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목(靈長目) 사람과(Hominidae)의 호모 사피엔스 종(Homo sapiens 種)에 속하는 영장류인 인류(人類)는 45억 년의 역사를 가진 지구가 수십만 ℃에서 지금에 가까운 온도로 내려간 후 탄생한 모든 생물의 마지막 진화군에 해당하는데, 인류와 가장 유사한 침팬지와는 불과 6백 만 년 전에 갈라졌지만, 침팬지의 특성이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게 없는 반면, 인류는 그것과는 확연히 다르게 독특하면서도 급격한 발전을 거쳐 지금의 문명을 이루고 있습니다. 인류는 지구 역사상 최초로 자력으로 외계까지 물질을 보내기도 했으며, 현재 지구 지표면의 30% 가까운 육지의 대부분에는 인류가 존재하는 흔적을 만들었으며, 그 어떤 생물보다도 지구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영향력이 반드시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며(거의가 부정적 영향일 듯), 40억년 동안 명멸해갔던 수억종의 생물군 중에서 살아남은 10%중 상당수가 우리 인류에 의해 멸종했거나 멸종의 길을 걷고 있기도 합니다. 지난 글에서 잠시 언급했듯 과거에 발생했던 대규모 생물멸종 사건은 다섯 번이 있었는데, 그 원인은 모두 자연적인 현상에 기인한 것이지만, 만약 여섯 번째 대멸종이 온다면 그것은 아마도 인류의 이기심에 의한 것이 될 것입니다. 지구가 살아있는 생명체라면 우리 인류를 피부에 기생하는 세균 또는 자신을 갉아먹는 악성종양으로 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요즘 같은 때에는 점차 사실처럼 느껴지고 있습니다.
영양분이 다 할때까지 끊임없이 분열하고 번식하는 세균처럼 우리 인류는 지구에 더 이상 자원이 남아있지 않을 그 순간이 스스로의 최후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듯, 미친듯이 개발하고 긁어쓰며 낭비하고 있습니다. 아마 특별한 제재가 없다면 우리는 불과 몇 세대가 지나기 전에 물을 비롯한 각종 자원의 고갈로 스스로 멸망하는 길을 걷게 될 것인데, 부족한 자원으로 파생된 여러 문제인 기근을 비롯한 전쟁 등으로 그 멸망으로 이르는 속도는 가속될 것입니다.
그러나 인류가 어느 날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 온난화나 자원고갈에 대한 심각성을 받아들이고, 인류애를 바탕으로 한 화합과 협력 속에서 노력한다면 그 시기는 훨씬 뒤로 미룰 수 있을 것이지만, 수십억년 동안의 진화과정에서 유전자의 깊숙한 바탕에 각인된 경쟁과 다툼이라는 인자를 제거하지 못하는 한, 결국은 개인과 개인, 지역과 지역, 국가와 국가간의 분쟁은 지속될 것이고, 그 결과는 참혹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먼 훗날까지도 멸망의 위기를 잘 극복하고 모든 생물처럼 우리도 지니고 있는 결투 인자를 훌륭하게 제거하거나, 발전과 성숙의 과정을 거쳐 한 단계 정신적으로 진화한 신인류로 이어진다면, 적어도 인류 스스로의 분쟁으로 인한 종말은 방지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류 최후의 순간이 온다면 그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을 것인데, 그중에서 '지구 온난화 등 임의적인 자연 환경의 변화'와 '전쟁 등 인류 자작극에 의해 파생된 변화'에 의한 것을 제외 한다면 어떤 경우가 있을까요? 서론이 길었지만 이번 포스트는 이와 관련해서 어느 정도는 과학적이지만 -어느날 갑자기 모든 우주가 사라졌는데 알고봤더니 우주는 위대한 신 비슈누가 꾸는 위대한 꿈에 불과했다는 허무한 인도 신화를 제외하고- 비과학적으로 접근하는 가정으로 이야기로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혜성 혹은 소행성과의 충돌에 의한 멸망.
혜성충돌은 여러 영화를 통해 가장 잘 알려진 이야기인데, 소행성은 2008년 7월 17일 기준으로 18만9407개에 공식적으로 숫자가 부여되어 있을 만큼 엄청난 숫자가 존재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발견된 소행성은 화성과 목성 궤도 사이의 소행성대에 존재하므로 그 위험성은 확률적으로 그리 높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달을 비롯한 여러 행성의 수많은 충돌 흔적에서 보이 듯, 확률이 낮을 뿐이지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태양계가 완성(태양과 행성들이 위치를 찾은 시기)된 초기에는 행성이 되지못하고 남아있는 셀 수 없이 많은 잔여 물질들이 빈번하게 서로 충돌하거나 행성에 합쳐졌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점 그 수는 줄어들고 나름대로 일정한 무리를 이루게 되어 지금은 행성과의 충돌 현상은 매우 드문 것이 되었습니다. 소행성이나 혜성들도 어느 정도의 고유 궤도를 유지하며 안정되어 있는 편이지만, 서로가 충돌하거나 은하 중심에 대한 태양의 궤도운동이나 중력의 영향을 받을 경우에는 급격한 궤도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고, 그 중 일부 소행성의 궤도 연장선이 지구의 고유 공전궤도와 시공간에서 일치하기도 합니다. 다행히 우리에게 이런 우주의 무법자들로부터 우리는 지켜주는 든든한 보안관인 목성이 있었기에 수많은 충돌의 시기를 잘 피해왔는지도 모릅니다.
지구에만 해도 지금까지 확인된 충돌 분화구(Impact Crater)의 수는 120여개에 달하며, 그 대다수는 지질학적으로 안정된 지역인 북아메리카나 유럽와 호주 등지에 분포되어 있습니다. 달의 표면의 충돌 분화구는 새로운 충돌 분화구에 묻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거의 사라지지 않지만, 지구의 충돌 분화구는 화산작용이나 풍화작용 등으로 흔적이 지워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그런 사라진 흔적이나 바다에 떨어져 찾을 수 없는 것까지 합친다면 지난 과거 동안 엄청난 숫자의 충돌이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지질학적 또는 생물학적으로 지구에는 생물군의 대멸종이나 심각한 기후 변화의 흔적이 발견되곤 하는데, 여러 흔적들 중에는 충돌이 원인이 되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경우도 20 여회에 이릅니다. 이런 충돌이 있었을 때마다 지구는 전지구적인 대규모의 파멸에 이르게 되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지름 10km의 우주 포탄에 의해 2억년간 번성했던 공룡들이 갑작스런 멸종했던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굳이 네르시스라는 가상의 천체로 인해 2천 6~8백만년을 주기로 혜성이나 소행성이 정기적으로 지구와 충돌한다는 가설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역사의 흔적들은 그 충돌이 얼마나 빈번하게 있었으며, 그 충돌이 앞으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여파가 어떠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만약 지름이 500Km정도 되는 소행성이 초속 40~60km의 속도로 지구와 충돌한다면 지구는 문명 뿐만 아니라 그 문명의 주체가 되었던 인류, 그리고 인류를 길러온 40억년 동안의 조상이 되는 모든 생물까지도 한 순간에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이 정도 규모의 충돌은 지구의 기후나 지각적인 부분에만 변화를 주는 것이 아니라 지표면을 비롯한 땅속 깊은 곳까지 녹여 액화상태로 만들어 놓을 것이기에 충돌 후 오랜 세월이 지나 온도가 내려가고 차가워진다 해도, 다시 생명을 탄생시킬 수 있을지 조차도 알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이 정도 규모가 아닐지라도 충돌 후에 대기와 물의 상당수를 읽을 정도가 되어도, 운좋게 생존한 인류가 다수라고 해도 공기와 물, 식량 등 자원의 심각한 고갈로 존속할 수 있는 기간은 매우 짧을 것입니다. 직경이 1~2km 정도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한다면 지구는 백만 메가톤의 TNT를 맞은 충격을 받게 되는데, 충돌 즉시 전 지구적이 아닌 국소적인 피해만 입을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며 거대한 빙하기를 유발하는 등 기후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 올 것입니다.
지난 1908년 시베리아 중앙부에 떨어졌던 운석은 그 크기가 겨우 지름 50m 정도였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당시 지구와 충돌시 15 메가톤급 핵폭탄의 한꺼번에 터지는 것과 맞먹는 충격으로 인근 지역의 나무 6000만 그루를 한번에 날려버렸습니다. 만약 그 규모가 수백m 정도만 된다고 해도 충돌과 그 여파에 의해 어떤 식으로든 지구는 심한 고난을 겪게 될 것이며, 인류의 생존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결국 혜성충돌에 의한 멸망은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그 규모에 따라 일부의 피해가 될 수도 있으며, 인류만의 멸종일 되기도 하며, 혹은 모든 생명체의 종말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우주의 부랑아로 인한 멸망을 피하는 유일한 길이라면 지구와 궤도가 교차하는 모든 소행성과 혜성(NEO, Near Earth Object)을 찾아내고, 그 구성이나 상태 등을 파악하고 늘 관찰하는 것입니만, 아직까지 우리가 밝혀낸 것은 NEO의 10%도 안되는 소수에 불과하며, 새로운 발견이나 관측도 국가적, 지구적 차원이 아닌 소수의 단체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충돌의 역사를 바탕으로 계산한다면 앞으로 한 세기 이내에 지구가 NEO와 충돌할 확률은 수 천 분의 1도 되지 않지만, 우주 자체가 확률로 따질 수 없는 비현실적인 가능성에서 출발한 것이므로 10년 후에 혜성처럼 나타난 NEO와 충돌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NEO를 꾸준히 찾아내고 인내를 가지고 관찰한다면 우리는 위험의 순간을 적어도 몇 달 전에는 예측할 수 있을 테지만, 그 발견이 문제의 해결로 이어진다는 보장을 없습니다. 충돌 궤도에 있는 소행성이나 혜성을 미리 발견했고, 다행히 그 규모가 상당히 작은 편이라면 핵무기나 기타의 위력적인 무기를 이용해서 우주 저 멀리에서 충돌시켜 쪼개거나 강제로 궤도를 아탈 시킬 수도 있지만, 그 대상의 규모가 어느 정도의 범위만 넘어 선다면 우리는 그저 방관할 수 밖에 없을 지도 모릅니다.
지난 2004년에 21개의 크고 작은 얼음과 암석으로 구성된 혜성 슈메이커-레비9이 초속 60㎞의 속도로 목성을 향해 돌진해 충돌했는데, 그 충돌 흔적은 지구보다 더 컸고, 과학자들은 이때의 폭발 위력이 수소폭탄 10만개가 동시 폭발한 것과 같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즉 이러한 무시무시한 위력을 지닌 우주의 폭탄을 우리가 어떤 수단을 사용해 저지시키거나 파괴시킨다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설혹 그런 능력이 있다고 해도 또 다른 문제에 부딪치게 되는데, 바로 비용문제입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우주 생성의 비밀과 생명의 기원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위해 추진했던 혜성충돌계획(彗星衝突計劃 Deep Impact)은 2005년 인공위성을 템펠 1호 혜성으로 보내서 세탁기 크기의 구조물을 혜성에 충돌시키는 실험이었는데 거기에는 6년간 수억달러의 비용이 소모되었습니다. 만약 단순한 충돌 실험이 아니고 혜성을 파괴하기 위한 목적의 실험이었다면 수십배 이상의 비용이 들었을 것입니다. 물론 지구의 운명이 걸려있다면 비용이 문제가 될 수 없겠지만, 적어도 그 준비는 수십년에 이루어져야 하는데 과연 인류가 언제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부담하려고 할 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혜성 충돌은 그 가능성이 아주 미미하지만, 일단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인류의 존속 뿐만 아니라 지구 자체의 생존까지 위협하는 아주 위험한 결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그저 테이아(Theia)의 이야기처럼 새로운 달이 탄생하는 수준이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
-인류 최후의 순간은 어떻게 시작될까?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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