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물이나 사건을 사실로 적는 것이나 그 글, 또는 어떠한 사실을 알리는 글을 기사(記事)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기사를 취재하여 쓰거나 편집하는 사람을 기자(記者)라고 하는데 때로는 문서의 초안을 잡는 사람도 기자로 보고있습니다. 그렇게 보면 신문이나 잡지, TV 에서 취재와 보도를 하는 기사뿐만 아니라 개인 미디어인 블로그에서 기사를 편집하고 발행하는 블로거도 기자의 범주(範疇)에 속한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들어서는 블로거 기자라는 말이 거의 일반화되고 있다지만, 아직까지 블로거의 기자적인 역할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는듯 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블로거가 기자던 아니던 블로거는 이미 기자(記者)의 의미이자 임무인 기사(記事)를 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블로거가 자신의 미디어에 쓰는 기사를 보면 기존의 정형화된 메스미디어(mass media) 기자의 시각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습니다. 기성(旣成)의 기자는 대중적인 시선으로 사건을 있는 그대로의 사실로 써나가야 하지만, 블로거는 그 고정되고 획일적인 틀을 벗어나 자유로운 각도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조명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황소라는 놈을 놓고 기사를 쓸때, 기자는 기운이 센 큰 수소로 황색빛의 털과 뾰족한 두개의 뿔을 가지고 있다는 정확하고 일반적인 사실을 나타내야 합니다. 그러나 블로거는 자신만의 시각으로 황소를 바라 볼 수 있습니다. 환한 낮에 볼때 황소의 털은 누런 빛이지만, 석양 무렵의 황소는 찬란한 붉은 빛으로 반짝이며, 멀리서 보는 황소는 한가롭고 온순한 눈을 가진 우직한 가축이지만, 들판에서 마주 대한 황소는 평소의 습성과 달리 호전적이고 강인하며 살벌한 눈을 가진 야수로 보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자신의 느낌을 전달하는 블로거가 아름답습니다.
블로거는 자신의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사물을 관찰하여 그 느낌을 전달할 수 있는 특권을 가졌습니다. 영화 디워의 경우처럼 기자는 그 영화가 재미있다 없다의 기사를 쓸 수 없고, 그저 관람객과 비평가들의 말을 인용할 수밖에 없지만, 블로거는 디워에 대하여 너무 재미있게 봤으니 당신에게 강력히 추천한다고 할 수도 있고, 이건 돈아까운 영화니 보면 후회한다는 식으로 자신의 평과 생각을 그대로 기사로 쓸 수 있습니다. 이렇게 블로거는 자신만의 시각으로 사물과 사건을 관찰할 수 있는데도, 가공된 통조림처럼 같은 성분이 같은 비율로 들어있는 기자의 기사를 흉내내고 있습니다. 그것은 마치 석양을 찍은 사진을 보고 그것을 다시 사진으로 찍는 것과 같아서, 황홀한 석양의 느낌도 없고 사실감마저 떨어집니다.
객관성보다 주관적인 기사가 좋습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여인도 보는 각도와 조명과 분위기에 따라 전혀 다른 사람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 블로거는 남의 눈에 사물이 어떻게 비칠까보다는 내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표현하면 됩니다. 만인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김태희지만 개인적으로 예쁘다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이런 내가 남들을 위해 김태희는 이러 이러해서 예쁘고 이럴때가 가장 아름답다고 기사를 쓴다면 그것은 객관적인 사실이겠지만 분명 거짓 기사인 것입니다.
다른 시각을 인정하는 관용이 필요합니다.
피카소의 그림이 놀라운 작품이라는 말을 중학교때부터 들어왔지만, 내 눈에는 아직도 낙서나 발가락으로 그린 그림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나는 피카소의 시각이 잘못되었다고 비난하지는 않습니다. 피카소는 사물의 외형보다는 내면과 그 사물의 연장선을 보고 본질의 구도를 단순하게 보는 시각을 지녔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구독하는 백여개의 블로그의 모든 포스트중에 나와 같은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포스트는 하나도 없고, 겨우 몇몇의 블로거만이 비슷한 시각으로 살피고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일한 시각의 이웃보다는 남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 더 즐겁습니다.
모든 사람이 같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아주 재미없을 것이고, 황소는 모두 누렇게 그렸을 것이고, 세상은 이쁜 여자와 그렇지 못한 여자로 선이 그어질 것이지만, 다행히 개인마다 시각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각자가 받아들이는 매력의 정도와 우선 순위는 달라지는 것입니다.
자신의 눈으로 보는 것이 남에게는 신선합니다.
같은 사건을 보면서 어떤 이는 본질을 파고들 수도 있고, 어떤 이는 현상에 매달릴 수도 있으며, 또 어떤 이는 그 파급효과를 예측하여 쓰는 것이 기사입니다. 그리고 그 기사는 자신의 시각을 반영한 기사가 되었을때 가장 신선합니다. 햇볕이 따뜻한 겨울 어느 날을 어떤 사람은 오랜만에 다가온 그날의 햇살을 즐길 것이고, 어떤 사람은 옥돌매트의 온도를 1도 낮추므로 전기세를 아낄 수 있어 만족할 것이고, 어떤 사람은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졌다고 걱정할 것이지만, 어떤 사람은 삼한사온일 뿐이라고 여길 것입니다. 나의 상황에서 내가 느끼는 그대로 기사가 쓰여질때 그 기사는 살아서 퍼덕거리는 신선함이 있는 것입니다.
자신의 장점으로 기록하는 블로거
블로거는 기자이면서도 기자와는 다릅니다. 위에서 열거한 많은 특권과 장점이 있음에서 그 모든 것을 포기하고, 기자스러움으로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같은 인물을 표현할 때 사진으로 남길 수도 있고 그림으로 그릴 수도 있는데, 사진기술도 없고 그림도 그릴줄 모르면서 사진작가와 화가와 경쟁하려고 하는것과 같습니다. 물론 기자보다 더 날카롭게 사건을 파악하고 사건을 예측하는 블로거도 있겠지만, 블로거의 장점은 다양한 개성적인 시각에 있는 것입니다. 사진과 그림을 그리지 못하지만 블로거는 만화와 판화와 조각에 더 많은 재주를 지니고 있습니다. 사건의 사실적 표현은 사진과 그림처럼 벽에 걸린채 기록으로 남지만, 블로거가 개인적 시각으로 만든 만화는 더 많은 사람이 돌려가며 읽고 있으며, 판화처럼 여럿에게 찍혀져 재생산되고, 도자기가 되어 실생활에 사용될 수 있는 것입니다.
자신이 어느 그룹에 속해 어떤 시선으로 사건을 관찰하고 표현하고 있는지 돌아 보시길 바랍니다. 한 가지 큰 이슈가 터졌다하면 수많은 기사가 꼬리를 무는데 거의 대부분이 비슷한 시각의 비슷한 내용이라서 모든 블로거가 똑같은 교육을 받고 같은 환경에서 자라서 같은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아닌가 착각하게 됩니다. 너무 기자스럽게 기자를 흉내내기보다는 블로거스럽게 블로거다운 기사를 읽고 싶습니다.
나와는 다른 시각의 신선한 기사를 읽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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