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간전쟁(星間戰爭) 그리고 AD 4100년 - 1편에서 이어집니다.

천 년 전에 그들이 출발할 당시의 과학 수준을 최소한으로 잡고 현재 인류의 과학 수준을 최대로 잡는다면 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 전쟁이 일어난다고 해도 인류는 해볼 만할 것이다. 아무래도 성간을 이동한 그들은 지쳐있을 것이고, 또 인류는 숫자적인 우위에 있을 것이 확실하다. 그리고 그들이 도착하는 시기는 앞으로 천년 후가 될 것이므로 그들이 출발 당시의 기술수준을 그대로 지녔다면 지구는 그들보다 천년 정도 앞선 기술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들이 우주를 가로지르는 이천년 동안 우주선 안에서 계속적으로 모성(母星)과 연락하며 그들의 발전된 기술정보를 제공받아 습득하며 적용해 왔다면, 지구에 도착할 무렵이면 1천 년 전 모성에서 보낸 정보를 받게 될 것이므로 여전히 우리보다 천년 가량 발전된 문명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까마득한 원시시대라면 1천년의 기술격차라 해봐야 숫자나 전술적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지만, 문명이 발전할수록 단위시간당 누적되는 발전의 량은 증가하므로, 천년 후에 겪는 동일한 전력이 겪게되는 천년의 격차는 실제로는 2.5배에서 3배의 전투력 차이로 드러날 것이다.

아령성인(亞鈴星人)이 선전포고를 한 시점을 성간전쟁(SW) 원년으로 본다면 당시 지구의 문명 지수는 1 이고, 아령성인은 2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선전포고 메시지가 도착한 SW 1000년인 지금은 인류 2 vs 아령성인 4 vs 출발한 전투함대 2 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전투함대가 도착하는 SW 2000년에는 인류 3 vs 아령성인 6인데, 만약 전투함대가 모행성에서 보낸 최신의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문명지수는 4 가되므로 여전히 지구보다 문명지수는 1이 앞서고, 실제적 전투력은 그 보다 훨씬 차이가 날 것이다.

아마 그들의 전투함대(戰鬪艦隊)는 태양계에 가까워지면 감속을 하거나 멈춰선 후에 더 많은 모성의 정보를 흡수하려 할 것이다. 그곳에서 오래 기다릴수록 지구와의 기술격차는 더 심해질 것이고, 또 그 정보를 바탕으로 하드웨어적인 적용의 시간도 필요할 것이기에 적어도 태양계 근처에서 일 년 정도의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예상되었다. 결국 인류는 현재의 발전 속도로 가면 멸망할 것이 자명한 사실이었다.

그러나 다행히 인류는 이런 계산과 예측 때문에 위기감이 팽배해지며 비정상적인 문명발달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최소한의 의식주를 제외한 자원의 대부분을 교육과 과학발전에 투자하였고, 적극적인 기술개발과 지원정책이 시작되며 부족한 자원은 주변 행성을 개발하여 충당하였다. 그리고 그런 생존을 위한 집중적인 투자와 노력 덕분에 인류는 천년 만에 문명지수를 2 가까이 늘리는 놀라울 만큼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천년이 지나 그들이 도착할 시간이 가까울 무렵의 인류는 아령성인과 비교하면 최소한 대등한 기술을 보유했다고 자부할 정도가 되었고, 어쩌면 모성에 가까우므로 얻을 수 있는 수치적인 이익 등과 함께 행운이 따라준다면 전쟁 전반에서 어느 정도의 우위를 차지할지도 모를 정도였다. 그리고 인류는 지난 천 년간 착실하게 전쟁을 대비해 왔기에 자신감도 있었다.

우선 인류는 모성인 지구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접전지를 태양계의 최외곽으로 잡기로 했다. 아령성인 역시 태양계 근처에서 감속을 하며 최종적인 점검을 할 것이기에 인류의 주부대의 배치가 그곳에 있다면 굳이 지구궤도까지 접근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3천 년 전에 발견한 제 9행성을 전투용 모선으로 개조를 했고, 필요한 물자와 전투력을 비축하며 속속 개발되는 신기술들을 적용해 나갔다. 그리고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막대한 양의 구세대 무기인 고농축의 핵 자원도 비축해 두었다. 이미 백 년 전에 모든 준비는 완료되어 있었고, 사기도 충만한 상태였다.


그러나 인류는 한 가지 사실을 간과하는 중대한 실수를 범했다. 아령성(亞鈴星)은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는 행성이었다. 아령성인들은 고유의 행성을 지니고 발전한 종족이었으나, 오래 전 자신들의 항성이 백색 왜성(白色矮星 white dwarf)으로 죽어가는 과정에서 행성을 잃어버렸기에, 탈출한 후예들이 파괴된 주변의 행성을 개조하여 자신들의 고향이 있었던 아령성운(M27) 근처를 떠돌아다니며 살고있는 일종의 우주 집시라고 할 수 있었다. 그들은 얼마나 오랜 시간을 떠돌아 다녔는지 조차 잊어버릴 만큼 긴 시간 속에서 문명의 명멸을 반복해오고 있었다. 다행히 백색 왜성은 찬드라세카르 한계에 이르지 않아 그 주변 성운에서 향수라도 느낄 수 있었지만, 언젠가는 초신성(超新星)이 되어 화려한 폭발을 할 것이고, 그때가 되면 영원히 고향의 흔적마저 사라지게 되는 서글픈 종족이기도 했다.

그들은 잃어버렸던 어떤 고대의 흔적을 따라 전쟁을 준비했다. 비록 어마어마하게 먼 거리였지만 그들에게는 반드시 치러야 할 복수의 역사이며, 그것이 잃어버린 문명의 고리를 찾는 유일한 길이었다. 그들은 고대의 흔적이 보내온 정보를 충분히 분석하고 나서, 모든 계산을 하고는 신중하게 행동을 취했고, 자신들이 보유한 거대한 전함의 점검을 마친 후에 충분한 물자를 확보했으며, 머나 먼 곳을 향해 최후의 통첩을 보내고는 함대(艦隊)를 발진 시켰다. 그들의 이동은 전체 전투력의 99.9%가 일시에 움직이는 거대한 행보였고, 대대로 누적해온 힘의 표출이었다.

그들의 함대는 인류가 생각했던 일반적인 함대가 아니었다. 비록 닫힌 세계였지만 내부에 완벽한 순환계(循環系)를 지닌 지름 12,000Km의 원형으로 수 천년을 두고 개조한 행성이었다. 그들은 태양계를 향해 광속(光速 velocity of light)의 50%까지 짧은 시간에 가속하였고, 항행(航行)하는 동안 그 거대한 행성급 모선(母船)에서 세대를 이으며 지속적으로 과학을 발전시켰다. 실제 그들이 아령성운에서 태양계까지 이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2천년이지만, 그 이동체 속에서 체감하는 시간은 가속과 감속시간까지 합쳐도 120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아령성인은 인류의 문명 발전지수를 이미 최대한으로 잡아서 계산한 상태였지만, 태양계가 가까워졌을 무렵 0점까지 감속을 하고 최종적인 확인 작업을 했다. 예상한 수치와 약간의 오차는 있었지만 범위는 벗어나지 않고 있었다. 처음 잃어버린 고대의 흔적이 보내온 지구의 문명지수를 0으로 잡으면, 천년이 지나 자신들이 출발하던 시점인 성간전쟁(SW) 원년에서는 1이 되었을 것이고, 우주를 항행하는 2천년 동안 문명지수가 3까지 성장했을 것이지만, 우위 문명에게 선전포고를 받았을 때의 위기감이 급격한 발전을 초래하므로 3.5-3.8 정도가 되어 있을 것이라 예상했었다. 그러나 태양계의 문명지수는 예상보다는 조금 높은 4정도로 확인되었다. 물론 그 정도의 오차는 이번 전쟁의 결과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는 수치는 아니었다.

아령성인들은 1000 광년(光年)을 날아오는 1200년의 체감시간 속에서 문명지수는 이미 4.4를 넘어서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항행을 하는 중에도 온갖 교란 신호를 보내서 자신들의 실체를 드러내지 않았고, 인류는 아령성의 모선이 코앞에 다다랐을 때에야 자신들이 생각했던 형태의 함대가 아니라 행성급 함대임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꾸준히 발전해왔을 그들의 과학적 수준에 대한 새로운 수치를 계산한 후부터는 약간의 절망에 빠져야했다.

마침내 최초의 접전이 시작되었다. 인류가 천년을 두고 충실히 준비를 했기에 초기에는 어느 정도의 대등한 양상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극에 다다른 문명에서 400년의 진보수준은 별것 아닐 수가 없는 어마어마한 격차를 지니고 있었다. 인류가 격전지로 삼은 제 9행성 근처에서는 연이어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인류는 비록 과학 수준에서는 뒤졌지만 아령성인의 전투행성과 맞먹는 고대의 개조행성인 제 9행성을 방패로 삼아 생각보다 꽤 끈질기게 버티며 전선을 사수(死守)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묘하게 닮아 있었다. 제 9행성과 아령성의 전투행성은 그 크기에서부터 출구의 배치와 자체질량과 지각의 구성성분, 구조적인 메커니즘까지 마치 쌍둥이라도 되는 듯 일치하고 있었다. 아령성인 역시 그런 부분에서 당황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 덕분에 인류는 전투가 거듭될수록 아령성 모선의 약점을 쉽게 파악하여 약간이나마 우위를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용하는 무기나 전투기의 성능 등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성능의 차이가 분명히 나타나고 있었기에 인류는 대부분의 전력을 방어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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