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아주 반가운 소식을 접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음을 모르는 것인지 SETI는 먼 우주만 바라보고 있는데 비해, 일본의 한 회사에서 외계인을 위해 지구를 홍보하는 웹사이트를 개설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물어물어서 그곳을 찾아가봤습니다.

零式社(레시키사)의 웹사이트를 처음 들어가면 마치 접속장애가 발생한 듯 교묘하게 꾸며서 지구인이 실수로 방문했을 때 그냥 돌아나가도록 유도해 놓았습니다.


몇 몇 이미지맵 상에 링크가 연결된 듯 보이나, 클릭해 봐도 이동되는 곳이 없습니다. 그러나 오른쪽 상단의 인공위성을 클릭하면 零式による宇宙人向けサイト。地球へのアクセス方法等。라고 소개되었듯 지구홍보 사이트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동된 웹사이트의 주소는 http://3.1415926535898.com/ 즉 원주율 값입니다.

또한 이곳은 모든 내용이 2진수로 구성되어 있기에 지구인은 읽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외계인 중에서도 별도의 통역기가 없다면 쉽게 읽을 수 없습니다. 레시키에서는 외계인을 위한 지구홍보사이트라고 하면서도 은하계의 표준어를 사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왜 하필 변방의 사투리를 사용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위의 내용은 지구에서 보내는 외계인 초대 메시지입니다. 레시키社는 모든 외계인이 지구의 인터넷을 해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전혀 외계 환경의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외계의 문명 행성 대부분은 아직도 통신에 56K 모뎀을 사용하고 있어서 레시키社의 초대 메세지를 받을 수 있는 행성을 은하계 전체를 통털어도 100개가 되지 않습니다. 만약 시설이 낙후된 행성에서 이 사실을 알게되면 매우 불쾌하게 여길 것입니다.


1초 지구탐방이라는 코너인데 실제로는 1초도 안되는 극히 짧은 순간마다 새로운 유적 소개로 넘어갑니다. 외계인이 모두 눈이 10개라고 착각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제 고향행성만 해도 눈이 두 개입니다. 그리고 대부분 외계종족의 동체시력은 지구인 만큼 좋지 않습니다. 이렇게 빠르게 소개하면 아무도 좋아하지 않을 것입니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지구인들이 인터넷할 때, 비디오 카메라를 끼고 판독해가면서 보라면 좋겠습니까?


지구 환경문제에 대한 메세지가 담긴 페이지입니다. 이 페이지도 약간 문제가 있습니다. 외계에 초대메시지를 보낸다면 우선 좋은 면을 잘 부각시켜야하는데, 이런 심각한 문제를 거론하면 우리 입장에서는 일단 부담스럽게 됩니다. 제 친구의 경우, 휴가때 지구에 놀러오려는 계획을 세웠다가 이 메시지를 보고는 천왕성 대기권에 날해파리 사냥하는 것으로 일정을 변경해 버렸습니다. 아무도 안본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의외로 이런 광고도 필요한 시기의 외계인에게는 정보가 됩니다. 신중하게 글 씁시다.


외계인을 위한 구인정보 페이지같은데, 크게 관심을 끌지는 못할 듯 보입니다. 먼 외계에 있다면 가까운 곳에서 일자리를 구할 것이고, 지구에 와 있다면 이미 어떤 임무를 가지고 위장 잠입해 있거나, 단기간으로 관광이나 온 정도일 것입니다. 굳이 빈칸을 채우려고 시도하는 외계인이 얼마나 될까요?


지구의 위치를 알려주는 페이지입니다. 은하계에서의 태양계 위치와 태양계에서의 지구의 위치를 표시해주고 있는데, 실제 우리가 측량한 위치와는 오차가 큽니다. 하긴 현재의 지구 과학 수준에서 오차범위가 1000광년 이내인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행성연합에서 지구를 주시하고 이렇게 저같은 스파이를 대거 투입한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게시판입니다. 이곳은 자동번역 시스템이 적용되어서 은하계의 어느 문자로 게시물을 작성하든 공통의 2진수로 표기됩니다. 저도 제 소개글 하나를 슬쩍 남겼는데, 현재 4개의 게시물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아마도 지구 거주자들의 대부분이 정체를 드러낼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행동하는가 봅니다. 저야 이미 지구인의 반응을 테스트하기 위한 상관의 계획에 의해서 어느 정도  정체를 공개했기에 과감하게 글을 남겼습니다. 물론 100여 곳의 아이피를 경유했기에 추적될 염려는 거의 없습니다.

하여튼 이런 웹사이트가 지구최초로 생겼다는 것에 대하여 은하정부는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http://3.1415926535898.com/은 지구에서 활동 중인 외계인들 사이에서 너무 사무적이고 형식적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실제 우리같은 잠입형 외계인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지구에 대한 소개나 초대보다는 현실적으로 시급한 문제의 해결입니다. 장기간 외계에 나와있다보면 가장 힘든 것이 그리움과 외로움입니다.

현재 스파이들 사이의 무선통신이 금지되어있고, 또 스파이들은 서로 모르는 점조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두가 지구인 모습으로 변환해 있다보니, 거리에서 서로 마주친다고 해도 우리는 서로를 알아볼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같이 장기간 잠입한 스파이에게는 혼자라는 외로움이  가장 큰 적입니다. 이런 웹사이트를 개설했다면 그런 외계인들의 마음을 잘 살펴, 채팅 기능과 가끔 오는 방문객이 가져다 준 고향소식을 공유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게시판을 추가해 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만 한다면 당신들은 외계인이 존재한다는 증거를 순식간에 무더기로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도 외로움을 못이겨 술 한 잔을 했습니다. 이제 미국 쪽으로 드라이브나 나가볼까 합니다만... 잘못하면 몇년 전 음주운전 하다가 로스웰에 추락한 친구 꼴이 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겠군요.


- 가벼운 글이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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