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외계와의 조우(遭遇)를 기다리는 이유 중에는 성간을 항해할 수 있는 그들의 발달한 기술문명에 대한 막연한 선망도 있을 것입니다. 오랫동안 인류를 괴롭혀왔던 극복하지 못한 질병이나 여전히 불완전한 철학과 한계에 이른 과학 등에 대한 시원한 해답을 기다리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를 만나러오거나 우연히 만나게 된 외계인이 우리에게 우월한 문명의 결과를 전수해 주리라는 기대는 우리만의 소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것은 그들이 문명을 전수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어서일 수도 있으며, 충격을 줄이기 위한 조치일 수도 있으며, 전하고 싶어도 전할 수 없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전수해준다고 해도 우리 스스로가 고도의 문명을 받아들일 자격이 되지 않거나 받아들일 능력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태권도를 배우는데 있어서 아무리 초고수에게 배운다고 해도 더 빨리 깨우치고 결과적으로 더 높은 성취에 다다를 수는 있지만, 하루 이틀 만에 초보자가 고수가 될 수 없는 것입니다. 최소한의 기본 체력과 자세와 정신 상태가 갖춰지지 않는다면 더 높은 고수가 와서 집중적으로 가르쳐 주더라도 큰 진전이 없고, 오히려 너무나 큰 수준의 격차를 실감하고는 한정 없는 노력이 두려워 영영 태권도를 포기해 버릴 수도 있는 것입니다.


왼쪽부터 Robert A. Heinlein과 L. Sprague de Camp와 Isaac Asimov. 사진 : Wikimedia

스프레이그 드 캠프(L Sprague de Camp)의 단편소설인 아리스토텔레스를 만난 사나이(Aristotle and the Gun)에 보면 현재의 과학자 한 명이 시간 여행을 통해 마케도니아의 아리스토텔레스를 찾아가 그에게 영향을 주어 미래를 바꾸어 보겠다는 생각을 가집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세계 최초의 백과사전을 편찬한, 즉 최초로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에 관하여 쓰고 설명하고자 했던 모든 시대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인물 중 하나였지만, 너무 많은 분야를 다루려 했고, 신화적인 것들도 사실로 받아들이거나 실험을 통한 검증을 하려하지 않았기에 과학에 많은 해약을 끼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과학자는 그에게 실험의 중요성을 인식시켜주면 미래의 과학이 천년 이상 빨리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자신을 먼 인도에서 온 학자라고 속인 후, 아리스토텔레스에게 하늘을 나는 전차 등의 이야기로 인도의 과학과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어떻게 해야 발전할 수 있는지 이야기 해 줍니다. 그리고 그가 다시 미래로 돌아 왔을 때, 그곳은 그의 기대와 달리 문명의 암흑기라 할 만큼 수천 년동안 전혀 발전하지 못한 채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고대의 문헌을 통해 왜 자신이 알던 미래보다 과학이 더 낙후되었는지 알게 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 과학자와의 만남 이후 더 이상 과학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는데, 그 이유는 건전한 이론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숙달해야할 것들이 너무 많고, 실험과 기계의 발명이 과학 발전을 위해 필요하지만 이런 일은 야만인들에게나 적합하며, 일부의 야만인(인도)들은 이미 자신들을 추월했으므로 그들과 경쟁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차라리 그리스인들은 개인적인 정직성이나 애국적인 용기, 정치적 합리성 등을 배양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와 같이 우리가 우리에 비해 너무 우월한 상태의 문명과 만난다는 것은 반드시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아프리카에 서양문명이 들어간 지 몇 백 년이 되었고 그들이 새로운 문명을 받아들이고 있으나 그들은 여전히 문명종주국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그들이 모든 문명의 이기들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으므로 더 나아진 수준의 삶을 살 것이라 여기지만, 실제로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예전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면서도 행복지수만 낮아진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문명은 자신들의 세계가 전부일 때 가장 나은 상태이기에 더 높은 상대를 접촉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어쩔 수 없는 종속의 상태로 진행될 수밖에 없으며, 종주국은 원숭이에게 신발은 팔듯 순수하지 못한 의도를 드러낼 것입니다.

그러나 순수한 의도를 가진 문명과 문명의 만남에도 끊임없는 문제들이 발생하게 되는데, 그것은 문명의 대표가 되는 소수가 한 문명 전체의 생각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고, 어느 집단에서나 자신들이 오랜 시행착오를 거치며 이룩한 지식을 대중화하거나 다른 집단에게 보급하는 것을 꺼리는 마음을 내면에 가지고 있으며, 그 지식 자체를 신성시하여 신전 속에 봉합해 두므로 고유의 지식이 오염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지식의 온전한 전수가 되지 않으면 오지(奧地)의 부족들처럼 문명과의 만남 이전보다 상대적인 행복지수만 감소하는 문화적 역효과만 겪을 것이 분명합니다.


물론 순수하며 진심으로 우주의 모든 문명 평준화를 목표로 하는 초거대 지성집단이라면 자신들의 문명에 대한 이기심으로 문명이나 종족의 우월성을 주장하며 우리의 고유성을 무시하며 자신들의 문명에 대한 일방적이고 부분적인 전수로 지구가 오염되는 행위를 자행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성간 여행을 가능케 하는 과학 기술이란 것이 반드시 정신적인 성숙까지 요구할 정도의 기술 수준을 전제하는 것이 아니므로 다소 성숙도가 낮은 문명과의 우연한 조우도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그들은 문명과 문화가 고도의 발전을 이룬 것일 수도 있으나, 은하의 평균적인 기술:문화의 비율에 비춰볼 때, 기형적으로 기술 쪽으로만 편중된 발전을 해온 상태일 수도 있습니다. 그들 나름대로 신중하게 모든 영향을 고려하고 우리와의 접촉을 시도한다고 해도, 선지자적인 만남으로 완전한 진화를 도모할 수 없다면 접촉 후의 모든 결과는 항상 접촉을 하지 않았을 경우보다 불행해지게 됩니다. 차라리 우리가 오지(奧地)에 있지만 우리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이상 우리는 외로울망정 두렵지는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이 상태가 퍼스트콘택 후 십만 년이 지나 우리가 은하문명의 평균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보다는 행복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 우주에 우리만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한번 이상은 그 만남의 순간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충격의 시간들과 또 그를 극복해나가는 회복과 탈피의 시간을 겪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는다면 우리는 인류라는 종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아무런 접촉 없이 조용히 지내거나 우리 스스로가 발전된 상위 문명이 되어 -우리 입장에서- 문명 후진행성을 찾아 그들을 놓고 신중한 갈등을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문명을 가장 쉽고 확실하게 전수하는 방법은 침략과 정복을 통한 문명의 복속입니다. 하나의 후진 문명을 압도적인 무력으로 종속시키고 몇 세대만 지나면 그 후진 문명은 어느새 선진문명에게 자연스럽게 복속하고 거부감 없이 문명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자발적인 개방에서 나타나는 내부의 갈등도 -제거에 의해서지만- 없으며 그 선진문명이 떠나도 그 문명을 자신들의 것처럼 여기게 됩니다. 고대의 많은 왕조들의 경우만 봐도 자신들보다 선진문명을 지닌 정복자가 있었을 때 그가 물러간 후에도 그 문명의 잔재는 수천 년이 넘도록 지속 발전되고 있습니다.

어쨌든 우리가 외계인을 만난다고 해서 그들의 새로운 문명을 스스로 받아들일 수도 없으며, 그들도 적극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 이상 문명의 전수가 쉽지 않음을 알 것입니다. 우리는 그들에 대한 두려움도 선망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이야기의 전제가 길었지만 왜 외계인과의 만남이 우리에게 실익을 못주는지 자세하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외계문명과의 충돌 2편으로 이어집니다.
-출장중이라 미리 작성해놓은 글을 발행만 하고 있습니다. 댓글도 이웃방문도 못하고 있네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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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계인 마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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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4.23 14:12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저에게 그 진화된 문명을 주시면 제가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자... 그러니 어서 미소녀외계인님과 미팅할 수 있는 기회를.... ;;;
  2. 2008.04.23 14:40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항상 수고하십니다^^
  3. 2008.04.23 16:00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가장 빠른 방법은 정복이군요.. 음..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4. 2008.04.23 17:27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아시다시피 광속으로 달려도 다른 문명과 조우할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죠. 아마도 공간 도약이라든가 그런 개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5. 2008.04.23 18:3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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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책 재밌을거같아요 아리스토텔레스를 만나 사나이
  6. 호킹박사말
    2008.04.23 23:16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호킹 박사는 외계 탐사를 반대하죠.
    이유는 하나. 우리보다 발전된 문명을 만나면 아마 노예화되거나 전멸당할
    것이라고 생각하죠.
    인류의 역사를 보면 강대한 문명이 다른 문명을 접하면 시작부터가 학살
    이었죠.
    • 참 웃긴논리죠.
      2008.04.24 11:27
      댓글 주소 수정/삭제
      영국이 미국이나 호주에 한 짓은 생각도 않고...

      하긴, 뭐, 세상이 결국은 '약육강식'이니 어쩔수 없다지만,
      그래도 영국인이 그런소리하면 참 웃기는 얘기일텐데... ㅉㅉㅉ
  7. 야훼는 바로 외계문명에서 왔다
    2008.04.24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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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외계문명과 직간접적으로 많이 접하여 왔고 지배당하거나 문명을 전수받아왔다는 것을 천주교개신교의 성경이라는 유대인의 바이블에서 명백히 잘 알려주고 있음을 미처 모르고 있습니다.창세기의 야훼류는 말하기를 우리들의 형상을 따라서... 보라 우리들 운운...이라고 하고 있고 에스겔서는 야훼의 형상은 명백히 비행물체 형상을 하고 있음을 잘 알 수 있어요. 우리는 잘못된 호칭인 하나님이라는 이름의 권위를 너무 의식하고 짓눌린 나머지 에스겔서의 야훼가 하나님아닌 외계비행물체의 외계인임을 딱하게도 감히 상상할 엄두를 못내고 있는 것이지요.
  8. 2008.05.13 03:42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엉뚱한 얘기지만 갑자기 보다가 생각이 나서 ^^;
    아이들 논술 가르칠 때 단락들의 분량을 대체로 비슷하게 맞춰 주는 게 좋다고 얘기하는데요. 별로 의식하지 않고 마틴님의 글을 읽다가 순간 깨달았습니다. 단락 구분과 분량이 참 보기 좋네요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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