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후의 순간은 어떻게 시작될까? 2편에서 이어집니다.
우주의 질서와 종족(種族)의 수명(壽命)
46억 년 전, 지구가 탄생하고 6억 년이 지나며 최초의 생명체가 탄생했지만, 그 마지막에 선 인류의 조상이 탄생한 것은 다시 40억년이 흐른 후이므로 길게 잡아도 지금으로부터 2백만년 전이며, 더 길게 잡아 인류가 가장 유사한 침팬지와 갈라졌던 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해도 인류의 역사는 겨우 6백만년에 불과합니다. 40 억 년 전 지구에 처음 생물 비슷한 것이 출현했지만, 진정한 생물이라 할 수 있는 진핵생물이 나타났던 것은 21억년 전이며, 이때를 기준잡으면 인류와의 최초 생물과의 틈새에는 어마어마한 생물의 종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많은 생물 종들의 대부분은 현재까지 이어오지 못하고 멸종을 맞이 했는데, 멸종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그 시기에 존재하던 생물의 95% 가량을 전멸 시켰던 반복적인 빙하기(glacial-age)를 들 수 있을 것입니다.
멸종이란 것은 당시의 지배적인 종족이든 아니든 하나의 종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말하는데, 반드시 그것이 부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한때 가장 번성했던 공룡이 사라지므로 우리의 먼 조상이랄 수 있는 포유류를 비롯해 비교적 덩치가 작고 약한 새로운 종족(種族)이 새로이 번성하며 번영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시대를 풍미했던 1억 종(種)의 역사가 마감하면 그 역사는 동일하게 반복되지 않고, 환경에 적응하고 순응한 발달된 종족이 나타나는데, 이것이 어쩌면 대규모 멸종의 순기능일 수도 있으며, 한편으로는 우주의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지구의 과거를 돌아보면 거의 2,620만년을 주기로 반복적인 멸절 사태가 되풀이 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가상 천체인 네메시스(Nemesis)를 비롯해서 우주의 계절변화, 감마선 폭발(Gamma-ray burst) 등 여러가지 가설이 존재하지만, 어쩌면 그러한 우주의 조화는 자연현상이거나, 그 현상을 빌어 주기적인 멸종을 유도하는 초자연적인 존재가 있을 수도 있으며, 그 존재가 우주의 질서(cosmos) 그 자체고 의지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주는 무에서 탄생해 무질서와 질서 사이에서 그 무게가 한쪽으로 기울이는 듯 보이지만, 겨우 백년 동안의 관찰 결과 만으로 우주의 엔트로피(entropy)라는 거대한 값을 확정지을 수 없으며, 137억년 동안 우주가 지향해 왔던 의지를 밝혀내는 것도 불가능 합니다.
지구에 생명이 탄생한 것이 우연인지 필연인지를 떠나서 분명한 한 가지 사실은 지구는 우리를 보호할 의지를 지니고 있지 않으며, 모든 우주는 원래부터 생명체가 살아가기 위한 환경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즉 우주의 주체는 에너지와 정보인 것이지 생명체가 목적이 아닌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지구의 나이의 90% 만큼 생물이 존재해 왔지만 정작 지구 전체에서 생물이 살아갈 수 있는 곳은 지표 근처에 지나지 않으며, 그 중에서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은 지표의 육지 뿐이며, 육지 면적에서도 겨우 12%에 불과합니다. 즉 우주는 생명체에게 결코 관대하지 않으며 생명체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우주에 생명체가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출현한 것일 뿐입니다.
우주가 계획된 것이라면 생명체의 출현 역시 우연의 산물이 아닐 것이고, 생명체의 발생도 분명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만약 생명체의 발생 목적을 알 수 있다면 우리는 생명체의 수명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생명체가 지닌 생명체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역할을 밝혀 낸다면 그 역할이 수행 기간을 알 수 있을 것이고, 그 역할의 종료 시점이 생명체의 종료 시점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거대한 우주에서 생명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과연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우리 인류가 별을 파괴하고 태양을 새로 만들 정도까지 문명이 발달한다고 해도, 우리 은하에 있는 천억개의 항성(fixed star)과 천만개의 블랙홀(black hole)이라는 톱니바퀴의 움직임 앞에서 인류의 활동이란 것은 당랑거철(螳螂拒轍)에 불과한 것이며, 나아가 그런 은하 천억개가 맞물려 돌아가는 우주 앞에서는 너무나 미미하고 허무한 존재입니다.
현재 우리는 지구에 태어나 40억년 동안 그 어떤 시대에서도 누리지 못했던 놀라운 번영의 순간을 누려왔는데, 우리의 역할이란 그저 이어질 다음 단계를 위한 하나의 과정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으며, 과거 번영했던 종족들이 대규모의 멸종을 맞이한 20여회의 역사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구에 살았던 고등 생물 종(種)의 수명은 평균적으로 4백 만년에 불과 했었는데 우리 인류는 이미 그 평균치를 넘어선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물론 종의 수명에 대한 이야기는 사라진 가설에 불과합니다. 종족 수명설은 생물에게 수명이 있듯이 종(種)에도 정해진 수명이 있어 종족의 수명이 다하면 멸종하게 된다는 가설인데, 한때 이것을 공룡이나 암모나이트 등의 화석을 간접증거로 하여 종(種)이 수명에 따라 점차 노화(역진화)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었지만, 그러한 변화가 환경에 대한 자연스런 진화임이 밝혀지며 폐기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종의 수명을 허구와 공상으로만 치부하지 않고 조금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면 우주가 어떤 의지를 표출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위에서 잠시 언급했듯 주기적 멸종에는 종족 수명설 이외에도 여러가지 가설이 있는데, 이런 가설 중에서 판구조론(plate tectonics)에 근거해 지구 내부의 열이 온돌효과를 일으켜 일시의 열폭발로 이어져 대멸종이 발생했다는 가설을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가설은 그 원인을 지구 외적인 요소에서 찾고 있습니다. 그 몇가지 이야기 중 일부를 살펴보겠습니다.
네메시스(Nemesis)설은 우주에는 2개 이상의 항성으로 이루어진 연성을 가진 행성계가 많으므로 우리 태양계에도 또 하나의 태양이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보통 연성의 경우 주성인 태양말고 다른 태양인 반성은 극단적으로 어두운 경우가 많기에 우리 태양계에도 발견되지 않은 반성이 있을 것이라는 가설인데, SF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유고작인 네메시스를 통해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아무튼 이 반성이 주성을 한바퀴 도는 주기가 2,600만년이며, 반성이 특정한 위치에 이를 때 마다 혜성이 소나기처럼 쏟아져 지구를 초토화 시킨다고 합니다.
네메시스(Νέμεσις)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율법(律法)의 여신으로 절도(節度)와 복수를 관장하고 인간에게 행복과 불행을 분배한다고 하는데, 바로 이 네메시스 여신에 의해 해양 동물 종의 96%가 멸종되었던 P/T 경계 멸종 사건이나 공룡을 사라지게 했던 K/T 경계 멸종사건 일어났다고 하니, 어쩌면 그것은 신화속 이야기처럼 절도(節度, 일이나 행동 따위를 정도에 알맞게 하는 규칙적인 한도)를 벗어난 생물에 대한 우주 질서의 화신이 내린 복수일지도 모르겠군요.
네메시스 여신이 돌아오는 때가 언제인지 모르지만 그 때가 되면 지구는 또 다시 복수의 대상이 되어 화려한 유성비를 맞을 것인데, 이 이야기의 1편에서 밝힌 것같은 대참사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대멸종이라 불리는 다섯 번의 멸종 사건
- 1차: 4억 4천3백만 년 전- 고생대 오르도비스기/고생대 실루리아기 경계
- 2차: 3억 7천만 년 전- 고생대 데본기/고생대 석탄기 경계
- 3차: 2억 4천5백만 년 전- 고생대 페름기/중생대 트라이아스기 경계
- 4차: 2억 1천5백만 년 전- 중생대 트라이아스기/중생대 쥐라기 경계
- 5차: 6천6백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신생대 제3기 경계
- 1차: 4억 4천3백만 년 전- 고생대 오르도비스기/고생대 실루리아기 경계
- 2차: 3억 7천만 년 전- 고생대 데본기/고생대 석탄기 경계
- 3차: 2억 4천5백만 년 전- 고생대 페름기/중생대 트라이아스기 경계
- 4차: 2억 1천5백만 년 전- 중생대 트라이아스기/중생대 쥐라기 경계
- 5차: 6천6백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신생대 제3기 경계
빙하시대(ice age)에 의한 멸종은 여러 증거로 확인되고 있는데 빙하시대 자체가 원인이 되어 일어난 사건이지만, 그 빙하시대를 유발한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 다시 여러가지 가설로 이어집니다. 빙하시대에는 매우 추웠던 시기인 빙하기(glacial age)와 상대적으로 덜 추웠던 간빙기(interglacial age)가 있는데, 추위의 정도에 따라 멸종한 종의 수가 확연히 차이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습니다.빙하시대에 대한 정보는 27억년 전의 지질학적 기록도 남아있으며, 역사상 가장 극심하게 추웠던 빙하기는 약 8억 년~6억 년 사이에 결빙과 해빙의 과정이 되풀이 되었던 시기로 심할 때는 적도지방까지 빙하가 내려올 정도로 지구의 전 지표가 얼거나 눈으로 덮혔다고 합니다. 이 가설을 스노우볼 지구 이론(snowball Earth theory)이라고 합니다.
스노우볼 지구 이론에 의하자면 당시의 지표 기온은 영하 50℃까지 내려갈 정도로 기후가 극도로 한랭화 되었기에 바다조차 100m 두께의 얼음으로 뒤덮여 있었을 것이라고 합니다. 스노우볼 지구 이론을 단순한 가설로만 볼 수 없는 것은 7억년 전의 캄브리아기 말의 빙하퇴적물이 지구 전역에서 발견되고 있다는 점과 이 빙하퇴적물들이 고지자기학상의 데이터로 보아 모두 적도 지역에 있었던 것으로 생각되는 등의 지질학적인 사실들이 이 가설을 강력히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노우볼 지구는 1960년대에 과학자들이 극지의 얼음층이 어떤 크기 이상으로 커지면 지구 전체가 한냉화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냄으로써 처음 제기되었는데, 영화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에서 비슷한 아이디어를 차용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스노우볼 지구같은 강력한 빙하기가 아닐지라도 지구는 주기적으로 빙하시대를 맞이하고 있는데 그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설들이 있습니다. 탄소순환과 화산 등의 지구 자체 활동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도 있는데, 그에 따르자면 지금의 지구 온난화도 일부의 원인을 제외하자면 자연스런 지구의 주기적 활동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 대륙이 이동하면서 분포하는 양상의 차이와 이로 인해 대륙을 뒤덮는 빙하의 생성가능성도 제시되고 있으며, 밀란코비치 주기(MilinkoritchCycle)로 알려진 세차운동, 자전축의 기울어짐, 그리고 이심율 등에 의해 지구 자전축의 주기적인 변화에서 그 원인을 찾기도 하며, 태양에너지의 주기적 변화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또 일부에서는 혜성이나 소행성의 -주기적- 충돌의 여파로 발생한 먼지와 촉발된 화산활동 등에서 원인을 찾기도 합니다.
어찌되었든 빙하시대는 최근 수백만년 동안에는 4만년을 주기로 빙기와 간빙기가 교대하고 있으며 근래에는 10만년 단위로 빙하가 확장하고 후퇴하면서 오늘날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빙하기는 약 만 년 전에 끝났으므로, 인류가 걱정할 것은 빙하기가 아니라 다음 빙하기가 오기 전에 있을 더운 시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점차 더워지는 이 시기에 어떤 원인(혜성충돌, 핵무기, 지각변동 등)에 의해 지각변동이나 대규모의 화산폭발이 이어진다면 화산 가스가 단기간에 대기 중에 축적될 것이고,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지금의 350배까지 높아질 것입니다. 또한 무지막지한 온실효과(green house effect) 에 의해 지구의 모든 얼음은 녹고 엄청나게 생산되는 수중기는 온난화를 가속하며 지표의 평균 온도는 50℃가 훨씬 넘을 정도로 뜨겁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인위적으로 만든 배기가스 등은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 가속에 작지만 나름대로 도움을 줄 것인데, 나비의 날개짓 같은 그 미세한 도움의 결과로 지구는 태양계에서 온난화의 표본인 금성의 표면 온도인 400℃의 기록을 깰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금성은 초고대에 고도로 발달한 문명이 있었지만 현재의 우리처럼 자만한 결과, 두꺼운 이산화탄소 층의 대기를 만들며 영원한 종말을 맞이 했지 않을까요?
감마선 버스트(Gamma-ray burst) 즉 감마선 폭발, 감마선 폭풍에 의한 종말의 가능성도 있습니다. 감마선(Gamma-ray)은 가시광선이나 적외선, x-선과 마찬가지로 전자기파이며 보통 0.07 ~ 0.1㎚ 대역의 파장을 말하지만 아직까지 파장의 경계는 분명하지 않아 약 0.01㎚ 이하로 알려져 있습니다. 감마선은 x-선에 견주어 에너지가 크고 파장이 훨씬 짧으며, 일반적으로 베타입자와 알파입자를 동반하여 방출됩니다. 감마(γ)선의 가장 큰 특징은 x-선보다 훨씬 강한 투과력을 가진다는 점이지만 이온화작용·사진작용·형광작용은 x-선보다 훨씬 약합니다.
감마선 버스트(Gamma-ray burst)란 큰 항성 등이 폭발할 때 엄청난 감마선을 방출하게 되는 현상을 말하며 그 방출시간은 매우 짧은 편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순간에 방출되는 엄청난 에너지 양에 있는데, 감마선 버스트가 일어나는데 필요한 에너지는 태양이 100억 년 동안 사용할 에너지의 양과 비슷하며, 이 양은 초신성 폭발보다도 클 정도입니다. 그리고 감마선 버스트가 발생할 때의 밝기는 하나의 은하와 맞먹을 정도가 되는 경우도 있기에 여러 면에서 은하나 주변 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감마선 버스트의 발생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진게 없으나 두개의 중성자별이 서로 충돌해서 하나로 될 때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추측을 하기도 하며, 호킹이 양자론을 블랙홀에 적용시켜 얻은 이론을 근거해서 블랙홀이 수명을 다하는 마지막 과정의 증발시 감마선 버스트가 일어난다고 추측하기도 합니다.
일반 상대성 이론에 따르자면 블랙홀(black hole)은 중력장이 너무나 커서 사건의 지평선(블랙홀의 표면)을 지나면 어느 것도 빠져나올 수 없게 되는 공간의 영역을 말하는데, 블랙홀을 텅빈 공간이며, 그 중심에 특이점이 있고, 외부 경계에는 사건의 지평선이 있다고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양자 역학이 고려되면 이러한 묘사는 바뀌게 되는데, 스티븐 호킹 등 현대 이론물리학자들의 견해에 따르면 사건의 지평선 표면에서도 에너지가 외부로 복사(Radiation)될 수 있는데, 이 현상을 호킹 복사라고 합니다.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이란 글자 그대로 특정 구역을 넘어 서면 다시는 되돌아 올 수 없는 지점으로 물질로 이루어진 경계가 아닌 가상의 구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잠시 블랙혹의 생성과 소멸과정(이론)을 살펴보면 처음 블랙홀은 주위의 빛이나 물질을 흡수하며 커지는 한편, 빛이나 물질 사이에서는 입자て반입자 쌍이 생겼다가 소멸하기를 반복합니다. 그 다음 입자 て반입자쌍 중 음의 에너지를 가지는 것을 빨아들이면, 블랙홀은 질량을 상실하여, 지평면이 작아지고 많은 종류의 입자 て반입자가 밖으로 나가 질량이 증발하게 됩니다. 블랙홀은 가속적으로 그 질량 에너지를 잃고 소멸하는 마지막에는 엄청난 폭발의 상태를 보이는데, 그것은 최후의 순간이 1초라는 짧은 시간 동안에 이루어지며 그 순간 질량의 모든 것이 에너지로 변환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1조℃에 이르는 폭발은 고에너지의 감마선을 방출하게 됩니다. 블랙혹이 끝없이 주변의 물체를 빨아들이기만 한다면 언젠가 우주는 블랙홀만 남게 될 것이고 마침내는 하나의 블랙홀로 합쳐질 것이지만, 어마 어마한 수명을 지닌 블랙홀도 이렇게 소멸되는 것이기에 우주는 여전히 밝고 찬란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우리 은하에만도 천년 마다 새로운 블랙홀이 만들어져 현재 천만개의 블랙홀이 있다고 하는데, 어쩌면 우리의 아주 가까운 곳에 미니 블랙홀이 있었고 그것이 폭발하며 쏟아낸 감마선 폭풍으로 한번 정도는 지구의 대멸종이 일어났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블랙홀의 소멸 과정이나 감마선 버스트의 발생에 대한 증거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런 우주적 사건이 발생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우주는 본래부터 위험한 곳입니다.
우주의 섭리니 질서니 말하지만 그 질서(cosmos)는 생명체를 중심으로 짜여진 질서가 아닙니다. 팽창과 수축이나 엔트로피의 증가나 감소, 빅뱅의 반복이나 중복된 우주, 그 어느 우주의 질서도 생명체를 위해 계획되지 않았으며, 소행성 하나가 궤도를 그리다 이탈하는 것이 흔한 일이 듯, 우리 생명체는 수많은 우주 현상 중 흔히 일어나는 현상에 불과한 것입니다. 우리 스스로에게 있어 지구의 대멸종 사건은 우주적인 거대한 사건이지만 우주의 무한성에 비춰보자면 1초마다 일어나는 1조 가지 사건중 하나일 뿐이며, 굳이 기억해야할 만한 사건도 아닌 너무나 평범한 현상입니다.
아무리 멋지고 뛰어난 유행도 그 시대에 따르는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합니다. 우주의 질서도 유행을 추구하는데 한때는 에너지가 지배적이었고 지금은 질량이 지배적이며, 그 세세한 지역과 시대마다 각각의 추구하는 유행은 다를 것입니다. 우주의 조그마한 구석에 있는 변방 은하의 유행일지라도, 유행은 있으며 그 유행의 수명이 매우 짧아, 한때는 생명체의 창조가 유행했고 한때는 그 생명체의 활동성을 강조하기도 했는데, 아무리 우수한 종족이라고 해도 유행하는 기간은 천만년도 되지 못합니다. 유행이 지난 옷이 폐기되거나 뛰어난 수선사의 손을 거쳐 새롭게 고쳐지듯, 하나의 종, 한 시대를 풍미한 종족도 유행이 지나면 자연스런 우주 감각에 따라 새로운 신 종족으로 수선되거나 폐기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수선은 주변의 흔한 현상인 우주의 물리작용을 도구로 빌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요?
비록 짧지만 인류가 문명을 이룬 이후에 최후의 날을 예언한 사람은 많았으나 아직까지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수십만년 전 고대의 일부 유물들이나 흔적은 당시에도 우리와 같거나 더 우수한 문명이 있었고, 그들이 핵무기와 같은 강력한 위력을 가진 무엇에 의해 재난을 겪고 완전히 소멸되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우리는 교만과 자만심으로 그들의 길을 다시 걷고 있습니다. 그 결과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우주를 돌아보고 질서를 깨달아야 하며, 무엇보다도 우리 스스로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우주가 어떤 도구를 이용해 유행이 지난 우리를 폐기할지 혹은 수선할지 모르지만, 다행히 30만년 전 호모사피엔스로 나뉜 것을 새로운 한 종의 출발로 본다면 우리 인류의 수명은 아직도 370만 년이 남은 셈입니다. 축배를 들어야 할까요?
- 시리즈 다음 편은 창작 단편으로 이어갈 계획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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