    (......)
    • 2009.02.18 17:18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가벼운 농담같은 글에서 무거운 부분을 찾으셨군요.
      어떤 현상이든 범위가 정해지면 그 범위에 맞춰진 크기로 일어나는 것이 아닐까요?
      에.. 아무튼 그렇습니다. ^^
  2. 아이니주
    2009.02.19 12:13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마지막 반전에 한참 웃었습니다.^^
    외계인이 친절하게 설명했던 이유를 알것같네요.
    매번 글을 읽을때마다 마틴님은 역시 브레인(천재)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2009.02.22 17:25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마지막 반전이라는 부분을 조금 고민했었습니다.
      행성 여행이라는 상품과 정보 제공이라는 두가지.
      그리고 그 댓가의 정도에서 아주 조금이지만 고민했네요 ^^
  3. 2009.02.19 22:14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정말 기발한 상상력입니다 ㅎㅎㅎ
    이걸 좀 더 다듬어서 소설화시키시면 꽤 좋은 SF작품이 나올 것 같습니다.
    • 2009.02.22 17:26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수십번을 다듬어야겠지만 제게는 그정도 열정이 없는 듯 합니다.
      그저 머리에 떠오르는 상상을 급히 적어내리는게 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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