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성개조계획(Terraforming) 1편에서 이어집니다.

우리는 영화 에일리언이나 토탈리콜처럼 거대한 철재구조물로 이루어진 지하도시가 미래에는 가능하다고 막연히 믿고 있지만, 어찌 보면 그것은 하나의 환상에 불과합니다. 아무리 거대하게 만들고 정밀한 재처리와 순환 시스템을 갖췄다고 해도 하나의 닫힌 순환계는 곧 자원의 고갈상태에 도달하게 됩니다. 지구에서 지속적인 공급을 받는다는 것도 지구의 환경이나 문명이 존속될 때에야 가능한 것이며, 지구의 문명이 존재한다고 해도 수송비와의 효율성을 심각하게 고려해야만 할 것입니다.

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SF에서 보아온 행성개조는 개조가 아닌 행성에 벙커하나를 설치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일로 마치 깃발하나 꽂고는 달을 정복했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러한 인공도시는 개조라기보다는 개조를 위해 개척자들이 임시로 머무를 막사에 불과하며, 그 막사를 짓는 것에도 막대한 자원이나 수백 년의 시간이 들어야 합니다. 그리고나서야 그를 바탕으로 수천에서 수십만 명의 공학자들이 대를 이어가며 천년 이상을 기간으로 하는 개조계획의 다음 단계를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행성개조는 현재의 인류와 같이 한정적인 수명을 지닌 종족이 이루어내기에는 벅찬 과제이며 환상일 뿐인 것입니다. 이유를 알 수없지만 지나치게 짧게 세팅된 인간의 수명 연장과 불안정한 정신의 성숙이 없다면, 현재의 인류가 꾸준한 끈기와 개척정신이 있다고 해도 자신이 죽고 나서 수천 년 후에나 완성되는 일에 자신을 전적으로 희생해야하는 것을 감당해낼 수는 없을 것이기에, 결국 근본적인 인간 개조가 선행될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우리가 대단한 생물학적, 과학적 발전을 이루어서 수명이 획기적으로 늘어나게 되었다면 그것은 결코 세포의 활동력을 높여 자연적인 생체유지와 노화를 지연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인공적인 대체기관이나 보조기구, 화학적 약품에 의한 것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정도의 수준까지 기술이 발달했다면 우리는 반드시 지금과 같은 좁은 범위의 생존 조건으로 제한적이지 않는 신체 조건을 갖추고 있을 것이기에, 지금의 인류기준에서 극한의 환경에 노출되어도 그들의 일상적 신체활동은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영하 50도에서 영상 80도 범위에서도 변화 없이 체온을 유지하는 냉각온열의 자율신경시스템과 그를 받쳐주는 왕성한 재생력을 지닌 강인한 세포조직, 수심 30m나 지상 5km에서도 스스로의 내부압력을 유지하는 기압 장치를 비롯해서 수중이나 대기 중의 미세한 산소를 수집하여 호흡하거나 혹은 산소자체를 사용하지 않아도 유지가 가능한 대사능력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그렇다면 외형이 아무리 그럴듯해도 지금 기준으로는 이미 인간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이지만 그 기준이란 시대의 가치관이 정하는 것일 뿐입니다.

행성을 개조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인류의 생존조건에 부합하도록 개선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인류 자체가 생체공학적인 진화를 더해 갈수록, 더 먼 미래가 될수록, 그 조건의 범위가 모호해지다가 결국에는 개조하려는 행성의 환경적인 변화의 폭을 줄이는데 주력하게 될 것입니다. 낮과 밤의 일교차를 최소화 한다거나 음속에 가까운 바람이 불지 않으며, 액체상태의 질소호수가 없는, 그 정도의 최소한의 환경으로의 개조만을 목적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지금의 화성정도면 그대로도 살기에 적합하고 또는 이상적인 휴가지로 각광받을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수성은 위험을 즐기는 모험가들의 로망으로 떠오를 것입니다.

행성의 테라포밍에 걸리는 시간이나 인류가 진화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지금의 문명발전 속도에 비추어 비견해 보면 큰 차이가 없으리라 예상됩니다. 기술이 발전하면 행성 제네시스 기술이 발달해 더 빠른 지구화가 가능하겠지만, 인간 역시 그 기술의 발전속도 만큼 빠르게 근본적인 욕망인 영생을 충족시키려고 할 것입니다. 하나의 테라포밍이 성공했다고 해도 제3 제4 ... 등 계속되는 식민지 개척(개조)보다  종래에는 진화에 주력하게 될 것이고, 테라포밍이나 제네시스 등의 계획은 다른 특수한 목적을 위해 진행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가정은 우리 인류가 그날이 올 때까지 생존하고 있다는 전제하에서만 가능한 것입니다.

거창하게 행성개조계획을 세우는 것보다는 차라리 현재의 환경을 지켜나가는 것이 현재로는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생존방법인 듯 합니다. 우주적인 시간과 비교하자면 인류의 수명, 전 인류의 존치기간은 허무하리 만치 짧아 인류가 우주의 주인으로 선택된 존재가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수 초에서 수 분의 수명을 지닌 원시생물에서 그 몇 백만 배의 수명으로 진화해온 힘이라면 다음 세대의 진화는 수천 년에서 수만 년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생물의 하나의 세대가 다음 세대로 진화하면 이전 세대보다 종이나 개체수는 수만 배 줄어들고 수명은 수만 배 늘어나고 다음 세대로의 진화하는 시간은 수십 배 단축해 왔습니다. 우리의 다음세대나 그 다음 세대는 우리와는 전혀 다르겠지만 어쩌면 진정한 우주의 주인의 자격을 갖추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단, 그 다음세대가 나타날 때까지 우리가 생존할 수 있어야만 하는데, 과연 가능할까요? 우리가 이러한 기술력을 완성하기 전 지구의 환경이 우리의 생존 범위를 벗어나게 된다면 그 모든 계획가 상상은 더 이상의 무의미해 지며, 지구는 곧 우주에 있는 수많은 특징 없는 평범한 행성중 하나로 돌아갈 것입니다.


지금 일어나는 생물군의 빠른 멸종이 여섯 번째 대멸종으로 이어질지 새 인류로의 진화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의 우리 인류가 단 100년이라도 더 존재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계획을 세우고 행동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테라포밍에는 인류가 1억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자원보다 더 많은 비용과 수천 년의 시간이 필요하게 될 것이지만, 현재의 지구를 정화하는 데는 우리의 작은 노력만 지속된다면 아무런 비용도 들지 않으며 100년도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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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지구나 태양계가 수십 억 년 전부터 계획에 의해 개조된 것이라면 그 계획을 세운 존재는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신의 권능과 영원이라는 수명을 지닌 존재일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인류를 비롯한 모든 생물은 그 계획자가 세운 계획속의 부속품으로 어떤 역할을 수행해나가는 일시적인 도구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세탁기에 세탁물을 넣은 후에는 반드시 물과 세제를 넣지만 세탁이 끝나면 세제를 말끔히 씻어야 하고 마지막에는 그 물마저 완전히 없애야만 합니다. 나중에 없어질 것이라고 해서 물이나 세제를 넣지 않으면 원래의 목적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인류는 그 복잡한 계획의 한 단계의 마지막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인류는 지구를 정화시켜왔던 세제의 찌꺼기인 화석연료가 세탁물 사이에 남아있는 것을 모두 분해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적당하게 맑은 상태의 헹굼이 이루어지면 그 헹굼 물과 함께 배출되고 말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호기심 많은 한 집단의 생물군(혹은 어린이들)을 자발적으로 몰살시키려 한다면 가장 손쉬운 방법은 그들이 감당할 수 없는 무기를 그들의 구미에 맞게 치장하여 던져주는 것입니다. 칼 세이건의 말처럼 지구에서 과학을 아는 존재는 인간밖에 없으며 지금까지의 과학은 인간만이 발견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잘못 사용될 수도 있습니다. 호기심 많은 인류가 자멸한다면 그것은 제어하지 못하는 불완전한 힘 때문일 것입니다.


다섯 번의 대멸종은 자연적인 현상에 원인이었지만 여섯 번째 대멸종은 30억 종의 생물 중 이기심 가득한 한 종의 잘못된 판단에 의한 것이 될 수도 있으며, 그 결과는 모든 종들의 종말로 이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비로소 저들의 40억년에 걸친 지구개조계획 -화석박물관 행성-이 완성 될지도 모릅니다.

-날씨가 하도 덥다보니 잠시도 집중하기 어려워 떠올랐던 생각들도 자꾸 잊어버리고 내용도 매끄럽게 이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의도와는 다른 무성의한 글이 되어버린듯 합니다. 시원한 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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