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3년 벨전화연구소의 기술자로 있던 미국의 잰스키(Jansky, Karl Guthe)가 전화통신과 벼락과의 관계를 연구하다가 은하수 방향에서부터 강력한 전파가 날아오고 있는 것을 발견한 이후, 우주전파를 연구하는 새로운 학문이 시작되었는데, 이것이 전파천문학(電波天文學, radio astronomy)입니다. 제 2차 세계대전이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전파망원경이 여러 나라에 건설됨에 따라 전파천문학은 급속도로 발전하였는데, 1950년대에 은하계 별들의 탄생재료인 성간물질로서의 중성수소원자(中性水素原子)가 내는 파장 21cm의 전파를 수신해서 그 21cm 복사선의 도플러효과(Doppler effect)를 측정함으로써 지금까지의 광학적 망원경으로는 검출할 수 없었던 은하계의 수소분포와 은하계의 구조를 해명해내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긴 전파를 이용하여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학자들이 활발하게 천체나 성간물질 등의 물리적 상태를 연구하고 있으며, 전파는 우주를 관측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한 외계로부터 발산되는 인공적인 신호를 수신하거나 우리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수단으로도 이용되고 있습니다. 즉 우리는 천파천문학으로 인하여 문명의 눈을 뜨고 현대 과학의 역사를 시작한 이래, 최초로 우주와의 통신 기술을 보유하게 된 것입니다.



이런 전파천문학의 눈부신 발전을 바탕으로 인류는 오랜 세월을 꿈꾸어왔던 외계와의 통신을 기대하며 끝없는 우주 저편을 향해 간절한 구애의 메시지를 보내기도하고, 저 멀리 지적 문명의 누군가가 보내는 신호를 수신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비록 아직까지는 아무런 성과가 없지만 한 세기도 되지 못하는 짧은 순간의 결과만을 놓고 외계지성의 존재여부를 결론짓기는 어렵기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성급하게 판단하기 보다는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며, 이 넓은 우주의 무한한 크기를 생각한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그 꿈을 이룰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은 전파는 빛과 같이 무한성을 지녔기에 10억 광년 너머에서 보내온 메시지도 받을 수 있겠지만, 한번 지나간 전파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즉 10억 년 전 그곳에서 정확히 지구를 겨냥한 신호를 1000년 동안 보냈다고 하여도, 우리가 전파망원경으로 그곳을 겨냥하는 순간이 1000년 신호의 마지막을 지난 부분이었거나, 그 신호의 끝부분이 도착할 무렵의 우리에게 전파를 수신할 능력이 없었다면, 그들의 흔적은 결코 우리에게 발견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우주를 향해 보냈던 그리고 앞으로 보낼 전파 신호 역시, 얼마나 지속적이며 효율적인 범위로 깊이 있게 집중해서 보내느냐에 따라서 외계의 누군가가 우리 신호를 수신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우주에 대한 관찰도 얼마나 효과적으로 범위를 잡고 지속적이고 다양한 채널을 개방해서 관측하느냐에 따라서 외계에서 보낸 인공적인 신호를 발견해 낼 가능성은 높아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10억 년 전에 보낸 외계의 신호를 우리가 수신했다고 해도 그 전파를 발신한 문명이 10억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건재해 있는지는 알 수 없으며, 행여 멸망을 피해 살아 있고, 끝없이 문명을 발전시켜왔다고 해도, 우리의 대답을 듣게 될 10억년 후까지도 그들이 존재할지는 여전히 의문이며, 우리가 자신들의 신호를 수신했음을 알 수도 없을 것입니다.

물론 10억 년 전 그들이 신호를 보낼 무렵의 지구는 지금으로부터 20억 년 전의 모습으로 어떤 인공적인 신호도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그들이 정밀한 관측 장비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은 머나먼 외계 은하의 소용돌이 팔에서 벗어나 홀로 빛나는 작은 태양의 깜빡임이나 움직임을 관측하고는 다수의 행성을 거느렸을 것이라 짐작하고, 그 중 하나 이상의 행성에서 생명 탄생의 가능성을 예측한 후에, 먼 미래에 탄생할 지도 모르는 문명을 향한 선물을 보냈을 수도 있습니다.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전파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문명과 모든 지식을 담은 백과사전을 한 시간 분량으로 압축해서 자신들이 존속하는 동안 지속적으로 보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1만년 동안 반복해서 보냈던 은하대백과 사전도 우리의 전파천문학이 태동하기 전인 19세기에 마지막 전파가 도착했다면 우리는 아슬아슬한 차이로 순식간에 문명의 수준을 뛰어넘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 것입니다.

어쨌든 이런 공간과 시간적인 제약 때문에 우리가 수신하거나 우리의 신호를 수신할 외계문명에 대한 선택은 우리 은하계 중에서도 수천광년 이내로 한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글의 드레이크 방정식에서 잠시 언급했듯, 하나의 문명의 발생했다고 해도 우주를 여행하거나 외계와 통신할 수준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며, 교신의 수준까지 발전했다고 하여도 그 문명이 자연적 재해나 자멸을 피해 존속 가능한 기간은 -우리의 경우만 보더라도- 백 년 이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어느 날 지구로부터 1백 광년 떨어진 한 행성의 문명은 그토록 기다리던 외계에서 발신한 -우리가 지금 보낸- 신호를 받고 기뻐했는데, 지구에는 그들의 답신을 수신할 어떤 문명도 존재하지 않을 확률이 대단히 높은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수년 이내에 외계 문명의 메시지를 수신했을 지라도 그 문명이 이미 사라진 후이거나 우리의 대답이 날아가는 중에 멸망해 버릴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상대적 거리가 멀수록 발신의 주체가 사라졌을 가능성은 높아질 것입니다.

이런 허무한 경우를 배제하고 모든 문명은 어떤 방식으로든 멸망을 피해 영구적으로 지속된다고 가정을 하고, 또 그들이 끈임 없이 외계의 지성을 향해 신호를 보낸다고 하면 우리는 훨씬 빠르게 바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지만, 그 만큼의 오랜 세월을 발전해 온 문명이 과연 우리 수준의 전파신호를 그대로 사용할 지는 의문입니다. 아직까지 우리는 콘택트의 이야기처럼 전파를 겹치고 중복시켜 깊이 있게 멀리까지 보낼 기술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에, 그들의 의미 있는 메시지가 담겨있는 수많은 전파를 이미 수신해 놓고도, 흔하고 일상적인 우주의 잡음으로 치부해 휴지통에 쑤셔 넣었는지도 모릅니다.

어찌되었든 우리가 지금까지 사용한 모든 전파는 -라디오와 TV신호를 포함해서- 이미 수십 광년을 넘어 머나먼 우주 저편으로 퍼지고 있을 것이고, 어쩌면 우리 은하의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초고도의 문명을 이룬 누군가가 이미 수신하여 재미있게 내용을 분석하고 있는 지도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시장판에서 속삭이는 소리나 태양 아래의 반딧불이처럼 우리의 신호는 강력한 우주의 여러 소음에 가려져 조용히 묻힌 채 그냥 사라져 버렸을 지도 모릅니다.


-숨은 지구 찾기 2편으로 이어집니다.

:
free counters
BLOG main image
樂,茶,Karma by 외계인 마틴

카테고리

전체 분류 (386)
비과학 상식 (162)
블로그 단상 (90)
이런저런 글 (69)
미디어 잡담 (26)
茶와 카르마 (39)
이어쓰는 글 (0)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website stats



Total :
Today : Yester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