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 침공(invader) 2에서 이어집니다.
evolution
7. 장기적(長期的) 침략
그들의 침략목적이 거주를 위한 것이거나, 거시적 안목에서 비롯된 이주용(移住用) 행성(行星)의 확보에 있다면, 일시에 섬멸하는 급격한 방법이 아니라 장기적인 개조작업으로 이루어 질 것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거주 후보지로 수백 개의 행성을 물색한 후에, 그곳들을 대상으로 일차적인 개조 가능성을 테스트하게 될 것입니다. 그들의 최종 목표는 자신들의 모행성(母行星)과 동일한 상태의 환경을 만드는 것이므로 최소한의 생존범위에 근접하도록 만년 이상을 두고 개조계획을 실행해 나갈 것입니다.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는 행성이라면 무(無)에서부터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 가면 되겠지만, 기존의 토착생물이 있다면 어느 정도의 정리가 필요-기존건물을 보수하는 것보다 재건축 비용이 저렴하다면- 하리라 생각됩니다. 대기압이나 산소 농도, 습도, 기온 등 자신들의 필수적인 생존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생물군에 대해서는 집중적인 배양을 해나갈 것이고, 역기능을 하는 생물군은 다른 생물과의 영향을 고려하면서 서서히 도태(淘汰)시켜 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모행성에서 가져온 외계종(外界種)을 번식시키거나 토착생물과 유전적 결합도 시도해 나갈 것입니다.
침략 시점이 현재라면 인류의 위험한 자폭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자연스런 종말을 유도해야 하므로, 인류에게 가장 치명적인 생존환경으로 서서히 변화시켜 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기존 지구환경의 변화를 최소화하면서 인류가 멸종하는 범위를 정해 변화치수를 제한하고, 인류가 느끼지 못할 만큼 은밀하게 계획이 진행될 것입니다. 우선 이산화탄소량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화석연료의 사용량을 늘어나게 해야 하므로, 연료소모가 많은 산업기술의 급속한 발전을 돕고, 한편으로는 새로운 대체에너지기술의 개발을 제한해 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인류에게 치명적인 자외선을 막아주는 오존층(ozone layer)의 파괴를 부추기는 각종 안정된 화학물의 발견을 돕고, 그것의 사용 결과의 예측 시점을 가능한 길게 만들도록 조작할 것입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기타의 불필요한 종을 멸종시키며 유전적 돌연변이종을 번식시켜서, 서서히 생태계를 변화시키는 등, 자연스러운 환경파괴를 유도해 내며, 인류가 느끼지 못하는 중에 스스로 온난화를 가속화하도록 은밀히 관여할 것입니다. 이후에 인류가 온난화의 심각성과 그로 인한 위기를 느껴도, 그것의 사용 중단이 어렵도록 화석 에너지의 의존도를 높여 놓을 것입니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이 인류 스스로가 자초했다고 믿게 할 것입니다.
그리고 때가 되면, 자연현상을 가장한 강력한 기후변화를 조장하여 연속적인 대규모 지진을 유발하면 문명의 흔적은 90% 이상이 순식간에 무너질 것이고, 이어지는 초유(初有)의 해일과 홍수는 나머지 문명마저 모두 진흙과 바닷속으로 매몰시켜 버릴 것입니다. 몇 안되는 인류가 살아남는다고 해도, 일부의 지식만으로 복잡한 도구를 재창조할 수도 없을 것이며, 먹고 살기 위한 생존에 시간의 대부분을 쏟아야 하므로 개발할 시간도 없을 것입니다. 집단을 이루지 못하고 지식의 온전한 전수가 이어지지 못한 인류는 불과 백년이 지나지 않아 퇴보한 채, 지상에 우글거리는 신종 생물을 피해 나무 위나 동굴속 생활을 하게 될 것입니다.
어느 정도의 정리작업이 끝난 후에는 광합성을 하는 남조류같은 수중식물을 대량으로 번식시켜서, 대기 중의 산소기체를 급격하게 증가시키고 이들이 성층권으로 올라가 오존층을 재구성하도록 할 것이고, 다양한 식물의 속성을 변경하고 새로운 메커니즘을 지닌 식물을 개발하여 지구의 환경이 자신들에게 적합하도록 정밀하게 조절해 나갈 것입니다.
이러한 장기적 침략의 시점이 초고대에도 이루어졌다면 생물의 대규모 멸종이나, 폭발적인 종의 증가도 인위적인 결과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계획대로 현재의 지구는 그들이 살기에 매우 적합한 이상적 환경으로 완성되었고, 인류는 그들이 생각지 못한 변수며, 완성된 조건에 흠집을 내고 있는 존재이므로, 그들의 이주(移住)가 시작되기 전에 정리할 대상일지도 모릅니다.
마치며..
침략자는 반드시 우리와 비슷한 형태가 아닐 것이고, 또 반드시 우리 이상의 지성을 지닌 존재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모행성이 공기도 없고 주변 위성이나 항성의 영향으로 중력변화가 극심한 등의 극단적인 환경이었다면, 탄생하고 진화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우주방사선(宇宙放射線)이나 자외선(紫外線, ultraviolet)같은 현상을 하나의 조건으로 받아들이고 적응해 왔을 것입니다. 또한 중력을 민감하게 감지하고 그것을 교묘히 이용하여 공중을 떠나니며 이동하는 형태로 진화했거나, 고체가 아닌 기체나 유사한 구성체로 이루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주변의 특정 광물에서 영양을 섭취해 성장하며 열이 아닌 순수한 빛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도 있으며, 몸체를 구성하는 부드러운 고화합을 토대로 태양광을 받을 때의 기화열을 이용해 스스로를 가열하여 생명 유지 활동을 할 수도 있고, 또는 미세한 기체형 세포가 자외선을 이용한 광합성을 하며 행성 대기층의 특정한 가스입자에서 필요한 물질을 생산해 낼 수도 있습니다.
이와 같이 모든 행성에는 각자마다 고유의 다양하면서도 복잡한 변수들이 수없이 존재하므로, 생명 탄생이 우리와 비슷한 조건에서만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각자의 환경에 걸맞은 진화를 해야만 적응하여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기에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은 종족 고유의 생물학적 특성을 지니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탄소를 기반으로 발전한 것은 우리 태양계와 지구가 지닌 환경적인 요인-일조량, 온도, 물, 대기, 중력, 광물 등-에 영향을 받은 진화의 결과입니다. 그러나 우리와 판이한 환경에서 탄생한 생물이 있다면 규소나 금속, 또는 비철을 근본으로 진화를 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한 세대의 수명은 1백년 정도이지만, 천년을 사는 대신에 지극히 느린 생체활동을 할 수도 있고, 반대로 1년의 수명 속에서 그만큼 빠른 진화를 거듭하는 외계종이 있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또 행성의 크기와 공전, 자전 주기가 진화와 수명에 영향을 주는 것이라면, 우리 시간으로 1만년 이상을 살면서도 번식과 사고의 속도는 우리보다 몇 배나 빠른 생물이 있을 것입니다. 그럴 경우, 그들은 빠른 사고력의 증강과 한 세대의 풍부한 지식축적 그리고 완전한 지식의 전수가 가능하므로 우리가 200만년을 걸쳐 이룬 문명을 불과 10만년이 지나지 않아 이룩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문명이 일정한 수준에 이르면, 스스로의 수명한계를 극복할 것이므로 그 과정에서 생체반응이나 활동의 속도가 기반 화학물과 상관없이 비슷한 수준으로 평준화가 되어야만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기술발전보다는 자기진화(계발)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다가 생명활동을 하게하는 원동력은 물질적인 문제가 아니기에 결국에는 생명의 비밀인 차원의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문제의 해답을 풀었다면 우주의 모든 지성은 동일한 하나의 순수 에너지에서 출발했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므로 다른 -초보적인- 지성체에 대한 연민을 느낄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들의 최종적인 진화인 순수 에너지로의 귀환을 이루기 전까지 순수한 의도에서 항행 가능한 주변 영역의 지성에 대한 각성을 촉발하려 할 것입니다. 결국 고도의 문명은 최후에 이르면 정신과 기술의 평행이 깨어지고 극적으로 정신적 성장을 경험하여 물질의 비밀인 역장을 스스로 제어하는 상태에 도달하여 유물일치의 상태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정상적인 과정을 거친 지성체만이 최후의 진화에 접근할 수 있으며, 단기간에 비정상적인 기술문명을 구축한 종족은 자멸을 하거나 수억 년의 문명 정체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인류는 충실히 오랜 기간 동안 정신적 발달에 투자한 경우이므로 후반부에 들어서며 초고속의 과학적 발전을 이룰 수 있었지만, 반대로 기술발전이 선행된 종족이라면 정신적인 발전을 이루기 위해 긴 시간을 대기하게 될 것입니다.
초고도의 문명이 우리를 지성체로 보지 않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합니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아무리 하찮은 종이라고 해도 발견되었다면 관찰과 보호의 대상이 되는 것이지 말살의 대상이 되지는 않습니다. 만약에 외계의 침략이 있다면 초고도의 문명을 이룬 완성체에 가까운 종족은 결코 아닐 것이고, 문명의 정체기에 이른 정신적 유아기의 어설픈 종족일 것입니다. 그들은 유전적으로 제거되지 못한 야만적 공격성을 지녔을 것이므로 인류는 말살의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천년이내만 아니라면 인류에게도 대항할 만한 충분한 기술이 있을 것입니다.
천년 이후에 인류가 사라진다면 그것은 외부적인 충격에 의한 멸종이 아니라 스스로 진화를 완성해 종이 증발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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