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에 처음 한국이동통신에 등록했던 휴대 전화기는 모토로라의 마이크로 택(Micro Tac)시리즈의 초기 모델인 Tac-1950입니다. 모토로라에서 이전 기기에 붙였던 DynaTAC 시리즈 이후에 공식 명칭에 마이크로라는 이름을 사용했을 정도로 확실히 획기적이라 해야할 정도로 크기와 디자인 면에서 뛰어난 제품이었습니다.


그림출처 : www.flickr.com

다이나 택 시리즈는 이름 그대로 힘을 강조했기에 성능면에서는 우수했지만, 그 형태가 이전의 일반적인 형태인 배부른 바 타입이었고, 말이 휴대용 전화지 이건 들고 다니려면 평소 운동으로 팔힘을 길러야 할 정도로 묵직했습니다. 물론 그 이전의 원시시대에 사용했던 트랜스포터블 셀룰러 폰(Transportable Cellular Phone)처럼 전용 휴대폰 운반기사가 전쟁터의 무전병처럼 등에다 전화기를 둘러매고 필드를 누비며 회장님들을 보좌해야 했었던 것에 비하자면 확실히 크기는 수십분의 일로 줄어든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 부의 상징처럼 고급 승용차 뒷자석에 앉아 전화를 걸고 받던 차량 전용폰에 비해도 휴대전화는 완벽한 독립형 기기로 발전한 것이 분명합니다.

그에 비해 마이크로 택 시리즈는 정말 얇고 가벼웠으며, 폴더 타입이라는 디자인도 정말 놀라웠습니다. 도대체 이 조그만 것이 통화가 되기는 되는 것인지 의문스럽기도 했고, 처음 택 시리즈를 접한 사람들은 그냥 장난감이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두 달 월급이 넘는 200만원에 가까운 가격에다가 무려 73만원의 보증금과 등록비를 지불하고 초조하게 개통을 기다렸고, 마침내 통화가 가능한 전화기를 열고 처음으로 SEND 버튼을 눌렀을 때의 그 기쁨은 말로 다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한 때는 휴대 전화를 개통하기 위해서는 보안교육을 별도로 받았다고도 합니다.- 삐삐 보급률도 저조하던 시절에 휴대 전화를 가졌다는 것은 기종이나 성능을 떠나 그 자체 만으로도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휴대폰으로 전화하면 비싸다는 인식이 있었기에 아무리 급해도 전화 한통 쓰자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통화료는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저 역시도 가능하면 휴대 전화보다는 공중전화를 이용하고, 친구들과의 연락은 삐삐를 통해서 하였습니다. 간혹 거리 한가운 데서 따르릉 따르릉~~ 전자음 섞인 벨소리가 들려올 때면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고, 은근히 벨이 울려주기를 기다리기도 했었습니다. 영업상 누군가를 만날 때면 일부러 휴대전화기를 탁자 한 켠에  올려놓거나, 만나는 시간에 맞춰 회사에서 전화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으며, 거래처 담당자와 식사 하다가도 삐삐라도 울리면 전화기를 정중히 건네주면서 맘껏쓰라고 하해와 같은 은혜를 베풀었고, 그 덕분에 몇 건의 좋은 실적을 올리기도 했었습니다. 그 때의 휴대폰은 단순한 통신의 역할을 넘어서 소유하고 있다는 자체가 하나의 품격이자 상징이었습니다.


이 무렵의 휴대 전화기는 기능이 대부분 거기서 거기였기에 단말기를 고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디자인과 가벼움'이었고, 모토로라가 고객의 열망을 가장 잘 반영해 주었습니다. TAC-I 이 나오고 얼마지나지 않아 더 얇아지고 깔끔해진 TAC-II 가 나왔고, 다시 TAC-III 나 ULTRA LITE, TAC 5000, Star TAC 등으로 이어지며 우리나라에는 막강한 모토로라 왕국이 도래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1996년 세계최초로 CDMA(code division multiple access) 방식이 우리나라에서 시작되었는데, 이런 디지털 방식은 이전의 아날로그 방식(AMPS)보다 수용 용량이 10배가 넘고 통화품질도 우수했습니다. 디지털 방식에 적응이 늦었던 모토로라는 한국에서의 아성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삼성을 비롯한 LG 현대 등의 제품들이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내가 처음 사용한 디지털 단말기는 현대전자에서 만든 걸리버라는 바타입의 폴더 기기였는데, 초기의 단말기들이 디지털 방식과 아날로그 방식을 혼용했던 것과 달리 걸리버는 디지털 전용 PCS였기에 통화음 변화나 울림현상 등 여러 부분에서 불편과 불만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몇 년 동안 사용하던 011에서 016으로 갈아탄 게 그때였는데, 이후 10여년 간 통신사를 바꾸면서도 국번은 바꾸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그때 휴대전화기를 고르는 기준은 디자인보다는 '통화의 품질'이었습니다. 단순히 기기의 품질만을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 서비스를 시작한 통신업체와의 통화품질 비교도 필수였습니다. 한국이동통신에서 간판을 바꾼 SKT와 비교해서 초기의 타 통신사들의 통화는 심각할 정도로 품질의 차이가 났었는데, 그런 점들을 짧은 기간안에 극복해낸 후발주자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후발 주자들이 어느 정도 최소한의 서비스 품질을 확보했을 무렵에는 단말기의 가격이 대략 40~50만원 선으로 떨어졌지만, 그리 만만한 가격은 아니었습니다. 정말 마음에 드는 경우라면 할부로 구입하기도 했지만, 보통 비싼 가격을 치루고 최신형 단말기를 사용하는 대신에 유행이 살짝 지난 제품을 통신사를 이동해가면서 지원금을 받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십여년 동안 사용했던 단말기 종류만 해도 30~40 여종에 이르는데, 때로는 꼭 마음에 드는 제품이 있으면 몇 달이 지난 후에 중고로 나온 제품을 구입해서 사용해 보기도 했습니다. 한때는 개통해서 동시에 사용하는 휴대전화가 4대에 이른 적도 있었는데, 각 통신사 별로 다양한 요금제를 경험하고, 각 제조사의 여러 기능들을 체험하기도 했습니다. 이 무렵에 휴대전화기를 고르는 기준은 무엇보다도 '디자인과 기능과 성능'이었습니다.


그리고 약 5년 동안 이 기준은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컬러폰이 나오고, 카메라 기능이 추가되고, MP3와 인터넷 접속이 가능해졌고, 외장메모리와 파일뷰어에 DMB.. 10년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막강한 기능들이 이제는 휴대 전화기 한대 속에 모두 들어있습니다. 그런 기능들은 제조사마다 조금씩 다르고 성능에서도 약간씩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크게 보자면 확연한 차이를 느낄 정도는 아니게 평준화가 된 듯합니다. 최근에는 보조금이나 공짜폰이 드물어지다 보니 얼리어답터가 아니라면, 서너달에 한번씩 전화기를 바꾼다거나 수시로 출시되는 신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쉽지 않고, 첨단의 기능을 체험해보고 싶어도 큰 맘 먹지않고는 엄두도 내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어제까지 사용하던 휴대 전화기는 Sky의 U140 이었는데 거의 1년 반 정도를 사용했습니다. 약 반년 전에 꼭 가지고 싶은 모델이 나왔는데도 차마 지르지 못하고, 욕망과 절제 사이를 오가야만 했습니다. 그 제품은 LG-LH2300 으로 아르고폰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아르고폰을 가지고 싶었던 이유는 단말기 자체의 매력보다 그것으로 할 수 있는 서비스 때문이었습니다. 바로 LG 텔레콤의 오즈(OZ)서비스입니다. 물론 오즈가 아니라고 해도 인터넷이나 이지아이같은 기능을 사용할 수는 있지만, 월 6천원으로 진정한 무제한 사용이라는 매력을 맘껏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물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제한 용량이 주어지겠지만, 가입후 6개월(10월 1일 이후 9개월) 동안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달콤한 유혹이었습니다.

오즈 요금제
월 6,000원
가입후 9개월간(가입월 포함) 무제한 이용 가능, 이후 월 1GB 무료 데이터 통화 제공(초과시 과금)
웹서핑 및 ez-i 통화료 모두 포함
20008년 12월까지만 한시적으로 가입 가능

요금제 장점
파격적인 가격 월 6천원으로 ez-i 와 웹서핑 서비스를 부담 없이 마음껏 즐길 수 있음
※ 1GB 용량이란 어느 정도인가요?
MP3벨(500KB 기준)은 약 2,100개, 게임(800KB 기준)은 약 1,300개가 다운로드 가능하므로 ez-i 사용시에는 사실상 무제한 사용이 가능한 수준이며, 웹서핑으로만 사용시에도 뉴스기사 1,000~1,500건 조회(상황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을 수 있음)가 가능하므로 일반적인 고객에게는 무제한에 가까운 사용량입니다. (웹서핑 서비스는 핸드폰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이므로 일반 PC에서 사용하는 영화/음악 등 대용량 다운로드 서비스 기준의 용량과는 다릅니다)
1GB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웹서핑으로 1GB 이용시 는 약 52만원 상당이며, ez-i만 1GB 이용시는 약 520만원 상당의 통화료입니다.

가입하면 좋은 고객은?
통화료 부담 없이 ez-i 와 웹서핑 서비스를 마음껏 즐기고 싶은 고객
 

과거의 휴대 전화기 선택 조건들이 디자인, 무게, 통화품질, 성능, 기능 등이었다면 그 모든 것이 어느 정도 기본적으로 갖추어진 지금은 '서비스 상품'이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찌보면 단말기의 기준이 아니라 통신사의 기준이 되는 것도 같은데, 최근에 LG 텔레콤으로 이동한 고객의 상당수는 오즈 서비스 때문일 것입니다. 지난 일년 동안 나 자신의 휴대전화 사용 패턴을 분석해보면, 사용빈도의 60%가 통화, 30%가 문자, 5%가 카메라이며, 나머지 5%는 게임이나 MP3, DMB 등입니다. 특정 연령대나 특수한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일반적으로 많은 기능의 고성능화만을 무리하게 바라지는 않을 것입니다. 자꾸 사용하다보면 주로 전화기 본래의 목적인 통화와 문자 위주가 되고, 가끔 또는 출퇴근 길에 여타의 기능에 몰두하게 되지만, 보통 MP3나 PMP, 디지탈 카메라는 별도로 구매한 사람이 많기 때문에 전화기는 전화기의 기능만 충실해도 크게 불편하지는 않는 듯합니다.

그러나 그런 기능적이 면이 아예 없다면 대부분의 사용자에게서 외면을 받게 되고, 그 사양의 고기능화에만 집착한다면 경쟁력있는 가격을 구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결국은 적정한 기능을 탑재하고 나머지 부족한 부분은 통신 업체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과 요금으로 충당하고 메우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한시적이지만- 6천원 : 무제한 오즈 서비스는 너무나도 매력적인 유혹입니다. 많은 사람이 그것에 이끌려 LG 텔레콤에 빠지는 것을 보았고, 나 역시 어제 그런 사람 중에 한 명이 되었습니다. 그 동안 다른 블로거들이 작성한 리뷰만 보고 군침을 흘리며 배 아파 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 참여한 모 이벤트에서 운이 좋았는지, 또는 간절한 염원과 정성에 하늘이 감동했는지 당첨되어서 아르고폰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어제 10년 가까이 유지해오던 016 번호를 과감히 버리고 010 대열에 합류하였고, 밤 잠을 못이루며 이런 저런 기능을 건들어보고 또 검색과 클릭에 열중했습니다. 만족스럽습니다.

이야기의 서론이 장대하다가 뱀꼬리가 된 듯하지만 결론을 짓자면, 이제 단말기. 나아가 통신사의 선택에도 중요한 조건으로 작용하는 것이 '서비스'입니다. 지난 십년간 통신사들은 꽤 많은 이득을 취했습니다. 독점이 아닌데도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유난히 높은 요금제들을 한결같이 고수해 왔고, 무료로도 충분한 여러 서비스들에도 과금해 왔었기에, 지속적인 개발과 대규모의 투자가 계속 필요하다고 해도 손익분기점은 먼 옛날이 넘어섰다고 봅니다. 지금껏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아줬던 고객들 때문에 모두들 공룡에 버금가는 거대한 몸집을 지니게 되었고, 나름의 영향력을 지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눈앞의 손실에 급급하지말고, 당장의 어려움에 연연하지 말고, 부디 고객 -지금까지 통신사들 자신을 키워준 고객-을 위해 진정한 서비스를 시작하길 바랍니다. 아니 그래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안되겠다면 할 수 없습니다만... 무한 경쟁시대에 살아 남는 길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즈!! 좋습니다. 앞으로 9개월 후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현재로선 만족합니다. 한시적 시행이 아니라 지속되는 서비스가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는데... 아쉽습니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찌 이벤트 당첨을 자랑하는 글이 되었고, 새옷 입은 어린 아이처럼 근질거림을 참지못해 '나 휴대폰 바꿨다' 며 떠든 글이고, 누가 봐주고 '좋은 옷이네'라고 칭찬해주길 바라는 글이 되었습니다. 맞습니다. 정말 기쁩니다. 딸 들이 보고는 '아빠 그렇게 좋아' 하고 연신 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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