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에 속하는 오스트랄로 피테쿠스(Australopithecus)는 두발로 보행하며, 나뭇가지나 짐승의 뼈를 비롯해 단순한 석기를 도구로 사용하는 최초의 화석인류입니다. 아프리카 남쪽의 원숭이라는 명칭에서 보듯 이들은 원숭이와 닮았지만 당대 최고의 출력인 550CC의 뇌용량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지금 인류의 1500 ~ 1600 CC와 비교하자면 형편없는 용량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사람과 가장 유전적으로 비슷하다는 침팬지보다 무려 200 CC정도 큰 뇌용량으로 체구에 비해서 비정상적일 만큼 높은 출력을 낼 수 있기에 진화의 산업혁명이라 해야 할 만큼 놀라운 발명품이었습니다.

그런데 원인(猿人)이 나타난 것은 먼저 뇌용량이 커진 신종이 나왔기에 도구를 사용한 것인지 도구를 사용하다보니 뇌용량이 커진 신종이 나온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알이 먼저인가 닭이 먼저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비과학의 틀 안에서 철저히 개인적 견해로 풀어보겠습니다.


증기기관(蒸氣機關 steam engine)이 처음 실용적인 목적으로 사용된 것은 1698년 영국의 T. 세이버리가 증기를 응축시킬 때 발생하는 기압차를 이용한 광부의 친구라고 불리는 펌프를 만들고 부터입니다. 그 이전까지 기계의 동력은 대부분 가축이나 인력에 의해서 이었고, 극히 일부는 바람이나 물같은 자연적 힘을 이용하고 있었으나 효율성도 낮고 인위적으로 작동시키는 기관이라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증기 펌프가 발명되면서 방적기계·직물기계 등이 급속히 발달하여 공업의 발전을 가속화하였고, 이런 대량 생산은 인구 증가로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1712년 T.뉴커먼 대기압 증기기관을 만들었고, J.와트는 뉴커먼의 대기압 증기기관의 성능을 더욱 개선해서 대기압이 아닌 증기압력으로 구동하는 기관을 발명하여 오늘날 증기기관의 기초를 구축하였습니다.

AD 100년경에 알렉산드리아의 헤론(Heron)이 만들었던 증기를 이용한 회전 장치인 아에올리스의 공(aeolipile)이 나오고 1600년 동안 멈추어있었던 발전이, T. 세이버리의 발명 이후 불과 몇 십 년 만에 몇 배의 고효율을 지닌 기관으로 개선 발전된 점은 자못 흥미롭습니다.

헤론의 증기 회전체는 당시 시대에서 딱히 사용할 만한(동력을 필요로 할 만한) 곳이 없다보니 장난감 정도로만 취급되었지만, 17세기의 증기 기관은 석탄의 채굴이라는 필요에 의해 발명되어진 것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즉 필요성을 찾지못하는 발명은 사용되지 못하고 잊혀지지만, 필요가 선행된 발명은 그 필요가 지속되는 한 엄청난 가속도를 지니게 되는 것입니다.


침팬지가 자연 동력을 이용한 출력 350CC의 자연 기관(機關)이었다면 오스트랄로 피테쿠스는 550CC의 고출력을 내는 증기 기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의 시대적인 환경에서 큰 필요성이 없던 원인(猿人)이라는 이 기관은 크게 사용되지 못한 채 300만년 가까운 세월동안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 정도의 소규모의 개선만 있었을 뿐입니다.

그러나 수백만 년 동안 4만년에서 10만년 단위로 반복되었던 빙하기같은 열악한 자연 환경은 효율적 적응력을 가진 기관의 탄생을 필요로 했고, 그에 따라 기존 기관의 출력을 대폭 향상시켜 뇌용량이 무려 1100 CC인 호모 에렉투스(原人)가 출현했고, 100만년이 지나는 동안 수십 번 이상의 다양한 기능 향상과 기존 기관의 불편했던 점들을 개선하더니, 약 20만 년 전에는 현생인류에 가까운 1200~1600 CC의 호모 사피엔스(舊人)로까지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어떤 기존의 발명품보다 훌륭한 역할을 해내며 시기적 만족감을 주었고, 이후에도 일부의 시스템만 조정한 채 양산되어 현재까지 번성해오고 있습니다.

어느 날 돌연변이에 의해 하나의 신종이 탄생했을 때, 시대가 요구하지 않으면 그 신종은 단종이 될 것이지만, 그 시대에서 적절히 사용될 기능을 탑제하였다면 그 종은 살아남고 번성할 것입니다. 물론 변화하는 시대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종은 신종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T. 세이버리의 증기펌프처럼 서서히 땅에서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환경적, 시기적 필요에 따라 요구되는 적절한 기능을 추가하고 개선하는 개체의 설계는 자연에 의해 계획적으로 만들어 지는 것일까요, 아니면 모든 시대마다 수시로 다양한 돌연변이가 탄생하는데 그 중 환경에 맞아 떨어지는 개체는 살아 지배자가 되고 시대에 맞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을 반복할 뿐인 것일까요? 또는 하나의 종이 다음 단계로 진화하는 것은 자연의 선물이거나,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 종 스스로가 선택한 결과일까요?


침팬지가 살아가기 위해 배워야할 정글의 법칙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태어난 후 어미 품에서 몇 달만 배우면 대부분의 생활습관과 경계해야 할 것을 알게 되며, 상당수의 기술은 본능적으로 타고나기도 합니다. 그에 비해 원인(猿人)은 도구를 만들거나 사용하는 법 등으로 침팬지보다 조금 더 많은 것을 배워야 했기에 그런 요구를 만족시키 위한 정보 저장 공간을 추가해야만 했습니다. 오랜 시간이 흐르며 불을 사용하고 사회의 복잡해진 풍습을 배우기 위해서 일생의 상당한 시간을 소비해야할 정도가 되자 또 다시 저장 공간을 늘리고, 소프트웨어적 업그레이드를 통해 성장기를 길게 잡아 초기 학습기간의 능률을 향상시켰습니다.

지금 우리는 성인이 되기 전에 기본적으로 습득해야할 정보량이 급박하게 증가하고 있는데, 100년 전보다 성장기에 배워야할 지식은 몇 배가 되었습니다. 30년 전 10살짜리 꼬마가 익혔던 정보와 기술에 비해 현재 10살이 습득한 정보량과 기술의 수준은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놀이나 자연을 통해 원시적 본성인 감성 감각 지각력 등을 계발했다면 지금은 인터넷과 같은 간접적인 접촉매체를 통해 방대한 경험을 축적하고, 게임이나 강요된 학습을 통해 사고력을 증강시키고 있습니다.

몇 세기 전에는 걷는 법과 말 타는 법, 농사짓는 법만 알면 되었지만, 지금은 버스 타는 법, 비행기 타는 법, 운전하는 법, 인터넷 하는 법, 가전기기 다루는 법 등등 그 하위 항목을 따지자면 수십 배가 될 만큼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 기술의 양이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과거와 보다 습득해야할 지식의 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기술은 끝이 없을 듯 발전하며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사실들을 밝혀내고 미지의 분야를 개척하며 진보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기술의 발전도 얼마지나지 않으면 한계에 부딪치게 될 것입니다. 그것은 더 이상 밝혀낼 정보가 없어서가 아니라 인간의 수명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상대성이론을 증명하고 그것을 보충하는 이론과 그 이론을 이해하기 위한 이론과 또 그것을 증명하는 이론이 나왔다면, 그 세대에서는 전제된 것을 모두 익혀야만 그 다음 이론을 전개해 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점점 기본이 되는 정보의 양이 늘어가고, 습득해야하는 기술의 양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정도의 지식수준에서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 지식습득을 하는데 일생의 삼분의 일 소비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발전해서 천 년 후가 된다면 평생을 배워도 기존의 누적된 지식을 다 습득하지 못할 것이므로, 이전 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찾아낸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이와같이 '한사람이 기본적으로 배워할 정보의 분량에 비해 성장기나 습득력이 부족해지는 상황'같은 발전의 한계, 즉 진화 임계점에 도달하면, 모든 생명을 진화시켜 왔던 유전자 메이커역할의 눈을 뜨게 됩니다.

-유전자 메이커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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