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문명과의 충돌 1편에서 이어집니다.
만약 당신이 천 년 전의 어느 시대로 간다면 그곳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요? 자동차를 타고 갔다고 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연료가 떨어질 것이고, 연료가 없는 자동차는 더 이상 문명의 도구가 아니게 됩니다. 그렇다고 석유를 생산하거나 대체할만한 연료를 만드는 기술을 가지고 있지도 못합니다. 바이오 에탄올이니 천연유지니 하는 이야기를 몇 번 들은 적은 있지만 당신이 맥가이버라고 해도 그것을 생산하고 정제하여 연료로 만들 수 없으며, 설혹 만들었다고 해도 그 자동차는 얼마가지 못해 다른 소모품의 한계로 멈추어 버릴 것입니다.
당신이 과학자라고 해도 그 시대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연금술사를 설득하여 반도체를 만들 수도 없으며 전기를 생산할 수도 없으며 고무를 이용해서 운동화를 만들 수도 없습니다. 또한 그 모든 것을 시도할 시간도 설비를 위한 금전적인 여유도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우수한 수학자라고 해도 그 복잡하고 발전한 수학적 개념을 그들에게 얼마나 이해시킬 수 있을까요.
대부분의 일반인들에게는 수학이나 과학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할 것이므로 그곳의 지배자나 특권층과 접촉을 하려고 하겠지만 그들을 만나고 그들이 과학에 관심이 있을 확률은 얼마나 될 것 같습니까? 문명과 과학이 발전한 시기는 거의가 풍요와 안정을 누리던 시기인데 당신이 어떤 시대로 가든 항상 그 시대는 전쟁과 기근의 시기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지배계층과의 접촉 자체가 불가능할 것입니다.
당신이 뛰어난 의사라고 해도 그들의 질병을 낫게 할 수 있을까요? 초음파나 X-선 등의 장비 없이 얼마나 환자의 질병을 심도 있게 진단할 것이며, 항생제와 정제된 약제 없이 어떻게 처방할 수 있을까요? 가장 흔한 아스피린의 제조 원리를 알고 있는가요? 곰팡이에서 추출한다는 페니실린을 만들 수 있습니까?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고작 손을 자주 씻고 물을 끓여먹으라는 말 밖에 없습니다.
당신이 우연히 과거로 가게 되었을 때, 운이 좋아 총 한 자루를 들고 갔다고 해도 수천의 군대를 위협할 수 없으며, 또한 그 무기의 위력을 과시한다고 해도 그 시대의 한 지방조차 지배할 수 없습니다. 천 년 전의 그 시대는 순수했을 까요? 음모와 권모술수는 언제나 모든 시대 속해있습니다. 충분한 무기를 소지했다고 해도 당신은 암살당할 것이고 그 시대 역사에 기록조차 되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과거로의 방문이 우연히 아니라 계획적이라고 해도 당신들은 그들을 설득하는 데는 매우 큰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당신의 새로운 과학은 종교가 될 것이고 그 종교는 시대의 탄압을 극복해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시대나 사소한 논리 하나조차 그 시대의 종교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이 갈릴레오가 주장했던 지동설도 그 진실성을 떠나 시대적인 배척으로 종교재판을 받았듯 당신이 말하는 작은 논리는 당신을 교수대로 보낼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진리의 선포는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우선 배척을 극복해야만 하며, 과거로 멀리 갈수록 극복의 기간은 길어집니다.
현재 가장 대중적인 종교가 된 기독교도 지역을 벗어나 세계로 퍼지는 데는 2000천이 걸렸습니다. 우리들의 현대적인 논리가 그 시대의 지역을 변화시키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세계를 변화시키기에는 너무 불편한 시대인 것입니다. 모든 이론과 논리에 앞서 발전소를 짓고 교통을 발달시키고 통신의 혁명을 가져와 지구촌을 만들지 못한다면 당신의 방문은 그 시대와 그 지역을 초월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 논리를 시대의 지배층에 관철시키지 못하면 그 모든 행위는 시도조차 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당신이 천년 후의 어느 시대로 간다면 그곳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그들은 나를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요? 그들이 친절하고 상냥하며 내게 자신들의 모든 것을 알려준다고 해도 그건 부시맨에게 피카소(Pablo Ruiz Picasso)와 니체(Nietzsche), 아인슈타인을 이해시키려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또한 부시맨에게 양복을 입히고 구두를 신겨 뉴욕 사교계에 데려다 놓는다고 행복할 수 없듯 당신은 문명의 이질감으로 자신의 시대를 그리워하게 될 것입니다.
동일한 인류에게 시대만 다르게 선택시켜도 거리감이 생기며 동질감이 사라지는데, 하물며 전혀 다르게 출발하고 진화한 종족의 문명과 문화를 만났을 때의 충격이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극단적일 것입니다. 그들이 우리보다 여러 면에서 확실히 우세할지라도 우리에게는 그들의 관습이나 습성이 매우 미개하고 잔인한 문화로 비칠 수 있으며, 우리의 종교적 철학적 관점과 너무 달라 도저히 받아 들일 수 없을지도 모르며, 그들 또한 우리에게서 비슷한 충격을 받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과거의 시대를 각성시키고 변화시키는 것이 어렵듯, 외계 문명이 우리의 미개성과 비합리성을 개혁하고자 해도 똑같은 이유로 어려움을 겼을 것입니다.
문명이란 하나의 종교와도 같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믿어왔던 우주와 우리가 딛고 있는 땅과 우리가 살아 숨 쉬는 공기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지니고 있는데, 어느 날 그 모든 것이 틀렸으며 실제 우주는 태양을 중심으로 돌고 있고 땅은 평평하고 공기는 단순한 가상입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면 혹은 전해 들었다면 우리 모두는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현상계에서는 우리의 믿음이 그대로 증명되고 실존하기에 절대로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절대 그것을 진리로 인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새로운 무언가를 받아들이는데 우리는 매우 배타적이며, 20살이 되기 전까지 배우고 익힌 기본 소양은 한 사람의 생애와 다음 세대까지 고정관념이 되어 이어지고 있으며, 새로움을 만나 나의 믿음이 깨어지는 것을 원치 않으며, 그 믿음을 지키기 위해 또 나의 소신을 증명하기 위해 죽음도 불사합니다. 이런 의식은 지능이 높을수록 본성적으로 강하며 하나의 틀(고비)을 넘는 순간마다 제거해야할 원시성으로 취급될 것이지만 그 자체가 생존의 기본이며 발전의 원동력임이 분명합니다.
우리가 수천 년을 믿어 왔던 진리를 일순간에 깰 수 없는 것을 외계문명도 알고 있다면 그들은 결국 우리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음을 깨달을 것입니다. 과학자가 아리스토텔레스를 만나 발전의 퇴보를 이루었듯 그런 위험성을 이미 인지하고 있을 것이고, 모든 문명은 자연적으로 발전하기를 기다리는 것이 최선임을 알 것입니다.
외계인의 방문이 반드시 행성대 행성의 계획된 방문이라고 생각할 수 없으며, 우리가 우리보다 천년 늦은 문명의 시대를 방문했듯 우리보다 천년 앞선 문명의 누군가가 우리를 방문했다면 그들이 우리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우연한 만남을 통해서는 결코 적극적인 문명의 전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므로 외계와의 첫 만남은 우주에 대한 고정관념-우리 밖에 없다-에 대한 변화 말고는 당장의 큰 충격을 주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이 과학자집단이 아니라면 혹은 문명발전 프로젝트의 완벽한 시안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면 그들은 우리에게 무엇도 해줄 수 없는 상태입니다.
-외계문명과의 충돌 3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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