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7년 7월 일본이 중국을 침략하며 시작된 중일전쟁으로 가뜩이나 불안하던 여러 나라들은 다시 세계 대전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팽배해졌고, 시민들은 당시 활발하게 보급되고있던 라디오를 통해 뉴스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1938년 10월 30일 8시30분, 많은 사람들은 라디오 드라마를 듣는 도중 드라마가 중단되며 흘러나오는 "화성인이 침입했다"는 급박한 목소리의 뉴스를 듣게 됩니다. 사실 뉴스는 "우주전쟁"이라는 라디오 드라마의 일부분이었지만, 이를 사실로 오인한 뉴욕과 뉴저지 주민 백만여명이 일시에 피신하며, 전화와 교통이 마비되는 등 큰 혼란이 일어납니다.


허버트 조지 웰스(Herbert George Wells)가 1898년 발표한 소설인 우주전쟁(The War of the Worlds)오슨 웰스(George Orson Wells)가 각색한 이 라디오 드라마는 1949년 2월 13일 에콰도르에서도 방송되었는데, 그곳에서도 역시 폭도에 의한 방송국 습격과 방화가 일어나는 등 미국에서와 비슷한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이 두번의 사건은 인류가 미지로부터 온 공포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고 집단적인 충격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조지 웰스가 우주전쟁을 쓴 계기는 조반니 스키아파렐리(Giovanni Virginio Schiaparelli)가 화성에 건설된 운하(運河, canal)를 발견했다는 기사 때문일 것입니다. 1877년 화성을 관찰하던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스키아파렐리는 화성에서 카날리(cannali)로 보이는 것이 발견되었다고 발표했는데, 이 단어는 이탈리아어로 "거대한 홈"을 뜻합니다. 그러나 당시에 수에즈 운하가 건설되는 등 운하에 대한 관심이 한창이었기에 cannali의 발견 소식은 곧  운하(canals)로 번역되어 알려졌습니다. 물론 이것의 제대로 번역은 "channels"이지만, 오역된 화성운하 발견 소식은 저명한 천문학자의 이름이 거론되어 신빙성이 더해지며 그대로 널리 퍼지게 되었습니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화성을 비롯한 지구 이외의 생명체 존재에 대한 이야기는 종교적인 이단이라고 받아들여져서 제약을 받았지만, 잘못된 운하 소동은 더 이상 종교적인 선을 그을 수 없게 만들며 화성 생물에 대한 일대 논쟁을 유발하게 됩니다. 화성관측에 대한 열풍이 일어나며 이후 수많은 추측이 난무하며 화성에는 지구보다 발달한 생명체가 존재하고, 운하는 그들이 극지방에서 물이 부족한 적도지방으로 물을 수송하기 위해 건설한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1898년 조지 웰스가 화성인의 지구침공을 주제로 쓴 우주전쟁이 나오자, 많은 사람들이 화성인의 존재를 사실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웰스는 우주전쟁에서 화성인의 머리 지름이 1.2m나 되는 것으로 그렸는데, 화성인은 뇌가 고도로 발달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에 별로 쓸 일이 없는 몸은 왜소해지고 머리만 거대해졌다고 상상하고 있습니다.웰스가 그린 화성인의 모습은 과학적인 근거가 빈약하지만 이후에 전형적인 외계인의 모습으로 자리잡게 되어서, 1982년의 영화 이티(E.T. The Extra-Terrestrial)에서도 스필버그는 웰스의 외계인 모습을 충실히 재현해 내고 있습니다.


우주전쟁의 내용은 이미 영화와 TV 시리즈로 제작되어 잘 알려져 있지만 잠시 원작을 살펴 보겠습니다. 20세기 초 어느 날, 영국의 작은 마을에 화성에서 날아온 우주선이 착륙하고, 그날 밤 우주선 안에서 기괴한 괴물이 나타나서 열 광선을 발사해 주변 사람들을 휩쓸어 버립니다. 그리고 화성인의 우주선이 연이어 도착하면서 전투 기계로 무장한 화성인들이 지구를 점령해 나가고, 지구에서는 각종 무기로 대항을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웰스는 19세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핵무기까지 등장시키지만 화성인은 그마저도 쉽게 무력화 시킵니다. 웰스는 당시로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미래의 첨단 문명을 예측하고 그와 대립하는 인류와 심리는 치밀하게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는 우주전쟁을 통해 영국을 중심으로 하는 제국주의의 잔악함을 고발하고 있는데 화성인이 처참하게 지구를 짓밟는 모습이나 그에 대항하는 인류의 나약함 등은 SF적인 요소를 제거한다고 해도 그 과정과 사건들은 너무나 현실적이고 실감나게 그려져 있어서, 작가의 의도가 절로 느껴지게 됩니다. 그리고 전세계인이 외계인에게 관심을 가지게 한 그의 소설에서 묘사한 외계인이나 그들과의 첫 조우가 침략과 학살이었기 때문인지 사람들은 외계인이나 미지의 존재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게 되었고, 1938년의 라디오 드라마는 그것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국에서 태어난 조지 웰스는 달나라 일주(1869), 해저 2만리(1869), 80일간의 세계 일주(1873) 등을 지은 프랑스 작가 쥘 베른(Jules Verne)과 더블어 과학 소설(science fiction)의 선구자로 불리는데, 독학과 고학으로 런던대학을 졸업한 후에 과학교사로 지내기도 했고, 과학저널을 창간하여 논문도 발표하고, 저널리스트로서도 활약했는데, 1946년 80세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100권이 넘는 책을 저술하였습니다. 그는 1895년 첫번째 소설인 타임머신(The Time Machine)을 발표해 큰 인기를 얻었는데, 그는 여기서 지금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시간이라는 차원의 세계에서 미래나 과거로 여행'하는 타임머신(Time Machine)이라는 개념과 시간여행(time travel)이라는 SF 용어를 최초로 사용하였습니다.

웰스의 타임머신 원리는 물체를 광속보다 빠르게 회전시켜서, 그 물체를 4차원 공간의 시간축 방향으로 보내서 다른 시간대로 이동시킨다는 것인데, 소설에서 주인공은 80만 년 후로 가서 퇴화한 미래의 인류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저도 어릴 때 타임머신을 읽고 많은 상상을 한 기억이 나는데, 그 중에서 과거로 돌아가 조상을 살해하면 어떻게 될까하는 등의 패러독스로 여러 날을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타임머신은 시간 여행을 가능케 해주는 도구에 불과하지만, 시간여행이라는 놀라운 발상과 미래의 충격적인 모습은 이후에 수많은 작가와 과학자들을 자극하는 계기가 되었음은 분명합니다. 1960년 조지 펄 감독과 2002년 사이먼 웰스 감독에 의해 타임머신은 영화로도 만들어 졌는데, 재미있는 것은 사이먼 웰스는 조지 웰스의 증손자라고 합니다.


1896년에 발표한 소설 모로 박사의 섬(The Island of Doctor Moreau)는 비밀 실험을 하는 한 섬에서 탈출한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100년도 더 된 당시에 쓴 소설임에도 모로 박사의 섬에서는 외과적 시술을 통해 인간과 짐승의 중간인 개체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이를 현대적인 의미로 해석하면 유전공학에서 유전자 조작을 통한 서로 다른 종 사이의 교배인 것입니다. 웰스는 인류의 인위적인 생명 조작에 대한 위험성을 소설을 통해 경고하고 있습니다. 소설에서 묘사된 생체 실험은 당시 상황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충격이었고, 모로 박사의 섬이 출판된 후에 동물 생체 실험을 반대한 반대 조직이 결성되고, 과학자들도 그것에 대하여 심각하게 논의하게 되었습니다. 이 소설은 여러 차례에 걸쳐 영화로 제작되었고, 개성넘치는 모로 박사의 캐릭터는 이후에 여러 소설 속에 비슷하게 변형되어 '미친광이 혹은 천재 과학자' 등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1897년 발표한 투명인간(The Invisible Man)에는 인체의 세포에 유리처럼 빛의 굴절도를 주어서  보이지 않게 하는 약품을 발명한 사나이가 등장합니다. 지금은 고전이 된 소재이지만 투명인간이라은 여전히 누구나 한번쯤 꿈꾸어 볼 만큼 매력적인 요소입니다. 웰스는 보이지 않는 자신의 육체를 이용하여 재산과 권력을 잡으려고, 온갖 악행을 자행하다가 끝내 궁지에 몰려서 죽는 주인공을 통해서, 인간의 욕망뿐 아니라 소외된 인간의 고독을 리얼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투명인간은 단순히 흥미를 위한 SF가 아니라 인간의 심리를 치밀하게 묘사한 뛰어난 문학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01년의 달에 처음 간 사나이(The First Men In The Moon)도 상당히 기발한 아이디어를 지닌 작품이지만 원작을 읽어볼 기회가 없어서 아쉽습니다. 이 소설도 몇 차례 영화로 만들어 졌는데 1964년의 영화의 줄거리를 보면, 우주 비행사들이 최초로 달에 착륙했을 때, 이미 그곳에는 자신들보다 먼저 누군가가 방문한 듯 영국 국기가 꽂혀 있습니다. 그리고 소설에는 과거와의 연결고리나 중력을 제거하는 카보라이트와 달에 사는 외계생물 등, 종합적인 SF 요소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는 작품을 통해 제국주의나 자본주의의 어두운 미래를 예측하였기에 작품의 대부분은 미래를 대단히 비관적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그는 세계의 운명에 대하여 관심을 집중하여 단일 세계국가를 구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작품들은 미래의 암울함이 담겨있지만, 시간여행이나 타임 패러독스, 원자폭탄 외계와의 조우 등의 새로운 개념을 소설 속으로 끌어들여 수많은 독자들에게 다양한 상상력과 미래를 꿈꾸게 해준 시대에 앞선 작가임은 분명합니다. 초등학생일 때 읽었던 웰스의 소설 몇 권은 어른이 된 지금까지 나에게 여러 면에서 많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갑자기 찾아 온 손님이 있어 급히 마무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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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계인 마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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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29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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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웰스의 우주전쟁이야 두말할 필요없는 SF계의 대작이죠~~
    잘 정리해 주셔서 재미있게 잘 읽었습ㄴ디ㅏ~
    • 2008.10.03 15:5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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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되었지만 우주전쟁만큼 SF의 요소가 완벽하게 녹아있는 작품은 드물죠.
      개인적으로 웰스나 쥘베른를 위대하게 보는것은 시대에 앞선 뛰어난 상상력때문입니다 ^^
  2. 코스모스
    2008.09.29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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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웰즈의 타임머신 마지막 장면이 생각나네요. 주인공이 미래에서 만난 여자..이름이 위너였던것 같은데..위너를 구해서 데려오겠다며 다시 미래로 시간여행을 떠난후 돌아오지 않았죠..
    주인공의 경험담을 1인칭 관찰자인 내가 서술하는 형식의 소설이었던것 같아요..묘한 여운을 주는 결말과 함께 암울한 미래모습까지 더해져 흥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 2008.10.03 15:5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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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책을 읽는 내내 수없이 많은 상상에 휩쌓였던 기억이 납니다.
      그 시대에 그런 개념과 기발함과 미래를 예측했다는 것이 존경스러울 따름입니다.
  3. 2008.09.30 00:3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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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에 저에게 무한한 상상력과 허황한 공상을 동시에 안겨 주었던 작품들이군요. 조지웰스의 SF야 말로 최고였던 것 같네요...
    앞으로 기회가 되면 꼭 다시 읽고 싶기도 합니다..^^
    • 2008.10.03 15:5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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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다시 읽어보고 싶네요.
      SF는 영화보다는 글로 읽을때 가장 활발하게 머리를 자극하는 것같습니다.
  4. 2008.09.30 05:52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믿지 않을 실런지 모르겠지만...
    방금 자다 깼는데...
    꿈을 꿨습니다...

    근데...
    그 꿈이 우주전쟁이었던 겁니다.

    제가 톰크루즈가 된 상태고...
    외계인이 우호적으로 오다가 영화처럼 적대적인 살상을 하더군요...
    저는 영화속의 아이들 대신...
    사랑하는 여자친구를 데리러 가서 막무가내로 도망가는 순간에서 잠을 깼습니다.

    너무 생생해서 멍하니 있다가 컴퓨터를 켜고 무심코 블로그를 읽다가
    님의 포스트를 보게 되었네요...

    우연이지만 신기하네요^^...
    저도 SF 장르를 정말 좋아하고 또 글을 써보려고 하는 사람이기에
    좋은 포스트 감사합니다^^...

    근데...
    진짜 신기하네요...
    꿈에서 본 우주전쟁을...
    인터넷 블로그에서 바로 읽다니...^^
    • 2008.10.03 15:5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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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오.. 놀라운 우연 혹은 필연이네요.
      어쩌면 지금 우주 어느 곳에서는 우주전쟁이 한창일지도 모르겠네요. 신기합니다..
  5. 2008.09.30 22:54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한창 재미있을 때 딱 끊어지다니...손님이 원망스러울 따름입니다 OTL
    • 2008.10.03 15:5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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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 이어지는 내용을 쓰려다가 갑자기 마무리를 해버렸더니 그게 무슨 내용인지 기억이 안나네요.
      혹 다음에 기억나면 나머지 내용을 정리하겠습니다 ^^
  6. 2008.10.17 11:48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급 찾아온 손님이 미워지기는 처음입니다. -_-
    • 2008.10.18 16:23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뒤에 하려던 이야기가 잘 생각나지 않아서 그냥 덮어 두고 있지만... 언젠가는 마무리 해야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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