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tvbodaga님의 호주 미디어 속의 한국의 RSS를 구독하고 있는데 오늘 거기서 재미있는 기사를 발견하였습니다. 호주의 캔버라 부근에 위치한 캔버라 딥 스페이스 커뮤니케이션 콤플렉스(CDSCC : Canberra Deep Space Communication Complex)에서 전 세계인이 참여할 수있는 범지구적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는 기사를 보고는 즉시 프로젝트 웹사이트로 달려갔습니다.

CDSCC의 프로젝트는 HELLO FROM EARTH라는 타이틀에서 보듯 지구인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지구발 외계행 문자 보내기입니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웹사이트에 가서  영문기준 160자 이내의 메시지를 작성해 올리기만 하면 이 메시지를 모아서 오는 8월24일에 20광년 떨어진 글리제 581d(Gliese 581d)로 보낸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하필 메시지의 대상을 글리제 581d로 정한 것인지 잠깐 살펴보겠습니다.



글리제 581d가 돌고 있는 별인 글리제 581(Gliese 581)은 천칭자리에 있는 적색 왜성입니다. 적색 왜성(red dwarf star)이란 보통 우리 태양 질량의 40%(태양의 0.09배에서 0.6배 사이)를 넘지 않는 작은 별로써 중심부의 온도가 낮고, 가장 밝은 적색 왜성조차도 태양 밝기의 10%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약한 빛을 발산하고 있습니다. 글리제 581 역시도 질량은 태양의 1/3 정도이며, 반경은 태양의 41%, 밝기는 절대등급으로 태양의 1.3%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작고 어두운 별입니다.

그런데 글리제 581이 주목받는 이유는 적어도 네 개 행성이 주위를 돌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태양계 바깥의 행성이 처음 발견된 1995년 이후 지금까지 약 350개의 외계 행성이 발견되었지만 대부분이 목성처럼 가스로 이루어진 거대한 행성이어서, 대기 온도가 너무 높거나 낮아 생명체가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는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그러나 글리제 581에서 발견된 행성 중에는 지구와 비슷한 환경이 형성될 수 있는 골디락스(Goldilocks) 지역에 위치한 적당한 크기의 행성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글리제 581을 도는 행성으로 글리제 581b는 2005년 8월에 발견되었고, 글리제 581c글리제 581d는 2007년 4월 24일에 발견되었으며, 2009년 4월 21일에는 글리제 581e가 발견되었습니다. 글리제 581 같은 별의 주위를 돌고 있는 행성의 경우, 지구와 비슷한 열을 받으려면 지구보다 항성에 훨씬 가까이 붙어 있어야만 하는데, 이중에서 글리제 581c는 골드락스의 안쪽에 근접해 있으면서도 발견 당시로는 질량이 가장 작은 행성(지구의 5.36배)이어서 지구와 비슷한 환경을 지녀 외계 생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천체로 높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2008년 10월 알렉산더 자이체프(Alexander Zaitsev) 박사와 소셜네트워크 웹사이트 베보는 회원들이 작성한 텍스트 메시지와 그림, 사진* 중에서 500개를 투표로 선정해서 하나의 파일로 만든 뒤, 이것을 우크라이나 국립 우주 협회 소재 RT-70 전파 망원경을 이용하여 글리제 581c로 보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후 계속된 연구로 글리제 581c의 평균 흑체 표면 온도는 -3°C에서 40°C 정도이지만 실제 온도는 온실 효과 때문에 약 500°C일 것으로 예측되어 생물의 존재 가능성은 희박해졌습니다. 그에 비해 그 바깥 궤도를 돌고 있는 글리제 581d는 글리제 581c보다 질량은 조금 큰 편(대략 지구의 7배)이지만, 항성의 생물권을 돌고 있으며, 액체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가장 높고, 평균온도가 영하 18도이지만 온실 효과가 있을 경우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정도의 적합한 온도가 형성되었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글리제 581c와 d를 발견한 제네바 천문대 소속 스테판 우드리는 글리제 581d가 수천킬로미터 깊이의 거대한 바다로 뒤덮여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어쨌든 적색 왜성은 너무 어두워 주변 행성이 온도를 확보하기 어렵고, 표면적의 40퍼센트가 한 달 동안 흑점으로 덮여 있기도 하는 등 밝기가 변덕스럽고, 그나마 발산하는 빛의 대부분이 적외선 영역에 몰려 있어 식물이 광합성 작용을 하기 어려워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범위가 매우 좁은 편입니다. 그러나 적색 왜성은 우주에서 가장 흔한 별이며 우리 은하의 대부분도 적색 왜성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적색 왜성은 외계 생물이 얼마나 많은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도 있습니다. 글리제 581d에 메시지를 보내는 이유도 그 확인 작업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HELLO FROM EARTH
의 취지를 설명하는 페이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문장이 있습니다.

ARE WE ALONE in the universe? Is there life on other planets? Are there other civilisations in our galaxy?

이 프로젝트는 우주에 우리 밖에 없는 것이 아님을 확인하여 우리가 결코 외로운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려는 것입니다. 이번 프로젝트가 특별한 것은 지금까지의 외계로 전파 보내기와 달리 과학자들이 아닌 일반인에게 메시지 작성을 맡겨 딱딱한 수학적인 정의가 아닌 평범한 동경과 호기심으로 이루어진 채팅 채널을 개설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베보와 같이 특정한 사이트의 회원이나 국가만을 대상으로 제한 하고 있지도 않는 그야말로 범지구적인 프로젝트입니다.
물론 저도 현재는 지구인(?)이므로 여기에 참여하였습니다. 제가 글리제 581d를 향해 보낼 메시지는 얼마 전 타계하신 위대한 미래학자 아서 C. 클라크 경(Sir Arthur Charles Clarke)의 안부를 묻는 내용입니다.

글리제로 보낼 메시지가 왜 클라크 경을 향한 것인지 궁금하실 것입니다. 클라크 경은 타계하기 몇 달 전 인터뷰에서 세 가지 소원을 밝혔는데, 그 중에서 첫째가 외계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증거를 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2008년 3월 19일 그분이 돌아가시는 날, 우주에서는 인류의 40년 관측 이래 가장 강렬한 감마선 폭발(Gamma-ray burst)이 관측되었습니다. 목동자리 한가운데를 관통했던 이 폭발은 무려 75억 광년 너머에서 이루어졌음에도 맨눈으로 볼 수 있을 만큼 강렬했는데, 그것은 아마도 생전에 그렇게 소원하던 외계 문명이 있는 글리제 581로 클라크 경을 인도하기 위한 우주의 등대였을 것입니다.

외계 문명을 찾아 은하의 중심으로 다가가고 있던 클라크 경은 목동자리의 감마선 폭발에 이끌려 천칭자리의 글리제 581을 향해 나아갔을 것이고, 지금쯤은 글리제인들과 만나 신비한 그들의 문명에 매료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20년 후 우리가 보낸 메시지에 반가워하며 잊고 있었던 지구를 향해 문명의 전수를 계획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사십 년 후 지구의 모든 밀밭이 이번 메시지에 응답하는 크롭서클로 뒤덮이게 될지 또는 우리의 거친 스팸에 분노한 그들을 달래느라 클라크 경이 진땀을 흘리고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입니다. 물론 그분에 거기 있다면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40년 후에 아무런 응답이 없을지라도 우리는 실망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로 인해 적어도 우리 편이 거기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것입니다.

Are you there Sir Arthur Clarke? It's me Martin.



*베보 메시지에는 지구의 명소들을 소개하는 사진과 함께 힐러리 클린턴, TV 프로그램 사회자 리처드와 줄리 등의 사진이 선정되었는데, 재미있는 것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도 악을 대표하는 인물로 뽑혀 사진이 들어갔습니다.

-그림 출처 : http://www.hellofromearth.net
-글리제 581을 설명하는 내용의 많은 부분을 위키백과
에서 참고하였습니다.
-외계로 메시지 보내러 가기 : http://www.hellofromearth.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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