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진화(evolution)에 대해 잘못 이해하는 일반적인 상식 중 하나는 '진화는 발전'일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그래서 진화했다는 말의 뜻을 생물이 이전보다 나아졌다거나, 우수한 기능이 추가되거나 불편한 기능이 개선되고, 불필요한 요소가 삭제되고, 더 복잡해지거나 간결해지는 것만을 진화라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화는 나아졌다는 뜻이 아니라 생물의 발전 과정 그 자체를 뜻하는 것으로, 분류상으로는 복잡하고 간단한 것을 구분하지만 복잡한 것이 단순한 것보다 나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며, 다른 생명보다 우월한 생명이라는 개념은 별 의미가 없기에 인류와 대장균을 같은 수준의 진화적 산물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즉 계통도에서 상위와 하위는 존재하지 않으므로 인류가 대장균보다 발전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는 것입니다.

진화(evolution)는 생명의 변화를 뜻하는 것으로 과거와 현재의 생명체가 어떻게 다른가를 설명하고 왜 달라졌는가를 설명하는 학문의 분야가 진화론(evolution theory)이며, 진화의 주체를 이해하고 그 주체와 주체가 진화를 위해 선택하고 차용한 도구, 즉 가상의 힘을 알아보고, 나아가 진화를 일으킨 원인과 결과와 목적을 추론해 보려는 것이 바로 외계인 마틴식의 비과학적인 접근 방법이자 오늘의 주제인 것입니다.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고, 반드시 결과 이전에는 과정이라는 것이 있게 되는데, 우리 인류의 진화는 결과가 아니라 목표한 결과를 얻기 위한 하나의 실험적 과정에 불과하며, 인류는 완성된 작품이 아니라 습작이나 테스트 타입의 일부로 필연적으로 폐기의 과정을 거치게 될지도 모른다는 가정을 해 볼 수도 있습니다.



지구의 탄생 시기는 태양계와 비슷한 약 46억 년 전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진화에 대한 '최초의 의문'은 당연히 어떻게 분자들이 합성되었고, 어떤 과정을 거쳐 분자에서 원시 생명체가 형성되었는가 하는
최초의 생물에 대한 질문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 생명체가 형성된 다음을 설명하려 해도 간단한 원시생명체에서 복잡한 세포생명체가 형성되는 과정이나 단세포 생물에서 다세포 생물이 생겨나는 과정 등, 어려운 사건들과 다시 만나게 됩니다. 물론 처음부터 지구에는 복잡한 상태의 다세포 생물이 나타났다거나 혹은 외계에서 유입되었다는 명확한 증거가 나온다면 적어도 우주로 범위를 확대하지 않는 이상은 진화론의 근본적인 숙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되겠지만, 후세에 발생한 10억 번의 진화보다 최초에 있었던 무생물이 인지력을 가진 생물이 되었던 그 사건이 진화사상 가장 거대하고 놀라운 이변이므로, 쉽게 이 문제의 책임을 외계로 떠넘길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최초의 생물'은 우주에서 최초가 아닌 지구에서 최초의 사건이며, 아무리 그 확률이 낮다고 할지라도 끝없이 넓고, 매순간마다 무수한 사건들이 셀 수없이 많이 일어나는 무한시간 속의 우주에서는 모든 가능성이 사실이 되는 경우가 한번 이상은 일어나게 되므로, '우주 최초의 생물'이 나타난 사건 이후로 우주에는 백억의 백억의 백억 배가 넘는 수의 행성 최초의 생물들이 태어났을 것입니다. 무생물에서 생물이 되는 과정이 백억 가지가 넘었던 만큼 나타난 생물의 형태와 생명의 존속 방식, 번식이나 진화의 방식 또한 환경의 영향으로 백억의 백억 가지가 넘을 것이므로 우리는 우주의 모든 생물의 종을 센다거나 생명마다 지닌 고유의 메커니즘을 밝히려는 어리석음을 범하기 보다는 지구의 생물은 이미 태어났으므로 그 이후의 진화, 그것도 지구만을 한정해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편이 옳다(善)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프랑스의 리마르크(Chevalier de Lamarck Jean-Baptiste-Pierre Antoine de Monet)는 무기물에서 자연발생한 미소한 원시적 생물이 그 구조에 따라 저절로 발달하여 복잡하게 된다는 전진적 발달설과 습성에 의해 획득된 형질이 유전함으로써 발달한다는 설을 함께 설명하였는데, 진화의 원동력은 내부감각(internal sensation)으로 생기는 욕구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1936년 러시아의 생화학자인 오파린(Aleksandr Ivanovich Oparin)은 천문학·지구화학·유기화학·생화학의 성과를 정리하고 상세히 검토하여 과거의 한 시기에 지구상에서 형성된 탄화수소가 질소, 산소와 반응하여 먼저 간단한 유기화합물을 만들고, 그것이 여러 변화를 거쳐 원시생물이 되었다는 가설을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어떤 과정을 거쳐 최초의 생명체가 발생했든, 현재의 지질학적 증거만으로는 지구에 최초의 생명체가 발생한 시기에 대해서는 정확히 말할 수 없으므로, 45~35억년 사이라는 10억년의 다소 넓은 범위에서 생명체가 탄생했을 것이라고 추정할 뿐입니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최초의 생명체가 탄생한 사건은 한 번이지만, 이후에도 생명체라는 개체가 탄생한 사건은 여러 번 있었을 것입니다. 즉 최초의 생명체가 실패 없이 여러 세대를 성공적으로 이어가서 단박에 모든 종의 기원이 되었을 가능성은 희박하기에, 생명체들을 여러 번에 걸쳐 재 발생했을 것이고, 마침내 그 생명체들 중에서 자신을 복제하여 세대를 이으며 최초의 생물종으로 발전한 사건이 일어났을 것인데, 그것은 최초의 생명체가 발생한 사건보다 더 희귀하고 어려운 사건이라 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진화는, 무기물에서 감각을 가진 존재로 탈바꿈하는 -거의 창조에 버금가는- '최초의 진화'와 감각을 수용하기 위한 '변화의 진화'라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최초의 진화 이후에 생물은 개체의 수를 늘리며 큰 번성을 누렸으나, 아직 욕구가 적고 감각이 부족하여 수십억 년 동안 정체된 상태를 지속하며, 그 동안 새로운 생물이 자연발생하고 그 중에서 성공적으로 생물의 새로운 한 종이 된 경우도 종종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구가 캄브리아기의 대폭발(Cambrian explosion)이라는 일대의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30억년 이상을 큰 변화 없이 지루하게 지냈던 것은 분명합니다. 돌연변이율(mutation rate)은 한 세대에서 돌연변이(mutation)가 일어나는 빈도를 확률로 나타낸 것으로, 돌연변이는 보통의 유전자에서 대체적으로 10만분의 1에서 100만분의 1 정도의 빈도로 일어나고, 이변유전자(易變遺傳子)에서는 100분의 1이라는 높은 빈도로 일어나며, 방사선과 같은 특수한 환경 아래서는 조사전선량과 정비례하여 급격하게 증가하게 됩니다. 척박하고 거친 우주에 고스란히 노출된 지구와 태양계의 환경을 고려해 본다면 이러한 30~40억년에 걸친 유전적 진화의 정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 40억년 동안 없었던 변수가 갑자기 5억 4천만 년 전에 작용하여 생물들에게 변화를 초래했다고 하기 보다는 그 동안 누적되어있던 욕구들이 어떤 사건을 계기로 분출되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40억년 사이에도 그 계기를 만들고 욕구를 충족시켜줄 만큼 강력한 사건들이 지구에는 여러 차례 있었을 것이므로, 캄브리아기의 대폭발이 최초의 사건이 아닐 가능성도 있으며, 언젠가 그 지질학적인 증거가 엉뚱한 곳에서 발견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최초의 생물이 발생한 후부터 현재까지의 기간으로 치자면 매우 짧은 시간인 5억년 동안 지구는 눈부신 진화를 이룩해 내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 가장 백미라 할 수 있는 진화는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고 일컫는 인류라는 종족의 탄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생물은 이전의 다양한 공통의 조상들을 거쳐 진화하면서, 다양한 외부 환경적 요인과 내부감각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욕구에 의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DNA 염기서열이 종래의 것과는 다른 변화를 하게 되면서 현재와 같이 다양한 종을 이루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요인들의 발발과 맞물려 더 잘 적응한 생물은 상대적으로 적은 횟수의 변이만으로도 종을 유지할 수 있었으나,  일부의 종같이 상대적으로 불안하고 모자란 상태의 생물은 더 잦은 변이를 하지 못하면 멸종할 수밖에 없었으므로, 빠른 유전자돌연변이(gene mutation)만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되었을 것입니다. 결국 아이러니하게도 초기에 성공적이지 못했던 변이가 현재의 인류처럼 더 우수한 종족을 탄생시킨 진화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진화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일어나는 현상인데 진화에서의 '시간' 개념은 우리가 이해하기에는 적절하지 못한 단위라 할 수 있습니다. 한 세대가 수십 년에 지나지 않는 우리가 살아있는 생물을 상대로 진화를 탐구한다는 것은 30cm 잣대로 우주의 크기를 재려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리석은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인류가 가진 본성이자 발전의 원동력인 호기심은 어떤 방법을 통해서라도 미지에 대한 해답의 일부라도 엿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6백 5십만 년 전의 침팬지가 지금도 그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특별하지 않듯이, 진화에서 10만 년은 일반적으로 대단히 빠른 시간단위입니다. 그러나 인류는 이 대단히 짧은 시기 동안에도 대단히 큰 진화를 계속해서 성공하며 이전 세대 종이 지녔던 단점을 지속적으로 보완하며 대단히 빠르게 진화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구인(舊人)에 속하는 네안데르탈인(Neanderthal man)의 특징을 가진 최초의 네안데르탈인이 유럽에 나타난 것이 35만 년 전인데, 완전한 네안데르탈인이 출현한 것은 13만 년 전이며, 5만년에서 3만 년 전 쯤까지 그들은 아시아와 유럽에서 살았습니다. 생물학이나 고인류학에서 사람속(Homo Genus) 가운데 현생인류(現生人類)와 같은 종(種)으로 분류하는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는 15만~25만 년 전에 처음 나타나 4만~5만 년 전부터 지구상에 널리 분포되어 후기 구석기문화발달 시키며 번성했는데, 현생인류인 우리는 호모사피엔스의 아종(亞種)인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Homo sapiens sapiens)로 분류됩니다. 그 훨씬 오래전인 수백만 년을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한 시기에 두개 이상의 비슷한 종이 나름대로 번성하며 서로 섞여 살기도 했다는 것을 충분히 추측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10만년도 안 되는 대단히 빠른 진화의 시간 단위 만에 인류는 놀랍고도 성공적인 진화를 이룩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이전으로 계속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인간과 대형원숭이의 공동 조상을 찾을 수 없어, 인간의 영장류 진화 증거인 잃어버린 고리(missing link)라는 것에 부딪치게 됩니다. 몇 년 전에 발견되었던 피에로라피테쿠스 카탈라우니쿠스(Pierolapithecus catalaunicus)의 경우도 어떠한 진화 계통도에 깔끔하게 적용되지 않는 특징들을 가지고 있어, 진화과정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며 수렴진화(convergent evolution)라는 말을 사용해야만 했습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고 새로운 유물들이 발굴된다면 그 미싱링크를 메워줄 증거가 나올지도 모르지만,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서 진화의 고리를 해석해 볼 수도 있습니다. 40억년전 최초에 성공적으로 종을 이룬 생물이 있었고, 그 후에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발생하고 번성한 생물들이 있었다고 가정한다면, 모든 생물은 하나의 조상에서 출발하지 않았으며, 비록 유사하지만 서로 다른 고유한 특성을 지닌 상태의 여러 생물들이 공존했다는 가정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 생물들-현재 생물들의 조상이 되는 생물들-은 수종에서 수십 종 이상이 될 수도 있으며, 서로 이종교배나 접근을 통해 유전적인 정보를 교환했다면, 비록 유사한 환경에서 발생해서 유사한 과정을 거치며 진화하게 되었다고 해도, 생물마다 약간의 차이점을 지닌 후손들을 생산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근본이 다른 색을 띄고 있는 진흙이라면 같은 틀에서 인형을 찍어낸다고 해도 외형은 같아도 색이 다르듯, 조상 생물들이 서로의 정보를 교환하고 모방을 통해 유사한 방식의 진화를 거듭하였기에 발전시킨 시스템이 비슷하다고 해도, 그것은 근본적인 차이점을 지니고 있을 것입니다. 즉, 두 계통의 다른 조상을 둔 생물끼리 유전정보 교환을 통해 동일한 진화를 지속했을지라도 먼 후세에서는 근본의 미세한 차이로 인해 매우 다른 특성을 가진 결과를 낳을 수 있는데, 하나는 같은 영장류라도 침팬지가 되었고 다른 하나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나 네안데르탈인이 되었고, 또 다른 조상의 후손은 호모 사피엔스가 되었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애초부터 잃어버린 고리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며 후세로 갈수록 다른 조상들 간의 격차가 줄어들 수도 있고, 아니면 더 큰 격차가 발생하게 될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다만 하나의 조상 생물이 하나의 종을 성공적으로 진화시켰을 경우, 모든 생물 속에 40억년 동안 잠재되어있는 힘이 본능적으로 눈을 뜨며, 활발하게 서로를 모방하기 시작한다면 곧 짧은 시간 안에 인류나 혹은 다른 영장류에서 인류를 능가하는 영장류가 발생하게 될것입니다. 네안데르탈인이 사라지기전 호모 사피엔스의 번성이 시작되었듯이 인류가 번성하고 있는 동안 신인류는 나타날 것이고, 인류의 멸종은 신인류와의 경쟁에서 패배하므로 시작될 것입니다. 인류가 비록 자신들만의 원시조상에게는 성공적인 진화의 산물이라 할지라도 다른 종의 원시조상에게는 훌륭한 정보 대상체이자 모방하고 극복해야할 경쟁자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현생인류의 수명은 새로운 돌연변이종의 번성과 함께 마감하게 될 것인데, 이미 우리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변종들이 세력을 넓히며 여러 이름으로 인류를 잠식해 나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들은 숫자가 인류의 과반수를 넘는 순간 심판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해 종족의 교체를 시도할지도 모릅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찌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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