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계문명의 대침묵(Great Silence) 3편에서 이어집니다.
Great Silence
아무리 과학이 발전해도 전파는 우리가 현재 아는 물리법칙에 속해 있어서 결코 광속을 넘지 못할 것입니다. 만약 아레시보 메시지를 받은 그들이 같은 형태의 전파를 사용해 답변을 했다면 우리는 몇 만년을 기다려야만 답신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전파의 표면적인 특성에 숨어 있는 새로운 특성을 이미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우주의 근원을 이루는 다른 힘을 자극하는 파동일 수도 있고, 전파가 우주에 숨겨진 에너지를 진동시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분명 그 파장은 우주의 표면을 흐르지 않고 내부을 진동시켜 순식간에 가장 먼 우주까지 전달될 것입니다. 우주의 표면 곳곳이 휘어져있고 끝과 끝이 구부러져 있어도 그 진동은 중력같은 표면적인 현상에는 영향을 받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은 이렇게 숨어 있는 에너지의 미세한 움직임도 감지해내고, 그 중에서 의미있는 진동을 감별할 능력을 지니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보낸 메시지를 순식간에 받은 그들은 잠시 고민에 빠졌을 것입니다. 우리의 신호를 분석하고 의미를 알아냈지만, 우리가 자신들이 보낼 신호를 받을 정도의 과학을 지니고 있지 못하다는 것도 깨달았을 것입니다. 그들은 메시지를 보낸 위치를 확인하고 그 주변의 큰 에너지의 흐름들을 파악하여 자신들의 메시지를 기록할 장소와 시간을 선정했을 것입니다. 낮에는 태양의 영향을 받아 메시지가 오염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밤 시간에 기록하도록 메시지의 송출 시간과 반사 각도를 치밀하게 계산했을 것입니다.
우리는 표면에 흐르는 현상을 우주 전체의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착각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우주는 수많은 별들로 가득차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주의 대부분은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과 에너지이며, 보이는 우주 물질의 대부분은 플라즈마 상태로 존재하며, 나머지 물질의 대부분도 수소와 헬름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저 우주의 아주 일부분을 볼 수 있을 뿐이며, 아주 일부분을 이용하여 생명활동을 하고 있으며, 아주 작은 영역을 탐구하고 있을 뿐입니다.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우주는 아직까지는 표면적인 영역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우주의 심연에는 우리가 그토록 궁금해하는 새로운 진리들이 요동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눈에 보이는 우주는 고무튜브같은 모양이어서 그 내부는 끊임없이 부풀어 오르거나 오그라들고, 그 정도에 의해서 표면의 가장 먼 곳에 위치한 점들이 때로는 가장 가까운 위치가 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우주의 이런 속성을 잘 이용하면 백억 광년의 공간 격차도 때로는 몇 광년으로 줄어 들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전달된 정보는 각각의 위치 점에서 우주의 반대쪽을 향해 있기 때문에 내부를 가로지르는 직선을 통과하면서 뒤집어진 채 전달 될 것입니다. 크롭서클이 아레시보 메시지와 좌우대칭으로 뒤집어진 것도 어쩌면 그런 이유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블랙홀은 사실 우주의 표면과 내부를 잇는 경계점(boundary point)일 수도 있으며, 물질과 암흑물질의 세계, 또는 다른 시공간 사이의 정보를 서로 반사하는 위상(phase)의 공간일 수도 있습니다. 열린 우주와 닫힌 우주를 결정하는 변수가 블랙홀일지도 모릅니다. 대치하는 서로 다른 우주의 정보는 블랙홀을 통해 반사되어 증폭과 가속을 하며 다른 우주로 쏟아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광대한 정보를 충분히 통제할 수 있는 문명이 정보를 전달하려고 한다면 거리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몇 개의 거울을 통해 반사되었는가에 따라서 정보는 뒤집어진 채 전달 될 수도 있으나 그것을 바로 해석하는 것은 수신자의 몫일 겁니다.
1990년대 후반에 처음으로 외계 행성계를 발견했을 때, 그 행성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너무 크고, 태양에 너무 가까이 있으며 자전주기가 짧았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인정 받기 전까지 아무도 그 발견을 믿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이전까지 우리가 상상했던 행성계와 너무나 큰 차이가 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행성계가 존재하는 것이 관측자료에 의해 인정되자 얼마지나지 않는 짧은 시간만에 수백개의 새로운 행성계가 잇따라 발견되었습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그동안 행성계를 발견하기 위해 기록하고 검토했던 몇 년 전의 관측 자료에서도 새로운 행성들이 발견되었습니다.
우리는 현재 우리가 인정할 수 있는 범위에서만 외계 문명의 흔적을 찾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가 엉뚱한 상태에서 기발한 방법으로 외계 문명을 발견해 내고 그것이 인정받는다면 곧 우리는 우리의 지난 역사에서 외계 문명의 뚜렷한 흔적이 수없이 기록되었음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다만 그 최초의 발견이 어렵고, 다시 그것을 인정 받는 것이 어려운 것입니다. 크롭서클도 이미 발견된 외계 문명에 대한 명확한 흔적일 수도 있으나 그것이 인정받는 시점은 크롭서클의 기록 원리나 의미를 해석하여 실제하는 장치로 만들 수 있는 수백년 후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주로부터 날아오는 특별한 신호를 수신하게 된다면, 어려운 인증과정 없이도 외계 문명의 존재는 즉시 증명됩니다. 외계 문명이 존재한다고 해도 아무 것도 달라질 게 없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으나 그것이 주는 의미는 매우 큽니다. 지금은 외계인을 찾고 있지만 외계문명과 대면하는 순간 우리와 그들은 서로에게 외계인이 아니라 같은 우주인의 입장이 됩니다. 현재의 우리는 우주에 홀로 존재하는 고독한 존재이지만 외계 문명의 존재가 입증되는 순간 우주는 생명으로 가득찬 우주가 됩니다. 지금까지의 유일사상이 깨어지면서 사회적 종교적인 혼란도 올 것이고, 외계 문명이 없다는 전제에서 이뤄졌던 미래를 향한 인류의 계획은 궤도를 크게 수정하게 될 것입니다. 점차 다른 외계 문명들과도 교신하게 되면서 우리의 우주관이 얼마나 이기적이었는지도 깨닫게 되고, 인류는 큰 각성으로 의식확장과 진보를 이룰 것입니다.
물론 우리 은하에는 오직 우리만이 유일한 문명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주에는 천억 개의 은하가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고향 행성에서 벗어난지 불과 반세기도 되지 못한 문명입니다. 우리 은하계에 우주문명이 만개가 있다면 우리의 문명지수는 그 중에서 최하위에 속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중에는 행성을 벗어난지 10억 년이 넘어 문명지수의 최상위를 차지하는 문명도 있을 것입니다. 천억개의 은하에는 각기 최고의 문명에 도달한 천억개의 문명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과 만날 수 있게 되면 문명을 먼저 개척한 선각자들의 경험을 배우고, 경이로운 우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므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그들의 우주관을 본받아야 할 것입니다.
2009년은 갈릴레이가 망원경을 만들어서 천체를 관측하기 시작한 지 400주년되는 해입니다. 그리고 허블의 우주 팽창 발견 80주년, 인류의 달 착륙 40주년, 외계 지성체 탐사프로젝트 제안 50주년, 비영리재단으로서의 SETI 법인이 25주년 되는 해입니다. 그래서 2009년은 유엔(UN)이 결의하고 국제천문연맹(IAU), 유네스코(UNESCO)가 지정한 '세계 천문의 해'입니다. 우리나라도 본격적으로 우주시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천체물리학은 비관심 분야이고 우주생물학은 도외시되고 있습니다. 2009년 3월 7일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는 지구와 유사한 환경의 행성을 찾기 위해 케플러(Kepler) 우주 망원경을 쏘아 올렸습니다. NASA는 올해 예산에서 12억 달러를 천체물리학 분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아직 주변만 보고 있을 때도 강대국들은 우주에 시선을 돌리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미래가 우주에 달려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2008년 11월 개관한 국립과천과학관에는 지름 7.2m의 전파망원경이 세워졌는데, 이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SETI 전용 전파망원경입니다. 과학관은 이 전파망원경을 이용해 우주에서 오는 약한 전파신호를 포착, 분석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2009년 6월 17일 한국천문연구원(KASI)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KAAS)와 SETI Korea 사업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습니다. 2008년에 준공된 연세대와 울산대, 제주 탐라대의 지름 21m급 전파망원경은 서로 연결돼 하나의 전파간섭계를 형성함으로써 지름 500㎞의 거대한 전파망원경 성능을 발휘하는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일정 기간이 지나면 폐기되었던 관측 데이터를 양해각서 체결로 KAAS를 통해 재활용할 수 있게 되어 우리도 국산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외계 지성 탐사 계획에는 누구의 이름도 없습니다.
1985년 9월 100만개의 채널을 분석해 외계 문명의 존재를 증명하려던 메타(META: Million-channel Extra-Terrestrial Assay) 프로젝트가 시작하는 역사적인 그 순간, 프로젝트를 주도한 위대한 천문학자 칼 세이건(Carl Sagan)과 하버드대 물리학교수 폴 호로비치(Paul Horowitz) 옆에는 $100,000의 연구비를 지원한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가 서있었습니다. 지금까지도 외계지성탐사 역사에서 스필버그의 이름은 항상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금 SETI연구소 질 타터(Jill Tarter) 소장은 총 2,600만달러가 소요되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ATA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는 이미 42대의 전파망원경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6m짜리 SETI 전용 전파망원경(앨런 망원경) 350대가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하면 아마도 2020년에서 2025년 사이에 유의미한 외계 지성체의 전파신호를 1개 정도는 포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ATA라는 프로젝트의 이름은 지난 2000년 MS의 공동 창업자 폴 앨런(Paul Allen)과 전 기술담당 최고책임자였던 나단 미르볼드(Nathan P Myhrvold)가 1,250만 달러를 기부하기로 하면서 폴 앨런의 이름을 따서 앨런 텔레스코프 어레이(Allen Telescope Array : ATA)라고 붙여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외계 문명 탐사는 흥미거리 밖에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적인 메타 프로젝트와 한국적인 ATA 프로젝트의 시작에는 누가 서 있을까요? 아니 시작할 누군가가 있기나 할까요? 먼 훗날, 우리가 수많은 외계 문명과 교류하는 우주시대가 되어도 최초로 신호를 포착한 프로젝트의 이름은 항상 역사의 첫페이지를 장식할 것입니다. 오늘도 많은 한국의 세티 참여자들은 모두가 잠든 시간에도 우주로부터 오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부디 외계에서 오는 인공적인 첫 신호를 분석하는 사람의 이름에라도 우리나라 사람의 이름이 기록되기를 기원합니다.
세티의 외계 문명 탐사는 단순히 외계 문명의 존재를 입증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SETI(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는 곧 우리의 모든 의식과 가치관 자체를 바꾸려는 인류진화 프로젝트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최초의 시발점이 되는 첫 신호 포착은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것입니다. 이 순간에도 전 세계 17만명의 사람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컴퓨터를 끄지 않고 신호를 분석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그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기 위함입니다. 새로운 우주 시대를 연 위대한 이름으로 바로 당신이 기록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외계 문명의 대침묵(Great Silence)..
그것은 그들이 침묵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들의 침묵을 깨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그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뿐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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