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문명은 존재할까? 1
편에서 이어집니다.

드레이크 방정식(Drake equation)에서 우리 은하 내에 존재하는 교신이 가능한 문명의 숫자인 N은 수많은 변수들 중에서 주요한 인자(因子)에 값을 곱한 것이라서 그 수치를 약간만 변경하면 대단히 큰 결과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드레이크 방정식은 이 시대에 존재하는 외계문명의 숫자를 계산한다기 보다는 그 값을 구하는 인자(因子)를 구한 것입니다.


N = Rs* fp * ne * fl * fi * fc * L이라는 공식에서 주요 인자들은 분명한 의미를 지니는 매개변수(parameter)인데, 이 중에서 f는 모두 0에서 1까지의 소수이며, 값이 1인 경우는 100%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각 각의 인자가 지니는 의미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Rs은 우리 은하에서 항성이 탄생하는 속도를 나타내는데, 우리 은하에 있는 항성의 숫자를 별의 평균 수명으로 나누어 1년에 평균적으로 몇 개 정도의 별이 생성되는지 구하고 있습니다. 이 값은 10으로 보고 있습니다.

fp는 항성이 행성계(planet)를 가지고 있을 확률인데 항성이 탄생하는 과정에서 행성계가 생성되는 것이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보는 편이지만, 쌍성을 형성할 경우 행성계가 생기기 어려우므로 fp = 0.5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ne 는 행성계에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생태학적인 환경을 지닌 행성의 수인데, 하나의 항성이 하나의 행성만을 가지지 않을 것이고 그 중 2개 정도의 행성에는 생명체가 탄생할 만한 조건이 갖춰질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태양계만 하더라도 10 여개의 행성과 위성이 존재하고, 화성이나 금성 타이탄 등에서 일단 그 환경에 적절히 적응한 생명이 탄생했다면 지금의 지구처럼 번성한 생태계를 이루었을 것입니다. 실제 여러 실험에서 생명의 기초가 되는 분자는 우주에 흔하게 널린 재료와 자주 일어나는 조건 아래서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flne와 같은 조건을 갖춘 행성에서 생명(life)이 발생할 확률인데, 수십억 년이라는 시간이 걸릴지는 몰라도 수없이 많은 조건과 환경이 반복적으로 발생할 경우, 반드시 한번 이상은 생명체가 나타날 것이므로 그 값을 1로 잡았습니다.

fi fl 에서의 생명(life)이 지적문명체(intelligent life)로 진화할 확률인데, 그 값을 구한다는 것이 매우 어려운 편입니다. 왜냐면 모든 생물이 단세포에서 다세포 생물로 발전해 나가고 시간이 더 지나다보면 언젠가는 지적인 생물로 진화할 것이라고 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경우만 보더라도 40억년이 지나고 나서야 겨우 현재수준에 이를 수 있었는데, 만약 알 수 없는 그 어떤 계기가 없었다면 지구는 여전히 원시 상태로 남아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 그 어떤 계기가 덜 일찍 발생했다면 문명의 촉발이 20억 년 전에 일어났을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지적문명의 발생 확률을 1% 정도로 보고 fi0.01로 보고 있습니다.


fc 는 생명(Life)이 지적문명체(intelligent life)로 진화한 후에 외부세계와 교신(communication)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할 확률입니다. 이 값 역시 구하기가 어려운 것은 우리의 경우만을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인류의 조상은 지상에 출현한 후, 몇 백만 년이 지나는 동안에도 그리 뚜렷한 발전을 이루지 못했고, 그 마지막 수천 년 동안 지식을 쌓고 마지막 백여 년 동안 40억년의 생물학적 진화보다 더 급격한 기술적 진보를 이루어 냈습니다.

만약 현재의 과학기술이 1만년 후에 이루어졌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으며, 지금부터 100만년 정도 원시생활을 더 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 문명이 이루어지기 전에 인류가 멸종하거나, 영영 문명을 세우지 못한다고 해도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입니다. 오히려 수천 년 만에 현재와 같은 업적을 이루어 낸  것이 매우 특별한 상태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fc 는 아무리 후하게 쳐도 1%, 즉 0.01을 넘기 어렵다고 봅니다.

Lfc 의 기술문명이 존속하는 기간으로 10,000 년 정도를 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인류만 보더라도 전파교신의 능력을 갖춘 지 100년도 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1000년 이상 존속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수백 년 전까지는 아무리 큰 전쟁이 일어나 인구의 절반이 죽는다고 해도 다른 종과 지구 자체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했지만, 지금은 하나의 세력이 마음만 먹으면 인류의 존재자체를 사라지게 할 수도 있고, 전 지구를 오염시키거나 훼손하여 지구상 모든 생물 종을 파멸시킬 수도 있습니다.

지금처럼 기술력이 지적수준과의 불균형을 이룬 상태로 100년만 더 발전한다면 우리는 작은 실수만으로도 종말을 맞이하게 될 것이지만, 어떤 시기를 잘 넘기고 충분한 안정장치를 마련한다면 우리의 문명은 수천 년을 넘어 만년 가까이 지속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내부적인 문제 말고도 고대에  외부적인 조건에 의해 대멸종 사태가 일어났던 것처럼, 우리가 그것을 감당하거나 막아낼 만한 수준에 이르기 전이라면 어느 날 갑자기 닥친 소행과의 충돌로도 인류의 문명은 순식간에 소멸될 것입니다.

위와 같은 수치를 적용했을 때 드레이크의 방정식으로 얻을 수 있는 N의 값(Drake's values)을 구해보면 N = 10 × 0.5 × 2 × 1 × 0.01 × 0.01 × 10,000 이므로  10이라는 결과 값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수치는 드레이크가 대입한 변수값의 결과인데, 현재 우리 은하에는 단 10개의 우리와 비슷하거나 우리보다 뛰어난 문명이 존재한다는 약간의 충격적인 결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가장 비관적으로 잡았던 결과값은 2×10의 -5승입니다)

만약 매개 변수의 값을 매우 후하게 대입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R* = 20
fp = 0.1
ne = 0.5
fl  = 1
fi = 0.5
fc = 0.1
L = 100,000년

이렇게 N = 20 × 0.1 × 0.5 × 1 × 0.5 × 0.1 × 100,000을 계산해보면 현재 5,000개의 통신가능한 문명이 우리 은하에 존재한다는 다소 높은 결과가 나오지만, 우리 은하의 지름이 10만 광년이므로 그 문명이 중앙에 집중하지 않고 은하 전체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고 해도, 문명 간의 평균 거리는 100광년이 넘으므로 실제적으로 다른 문명과 만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드레이크의 방정식은 N = N* × fp × ne × fl × fi × fc × fL 로 단순화하여 더 쉽게 값을 측정해 볼 수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칼 세이건이 대입한 값을 살펴보겠습니다.

N* 는 우리 은하계에 있는 항성의 총수인데 하늘의 특정한 한 구역을 선택해 그 속의 별의 숫자를 세어보면 우리 은하에 있는 항성의 숫자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현재 알려진 값은 2천억에서 4천억 개 정도입니다.

fp 는 행성계를 지니고 있는 항성의 비율로 최소 1/3이 넘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N* × fp를 구하면 약 1천 3백억 개의 행성계가 존재하는 셈이고, 우리 태양계처럼 모든 행성계가 평균 10개의 행성을 지닌다고 하면 우리 은하에는 1조가 넘는 행성이 있다고 보입니다.

ne 의 값으로 행성계 당 생명이 존재할 만한 환경을 지닌 행성이 평균 2개라고 보면, 우리 은하에서 생명이 존재하기에 적절한 행성은 약 3천억 개 가량이 됩니다.

fl  은 위의 조건의 행성에서 실제로 생명이 탄생한 행성의 수인데 1/3정도로 잡았을 때, 우리 은하에서 한 번은 생명이 나타났던 행성은 1천억 개가 되는 것입니다.

fi × fc 는 유기화학에서 진화론, 역사와 정치, 이상 심리학까지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그 값을 추정하기란 쉬운 것이 아니기에 1/100 즉 1% 정도를 잡았습니다. 결국 생명이 탄생해도 외부 세계와 통신을 할 수준으로 발전한 문명 행성은 10억 개 정도로 좁혀지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fL의 값은 행성의 수명 중 fc가 존재하는 기간의 비율인데 우리의 경우를 들어 구해보면 지구의 수명을 1백억 년으로 봤을 때, 전파 천문학을 특징으로 하는 기술 문명을 지닌 지는 1백년도 되지 않으므로 1억: 1 정도에 불과합니다. 즉 10억 개의 문명행성 중에서 같은 시기에 공존하는 문명의 숫자는 겨우 10개에 불과하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인류가 내일 당장 멸망하지 않고 몇 만 년을 지속하며 발전하고, 그와 마찬가지로 외계에서 발생한 대부분의 문명이 수 만년을 이어오고 있다면 그 수치는 훨씬 높아질 것입니다. 즉 fL의 값(행성의 문명의 존속비율)만 달라져도 N의 값은 100이 될 수도 있고, 1억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입한 드레이크 방정식의 매개 변수값의 대부분은 현재까지 유일한 문명행성인 지구인의 기술 수준과 관점에서 지구인을 기준으로 대입한 것이므로 추정확률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우리 이외의 문명을 하나 이상 만나 그들의 탄생과정이나 진화과정과 문명 발달의 역사를 우리와 비교할 수 있다면 더 현실에 가까운 N을 구할 수 있겠지만, 수 세기 내에 우리 존재를 외계의 누군가가 발견하거나 우리가 발견할 확률은 극히 희박할 것입니다.



설사 서로가 서로를 발견했다 할지라도 획기적인 기술 진보를 이루 못한다면 직접적인 만남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외계문명은 존재할까? 3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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