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지구 찾기 1
편에서 이어집니다.

교신(交信 raise)을 한다는 것은 일방통행적인 것이 아닙니다. 하나의 신호를 받기만 하는 것은 어쩌면 수십 년이 지나기 전에 가능할 지도 모르지만, 그 신호의 주체와 교신(交信)을 한다는 것은 어쩌면 영원히 불가능 할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교신은 우주의 확장성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일방적인 통신의 두 배의 시간이 걸립니다.

우리가 눈으로 보든 전파망원경을 통해서 보든 우주를 바라보다는 것은 우주의 먼 과거들을 되돌아보는 것입니다. 지금 보이는 태양은 8분 전 과거의 태양이며, 가까운 준항성(quasars ; quasi-stellar objects = QSOs)도 5억 년 전의 모습이며, 10억 년 전에 희미하게 빛났던 별도 볼 수가 있습니다. 우주의 먼 곳일수록 깊은 곳일수록 그 만큼 더 오래된 과거를 보는 셈이며, 우주의 최외곽에 갈 수 있다면 대폭발의 시기를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과거의 빛(신호)을 받는 데는 거리에 비례한 시간이면 되지만, 그 신호에 반응하여 응답하고, 그 응답이 발신지에 도착하는 데는 다시 거리에 비례한 만큼의 시간이 더 걸립니다. 우리 은하에 속한 별이라면 최소한 어떤 종(種, species)이든 지구에 생명체가 남아 있는 시기 이내에 우리가 보낸 응답을 수신할 수 있겠지만, 우리 은하계의 범위를 벗어난다면 영속성이 없는 문명의 특성으로 인해, 모든 교신은 그 의미가 사라지게 됩니다.

100만 광년 거리의 행성계에서 보낸 신호를 수신했다 할지라도 문명의 존속 여부를 넘어 그들 모행성이 아직까지 존재하는 지의 여부도 예측하기 어려우며, 설사 그 문명과 행성이 여전히 건재하다고 해도 그들의 위치를 찾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 은하에는 1천억 개 이상의 항성이 있으며 그 항성을 태양으로 삼는 그 수의 몇 배가 되는 행성이 있지만, 그 중 우리와 근접해 있는 몇 개를 제외한다면 아무리 고성능 망원경을 사용한다고 해도 육안으로는 행성의 존재유무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우주에는 우리 은하와 같이 수천억 개의 별을 지닌 은하가 1천억 개가 있는데, 그 중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은하는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라면 은하와 은하단(cluster of galaxies)조차도 하나의 별보다 희미해서 그 존재를 발견해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우리가 고성능 망원경으로 밤하늘을 바라보면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는 금가루를 뿌려놓은 듯 촘촘히 보이지만, 그 수는 우주에 존재하는 10의 22제곱(천억의 천억 배 정도)이 넘는 별 중에서 겨우 몇 만개에 불과하며, 우리 눈에 보이는 별이란 우주에 떠도는 은하의 숫자보다 적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더구나 스스로 빛을 내지 않는 행성은 별의 운동을 지속적으로 관찰할 수 있을 경우에야 겨우 그 존재의 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지만 그 위치나 숫자는 모호해서 마치 미시세계의 전자처럼 존재감은 있는데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수소원자의 지름은 0.1nm(나노미터)인데 m 단위로 계산해보면 0.0000000001m 가 됩니다. 수소 원자를 백억 배 정도 확대한다면 지름 1m정도가 되지만, 사실 수소 원자의 크기라는 것도 수소 원자의 핵으로부터 전자가 발견될 확률이 90%이상인 위치까지의 거리를 원자의 반지름으로 정의한 것이므로 원자의 크기는 애매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이유로 핵을 중심으로 거의 불규칙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현재 전자의 위치, 혹은 1초 후에 전자가 있을 위치를 알아낸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전자가 발견될 위치를 확률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즉 전자의 존재는 원자의 전체적인 상태로 존재감을 아는 것일 뿐이지 실제로 관측을 통해 -물론 관측에 의한 변수도 있지만- 그 위치를 파악 수는 없는 것입니다.

미시 세계에게 전자의 위치를 찾는 것과 거시 세계에서 특정 행성의 위치를 찾는 것은 매우 유사하게 닮아 있습니다. 우리 태양계 내부에서야 이 시간의 화성과 금성의 위치, 지구와의 상대적인 각도, 목성의 위성의 공전 상태까지도 자세히 계산 할 수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저 먼 곳에 존재하는 거시세계의 전자인 행성들의 상태는 거의 알 길이 없습니다. 상당수의 항성의 행성을 거느리고 있을 것이라 여겨지지만 각각의 항성에 속한 행성의 크기나 수, 거리와 위치는 전체적인 확률 상에서 -가상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므로 저 별에는 위성이 있고 이 별에는 위성이 없다고 단정 짓기 어렵습니다.

10억년이 지난 어느 날, 찬란한 문명을 꽃피우다 마침내 전파를 이용할 수 있게 된 한 별에서 우연히 저 머나먼 어느 곳에서 발신된 전파를 수신했다고 하면 그들은 매우 놀라고 기뻐하게 될 것입니다. 아름다운 멜로디가 포함된 외계의 신호로 인해 그들은 우주에 자신들 뿐이라는 고독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우주에는 수많은 외계 문명이 존재할 것이라고 확신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신호의 발신지를 찾기 시작할 것입니다. 전파가 달려온 방향으로 최대한 좁은 각도에서 범위를 정해, 수억에서 수십억광년 거리에 있는 몇몇 은하를 후보지로 올릴 것이고, 운이 좋아 그 방향에 은하가 드물다면 우리의 은하단 또는 은하군(銀河群, group of galaxies)이 유력하게 거론될 것입니다. 물론 그들은 10억 광년 거리에 있는 은하군의 어느 별에서 보낸 신호의 답신에 대해서는 회의적일 수밖에 없지만, 예의상 이미 사라졌을 것이 분명한 발신 문명에게 답신을 보내려고 해도 그리 쉽지 않을 것입니다.

수백개의 은하가 모인 은하단이나 수십개가 모인 은하군이 아니라 은하계까지 범위를 좁힌다고 하여도,10억년 전 전파를 보냈던 별의 정확한 위치를 찾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리고 그 별(지구)의 위치를 찾았다고 해도 그후 10억년이 지난 현재와 자신들의 회신을 받게될 10억년 후의 위치를 계산해 낸다는 것은 불가능 할 것입니다.

은하계의 한 귀퉁이에 떠있는 우리 태양계의 지구는 항성을 중심으로 일 년에 한번 회전을 하는데, 그 태양계 역시 은하 중심부의 둘레를 초속 2백 km의 속도로 2억 5천만 년에 한 번 회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은하계 역시 더 큰 무리에 속해 회전하고 움직여 나가고, 그 무리는 더 큰 곳(은하단)에 소속되어 꾸준히 운동하고 있으며 다시 은하단은 초은하단에 소속되어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 태양계는 지난 50억년 동안 은하계의 중심부를 20여회나 회전했는데 그 동안에 몇 번이나 소용돌이 팔에서 나왔다 들어갔다를 반복했습니다.


물론 그 운동성은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울 만큼 느리지만 10억년의 운동을 빠르게 단축한다면 마치 급박한 소용돌이처럼 보일 것인데, 그 소용돌이를 거꾸로 돌리고 그 속에서 눈에 보이지도 않을 미세한 하나의 점을 계산하고 특정시간대에 존재할 위치를 찾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태양계는 평균적으로 소용돌이형 팔 안쪽에 4천만 년 정도 있다가 8천만 년 정도는 팔의 바깥 부분에 있는데, 태양계가 주기적으로 소용돌이형 팔을 통과할 때마다 여러 가지 중대한 영향을 받게 됩니다.

소용돌이형 팔은 생겨난 지 얼마 안 되는 새로운 별들의 무리로 이루어져 있는데, 현재 우리는 소용돌이형 팔의 바깥쪽인 팔과 팔 사이에 위치해 있습니다.  우리 은하는 중심부의 고정체와의 거리에 따른 상대적인 운동속도이라는 거대한 조화의 법칙(케플러의 제3 법칙, a³/ P²= C)에 의해 움직이고 있지만, 소용돌이 팔에 들락거리거나, 별이나 성운과 서로 얽히며 발생하는 변수들은 새로운 상태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10억 년 전 보낸 미약한 하나의 신호만으로 그 발신지를 찾으려는 것은 바람과 파도에 의해 위치가 바뀌고 있는 10km 떨어진 모래사장에서 조금 전에 반짝였던 모래 한 알을 찾아내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 모래알이 유난히 반짝인다고 해도 10km의 거리를 걸어가는 동안 그 모래의 위치는 지속적으로 바뀔 것이고, 그 움직임이 반드시 법칙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기에 쉽게 찾아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들이 보는 우주에서의 우리는 모래사장의 모래보다 더 복잡하고 너무나 먼 거리에 있기에 낱개의 알갱이(항성)로 구분하기 조차 곤란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지난 반세기 동안 쏘아보낸 라디오나 TV전파 도달한 한계점인 50~60광년 이내의 수백개의 행성계 중에서 우리와 비슷한 발전을 이룬 문명의 과학자들이 과거에 우리가 보낸 신호를 받고 들떠 있을 지도 모르며, 그들이 곧 그 신호를 보낸 우주의 모래 알갱이를 발견하고는 이미 응답을 보냈을 수도 있습니다. 또는 더 먼 미지의 곳에서 우주를 향해 발사한 신호중 하나를 곧 받게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가까운 미래에 외계의 신호를 받았는데 그곳에는 수십억 광년 떨어진 소용돌이 은하나 성운 밖에 없기에 숨은 그림 찾기에 성공할 수 없다고 해도 실망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 당장 외계문명이 보낸 어떤 신호도 받지 못했다고 해서 외로워할 필요도 없습니다. 찾을 수 없다고 해도' 찾지 못한 것'이지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그 속에 우물을 숨겨놓았기 때문입니다. 밤하늘을 보면 어린 왕자의 맑은 웃음소리가 들리듯 지금도 우주 곳곳에는 수십억의 문명이 외치는 사랑의 메시지가 넘치고 있습니다.
-끝


-곧 행성을 직접 관찰할 수 있는 거대한 공학적 구조물이 우주에 띄워질 것이라는데 그렇게 되면 우리는 지구와 닮은 수많은 형제 행성들을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요?

:
free counters
BLOG main image
樂,茶,Karma by 외계인 마틴

카테고리

전체 분류 (386)
비과학 상식 (162)
블로그 단상 (90)
이런저런 글 (69)
미디어 잡담 (26)
茶와 카르마 (39)
이어쓰는 글 (0)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website stats



Total :
Today : Yester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